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날것의 우연이 만드는 삶…그 무력감 담았죠"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6월10일 15시25분    조회:58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단편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낸 김경욱

진지함·찌질함 공존하는 소설
우연 부딪힌 인간 모습 그려
"한 인간의 生을 들여다보는 건
우주 들여다보는 일과 같아"




 
현미경으로 보면 근엄한데 망원경으로 보면 폭소를 자아내는 이형의 세계다. 작가 표현을 빌려 저 폭소를 환언하면 `찌질함`쯤 되시겠다. 허벅지 더듬는 애인 부친에게 반격조차 못했는데 이별을 통보받고, 장난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다 공유해선 안 될 비밀을 들으며, 오직 타의로 조선족 아이를 집에 바래다 주고선 정체 불명 액체를 삼키는 상황은 찌질해서 웃기다. 근데 결코 우습진 않다.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문학동네 펴냄)을 출간한 김경욱 소설가(48)를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에서 만났다. 비 내리는 오후, 가벼운 셔츠 차림인 그가 내일모레면 `쉰`이 된다는 사실은 김경욱 애독자라면 수용하기 힘든 무력한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여전히 `웃기는` 문체로, 아직도 `찌질한` 내용으로, 그러나 `한 방 터뜨리는` 우연과 필연의 글로 다가온다. 

소설집을 관통하는 두 키워드는 `일상`과 `날것`이다. 모호한 삶에 우연 한 방울부터 스민다. "일상은 늘 모호하잖아요. 예고도 전조도 없이 사건은 급습하죠. 결코 매뉴얼화할 수 없는 게 우리 삶인데 그걸 자연스레 규율하고 통제하려 할수록 정작 당혹스러워지는 건 우리니까요. 선회하는 운명에 미숙한 사람이 `날것의 우연`과 만나면 이물감을 느껴 무력해져요. 그 무력함을 쓰려 했습니다." 

`의뭉스러운` 일례를 들어볼까. 단편 `양들의 역사`가 그렇다. 자신을 일본인으로 착각한 택시 기사에게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영종대교 추돌, 한국전쟁에서 생존했다는 비밀을 듣는다. 경악하는 그에게 기사는 읊조린다. `누군가는 살려면 다른 누군가는 죽어야 했던 거야. 생존자들이란 어찌 보면 살안자들인 셈이지.` 생의 비밀은 저렇게 `날것`으로 온다. 

"일상을 통제하려다 점차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잖아요.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무거운 비밀을 쏟아내는데, 그건 대나무숲에 자기 자신을 털어놓는 거죠. 일상을 살면서도 몰랐던 삶의 진실을, 그 모호함에 부딪힌 자신의 진면목을 불편하게 응시하는 사람들의 얘기랄까요. 일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참 환상 같아요. 통제하려고 욕망하지만 실은 인간의 예측은 불가능하죠." 

잘 보면, 김경욱표 소설엔 어리숙한 남자가 있다. 2005년작 단편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이 대표적이다. 애인과 만나 이별에 이르는 이야기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기저에 깔린 이 단편에서 20대 남성은 자기 감정을 정확히 바라본다. "아마도 당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돼 있겠죠. 20대의 `찌질함`에서 자유롭진 못한 것 같아요. 왜냐고요? 제가 그때 진짜 찌질했거든요(웃음)." 

그렇다고 모든 소설의 질량이 가볍다고 봐선 곤란하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이상문학상 수상작 `천국의 문`은 `죽음의 유예`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요양병원의 아버지와 그를 혐오하는 딸을 통해서다. "존엄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죠. 모두가 잘 죽기 위해 공동체가 지불해야 할 감정적 혹은 경제적 비용을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 대신에 모두 잘 죽기 위한…." 

3년 전 인터뷰에서도 그는 말했다. "우리 `안`의 문제는 짐작보다 더 많은 `바깥`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소설은 당대 공동체를 향한 질문이란 의미로 읽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사람은 결국 사회적 존재로 살아야 하잖아요. 나 자신의 문제와 타자의 문제는 구분이 안 되죠. 우린 우리 생각보다 더 사소한 문제까지 연결돼 있으니 결국 모든 이가 스스로 이 사회의 어떤 반영(反映)이죠." 

