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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지킴이 교육 받아보니]
"갑자기 소중한 물건 나눠주거나 외모에 신경 안쓰는 것도 신호"
전문가 도움 받도록 이끌어주는 자살예방 지킴이 100만명 목표
"요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니?"
"아무 일도 아니야. 넌 상관하지 마."
친구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 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지난달 말 부천대 소사캠퍼스 강의실에서 열린 '자살 예방 상황극'. 이 대학 간호학과 김예림(19)씨는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 역을 맡은 같은 과 문기준(19)씨에게 "네가 많이 힘들어 보여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씨는 처음엔 매몰차게 대꾸하다 김씨가 따뜻한 말을 계속 건네자 결국 "나 같은 사람을 도와주는 곳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5분가량 짧은 상황극을 간호학과생 60여 명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교육을 진행한 박경운 파주경찰서 경위는 "간단한 역할극이지만 상황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 듣고, 말해야"
정부는 자살 예방 대책 가운데 하나로 '자살 예방 지킴이 100만명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주변 사람의 자살 위험 신호를 알아차려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끄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다. 보건복지부는 "종교 기관, 시민 단체는 물론 교사·동사무소 직원, 전국 마을 이·통장, 방문 서비스 담당자 등이 이 교육을 받게 해 자살 방지 감시망을 지역사회마다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은 '보고, 듣고, 말하기' 주제로 3시간가량 진행됐다. 언어, 행동, 상황적으로 자살할 것 같은 조짐을 '보고', 그런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라'는 내용이었다. 자살 예방의 첫 단추가 주변을 잘 살피는 일이다. 자살 조짐은 우선 "죽고 싶다" "사는 게 힘들다" 같은 말이다. 갑자기 소중한 물건을 나눠주거나 외모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해도 눈여겨봐야 한다. 성적·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경제적 어려움, 질환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 경위는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주변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누군가 도와줬으면 하는 이중적 감정에 빠져 있다"며 "처음엔 도움을 거부하더라도 꾸준히 다가가면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자살 위험이 있는지 분명하게 물어보고, 위험성을 확인하는 '말하기' 과정이 필요하다. 이 교육을 설계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자살에 대해 물어보는 게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자살할 생각이 있는지 분명하게 물어봐야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연결해 줄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감수성 갖고 주변 도울 용기 내야"
2016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하루 평균 36명꼴로, 한 해 1만3000여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일부에선 자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3시간 정도 교육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의 일에 관심을 끊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깨고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날 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생명사랑 지킴이'라고 적힌 수료증을 받았다.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주변을 살피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교육을 마친 간호학과 홍은기(25)씨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들로 자살 조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그런 조짐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꼭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박 경위는 "일반인들이 주변에 관심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갈 용기를 심어주는 게 자살 예방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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