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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거른 노벨문학상, 올해는 누구 품에?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9월14일 09시59분    조회: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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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벨상 시즌이 다가온다
문학상은 10일 발표하기로
지난해 성추문 등으로 건너뛰어



응구기 와 시옹오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온다. 노벨재단은 다음달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4일 경제학상까지 2019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일정을 내놓았다. 노벨상 여섯 개 분야 가운데 가장 일반의 관심이 높은 문학상과 평화상은 각각 10일과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문학상의 경우 예년에는 발표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고 발표에 임박해서 밝히곤 했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사전에 공지했다.

2019년 노벨문학상의 더 큰 특징은 수상자를 두 사람 낸다는 사실이다. 1901년부터 시행된 노벨문학상의 역사에서 공동 수상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04년과 1917년에 두사람씩 수상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심사 결과 공동 수상자를 내게 된 것인 데 반해, 올해 노벨문학상은 처음부터 두 명의 수상자를 내기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누루딘 파라올해 노벨문학상이 두 명의 수상자를 내기로 한 것은 지난해 시상을 한 해 걸렀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심사위원 남편의 미투 논란과 심사 결과 사전 누출 의혹 등으로 내홍에 휩싸이면서 결국 수상자 발표를 포기한 것. 노벨재단은 문학상 주관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며 스웨덴 한림원 쪽의 제도 정비와 명예 회복을 압박했고, 한림원은 심사위원인 회원 교체 등의 조처를 거쳐 올해 두 명의 수상자를 내기로 결정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된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은 누가 될까. 노벨문학상 심사 과정은 사후 50년 동안 비밀에 부쳐진다. 지금 공개된 것은 1901년부터 1968년까지의 심사 과정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공식 발표를 앞두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유력’ 후보 명단은 거의가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로크스에서 실시하는 베팅의 상위 순번들이다. 베팅 결과가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쪽집게처럼 수상자를 맞힌 해들도 있었고, 베팅 순위 1위는 아니더라도 5위나 10위 이내에 든 작가들이 최종 수상자가 된 경우도 많았다.

아프리카 흑인작가 응구기, 파라

여성작가 애트우드, 오츠 등 거론

무라카미 하루키지난해에는 수상자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도박 사이트의 자료도 없었지만, 2017년의 베팅 순위를 참조할 만하다. 이해의 수상자는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였는데, 그는 사실 최종 순간 래드브로크스 베팅 순위 10위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1위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였고 2위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3위는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였다.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이탈리아), 하비에르 마리아스(스페인), 아도니스(시리아)가 그 뒤를 이었고, 다음으로는 돈 드릴로(미국), 옌렌커(중국)에 이어 한국의 고은 시인이 베팅 순위 10위에 올라 있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은 사실 예상 밖이었는데, 그 전해인 2016년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스웨덴 한림원이 ‘전통적 문학성의 회복’을 상징할 만한 인물로 이시구로를 택했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마거릿 애트우드논픽션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년)와 팝 가수 밥 딜런, 정통파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등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여온데다 지난해에는 성 추문과 심사 결과 유출 의혹까지 겹쳐 권위에 큰 손상을 입은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누구를 수상자로 내세워 명예 회복에 나설지가 벌써부터 관심사다. 2017년 래드브로크스 베팅 순위에서 앞자리에 올랐던 응구기와 하루키, 애트우드 등은 최근 몇 년 새 줄곧 유력 수상 후보로 꼽혀 온 이들이다. 특히 마지막 아프리카 작가의 수상이 2003년 존 쿳시였으며 그가 흑인이 아닌 백인이었기 때문에(쿳시 이전의 아프리카인 수상자인 1991년의 네이딘 고디머 역시 백인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아프리카의 흑인 작가 몫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만만치 않다. 그 점에서 응구기는 올해도 유력 후보로 꼽을 만하다. 응구기와 함께, 소말리아 작가인 누루딘 파라 역시 아프리카 흑인 작가를 대표해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올해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바 있다.

이스마일 카다레하루키는 최근 10년 새 래드브로크스 베팅 순위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랭크돼 왔다. 그는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독자를 거느린 인기 작가이기 때문에 언젠가 그가 일본의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리라는 예측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동시에 하루키 문학은 어디까지나 대중문학이고 노벨문학상이 요구하는 ‘문학적 이상’에 미달하기 때문에 그의 수상은 끝끝내 가능성으로만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팽팽하게 맞선다.

최근 문학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페미니즘 물결 속에 여성 작가의 수상 여부도 관심을 끈다. 여성 작가 가운데에서는 마거릿 애트우드와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를 주목할 만하다. 애트우드는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평가 양자를 거머쥔 작가로 캐나다는 물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영어권 독자들 사이에 지명도가 매우 높은 이다. 대표작 <시녀 이야기>의 속편으로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라 있는 그는 언제 노벨상을 거머쥐어도 이상하지 않을 작가로 평가 받지만, 같은 캐나다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가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꼽힌다.

밀란 쿤데라노벨문학상과 미국의 관계는 껄끄럽다 못해 적대적이라고까지 얘기된다. 스웨덴 한림원이 유독 미국 작가들에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밥 딜런 이전 미국의 마지막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지난 8월에 별세한 토니 모리슨이었는데, 무려 26년 전인 1993년의 일이었다. 밥 딜런을 2016년 수상자로 결정한 것조차도 미국 문학에 대한 스웨덴 한림원의 고도의 ‘안티’였다고 해석될 정도다. 지난해 숨진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는 영어권 최고의 작가로 꼽혀 왔음에도 스웨덴 한림원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로스에 이어 노벨문학상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 받는 미국 작가가 조이스 캐럴 오츠와 돈 드릴로, 토머스 핀천, 코맥 매카시 등이다. 특히 오츠는 여성인데다 ‘정통’ 문학만이 아니라 장르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미국 작가들에 비해서도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은
그밖에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인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와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 스페인 소설가 마리아스, 중국 소설가 옌렌커 등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옌렌커는 같은 중국 소설가 모옌이 2012년 수상자라는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10년 가까이 유력 후보군에 속해 왔던 고은 시인은 최근 불거진 ‘미투’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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