학부 3학년 때 "별 계획 없이"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26년간 소설만 썼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이제 답을 찾았을까. "소설은 바늘로 우주를 들여다보는 작업 같아요. 바늘 속에 우주가 들어와 있어요. 한 사람을 본다는 건 우주를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소설을 쓴다는 건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해요." 

매일경제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 2018-02-23
  • - 고은·이윤택 회원 징계안만 상정 "고은 남자에게도 뽀뽀, 천진한 분… 지금 윤리로 매장시켜선 안돼" '같은 좌파라 미온 대처' 지적나와 - 두 거장 실체 까발려진 연극계 어디에 줄 설지 우왕좌왕하는 중   고은(85) 시인과 이윤택(66) 연극연출가 두 원로 문인의 성추문에 대한 한국작가회의...
  • 2018-02-23
  • 수원시,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 문학행사 전면 재검토 성추행 논란을 빚고 있는 고은 시인이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인근 고은 시인 자택 내 정원에서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집 밖을 내다보고 있다. 고은 씨는 이날 뉴스1 카메라에 포착된 후 바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 News1  &n...
  • 2018-02-18
  • 문단 내 성추행 고발 시 '괴물' 주목 최영미 시인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주목받고 있는 최영미(57) 시인이 6일 방송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다시 폭로했다. 해당 시는 한 유명 원로 시인을 떠올리게 해 이날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 ...
  • 2018-02-06
  • 제1회 중국조선족중소학교 우리글 사랑 교원수기 “당신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응모통지     ◆주관: 연변주문화방송신문출판국,연변주독서협회,연변독서절조직위원회,연변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주최: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잡지,연변주청소년문화예술발전촉진회,꽃봉오...
  • 2018-02-06
  • [한 편에 50~100원 이야기] 영화·드라마·캐릭터 판권 짭짤 연 3000억 시장 … 5년 새 30배 성장 [학생서 회사원까지 등단] 아마 작가, 조회수 높으면 데뷔 종이책 출간 작품 잘라서 팔기도 [웹 콘텐트 산업 빠르게 성장] 포도트리·문피아 올해 상장 준비 싱가포르 국부펀드 1250억 투자 [FOCUS]...
  • 2018-02-04
  • 제1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공모 수상작품 1등상 1편 〈바다처럼 넓고 깊은 어머니의 흉금〉 김성숙(장춘) 2등상 2편 〈충동은 마귀이고 랭정은 천사이다〉 김충국(영길) 〈잊지 못할 생산대 총화 술심부름〉 리동주(연길) 3등상 6편 〈첫눈에 반하다〉 류금화(연길) 〈우리 집 대물림 보배〉 김진석(연길) 〈...
  • 2018-02-03
  • "너는 내 운명" 18세 연하 향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격정 연서'     클로드 란즈만 감독에 쓴 편지 65년 만에 공개 사르트르와 '열린 계약결혼' 도중 사랑에 빠져 "사르트르 사랑했지만 육체 관계 별거 없었다" 평생 동반자에 대한 '성적 불만' 드러내기도 “내 사랑하는 애기...
  • 2018-01-22
  • [세계작가대회] 데보라 스미스, 우리가 번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 [오마이뉴스 글:데보라 스미스, 편집:홍현진]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국제인문포럼에서는 세계 문학의 미래를 맡게 될 젊은 유망 작가들을 초청하여 우정과 연대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국내외 참여 작가들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포함한...
  • 2018-01-22
  • 공지: 바다를 위한 우리들의 합창(부제) - “절망을 넘어 희망을 위하여”(책명 가제)에 투고해 주십시오. 지은이: 이시환(시인, 문학평론가) 외 99명의 문학인 출판사: 한국 신세림출판사 -------------------------------------------------------------------- [차례] *발간사 (이시환) *축사.1 (수협중앙회 ...
