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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작사상' 생긴다면 한국이 내놓을 후보 'TOP 10'은?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1월12일 09시20분    조회: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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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뮤지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놓고 뒷말들로 분분하다. 분명한 건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의 ‘노이즈 마케팅’이 확실히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노벨 예술상’이 신설된다면 ‘작사 부문’에서 수상 가능한 한국의 작사가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TOP 10’을 추려본다. 노벨상은 사망한 작가를 후보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여기서는 생몰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 또 특정 노래가 아닌 작사가의 전체 작품 세계를 대상으로 하겠다.

자이언티

 

‘TOP 10’ 외 후보들

 

10인에 들지 못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이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비롯해 팝발라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가수다. 하지만 노랫말들이 대부분 사랑 노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순위 밖으로 밀렸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Nobody’를 필두로 많은 댄스곡을 만든 박진영도 언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댄스곡은 말 그대로 걸그룹(보이그룹)의 춤이나 퍼포먼스를 우선시하는 노래라, 대부분 곡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가사를 붙이는 형식이다. 노랫말은 부차적(?) 요소인 셈. 이런 까닭으로 ‘용감한 형제’(본명 강동철) 등 2000년 이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댄스곡의 작사가들이 대부분 제외됐다.

가령 EXID ‘위아래’, 티아라 ‘Lovey-Dovey’, 포미닛 ‘Hot Issue’ 등의 곡을 만든 ‘신사동호랭이’(본명 이호양)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다. 작사도 하지만, 노랫말이라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 적지 않고 대부분 공동작사가를 두고 있어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이나

수년 전부터 가장 잘 팔리는 작사가 김이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Lucky’(EXO), ‘롤리폴리’(티아라), ‘아브라카다브라’(브라운아이드걸스) 같은 걸그룹 노래서부터 이선희, 김건모, 임재범 등 중견 가수의 노래까지 종횡무진이니 말이다. 2014년 작사가 저작권료 수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어진 곡에 하나 둘 셋, 비트 수 맞춰 가사를 붙이는 작업방식 탓에 노랫말은 딱히 인상적이지 못하다.

댄스곡이 아닌 경우에도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아이유 ‘좋은 날’) 정도다.

점잖은(?) ‘7080 노래’로 잠시 돌아가자. ‘맨 처음 고백’의 송창식은 ‘가나다라’ 같은 수작이 있긴 하나, 가사가 뛰어났던 ‘토함산’(김현수), ‘사랑이야’(한성숙), ‘고래사냥’(최인호)은 모두 다른 이들이 작사했다.

마찬가지로 ‘국민가수’ 조용필은 대부분의 곡을 직접 만들어 불렀지만 ‘킬리만자로의 표범’(양인자), ‘단발머리’(박건호) 등 노랫말이 탁월했던 곡은 다른 이의 작사다. ‘돌아와요 부산항에’(황선우), ‘정’(조남사), ‘고추잠자리’(김순곤), ‘여행을 떠나요’(하지영)도 마찬가지다.

통기타 하나 들고 ‘세상사를 읊조린’ 김광석 또한 노래를 직접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제외한 히트곡의 노랫말은 대부분은 여러 작사가로부터 받았다. ‘사랑했지만’(한동준), ‘서른 즈음에’(강승원), ‘그날들’(김창기), ‘먼지가 되어’(송문상), ‘이등병의 편지’(김현성),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류근),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목경) 등 뇌리에 남는 주옥같은 가사들은 아쉽게도 노랫말 전문가의 손을 거친 것이다.

‘실험정신 가득한 서정성’이라 명명할 만한 ‘산울림’의 김창완은 ‘아니 벌써’로 가요계를 화들짝 놀라게 하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로 예술성과 대중성 둘 다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작사가 뛰어났던 ‘독백’과 ‘회상’(김창훈), ‘너의 의미’(김한영) 등의 곡들이 아쉽게도 김창완 노랫말이 아니어서 ‘TOP 10’에 들지 못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서태지는 전위적(前衛的)이었던 곡(曲)은 몰라도, 가사는 곡에 비해 그 뛰어남을 인정하기 힘들다.

