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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책을 읽고 17세 소녀가 쓴 첫 책이 명작 반열에 오르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5월22일 00시30분    조회: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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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의 책 세상 - 알베르 카뮈 《이방인》과 안 소피 브라슴 《숨쉬어》

소설을 읽은 뒤 감상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인상에 고무되어 소설 쓰기에 도전한다면? 생전 처음 쓴 소설이 엄청난 반향까지 일으킨다면? 상상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목적이 다를 것이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느낌이 다 다른 것처럼. 며칠 전 사석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은 두 사람의 의견이 달라 격론이 벌어졌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가족이 여행 간 뒤 혼자 남은 가정주부 프란체스카와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나흘간의 사랑’에 대해 A는 킨케이드를 따라가지 않고 끝까지 가정을 지킨 프란체스카를 높이 샀다. 하지만 B는 나흘간의 도둑 사랑을 평생 가슴에 안고 뻔뻔하게 가족을 속인 프란체스카가 가증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가족이 놀러 간 사이 집에 혼자 남게 된 유부녀와 홀연히 등장해 고인 물에 파장을 일으키는 외지인 남자, 짧고 뜨거운 사랑과 길고 아릿한 이별, 소설 쓰기에 딱 좋은 모티브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읽은 뒤 감상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인상에 고무되어 소설 쓰기에 도전한다면? 생전 처음 쓴 소설이 엄청난 반향까지 일으킨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숨쉬어》를 쓴 안 소피 브라슴은 17세의 고등학생이었다. 《숨쉬어》는 2001년 프랑스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판되자마자 며칠 만에 초판이 다 팔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다.

프랑스 문단에 데뷔한 최연소 작가의 작품 《숨쉬어》는 ‘이미 거장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평가와 함께 프랑스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84년생인 브라슴은 스물한 살에 두 번째 소설 《몬스터 카니발》을 발표하여 역시 호평을 얻었다.

사형의 목전에서 새 세계를 만난 이방인

안 소피 브라슴은 《이방인》의 어떤 내용에서 영감을 얻었고, 자신의 소설에 카뮈의 정신을 어떻게 녹여냈을까. 우선 《이방인》부터 살펴보자. 성실하게 회사에 다니지만 매사 무관심한 뫼르소에게 양로원에서 지내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딱히 나눌 대화도 없고 더 이상 보살필 수도 없어 양로원에 보냈던 어머니다.

뫼르소는 슬픔을 표하지도 않은 채 장례식을 무덤덤하게 치른다. 집으로 돌아와 해수욕장에 간 뫼르소는 거기서 회사 동료였던 마리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마리가 “나를 사랑하나?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뫼르소는 “사랑하진 않지만 결혼하자”고 답한다.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뫼르소는 몇몇 사람들과 만남을 갖지만 대개의 경우 무관심하고 무덤덤하게 대한다. 그러면서도 도움을 주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주인공의 성격처럼 무덤덤하게 흘러가던 《이방인》은 이른바 ‘태양 살인’에서 급반전한다. 바닷가에서 함께 놀러 간 레이몽의 권총을 보관하고 있던 뫼르소. 혼자서 산책을 나갔을 때 전날 일행과 다툼을 벌였던 사람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 사람이 칼을 빼드는 바람에 뫼르소는 무심결에 총을 뽑아 쏘고 만다. 마침 강렬한 태양빛이 뫼르소의 눈을 찌른다. 

뫼르소가 재판을 받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그간 뫼르소가 무덤덤하게 행동한 것이 일부 무심한 증인들과 악착같은 검사에 의해 모두 악(惡)으로 치부되고, 솔직하게 드러낸 자신의 심경은 모두 유죄의 근거가 된다. 뫼르소에게 도움을 주려는 친구들의 증언이 채 펼쳐지기도 전에 싹둑 잘린다.