  • 2018-01-12
  • 편당 800만달러 제작비 '스타트렉' 김보연씨, 9화 메인 집필자로 방영날 트위터 쪽지 수백통 받아 "드라마 '굿닥터' 리메이크 성공에 미국서 한국 콘텐츠 관심 높아져"   지난 11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CBS TV를 통해 방송된 '스타트렉 : 디스커버리' 9화 'Into the Forest I go(숲속으...
  • 2017-12-27
  • [박종인의 땅의 歷史]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104] 담양의 두 사내 송강 정철과 제봉 고경명 16세기 士禍의 시대… 가혹하게 정적 죽이던 잔인한 세월… 많은 선비들이 낙향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 아버지가 사화 연루돼 유배지 전전하며 성장 담양에서 스승들 만나 문학과...
  • 2017-12-27
  • 윤동주가 학사모를 쓴 영정 사진이 2016년 2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윤동주 추모식에 선보였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윤동주(1917∼1945)는 독립투쟁의 선봉에 서서 산화한 열사가 아니고 숱한 저작을 남기며 당대에 이름을 떨친 문사도 아니지만 이육사와 함께 일제강점기를...
  • 2017-12-26
  • 지난 10월 10일, 한국의 대표적인 뉴스통신사인 련(연)합뉴스는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코너를 통해 중국조선족 작가 허련순을 비롯한 해외 문인들에게 노벨문학상을 기대해 이목을 끌었다.   보도는 올해의 노벨문학상이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거들면서 “한국...
  • 2017-11-23
  • [오늘 그사람]11일 도스토옙스키 탄생 196주년  도스토옙스키'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이 세계적인 고전들은 자연스럽게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은 1866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1879년에 발표됐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연보를 보면 데뷔작과 이 작...
  • 2017-11-11
  • “춘향은 절대 열녀가 아닙니다. 미모에다 남자가 자고 싶으면 자주고, 남자가 떠나면 정절을 지키고, 그런 여성은 사실 없습니다. 조선 반도 남성이 만들어낸 상상 속 여성일 뿐입니다. 이몽룡 같은 인물이 와서 구원해줄 필요도 없고, 구원받고 싶으면 자기 스스로 구원하면 됩니다.” 중국에서 열 손가락에 꼽...
  • 2017-10-31
  • ㆍ문학동네소설상에 경장편 ‘알제리의 유령들’ 당선 소설가 황석영씨(74)의 딸 황여정씨(43·사진)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최근 발표된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심사 결과, 황여정씨의 경장편 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공모에는 408명, 428편의 응모작이 몰렸다. 은 극중 ‘알...
  • 2017-10-25
  • 당신도 혹시 … 정신질환 다시 보기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유독 노란색에 집착했다. 누런 밀짚모자를 즐겨 썼으며 불타오를 듯 선명한 색감의 해바라기 정물화를 자주 그렸다. 노란 저택에 머물면서 ‘옐로 하우스’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흔들리듯 불안한 붓 터치와 노란색에 대한...
  • 2017-10-22
  •   국가신문출판라지오텔레비죤총국과 중국작가협회에서 손잡고 주최한 ‘2017년 우수 인터넷 문학창작 작품 선정’ 활동이 일전 시작됐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선정활동은 올 6월에 시작, 지금까지 도합 11개 성(구, 시)의 41개 사이트, 기구에서 380여편의 창작작품을 추천해왔는데 이는 사상 최고...
  • 2017-10-18
  • ㆍ일본의 한국문학 연구자 오무라, ‘시리즈’ 3 ~ 5권 펴내 임수식 제공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84)가 연구하는 한국문학은 한국에만 있지 않다. 그의 한국문학은 한국은 물론 북한, 중국 옌볜, 일본에도 있다. 오무라 스스로 붙인 이름은 ‘조선문학’. 동아시아 곳곳에 이산한 한...
  • 2017-10-18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