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김인순: “경계지역의 삶 작가로선 축복”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0월31일 09시17분    조회:141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춘향은 절대 열녀가 아닙니다. 미모에다 남자가 자고 싶으면 자주고, 남자가 떠나면 정절을 지키고, 그런 여성은 사실 없습니다. 조선 반도 남성이 만들어낸 상상 속 여성일 뿐입니다. 이몽룡 같은 인물이 와서 구원해줄 필요도 없고, 구원받고 싶으면 자기 스스로 구원하면 됩니다.”

중국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작가로 각광받고 있는 조선족 작가 진런순(金仁順·47)이 2012년 ‘준마문학상’을 수상한 장편 ‘춘향’에서 춘향은 이몽룡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세계일보

 
제11차 한중작가대회가 열린 중국 지린성 창춘에서 만난 조선족 중국 스타작가 진런순. 한국어를 모르는 그녀는 “부모님들의 조선어는 어떤 위안과 어루만짐처럼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젖어 있었다”면서 “나의 글쓰기는 일종의 추억이자 탄식이었다”고 국내에 번역된 소설집 ‘녹차’ 서문에 적었다.
왜 그런 결말을 지었는지 묻자 진런순은 명쾌하고 단호하게 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춘향전은 하층 계급 여자가 미모를 통해 구원받는 이야기였는데, 춘향이라는 인물의 내적 갈등이나 심리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녀가 지은 소설에서 춘향은 어머니 ‘향부인’(월매)을 비롯한 약한 여성들끼리 서로 돕고 연계하면서 강한 존재가 되고, 그 유토피아에서 스스로 구원받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 소설 속 춘향은 전통적인 이야기 속의 인물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지난 17일 제11차 한중작가회의가 열리던 중국 지린성 창춘 쑹위안 호텔에서 진런순을 독대했을 때 춘향 이야기부터 물었다.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그녀의 장편인데 춘향이 이몽룡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소개 글을 접하고 이 이야기에서부터 진런순 문학의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두 종류의 소설을 쓰는데, 하나는 객관적인 중국 현대인의 삶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뿌리인 조선족 관련 이야기라고 했다. 조선족 이야기를 쓸 때면 자신도 모르게 페미니스트가 된다고 했다. 그녀는 한반도가 여성에 대한 비하적 전통이 강했고 지금도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춘향 이야기로 진런순에 대한 섣부른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귀국해서 국내에 유일하게 2014년 번역된 그녀의 소설집 ‘녹차’(글누림)를 읽으면서 이런 작가를 뒤늦게 접했다는 사실이 미안할 정도였다. 

중국에서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는 현대 남녀의 연애 심리를 다룬 표제작에서는 그냥 머리를 끄덕였지만, 첫머리로 돌아가 읽기 시작한 ‘복숭아꽃’은 가위 절창이었다. 남자를 둘러싼 모녀의 애증을 담담하게 풀어가는 절제된 문장 속 이야기가 뜨거웠다. 이어지는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네’는 단아한 문체에 실린 관능과 사랑의 슬픔이 잔잔하고 격하게, 스미듯 아프게 읽혔다. 

조선어를 모르는 그녀는 이 한국어판 소설집 서문에 “엄마와 아빠의 타향이 나의 고향이긴 하지만 당신들의 고향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진런순의 부모는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건너와 지린성에서 4남매를 낳았다. 아버지는 탄광촌 구락부(극장) 책임자였는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점심을 배달하며 극장에서 살다시피하면서 영화는 물론 각족 공연에 접하면서 진런순은 성장했다. 문화혁명이 막 끝나던 1970년에 태어나 각종 세계문학이 구비된 도서관에서 책을 끼고 살기도 했다.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천혜의 환경을 누린 셈이다. 정작 미대를 가려다가 우연찮게 길림예술대학 연극문학부에 들어갔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문예지에 투고해 원고료가 생활비를 상회할 정도로 문재를 발휘했는데, 대학시절부터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작가’라는 문예지에서 10여년간 편집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투고작들을 줄이고 고치는 일을 했다. 이때 경험이 자신의 문체를 단정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술회한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유수의 문예지에 고르게 작품을 발표하고 나서야 작가로 대접을 받는데, 이 과정을 1996~1997년 수행했다. 정치적 이념에서 자유로워진 중국의 ‘치링허우’(1970년대생 출생자) 유명 문예지 작가 특집(1998년)에 진런순이 선정되면서 그녀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녹차’가 영화로 각광받은 뒤 ‘엄마의 장국집’이라는 드라마도 썼다. 그녀의 작품이 러시아 연극 무대에 올랐고, 영어로 번역된 작품도 다수다. 

