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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55] 일본 나가사끼형무소에서의 투쟁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6월28일 23시04분    조회: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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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돐 기념 특별기획 대형구술시리즈-[문화를 말하다-55](김학철편4)

부산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일본 나가사끼에 압송된 김학철은 현지에서 최종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 당시 일본은 군주제국이지만 법적으로는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열심히 변호한 결과 무기형이 될 번한 것을 10년 유기형으로 감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1945년 11월, 일본 나가사끼감옥에서 출소할 때의 김학철.

그 판결서를 후날 일본학자들이 찾아 내여 복사본을 보내 준 것을 지금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죄명은 '치안유지법위반'(治安维持法违犯), 전쟁포로가 아닌 정치범이였지요. 이렇게 김학철은 정치범으로 일본 나가사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극적인 일이 일어납니다. 김학철이 처음 갇혔던 나가사끼형무소 전부가 미군의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끼 원자폭탄 투하로 무참히 파괴되여 아주 사라졌습니다. 한데 김학철은 어떻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을가요? 그것은 원자탄이 투하되기 불과 반년전 이 감옥의 죄수가 차고 넘쳐 일부 수감자들을 부득이 시교에 있는 본소(本所)로 이송했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 다행스럽게 김학철도 포함되였던 것이였습니다. 시내의 감옥이 분소(分所)였지요. 만약 그때 이송되지 않았다면 오늘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김학철이 마지막에 갇힌 나가사끼형무소 본소는 지금 정문과 담장만 유적지에 남아 있고 감옥 건물 자체는 재건축으로 사라졌습니다.

 

일본 나가사끼형무소.

김학철은 감옥에 수감될 때부터 총상 맞은 다리를 치료 받지 못했습니다. 감옥 측에서 천황페하를 반대한 것을 뉘우치고 전향서를 쓰면 다리를 치료해 주겠다고 하는데 김학철의 신념으로는 그 종이 한 장을 쓸 수가 없었지요. 하여 부상당한 다리 상처에서 고름이 흐르고 구더기가 끼여 저가락으로 구더기를 골라내면서 3년 반을 버텨야 했습니다. 자신도 파산풍에 걸려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일본이 망하기 1년전 옥장이 바뀌면서 김학철은 새 감옥장에게 편지를 썼는데 “일본도‘의술은 인술(仁术)'이라 하거늘 나는 이 부상당한 다리를 치료해 줄 것도 바라지 않으니 그저 잘라만 주시오.”라고 청구하였습니다.

1989년, 원 나가사끼형무소를 둘러보고 있는 김학철 김혜원 부부.

새로 온 옥장은 편지를 받아보고 절단수술을 지시하였지요. 그렇게 김학철은 다리 하나를 나가사끼형무소의 무연고묘지(无缘故墓地)에 묻었습니다. 임자 없는 죄수들의 시신을 묻는 곳이지요.

김학철은 옥살이를 하면서도 대부분 농민출신인 간수들과는 사이 좋게 지냈습니다. 그들에게 정의로운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들을 깨우쳐 주었고 또 문학적인 이야기도 해주고 하니까 간수들은 김학철을 아주 좋아했지요. 그리하여 그가 요구하는 책들을 기꺼이 가져다 주군했어요.

하루는 간수 하나가(한명이) 찾아와 “학철군, 당신의 잘라 낸 다리를 보겠는가?” 하는 것이였어요. “무연고묘지에 묻을 때 옅게 묻었는데 이 며칠 사이 개들이 파헤쳐 놓았어요. 다시 깊게 묻기 전에 한번 보겠는가?”라고 간수가 말하자 김학철은 깜짝 놀라며 보자고 했지요. 그 간수는 막대기 끝에 다리 하나를 꿰들고 왔어요.

당년의 나가사끼형무소 일각(내부사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다리 살은 꺼멓게 색이 변하고 발가락은 살이 썩어 뼈만 남아 보기 흉했답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둘은 함께 "하하!" 크게 웃고말았지요. 간수는 이번엔 깊게 파묻겠다면서 다시 들고 나갔습니다.

40년 후 김학철은 와세다대학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때 일본의 신문, 잡지에 방문소식이 실렸는데 그중 한 기사의 제목이 ‘자기의 무덤을 찾아온 투사'였습니다. 다리 하나가 묻혀도 무덤은 무덤이였으니 말이지요.

지루한 감옥살이가 4년 반이 되는 어느 하루 점심 때 중요한 방송을 한다 하여 모두들 모여 청취하고 있었답니다. 감옥 안의 스피커 설비가 좋지 않아 분명 천황의 목소리지만 무슨 얘긴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헌데 일본천황의 연설이 끝나기도전에 밖에서 방송을 듣던 일본인들이 왕왕 울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김학철은 “아, 이제 난 살았구나!” 하고 무릎을 쳤지요. 일본이 망한 것을 직감한 것입니다.

그러고도 몇달 감옥살이가 계속되다가 하루는 “일본전역의 모든 정치범은 무조건 석방하라”는 미국 맥아더사령관의 명령이 하달되여 정치범 김학철은 드디여 석방, 다시 해빛을 보게 되였습니다.

 

1993년 6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학철.

그때 감옥동창으로 송지영이라는 친구가 함께 석방되였는데 이분은 작가로 반일투쟁을 하다가 갇혔습니다. 둘은 나이가 같아 밤낮 내가 형이니 네가 동생이니 하는 싸움을 하기 일쑤였지요. 이들 둘은 같은 날 감옥에서 풀려 나와 나가사끼항구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곧장 서울로 향했지요.