국카스텐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바이올렛 원드’, ‘거울’ 같은 수작에도 불구하고, 가사의 사변성(思辨性)이 ‘TOP 10’ 안에 드는 데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장기하는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싸구려 커피’) 같은 ‘저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별일 없이 산다’)라는 노랫말처럼 ‘안일한’ 가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여성 모던록 밴드 보컬 김윤아는 작곡가로서 ‘봄날은 간다’, ‘야상곡(夜想曲)’, ‘Hey, Hey, Hey’ 등 명곡들을 발표해온 싱어송라이터다. 하지만 노래마다 은근히 비슷비슷한 가사인 데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부분을 잘 들어보면 알지만, 가사들이 ‘멜로디를 빛내기 위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핫한 가수들 중에서, 나얼(본명 유나얼)은 인상적인 곡과 달리 가사는 ‘겉멋’이 들어 있는 듯하다. “내 안에 숨 쉬는/ 커버린 삶의 조각들이/ 날 부딪혀 지날 때/ 그곳을 바라보리라”(‘바람기억’) 같은 가사는 실상 ‘아무 내용도 전달하고 있지 않은’ 가사다. 오히려 ‘같은 시간 속의 너’에서의 시도를 발전시키면 좋은 노랫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힙합 가수 비와이(본명 이병윤)는 장르의 특성인지 몰라도 도입·전개 부분의 우수성과 클라이맥스 파트의 ‘상투성’이 혼재된 노랫말을 만들어낸다. 가령 ‘The Time Goes On’을 보면 “밑바닥 이게 나의 현주소/ 두려움이 배로 생겨도 절대 난 멈춘 적/ 없이 달리고 있는 중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길이 아닌/ 내가 내 길을 만들어가기에 내 미랜 희미하지만 이미 알지/ 내 시작점과 정반대라는 걸”처럼 도입은 좋다. 그러나 ‘노래의 절정’에선 “I’m young n wild/ 척척 like doctor 척척/ like doctor like doctor”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노래 대부분이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과 공동작사다.

‘Puzzle’, ‘Forever’도 비슷한 구조인 걸 보면 힙합이라는 장르의 속성 같아 보이지만, 한국 대중가요의 특성을 잘 융합하면 또 다른 좋은 곡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OST인 ‘Someday’가 그 사례다. “욕망은 언제나/ 야망과 소망이라는 탈을 써/ 후회는 분명히/ 우리들의 미래를 가르쳐/ 누군가의 날갯짓은/ 누군가를 숨 막히게 하지/ 먼지를 들이마시며/ 그 날개를 동경하는걸.”



10위 김 수 철

 

끓어오르는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1세대 악동(惡童)’

김수철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깡충깡충 발차기하는 장난스러운 동작과 스피디한 기타 실력은 데뷔 이후 내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수철은 고3 때 명동성당에서 최초로 록 음악을 연주한 ‘괴물 고교생’이었다.

1983년 신세계레코드에서 정규 1집 <못 다 핀 꽃 한 송이>가 나왔을 때 가요 팬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이 음반은 “탁월한 멜로디 라인에 원초적인 한(恨)의 정서를 담은 1980년대의 명곡집”으로 평가받는다.

“함께 울어주던 새도 지쳐 어디론가 떠나간 뒤/ 님 떠난 그 자리에 두고두고 못 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못 다 핀 꽃 한 송이’)  
“흘러흘러 세월 가면/ 무엇이 될까/ 멀고도 먼 방랑길을/ 나 홀로 가야 하나/ 한 송이 꽃이 될까/ 내일 또 내일”(‘내일’)
“님을 향해 피던 꽃도/ 못내 서러워 떨어지면/ 지는 서산 해 바라보며/ 님 부르다 내가 운다”(‘별리’)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나”(‘나도야 간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젊은 그대’) 같은 경쾌한 음악도 곧잘 만들었던 김수철은 청년층의 방황과 희망을 효과적으로 노래에 담은 뮤지션이었다.

9위 조 동 진

 

자타공인 한국의 레너드 코헨

‘Like a bird’, ‘I’m your man’, ‘Everybody knows’의 레너드 코헨이 서구의 음유시인이라면, 조동진은 특유의 중저음과 더불어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의 레너드 코헨이다.
대중들에겐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행복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노래 중에는 숨은 진주가 즐비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소매 가득 바람 몰고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묵은 햇살 다시 새롭게 하며”라는 노랫말을 담은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는 단일곡으로 작사상을 받을 가치가 충분한 노래다.
하지만 다분히 몽환적인 그의 노래에서 빠지지 않는 바람, 눈물, 배[船], 꽃잎, 촛불 등이나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제비꽃’) 어쩔 줄 모르는 ‘소녀적 감상(感傷)’의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8위 김 창 환

