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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에서 '채식주의자'까지… 세계가 취한 '한국문학' 125년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7월1일 14시38분    조회:2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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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학’이 해외에 번역 소개된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획전이 열린다. 1892년 오사카 아사히신문에 ‘춘향전’이 연재된 것을 시작으로 작금에는 신예작가들의 작품까지 해외에 빠르게 소개되기까지의 과정과 현황을 번역본, 영상, 강연으로 입체적 실감을 하는 자리다. 서울 은평구가 운영하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관장 김시업)이 7월 12일부터 9월 17일까지 주최하는 기획특별전 ‘세계가 취(醉)한 우리문학’이 그것이다.

고은(오른쪽)의 영문시에 해외 아티스트가 삽화를 그려넣은 아트북(왼쪽·가운데).
전시는 고전부터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세계가 취한 봄의 향기’는 ‘춘향전’의 번역 실태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자리로 춘향전 완판과 경판, ‘옥중화’로 이어지는 국문 ‘춘향전’ 전개과정과 19세기 말에 출판된 초기 번역서를 선보인다. 드레스를 입은 춘향이 삽화로 등장하는 책들이 흥미롭다. ‘춘향전’ 번역 과정을 살펴보면 해외 열강들이 어떤 시각으로 근대에 우리 문학을 번역하기 위해 접근했는지 드러난다. 1부를 기획한 권순긍 세명대 교수는 “처음에는 강화수호조약 이후 조선을 알기 위한 의도로 일본이 춘향전 번역에 나섰다면 1910년 이후 관변 일본학자들의 번역은 민족성의 실체를 파악해 식민 지배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였다”면서 “이어진 고종의 자문 알렝의 영어 번역과 프랑스판 춘향전은 서구의 자유연애 관점으로 상상한 오리엔탈리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전시에서는 희귀자료와 함께 영상도 선보인다. 


 

해외에 번역된 윤동주의 작품
2부는 ‘동북아시아 평화의 창구멍’을 낸 정지용과 윤동주의 번역문학을 전시한다. 사제관계인 두 시인의 작품 연관성을 분석하고, 정지용 친필 편지와 함께 풍성한 윤동주 번역본 컬렉션을 선보인다. 2부를 기획한 김응교(숙명여대 교수) 시인은 “정지용의 ‘띄’와 윤동주의 ‘슬픈 족속’ 사이의 유사성을 살펴보면 윤동주가 정지용 시를 사숙하며 형성해간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영혼의 선생과 제자 관계였던 두 사람을 특별히 같은 공간에 나란히 전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시인은 “윤동주를 중국이 조선족 애국시인으로 선전하는 마당에 정작 윤동주 작품의 중국어 번역본은 1권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지용
3부 ‘세계가 읽는 순간의 깨달음’은 해외에 가장 많이 번역된 고은 시인에 집중한다. 고은의 시는 1992년 처음 번역된 이래 지금까지 21개 언어로 100여종이 번역 출판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 70여 종을 모았다. 처음 공개되는 드로잉과 서예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별히 고은의 영어 번역시 18편을 대상으로 해외 화가 6명이 그림을 그려 프랑스 출판사가 한정본으로 출판한 아트북도 국내에 처음 전시된다. 고은의 영문시를 오른쪽에 인쇄하고 화가가 그에 관한 인상을 왼편에 그려 넣는 방식이다.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도서전에 출품됐고 중국에서도 소개됐지만 국내 전시는 처음이다. 3부를 기획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초기에 민중시인이자 승려시인 이미지였던 고은 시인이 ‘민족의 고은’에서 점차 ‘인류의 고은’ ‘사랑의 고은’으로 이미지가 바뀌는 과정이 번역이 활발해진 시기와 맞물리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막식 이후 전시장에서 고은의 강연과 시 낭송회도 열린다.

1892년 불어로 번역된 ‘춘향전’
4부 ‘젊은 문학 미래와의 소통’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해외에 소개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세계 문단이 주목하는 신진작가 그룹으로 배수아, 한강, 김영하, 김애란을 선정해 이들의 번역서와 인터뷰·낭독회 영상을 소개한다. 4부를 기획한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문학의 대표작가를 세계에 소개하는 흐름에서 동시대 독자들이 함께 호흡하는 한국 작가 작품들을 번역하는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면서 “세계인들과 동시에 존재감을 나누는 한국 작가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문학’ 대신 ‘우리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문학을 포함한 해외 디아스포라 동포 문학을 포괄하기 위한 배려다. 김시업 관장은 “춘향전이 가장 많이 번역돼 있지만 아직 통계가 불확실한 상태”라며 “이번 전시가 해외 우리문학 번역 실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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