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문해력의 요체는 ‘읽고 또 읽고’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4월24일 19시36분    조회:41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글쓰는 것을 가르쳐드립니다’ ‘6주 안에 책 한 권 쓰는 법’ 등의 달콤한 광고를 볼 때마다 소스라친다. 그렇게 쉽고 빠르게 글을 쓴다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 훈련만 2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계속 더듬더듬 ‘공부 중’이다.) 이런 무작정 내키는 대로 써보기식 글쓰기 광고는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 과도한 마케팅일 뿐이다. 진정으로 좋은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허무맹랑한 광고에 현혹되지 말기를.

사실 글쓰기 교육에서 진정으로 강화되어야 할 부분은 ‘문해력’이다. 쓰기 이전에 읽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글쓰기 교육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해력
단순한 요약이나 주제파악 넘어
책을 끈기 있게 읽어야 얻어져
시·소설·에세이 사랑 능력 키우자

한국인의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저수준이라는 소식이 들렸을 때, 망연자실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상태는 바뀌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학력고사도 수능시험도 온갖 체험학습도 문해력을 증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문해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킨다는 온갖 프로그램 또한 또 하나의 허황한 마케팅이다. 문해력이란 단지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서 텍스트 바깥, 즉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선데이 칼럼 4/23
쓰기 이전에 읽기가 있다면, 읽기 이전에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텍스트로 전달되지 않는 원초적 사랑의 느낌, 오직 살을 부대끼고 눈길을 교환하는 일상 속에서만 키워지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 있다. 비언어적 소통, 언어를 뛰어넘은 본능적 의사소통의 힘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주의력,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쉽게 생산하고 쉽게 소비해버리는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타인의 말과 글에 대한 존중이 사라져가기 때문이 아닐까.

문해력 훈련에 있어 최악의 적은 ‘요약’하기다. 한 문장 한 문장 주의 깊게 읽어야만 얻어지는 문해력을 그저 텍스트를 한 줄로 요약해버리는 기술로 환원할 수는 없다. 아름다운 문장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요약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고 선생님은 주제만 파악하면 된다고 가르치면 어떻게 문해력을 기르겠는가.

문해력 향상의 최고 비결은 ‘그저 책을 오래오래 사랑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 힘으로 고르고, 내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며, 감탄하고, 사랑하고, 오래오래 마음속에 간직하기 위해 한 줄이라도 독후감을 남겨두려는 마음. 거기서 사람들이 그토록 꿈꾸는 문해력은 탄생한다. 문해력을 또 하나의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한, 진정한 문해력은 키워질 수 없다. 문해력은 성공의 열쇠가 아니라 ‘그냥 삶’의 열쇠다. 문해력이 뛰어난 사람은 삶 속에 숨겨진 온갖 은유와 상징의 풍경들을 이해함으로써 타인의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마저 열어젖힌다.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을 바라보고 존중하고 사랑하기 위한 가장 느리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 그 속에 문해력을 키우는 읽기와 쓰기의 비밀이 들어있다. 문해력은 명확한 수학공식처럼 재단할 수 없으며, 도저히 한 줄로는 비결을 요약할 수 없는, 텍스트에 대한 사랑의 기술이다. 그리하여 문해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식으로 항목화하려는 모든 노력은 문해력을 또 한 번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그것은 사고팔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읽고 또 읽고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습관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풍요로운 문해력을 꿈꾸는 독자들이라면, 오늘부터 집에 있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을 하나 골라보자. 오래된 세계문학전집이 좋다.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서점에 나가 소설책이나 시집을 골라 오자. 오늘부터 한 달, 눈 딱 감고 그 책을 매일 들고 다니자. 지하철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휴대폰은 꺼내지 말고 책을 꺼내 읽자. 수첩과 연필을 꼭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밑줄을 치고 자유롭게 메모를 하자.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책을 다시 펼쳐 한 챕터씩 나누어 독후감을 써본다. 한 권을 다 읽고 반드시 멋진 감상문을 쓴다는 부담을 없애고 한 챕터씩 소분해서 아름다운 대목, 공감되는 대목에 대한 자유로운 느낌을 써보자. 멋진 대목을 가만히 필사해도 좋다. 한 권의 책을 애지중지하며 매일 읽는 기쁨을 깨닫는 순간, 당신도 모르게 문해력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훌쩍 자라있을 것이다.