 

스곡에 격조를 싣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한 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 울었어/ 내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 했기에”라는 노랫말을 쓴 이가 김창환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엔터테이너 김건모와 ‘핑계’ 등을 만든 김창환은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 등을 통해 빠른 비트의 곡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가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역량 있는 작사가다. 아마도 신승훈의 ‘날 울리지 마’ 같은 발라드 곡에 가사를 붙인 경험이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7위 길 옥 윤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랑의 전령(傳令)’

요즘 젊은 세대는 ‘길옥윤’이라는 이름이 낯설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핑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는 노래방 화면을 보지 않고도 온전히 따라 부를 수 있을 터다. 그는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이다.

길옥윤(1927~1995)은 김소월이 ‘진달래꽃’에서 언급한 평안북도 영변에서 태어나 평양고등보통학교와 지금의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인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를 다닌 수재다. “서양 음악이 밀려들어 올 무렵,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한국적 색깔을 가진 음악으로 바꾸어놓은 것은 가요사의 큰 업적으로 남는다”(두산백과)는 평가를 받는다.

패티김의 첫 남편으로, ‘사랑하는 마리아’와 ‘서울의 찬가’, 특히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으로 시작하는 ‘이별’을 썼다.

당시 라이벌이자 같은 색소폰 연주자인 이봉조(1932∼1987)에게 현미(‘밤안개’)와 정훈희(‘좋아서 만났지요’, ‘꽃밭에서’, ‘무인도’ 등 작사 아닌 작곡)가 있었다면, 그에게는 패티김 이후 혜은이가 있었다.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 있을게요”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라는 곡으로 혜은이라는 신인가수를 발굴해 ‘진짜 진짜 좋아해’, ‘사랑이란 두 글자’, ‘제3 한강교’ 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특히 ‘감수광’은 한국 가요사상 제주도 방언을 담은 최초의 노래로 지금도 여전히 애창되고 있다.

6위 심 수 봉

 

트로트를 업그레이드시킨 ‘레알’ 뮤지션

한국에서 활동한 가수 가운데 가장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이가 심수봉이다. 다 아는 이야기인 데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4)까지 개봉했었으니 굳이 상술 않겠다.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의 화제는 단연 심수봉이었다.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그녀가 불러젖힌 ‘그때 그 사람’은 대학생이 가요제에 들고 나온 최초의 ‘뽕끼’ 가득한 노래(트로트)였다. 더구나 이 곡은 가요제에서 입상을 하지도 못했음에도 방송 이후 여기저기에서 흥얼거려지기 시작한 전무후무한 노래다.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트로트의 여왕’ 등으로 불리는 심수봉의 진가는 남자 아닌 여자의 입장에서 본 사랑과 연애를 본격적으로 대중가요에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그건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사람”처럼 아련한 것이기도 하고,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에서처럼 “남자들이여, 제발 ‘웃기지 마세요’”이기도 하다.

심수봉은 ‘사랑밖엔 난 몰라’,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처럼 후배 가수들에 의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영화로 형상화(<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임순례 감독) )되고 있는 명곡들의 노랫말과 곡을 모두 직접 만든 명실상부한 ‘레알(Real)’ 뮤지션이다.

하지만 필자가 심수봉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지점은 대중가요에 놀라운 상상력을 담은 경우다. 러시아 가수 알라 푸가초바의 원곡 ‘백만송이 장미’에 심수봉이 붙인 한글 가사를 보라.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5위 신 중 현

 

대를 앞서간 ‘작은 거인’

내년에 만 80세가 되는 신중현은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록 뮤직’ 싱어송라이터이다. 1964년 그가 낸 첫 음반 <빗속의 여인>은 “한국 최초의 창작 록 음악”으로 기록되어 있다.

‘펄 시스터즈’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 ‘커피 한 잔’은 ‘님아’와 더불어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이라는 당시 첨단의 조류를 국내 대중음악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곡으로, 트로트 일색이던 1960년대 한국 가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명곡이다.

