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18세 연하 향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격정 연서'
클로드 란즈만 감독에 쓴 편지 65년 만에 공개
사르트르와 '열린 계약결혼' 도중 사랑에 빠져
"사르트르 사랑했지만 육체 관계 별거 없었다"
평생 동반자에 대한 '성적 불만' 드러내기도
“내 사랑하는 애기, 처음으로 절대적인 사랑, 내 삶에 단 한번 앞으로 다시 없을 사랑.”
당대의 프랑스 지성계를 호령했던 44살의 거장 페미니스트도 18세 연하의 남성 예술가 앞에선 한없이 부드러운 로맨티스트였다.
프랑스 여권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영화감독 클로드 란즈만(93)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65년 만에 공개됐다. 21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드 보부아르는 란즈만에게 총 118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이날 공개된 편지는 195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무르면서 쓴 것이다.
1967년 시몬 드 보부아르. 프랑스 지성계를 대표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반 세기 이상 계약 결혼 상태에서 자유 연애를 구가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편지엔 사랑에 빠진 여걸 사상가의 열정과 탐닉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널 볼 때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 말들을 결코 입 밖에 내진 않을 거야. ‘네가 좋아. 내 몸과 영혼을 다 바쳐 널 사랑해, 넌 내 운명이고 내 영원한 생명이야’라고.”
드 보부아르는 또 이 편지에서 란즈만의 품에 안겨 영원히 머물고 싶다면서 “평생 네 아내가 될 것”이라고 썼다. 란즈만이 첫 사랑이자 다시 없을 사랑이라는 고백도 덧붙였다.
란즈만은 만 26살 때 18살 연상인 드 보부아르를 만났다. 그는 당시 드 보부아르의 비서로 일했다.
란즈만을 만났을 때 드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와 계약 결혼 관계였다. 이들은 1929년부터 반세기 동안 자유로운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자 다른 애인을 두었고 그 관계를 숨기지 않았다.
1960년 3월 쿠바 아바나에서 체 게바라(오른쪽)을 만나고 있는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중앙포토]
이날 공개된 편지에선 드 보부아르가 3살 연상의 사르트르에게 성적으로 불만을 가졌던 사실도 드러났다.
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를 정말 사랑했지만, 난 그만큼 되돌려 받지 못했다”라고 썼고 “그와의 육체적 관계는 별거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가 날 사랑해서 나도 그를 사랑했지만, 사실 서로 친밀하지 않았고 난 그에게 내 마음을 다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선언한 철학서 『제2의 성』으로 프랑스 ‘성 해방 운동’의 선구에 섰다. 『제2의 성』은 출간 첫 주에 2만2000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1953년에 나온 영역본은 2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프랑스 페미니스트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한때 연인 관계였던 영화감독 클로드 란즈만. 사진은 2014년 때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르 몽드에 따르면 이 편지가 공개된 것은 드 보부아르가 입양한 딸 실비 르봉 드 보부아르(77)와 란즈만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란즈만은 “실비 르봉 드 보부아르가 자신의 어머니의 삶에서 날 빼버리고 싶어 했다”면서 “편지를 공개할 마음이 없었지만 실비 르봉이 나를 뺀 채 어머니의 삶을 다룬 책을 출판하려는 계획을 알게 돼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죽은 뒤 이 편지들을 아는 사람이 없을까봐 두려웠다. 역사학자들이 이 편지들을 연구하게 하려고 예일대에 매각했다”고 덧붙였다. 란즈만 감독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큐멘터리 ‘쇼아’(1985)로 제15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로테르담상 수상한 바 있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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