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아시아문학상 받은 중국 대표 작가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참석차 내한
"소수의 스마트한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에 의존하면서 사람들이 바보가 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바보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에 있죠".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쑤퉁(蘇童•58)은 1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편소설 '처첩이 무리를 지었네'가 영화 '홍등'으로 만들어지는 등 중국에서 널리 사랑받는 작가다. '홍분', '양귀비 집', '강기슭'과 같은 작품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1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시아권 문학상인 맨아시아문학상을 비롯해 루쉰문학상, 마오둔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가 17∼18일 열리는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했다. '21세기 동아시아 문학, 마음의 연대: 전통, 차이, 미래 그리고 독자'를 주제로 한 이 포럼에서 그는 '전통: 민간적 상상력의 활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어 한국•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사람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화•현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오랜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쑤퉁과의 문답.
한국 찾은 중국 작가 쑤퉁= 쑤퉁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희 기자]
-포럼 발제에서 전통과 오랜 세월 내려온 민간의 상상력을 강조했는데, 중국 문학이 지닌 힘의 원천도 거기에 있다고 보나.
▲'맹강녀가 만리장성에서 통곡한다(孟姜女哭長城)', 맹강녀가 울어 만리장성이 무너졌다는 뜻의 고사를 인용했는데, 이는 맹강녀가 만리장성에 노역을 간 남편이 이미 죽은 줄 모르고 옷을 주러 갔다가 남편의 죽음을 알고 눈물을 흘려 만리장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눈물 한 방울이 천군만마 힘보다 강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렇게 민간의 상상력에서 얻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민간의 고난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중국 문학 힘의 원천에는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이런 민간의 상상력도 한 부분이라고 본다.
-- 작품에서 도시 하층민의 삶을 많이 다뤘는데, 그 배경은.
▲ 나 자신도 그렇고 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하층민 생활을 많이 했다. 주변 사람 중에는 굴뚝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런 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소설을 썼다. 고향이 쑤저우(蘇州)인데, 거기 낡은 공장이 많았다. 소설 집필을 시작할 즈음에도 쇳소리를 많이 들었고, 이웃들이 그런 일을 했다. 하층민을 소재로 다루는 것은 나 자신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 중국에서 급속히 이뤄진 도시화, 산업화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도시화 자체가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다. 어머니가 오래된 공장에서 일했는데,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오래된 공장이 모두 망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굴뚝에서 늘 연기가 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잡초가 무성하고 귀신 나오는 흉가 같은 곳으로 변했다. 오래된 골목들이 도시화로 다 없어지고 건물들, 오래된 집이 다 없어지고 새로운 길이 생기다 보니 내가 옛날에 살던 집터가 고속도로가 돼 있었다. 내가 고속도로 위에서 자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웃음). 사람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집에서 사는 사람과 시멘트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을 비교할 때 오래된 집에 사는 사람들은 대대로 이어진 전통에서 사는 것이고, 아파트보다 생활 환경이 열악해도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도 IT 기술 발달로 생활상이 많이 변했는데, 사람들의 정신문화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나.
▲ 이 시대의 과학이나 무궁한 발전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빠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이 매년 바뀌고 업그레이드되는데, 사실 5년에 한 번씩 바뀌어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이 목숨 걸면서 많은 걸 포기해 가면서 전화기를 계속 바꾸게 한다. 과학이 아주 많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과학기술에 의존하게 된다. 나도 스마트폰을 거의 끼고 사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퇴화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 그래서 나는 과학기술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사람들 머리가 좋아진 것 같지만, 꼭 그렇게 똑똑한 것 같진 않다. 창의력이 19∼20세기보다 많이 내려간 편이고, 소수의 스마트한 사람이 만든 결과물에 의존하다 보니 다수의 사람이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만 총명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내 소설을 보면 된다. 하하. 농담이다. 유일한 방법은 독서다.
한국 찾은 중국 대표작가 쑤퉁 = 쑤퉁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희 기자]
- 일본에서는 요즘 종이책을 안 보고 이북(e-book)을 많이 보는데, 중국은 어떤가.
▲ 그건 정상적이다. 단지 책을 읽는 방법이 변했을 뿐이다. 그러나 종이책만이 지닌 것들을 잃은 건 매우 슬픈 일이다. 책에는 다른 사람들의 표기나 흔적들이 있고, 어떤 책들에는 그 주인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이북에서는 그런 걸 찾아볼 수 없다. 책은 물려줄 수도 있는데, 기계 안에 있는 것은 물려줄 수가 없다.
- 한국에도 많은 작품이 번역돼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 인기가 많지 않다(웃음). 위화(余華, '허삼관 매혈기' 등 작가)가 훨씬 더 인기가 많아서 부럽다. 세계적인 주목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쓰는 편인가.
▲ 특정 독자나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쓴다. 소수의 독자가 읽더라도 작품을 통해 그들과 마음이 연결된 것처럼 느낀다. 작품이 자기 친구를 찾아가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이재희 기자) /인민넷 한국어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