나의 문해력은 어려운 타인의 책을 끝내 이해하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잉태되었다. 글쟁이로서 내 최고의 장점은 끈기뿐이다. 책이 쉽고 재미있어서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내게 중요한 모든 책은 소름 끼치게 어렵지만 눈부시게 아름답기에 사랑했고, 그렇게 어렵게 얻은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문해력은 너무 어렵게 얻은 것이기에 쉽게 사라질 수도 없었다. 문학을 교육하지 않는 한 문해력 향상은 없다. 시와 소설과 에세이를 사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빠른 길이다. 아름다운 글 속에는 풍부한 상징과 은유가 깃들어있고 그 아름다움은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것은 사려 깊고 풍요로운 지성과 감성의 우주 속으로 진입하는 눈부신 티켓이다. 기적은 늘 디테일 안에 있다. 감동도 늘 디테일 안에 숨어 있다. 꾹 참고 끝까지 읽어야만 끝내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정여울 작가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중국 창춘서 ‘제11차 한중작가회의’ 병든 세계와 분투하자…‘문학의 운반공들’ ‘인문적 전통과 한중문학’ 주제 40여명 참가해 작품 교차낭독·토론 “양국 정신적 교류 늘리길” 공감대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교수가 17일 오전 중국 지린성 창춘의 쑹위안 ...
  • 2017-10-18
  • 1988년 《윤동주 평전》 최초 발간한 송우혜 작가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88년 《윤동주 평전》을 발간한 송우혜 작가를 만났다. 그의 저서는 현재까지도 윤동주 연구에 있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평소 독립운동사를 연구했던 송 작가는 윤동주의 고종사촌이자 친우(親友)인 송몽규의 조카다. 윤동주와 학창...
  • 2017-10-12
  •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언론인으로서의 춘원 조명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한글 소설 ‘무정’으로 청년들을 열광케 했던 춘원은 한자로 가득찬 신문기사와 논설도 한글로 쉽게 써야 한다고 주 장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문인 이광수의 문학적 업적은 널리 알려져 ...
  • 2017-10-11
  •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와 노벨상 메달.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올해의 노벨 문학상이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문단을 또다시 우울하게 했다. 노벨 문학상이 문화 국력을 재는 척도가 아니고, 문학 작품의 우열을 ...
  • 2017-10-10
  • 7일 NYT 기고, 데보라 스미스 번역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News1    한국 소설가 한강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7일자 기고문에서 전례 없는 한반도 긴장 국면에 한국인들이 바라는 것은 평화적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소설가 한강은 지난 해 &lsqu...
  • 2017-10-09
  • 국민적 염원에 아전인수식 기대했다가 좌절하기 10여년 이승우·한강 등 유럽서 조명…'고은 이후' 비관론도 고은 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국 시인 고은(84)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8)는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국가대표로 불려 나왔다. 언론...
  • 2017-10-06
  • [기자수첩] 노벨문학상 경마식 보도 유감…수상해야만 작품성 ‘완성’되는 거 아냐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며칠 노벨문학상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은(84) 시인은 올해도 어김없이 불려나왔다. 그는 2002년을 시작으로 15년...
  • 2017-10-05
  • 이르면 내달 5일 발표… 세계 문학계 초관심 케냐 소설가 응구기 가장 유력 일본 하루키 올해도 상위권에  고은 시인은 10위권에 랭크 [ 심성미 기자 ] (좌측부터) 응구기 와 티옹오, 무라카미 하루키, 마가렛 애트우드,고은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음달 ...
  • 2017-09-25