사실 송지영은 대부자 집 아들이였습니다. 그는 “학철아, 넌 서울 가면 있을 데도 없고 (한데) 우리 집에 머물면서 몸도 추슬려라.”라고 하였습니다. 하여 김학철은 처음 서울의 송지영의 집에 거주하면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후날 송지영은 한국 KBS 제1대 사장으로 되였습니다. 중한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에 한국에서 《격정시대》가 출판된 것을 그는 김학철에게 한국판본을 보내주어 출판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송지영도 《격정시대》가 한국에서 출판된 덕분에 감옥동창 김학철이 중국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지요.

해방초기 서울에서는 좌익세력들도 공개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얼마 후 서울의 좌익조직에서 집을 마련하여 김학철은 송지영의 집에서 나와 독립활동을 하게 되였고 서울에서의 소설창작과 좌익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항일전쟁시기에는 총을 들고 일본군과 맞서 싸웠지만 다리를 하나 잃었으니 여기 서울에서는 대신 붓을 든 것입니다.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들과 함께.

당시 김학철의 세계관을 살펴보면 민족과 나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의 사상의 흐름은 왕정복고사상으로부터 무정부주의 그리고 맑스주의 사회주의자로 된 것입니다. 일본이 우리를 침략했으니 당연히 적대국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반일항전에 참가하였지만 일본의 일반국민과 파쑈통치계급은 차별화하여 달리 봐야 한다는 생각이였지요.

즉 어느 나라나 민족이든 결국은 통치계급과 피압박 계급으로 나뉘고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쟁취한 후에는 반드시 피압박계급의 해방을 쟁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동아시아의 모든 피압박인민은 련합하여 해방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리하여 김학철은 일본인 일반 서민들과는 아주 깊은 친분을 쌓았지요. 그리고 후날 일본 학자, 작가들과도 교류가 많았습니다. 그중 일본 와세다대학 오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교수는 일본에서 조선문학을 연구하는 대표 학자인데 오오무라선생 가족과 우리 가족은 시종 두터운 우정을 유지하였지요.

 

90년대초 오오무라교수, 부인 아키코씨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김학철 부자(父子).

그리고 김학철이 이 세상을 떠나갈 때에도 우연인지 아니면 하늘의 뜻인지 오오무라 교수 부부가 예고도 없이 연길 우리 집으로 찾아왔지요. 그리하여 김학철의 마지막 사진이 바로 오오무라교수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또 일본의 현대 대표작가 시바료다시오(司马辽太郎)와의 인연도 그렇습니다. 일본인들은 시바료다시오라면 넋을 잃을 정도로 좋아하지요. 중국과 한국에도 그의 애독자가 많습니다. 그 중 김학철도 그의 일본어 원문 작품을 읽고 깊이 감동되여 작가에게 편지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생각밖에 시바료다시오의 열정 넘치는 회답이 왔어요. 그로부터 두분의 우정이 시작되였고 시바료다시오는 자신의 전집을 매권마다 서두에 친필 싸인을 하여 보내 왔습니다.

후에 일본학자들도 와서 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이 분의 친필싸인 전집을 받는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랍니다. 일본에는 지금 시바료다시오기념관이 훌륭하게 세워졌는데 제가 소장한 그의 이 전집들도 언젠가는 자랑스럽게 그곳에 전시될 것입니다.

일본 현대대표 작가 시바료다시오가 매권마다 친필 싸인하여 김학철에게 보내온 전집들.

그리고 석가장 일본령사관구치소에 있을 때 한 일본인 수감자가 아편밀수로 붙잡혀왔어요. 그가 경범죄로 먼저 출소할 때 김학철의 인격에 반하여 원산에 있는 김학철의 어머니를 찾아 뵙겠다고 했어요. 김학철은 설마 하면서 주소를 알려줬지요.

그런데 해방 후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만났을 때 누이동생 말에 의하면 어느 날 갑자기 한 일본사람이 찾아와 어머니께 당신 아들하고 함께 석가장에 갇혔다 풀려 나왔다면서 당신 아들은 너무나 정의롭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더래요. 그러니 어머니는 깜짝 놀라 어찌 일본인이 와서 우리 아들을 훌륭하다고 하는가 하면서 정탐인줄로 오해하였답니다. 그 일본인은 일본으로 귀가하는 중 일부러 조선 원산을 에돌아 가면서 김학철의 어머니를 찾아 뵙고 소식을 전한 것이였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김학철은 그때에야 어린 시절 원산 부두로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때 적국인 일본의 선원들이 왜 일제히 배고동 소리를 울리며 피점령국 로동자들의 파업을 응원했을가 하는 원인을 깨달은 것이였지요.이것이 바로  프로레타리아 인민들간의 뉴대감이였던 것이지요. 

(야- 그렇구나. 전세계 피압박 인민들은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자연적으로 있구나.)

그러니 세상은 민족이나 나라로만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통치계급과 피압박계급으로 갈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였지요. 이러한 사상과 생각들이 후날 김학철 문학의 밑바탕이 되였고 동아시아 여러 나라 피압박 인민들에 대한 동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격정시대》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스며들게 되였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길림신문/글 구성: 김청수 기자

/영상 사진: 김성걸 안상근 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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