신중현은 또 김추자와 함께 ‘님은 먼 곳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늦기 전에’ 등 많은 히트곡을 제작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신중현 노랫말의 가장 큰 특징은 ‘돌아가는 법 없이’ 직설적으로 써 내려간다는 점이다. “8분이 지나고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난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커피 한 잔’)

필자는 신중현의 노래 중 특히 장현과 김추자가 각각 부른 ‘마른 잎’을 좋아한다. “마른 잎 떨어져/ 길 위에 구르네/ 바람이 불어와 갈 길을 잊었나/ 아무도 없는 길을 너만 외로이 가야만 하나”

4위 하 덕 규

 

고통스런 내면의 탁월한 형상화

한국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양희은의 ‘한계령’일 것이다.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가 하덕규이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하덕규는 양희은의 노래 ‘찔레꽃’도 만들었다.

‘시인과 촌장’으로 활동했던 하덕규는 대중가요를 관심 있게 지켜본 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노랫말의 귀재다. 물론 그 작곡 또한 발군으로, 그는 특히 고통스러운 내면세계를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소질이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로 유명한 ‘가시나무’나 “4월 목마른 4월 하늘/ 진홍빛 슬픔으로 피어/ 그대 돌아오는 길 위에서 흩어지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피어 피어”와 같이 슬픔을 억누르면서 동시에 토해내는 ‘형용모순(Oxymoron)’을 가사에 담은 ‘진달래’는 따로 언급해야 할 절창이다.

하덕규에게는 ‘사랑일기’처럼 따뜻하고 정감 있는 노랫말도 귀에 쏙쏙 박히는 리듬에 실어내는 능력까지 있다.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 시장 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 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3위 이 영 훈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슬픔의 서정’

가수가 어떤 작곡가를 만나느냐는 그 인생을 좌우할 ‘대사(大事)’임이 분명할 텐데, 그런 면에서 이문세는 대운(大運)을 타고난 가수가 분명하다.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이영훈을 만났기 때문이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붉은 노을’ 등 이문세가 팔아치운 수백만 장의 음반 대부분이 이영훈의 작품이다. 이영훈의 노랫말에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슬픔의 서정’이 깃들어 있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광화문 연가’)

대중들은 이영훈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지었고 고개를 떨궜으며 다시 조그만 미소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노래 하나가 위안이 되고 작은 격려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영훈은 그의 작품으로 증명했다. 작사가가 대체 뭘 더 바라겠는가.

2위 자 이 언 티

 

한국 가요사를 다시 쓸 ‘구어(口語)의 발견’

언제부턴가 가요프로그램을 보면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이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비스트, 버터플라이’에서 둘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자이언티’라는 애매한 가수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MC가 실수를 했다고 여겼다.

‘Zion.T’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자이언티는 김해솔이라는 본명을 지닌 올해 만 27세 청년이다. 데뷔 5~6년 된 이 젊은이를 역대 작사가 TOP 10에, 더군다나 2위에 올리는 것은 그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자이언티는 일상의 일들을 일상 언어(구어)로, 충분히 길게, 더구나 사회적 메시지까지 깔고 노래로 만들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의 노래 ‘양화대교’.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짙은 화장과 짧은 치마 등 현대 여성의 과도한 ‘포장’을 지적한 ‘No make up’, 미래가 불확실한 가수지망생의 고달픈 현실을 그린 ‘쿵’ 등 자이언티의 노랫말엔 2016년 한국 젊은이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귀한 기록이다.

1위 김 민 기

 

청춘의 고뇌 대변한 ‘천재 풍운아’

간혹 진행되곤 하는 한국인들의 애창곡 설문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곡 ‘아침 이슬’.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이며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는 이 노래를 한 번이라도 불러보지 않은 40~50대가 있을까.

양희은의 맑고 청아하면서도 꾸밈없이 당당한 목소리에 실려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의 노랫말도 단순히 대중가요의 그것이 아니다.“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작은 연못’)

하지만 김민기의 노래에는 빼어난 서정성을 자랑하는 곡들이 훨씬 더 많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아름다운 사람’)

그 서정성은 동시에 이 사회의 아픔, 어두운 구속을 조용히 웅변하는 서정성이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친구’)
“헐벗은 내 몸이/ 뒤안에서 떠는 것은/ 사랑과 미움과 믿음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연이나/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두리번거린다’)

흔히 김민기를 이른바 ‘운동권’ 가수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노래는 단지 특정 시대, 특정 집단을 대변한 노래가 결코 아니라 고뇌하는 청춘들의 흔들리는 영혼을 특유의 서정성에 담아낸 ‘노래로 쓴, 젊은 날의 초상’인 것이다. 