사형 언도를 받고 죽음으로 불려갈 ‘새벽’을 두렵게 기다리는 뫼르소에게 신부가 찾아온다. 이 장면에서 카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독자에게 격렬하게 표현한다. 신부가 “인간의 심판은 아무것도 아니고 하느님의 심판이 전부이니 죄의 짐을 씻어버려야 한다”고 말하자 뫼르소는 “나는 범인으로 형벌을 받는 것이니 그 이상 더 나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고 답한다.

신부는 천국을 생각하라며 기도해주려 하지만 뫼르소는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 나에게 이것밖에 없다. 이 진리를 굳게 붙들고 있는 내 생각은 옳다”고 말한다. 매사 무관심했던 뫼르소가 사형을 목전에 두고 새 세계에 눈뜬 것을 행복해하는 이야기 《이방인》. 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고, 다른 장르로 각색되는 등 문학사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평범한 남자가 불행으로 어이없이 떠밀려 들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통해 삶을 깊이 성찰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냉철한 인간의 의식으로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인간 존재를 부조리의 산물로 보려는 견해가 나타났고 이를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구현한 작가가 바로 알베르 카뮈이다.
 

이방인에 매료된 소녀가 만든 운명

안 소피 브라슴 《숨쉬어》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태어난 카뮈가 29세에 집필한 작품 《이방인》을 읽은 17세의 프랑스 소녀 안 소피 브라슴. 깊은 인상을 받고 바로 소설 쓰기에 돌입해 몇 달 만에 《숨쉬어》를 완성한다.

《숨쉬어》의 주인공 샤를렌 보에, 겨우 열여덟 살의 나이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서 지낸다. “확실히 나는 잔인했다.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잔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잔인했다”는 읊조림으로 소설은 회상을 시작한다. 

풍족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아버지는 늘 집에 없고 어머니는 다른 아저씨를 좋아하며 남동생은 말이 없다. “우리 가족은 이방인처럼 살았다”고 말하는 샤를렌은 ‘얼음으로 만든 벽 같은 아이’가 되어간다. 샤를렌은 처음으로 마음을 준 친구 바네사가 열한 살 때 이사를 가자 일주일 내내 울면서 ‘사는 것이 괴롭다’고 생각한다.

샤를렌은 명문 쇼팽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린 시절과 작별하고 최고가 될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쇼팽중학교에서도 최우수반에 들어간 샤를렌은 성적이 떨어질까봐 두려움에 떨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철저히 혼자가 된다. 

사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샤를렌은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삶은 부조리일 뿐이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어디서나 인기를 끄는 매력적인 소녀 사라와 친하게 된다.

매사에 자신 없고 마음 붙일 데 없었던 샤를렌은 사라에게 빠져들며 행복을 느끼지만 시도 때도 없이 마음 지옥에 빠지고 만다. 친구를 추종하는 샤를렌의 강박증과 친구를 이용하는 사라의 교묘한 태도가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혼란한 샤를렌에게 다행스럽게도 소년 막심이 다가온다. 막심을 사랑하면서 강박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샤를렌을 사라는 또다시 교묘하게 흔들어 놓는다. 결국 배신을 당하고 마는 샤를렌은 잠자는 사라를 베개로 눌러 살해한다. 그 순간 뫼르소가 방아쇠를 당기던 순간을 되새긴 샤를렌은 ‘뫼르소의 운명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숨쉬어》는 열일곱 살 소녀가 또래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생생하면서 설득력이 있다. 아울러 열일곱 살 소녀들의 섬세한 감성이 잔인한 결과를 낳는, 개연성 넘치는 과정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샤를렌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타이르면서도 결국 늪에 빠져버리고 마는 일련의 과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더라도 방아쇠를 당기는 뫼르소와 베개를 누르는 샤를렌이 외치는 부조리한 세상의 비극이 합리화될 순 없지만. 

《이방인》과 《숨쉬어》를 연이어 읽고 또 다른 소설을 구상해 보라.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책은 계속 출간된다. 책이 책을 낳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을 안고서.
 

이근미 톱클래스 객원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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