  • 소설가 황석영(74)과 방송인 김미화(53)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17.9.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황석영·김미화 씨, 민...
  • 2017-09-25
  • 와세다대 오무라 명예교수(오른쪽)과 전상중 제독 와세다대 오무라 명예교수 세계한글작가대회서 밝혀 1985년 봄 시인 동생 부탁받고 조선족 문인들과 발견 [아시아엔=전상중 국제펜클럽 회원, 해군 예비역 제독] 항일 애국시인 윤동주의 묘를 최초 발견한 사람은 일본인이다. 와세다대학 오무라 마스오 명예교수가 바로 그...
  • 2017-09-15
  • "영광(榮光)에 대한 자세에는 천진난만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다섯 살 아이의 어떤 기쁨을 느끼고 있다. 나의 시는 첩첩이 고난을 견뎌온 한국어 속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는 거의 기적처럼 연면(連綿)이 이어와서 오늘에 이르렀다."   화가를 꿈꾸던 소년, 길에서 만난 한하운의 시집 몇번이고 자살하려던 시...
  • 2017-09-13
  • 일본의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교수 주장 “육필원고와 현재 시집 사이에 차이 있어” 펜클럽 주최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     12~15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가하는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 자료사진  ...
  • 2017-09-11
  • ㆍ황석영 작가에게 듣는 광주와 북한, 그리고 한국 작가 황석영씨가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정발산동 자택 부근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작가 황석영(75)의 자전(自傳) 을 읽다 보면 그의 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개의 ‘지리·정치적 공간’과 ...
  • 2017-09-08
  •   지난 1월 중앙SUNDAY와 인터뷰했을 때의 마광수 교수. 이미 그때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또 하나의 영웅이 퇴장했다. [중앙포토] ‘마광수’가 죽었다. 외람되게도 부고에서 이름 석 자만 쓴 것은 마광수라는 이름이 우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호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 2017-09-06
  •   연변작가협회,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 도문시문화관광국에서 공동 주최,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 도문지회, 도문시청소년문화중심에서 주관하고 ‘칠전팔기’와 동도교류협회에서 후원한 제4회 두만강국제청소년시화전이 19일&nbs...
  • 2017-08-21
  • (흑룡강신문=하얼빈) 류설화 연변특파원= 정세봉소설가의≪문학, 그 숙명의 길에서≫ 평론집출판기념식이 29일 60여명의 해내외관련인사 및 소설애호가들의 참여하에 연길에서 펼쳐졌다.   평론집은 ≪칼럼, 인터뷰, 작가일화, 창작담…≫, ≪중단편소설집 출간에 즈음하여≫, ≪정세봉의 단편소설에 대...
  • 2017-07-31
  • "명백한 목적 지니고 쓰인 소설은 문학적으로 성공 못해" 무라카미 하루키[문학동네 제공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소설은 그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
  • 2017-07-20
  •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 캡처]  '살림하는 남자들2' 이외수의 장모님이 등장했다.   19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는 작가 이외수의 집에 장모님이 찾아왔다.   이날 이외수는 장모님을 보자마자 큰절을 올렸다. 이외수의 장모님은 "그냥 오셨습니까 하...
  • 2017-07-20
  • "30∼40대 독자들이 주도…전작까지 판매 늘어" 인기작가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국내 정식 출간된 1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하루키가 '1Q84' 이후 7년 만...
  • 2017-07-12
  • 작가는 단순히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쓰기 이전에, 아니 쓰기 위해 읽는 사람이다. 결국 백지에, 그 백지를 메운 흔적을 묶은 책에, 그들이 쏟아놓는 것은 자신들의 생 체험과 독서 이력이 뒤섞인 어떤 덩어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시대의 작가들은 요즘 어떤 책에 꽂혀 있을까. 그들 글쓰기의 뿌리에서 자양분 역할을...
  • 2017-07-08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