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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포크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세계 문학계의 반응은 한 단어였다. 경악.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는 가즈오 이시구로(63)가 5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잘못 호명된 줄 알았다.
이시구로 스스로 “가짜 뉴스의 희생자인가 의심했다”고 할만큼 의외의 선택이었다. 다만, 그의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 식 ‘의식의 흐름’ 기법을 닮아 있기에 ‘너무 어렵다’는 평을 제외하고는 ‘자격’ 시비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돌이켜보면, 노벨상 중에서도 문학상과 평화상은 자주 논란이 됐다. 노벨평화상은 정치적 색채 때문에 가장 논란이 많은 부문이고, 노벨문학상 역시 작품의 완성도나 경향성에 따라 역시 소음이 적잖았다. 의학상, 물리학상 등 과학분야와 달리 성취에 대한 평가가 개인의 가치관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을 하는 헤르타 뮬러(Müller)가 2009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논란이었다. 영미권에서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유럽중심주의’에 빠졌다는 논란과 “영어권에서 모르면 작품성이 없다는 뜻이냐”는 반박이 뜨거웠다.
학대당하는 여성을 주로 그린 희극 작품을 쓴 엘프리드 옐리네크(Jelinek)가 2004년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을 때는 논란이 더 뜨거웠다. 모국인 오스트리아, 그리고 옆나라 독일에서만 알려진 작가라는 점 말고도 ‘성(性)’을 지나치게 담대하게 다뤘다는 점에 점잖은 지식인들이 흥분했다.
한림원 회원 크누트 안룬드는 “예술적인 구성이라고는 없이 그저 많은 양의 글자를 삽으로 퍼 날랐을 뿐이다. 징징거리기만 하는, 도저히 즐길 수 없는 대중적 포르노그래피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기고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 옐리네크 자신도 “내가 여성이라서 수상자로 선정됐다면 곤란하다. 차라리 피터 한트케(오스트리아 작가, 희곡 ‘관객모독’으로 유명하다)가 받는 편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상식에도 불참했지만, 세상의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 3의 사나이’를 쓴 영국작가 그레이엄 그린, 현란한 문학적 수사가 돋보이는 소설 ‘롤리타’를 쓴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나브코프, 미국의 20세기 문학을 대표하는 유대인 작가 솔 벨로우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1974년 노벨문학상은 뜻밖에 스웨덴의 두 작가에게 돌아갔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에위빈드 욘슨(Johnson)과 하뤼 마르틴손( Martinson). 상대적으로 대중적이고 가벼운 작품을 쓰는 두 사람이 수상하자 또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마르틴손이 한림원 회원이라는 것은 비판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자기가 자기에게 감투 씌웠다”는 비난이 나왔다. 수상 4년 후인 1978년 마틴손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74세였다.
비난을 즐긴 작가도 있었다. ‘브루조아의 광대 노릇을 하는것에 지쳤다”고 선언, 공산주의적 경향의 블랙코미디를 주로 쓴 이탈리아 희곡가 다리오 포(Fo)가 1997년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아예 바티칸 공식 신문까지 나서 이렇게 비난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의 작가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보수 및 극우정당의 항의가 잇달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고 전해진다.
“노벨상을 받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네. 이렇게 많은 늙은 화석들의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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