글 신용관(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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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6
  • [짬]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  구자명 작가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 너머에 더 많은 진실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죠. 아버지는 목전의 이해나 판단에 갇혀 살지 말라고 하셨어요. 늘 되새기죠.” 강성만 선임기자 “...
  • 2019-07-18
  • 1993년 등단후 '작가회의 술자리 성추행' 폭로한 시 '등단 직후' 소개 "사랑 떠올릴 수 있는 동안 시 잃지 않을 것…직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던져"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등단한 직후 문단 술자리에 나가서 내가 느낀 모멸감을 표현한 시에요.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작가회의...
  • 2019-06-25
  • 民国文人的爱情,生死契约,与子成说,从来不是空口白话 爱情是什么,相信不同的人会有不同的回答。 爱情是初见时,你惊艳了我的时光,从此人间无数繁华,我只爱你的笑靥如花。 爱情是分隔千里,剪不断的绵绵思念,纵是山高路也长,也阻挡不了我们在梦里相聚。 爱情是眼里有光,身边有你。不负这山河万里,不负岁月悠长,执...
  • 2019-06-23
  • 단편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낸 김경욱 진지함·찌질함 공존하는 소설 우연 부딪힌 인간 모습 그려 "한 인간의 生을 들여다보는 건 우주 들여다보는 일과 같아"   현미경으로 보면 근엄한데 망원경으로 보면 폭소를 자아내는 이형의 세계다. 작가 표현을 빌려 저 폭소를 환언하면 `찌질함`쯤 되시겠다...
  • 2019-06-10
  • 브란튼베르그… 여성 웹사이트 '메갈리아' 유래된 '이갈리아의 딸들' 소설가 인터뷰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리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민음사)을 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77)는 기자를 보자마자 물었다. "왜 한국에서 내 책이 다시 잘 팔리기 시작한 거죠?" 1996년 국내에 번역...
  • 2019-06-07
  • "한국 무당 만나고 싶다…차기작 '판도라의 상자' 주제는 환생"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프랑스 베스트셀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5일 "우리가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스스로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이날 ...
  • 2019-06-05
  • 이탈리아 유력신문 인터뷰 …‘표절사태’ 침묵 이후 4년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가 신경숙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노력을 지지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지난 4월17일 소설 ‘리진’의 이탈리아어 번역·...
  • 2019-05-20
  •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 황일호 문집서 홍길동 일대기 찾아 "한글 홍길동전은 18세기 후반에 나온 작자 미상 소설" 황일호 문집에 나오는 홍길동전붉은색 선 안이 제목인 노혁전(盧革傳)이다. 푸른색 선 안은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라는 뜻이다.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
  • 2019-04-24
  • 작가 이외수.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인턴기자] 작가 이외수, 전영자 부부가 졸혼의 형태로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우먼센스’ 5월호에 따르면 이외수 부부는 지난해 말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이혼 논의 끝에 졸혼의 형태로 결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외수 작가...
  • 2019-04-23
  • 옛 사진 보며 대화 끌어내니, 손사래치던 엄마도 이야기 술술 과거 복원하며 이해 커져… 사회적기업 ‘허스토리’가 제작 도와  부모님의 옛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사실만이 분명해진다. 내가 그 시절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다는 사실. 김혜영 기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 2019-04-13
  • 신동엽 시인 50주기 장남 신좌섭-연구자 김응교 인터뷰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신동엽 시인의 집이 있던 서울 성북구 동선동 5가 45번지에서 아들 신좌섭(왼쪽) 교수가 신동엽 평전을 낸 김응교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탄압과 암흑의 시대였다. 1975년 4월 30일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에 준하는 ...
  • 2019-04-03
  • 니나의 노나메기를 향한 니나노의 한바탕 [오마이뉴스 이도흠 기자] '버선발'은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곁을 지키고, 한평생 평화와 통일의 길을 걸어온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이 자신의 삶과 철학, 민중예술과 사상의 실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 의 주인공입니다. '버선발'은 '맨발, 벗은...
  • 2019-04-01
  •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봄이 왔습니다. 아름다운 산천이 우리를 손짓합니다. 우리의 터, 우리의 숨결, 우리의 력사, 우리의 문화가 어울려 아름다운 서정과 풍경으로 우리를 부릅니다. 우리 연변주 관광산업의 정신에 힘입어 연변을 중심으로 나아가 동북3성을 비롯한 국내외 아름다운 화폭과 서정의 ...
  •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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