정작 한국에서 그녀의 작품이 홀대받는 편이다. 4남매 중 막내인 그녀만 형제 중에서 조선어를 할 줄 몰라 통역을 옆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안타까움이 컸다.

“제 신분은 조선족 작가라기보다 먼저 작가, 글 쓰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조선족 관련 글을 쓰기는 했지만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고, 중국은 땅이 너무 크고 민족들이 많아서 소수민족 작가 중 유명 작가들이 많지만 누구도 소수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 자신도 조선족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전국적인 소수민족문학상인 ‘준마 문학상’을 받으면서부터 아, 진런순이 조선족이구나, 그래서 그렇게 썼구나, 비평가들이 인식한 거였죠. 중국에서는 조선어를 몰라 조선족 작가와 교류하지 못하고 한국에 가면 중국 작가라는 두 개의 변경 지대 신분, 괜찮아요. 작가로서는 오히려 좋습니다.”

그녀는 하나하나의 작품에 최선을 다해서 쓸 뿐, 대작에 대한 욕망은 없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결국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도 이해와 소통이 어렵고 혈통과 혈맥은 한반도 사람인데 이렇게 한국 기자를 만나서도 통역이 필요한 한계가 있듯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는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면서 “소통 자체는 불가능하지만 소통하려는 과정에서 인간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따스함과 부드러움, 그것이 알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싱글의 이미지가 강해 조심스럽게 결혼 여부를 물었더니 그녀는 조각을 하는 길림예술대 교수 남편과 아빠를 닮아 공예 솜씨가 좋다는 열세 살 딸아이와 단란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가정생활과 문학 작품은 분명하게 구별한다고, 웃으면서 못박았다.

주로 중단편에 매진한 그녀는 두 번째 장편으로 중국에 와 있는 한국 사람, 한국에 가 있는 중국 노동자와 유학생들을 다루면서 작금 중국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연말쯤 한국에 들어와 체류하면서 구체적인 취재와 집필에 몰두할 예정이다. 

진런순이 지금까지 써온 소설의 3분의 1 정도는 중국 고전소설의 전통을 활용한 조선 이야기였다. 이런 유의 작품은 아주 정치하고 아름답고 화려하게 썼는데 외국 독자들도 좋아해서 항상 선집에 들어가고 번역됐다고 한다. 황진이가 파계시킨 지족 선사와 나눈 정신과 육체에 관한 담론을 소설로 승화시킨 ‘승무’라는 작품은 모스크바에서 연극으로도 상연했다. 이 작품 속 황진이도 페미니스트냐고 물었더니 김인순씨, 명쾌하다.

“물론이죠. 내가 쓴 인물인데.” 

창춘(중국)=글·사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엄마야 누나야''부용산'등을 작곡한 작곡가 안성현(1920-2006년) 선생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제1회 안성현 선생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오는 10월 7일 열린다. 나주 남평 지석강변에 세워져 있는 안성현의 엄마야 누나야 노래비[연합뉴스 자료] 나주문화원...
  • 2016-08-19
  • 정유정·김경욱·김숨·데이비드 밴 등 국내외 28명 작가 참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국내외 젊은 작가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인 '서울국제작가축제'가 다음 달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1주일간 열린다. 한국문학번역원이 2006년부터 시작해 격년으로 열어온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올해...
  • 2016-08-12
  •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시에 있는 윤동주(尹東柱) 생가에 그의 문학적 멘토였던 정지용(鄭芝溶) 시비 건립이 추진된다. 중국 룽징시 방문한 김영만 옥천군수(맨 왼쪽) [옥천군 제공 = 연합뉴스]   정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은 올해 시비 건립...
  • 2016-08-01
  •   7월 18일 오전, 연변대학 조선-한국학원 국제회의실에서 30여명의 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김학철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좌담회”가 열렸다. 연변대학 조선-한국학원 리관복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학철선생의 아드님인 김해양선생이 “항일투쟁시기 김학철선생의 잊을수 없는 두 전우”라는 테...
  • 2016-07-26
  • 수상자 신금화시인(가운데) 7월 2일 오전, 한국리상화기념사업회와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에서 주최하고 한국(주)에나 인더스트리가 후원한 “제2회 리상화문학상시상식”이 연길시 신개원호텔에서 개최되였다. 멀리 흑룡강성 동녕현 삼차구진에 살고있는 신금화시인이 시 “밤”으로 수상의 ...
  • 2016-07-04
  • 한국문학이 베스트셀러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어느덧 베스트셀러 명단에 한국문학이 떡하니 이름을 올렸고, 때로 절판의 낭떠러지까지 내몰렸던 한국문학 신간은 이제 ‘출간→매진→중쇄’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추세다. 한강 소설가의 첫 맨부커상 수상이란 낭보도 독자 가슴에 숨겨졌던 문학의 향수를...
  • 2016-06-22
  • [동아일보] ‘부커상’ 수상 한강 필두로, 김연수-편혜영 등 해외계약 잇달아 다양하고 보편적 주제로 어필 한국문학 세계화의 축이 바뀐다. 그간 한국문학 해외 진출을 끌어온 시와 소설들은 ‘한국적인 것’이었다. 시인 고은과 소설가 이문열 황석영 씨 등을 중심으로 분단 등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
  • 2016-06-14
  • 귀국 후 첫 기자회견…"수상 예상 못해…11년 전 소설로 상 받으니 이상해"  신작 '흰' 소개…"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 바라봐"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잖아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지난 17일 ...
  • 2016-05-24
  • 등단부터 주목받아온 '차세대 韓문학 기수'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작된 질문에 답하는 과정"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작가의 이력과 작품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
  • 2016-05-17
  • 丁亚平(中国艺术研究院电影电视艺术研究所):记得大约是在2012年4月份,电影审查委员会审查此片的时候,特别通知我们说有重点电影,大家尽可能要克服困难来参加。接到这样的通知,我有幸参加了第一版的看片。这个版本很长。我们通常一个下午看两个片子,但是这个片子我们看了一个下午。看之前,就知道《白鹿原》是一个重...
  • 2016-05-03
  • 【著名作家陈忠实去世】记者从陈忠实家人处获悉,今晨7:40左右,著名作家茅盾文学奖获得者陈忠实,因病在西安西京医院去世,享年73岁。《白鹿原》是陈忠实成名著作,其他代表作有短篇小说集《乡村》、《到老白杨树背后去》等。 陈忠实,中国当代著名作家,中国作家协会副主席。《白鹿原》是其成名著作,其他代表作有短篇小...
  • 2016-04-29
  • 세르반테스(左), 셰익스피어(右)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스페인) 마드리드 대신 (영국) 런던에서 살았더라면 더 나은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등장한 비유다. 지난 23일(현지시간)은 근대소설의 효시로 여겨지는 『돈키호테』 작가인 세르반테스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 2016-04-26
  • 연변작가협회가 주최하고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가 주관한 이상각시선집 《이상각 사랑의 서정시》 출간회 및 세미나가 정선아리랑연구소의 후원으로 지난 22일 연변대학 과학기술청사 세미나실에서 개최되었다. 민족문자출판특별지원자금프로젝트의 중국조선문우수문예작품선집으로 지난 3월 연변교육출판사에서 출...
  • 2016-04-25
  • [400년의 매혹] 23일, 대문호 떠난지 400년 영국 미들랜드 장갑 제조공의 아들…세계가 존경하는 작가로 성장 인간과 세상 꿰뚫은 통찰에 공감 셰익스피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흡수해 예술적이고 정교한 언어로 작품에 녹여냈다. 그의 작품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다채롭게 변주돼 그 시대의 삶을 반추하게...
  • 2016-04-22
  • 구글라이브러리 프로젝트 [구글 캡처]  미국 대법원이 18일(현지시간) 구글의 전자책 프로젝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Google Books Library Project)의 저작권 침해 심리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짧은 명령서를 통해 “소송 당사자인 개별 작가들이 구글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
  • 2016-04-19
  • 조문헌작가가 11일 그가 교편을 잡았던 북경대학에 복귀하였다.  이딸리아에서 묵직한 영예를 받고 돌아온 안데르센상 수상자 조문헌은 막언, 류자흠에 이어 세계문단에서 이름을 떨친 또 한명의 중국 당대작가이다.  수십년간 아동문학창작에 몰두해온 조문헌은 시종일관 소년아동의 생존상태와 심령세계에 주목...
  • 2016-04-14
  • 재외동포 문학육성을 위하여 2016년「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공모전」을 실시합니다. 전 세계 170여개국 720만 재외동포 대상으로, 문학적 창작활동을 장려하고 한민족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 모국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시행하는 문학상 공모전에 재외동포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
  • 2016-04-07
  • 중국아동문학작가 조문헌교수가 4일, 이딸리아 볼로냐 국제아동 도서 전시회에서 2016년 국제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중국작가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 국제 안데르센상은 국제 아동련맹이 1956년에 설립한 상으로 2년에 한번씩 평가한다. "아동문학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본 상은 "세계적인 범위에서 우...
  • 2016-04-07
  • 검찰이 표절 의혹이 제기돼 고발당한 소설가 신경숙씨(53·사진)를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신씨를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두 혐의 모두 법리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면서 “출판사 입장...
  • 2016-03-31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