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 이유는 바로 이것..
“신데렐라 대신 외계인 왕자… 中 젊은여성들 판타지 자극”
장태유 PD-中 드라마 전문가 리성리 교수가 본 ‘중국의 별그대 신드롬’
‘별에서 온 그대’ ‘뿌리 깊은 나무’ 등을 연출한 장태유 PD(오른쪽)와 리성리 중국미디어대 교수. 리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유행을 ‘문화적 침략’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수의 의견이며 과장된 면이 있다. 양국 문화는 유사한 부분이 많아 침략이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는 올 2월 끝났지만 중국에서의 ‘별그대’ 열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별그대는 120분 분량으로 편집돼 올여름 중국 극장에 걸리며, 중국 광고시장에서 주연 배우 전지현과 김수현의 몸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별그대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뭘까. 별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SBS PD(42)와 드라마 전문가인 리성리(李성利·50) 중국미디어대 영상영화학과 교수가 중국에서의 별그대 열풍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강명구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23일 개최한 세미나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에 각각 토론자와 발표자로 참석했다.
▽리성리 교수=중국도 한국처럼 드라마의 주요 소비층은 젊은 여성이다. 별그대 열풍을 일으킨 것도 이들이다. 한국드라마(한드)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많다. 중국드라마는 드라마 작가들이 대부분 남자여서 로맨틱한 면이 부족하다. 별그대는 전형적인 한드 스타일에서 벗어나 소재와 이야기가 신선했다. 한드에는 가난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많은데 별그대는 여주인공이 톱스타였다. 이것이 젊은 중국 여성들의 소비를 더 촉진시켰다고 본다.
▽장태유 PD=별그대의 흥행 이유는 양국이 비슷한 것 같다. 로맨스물에서는 왕자 캐릭터가 중요한데 별그대의 남자 주인공은 불완전한 지구인 왕자가 아니라 완벽한 외계인 왕자다. 또 중국에서는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욕구가 큰 것 같다. 중국에서 최근 연출 제안을 몇 차례 받았는데 대부분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요구하는 소재였다.
―양국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는 것인가.
▽장=여성 판타지는 비슷한 정서를 공유한다고 본다. 한드는 여성의 사랑과 결혼을 많이 다룬다.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환상적으로 구현하느냐가가 성공의 관건인데 해외에서 성공한 한드는 이런 판타지에 충실하다. 이런 성공에는 국내 드라마 작가의 대부분이 여성인 점도 한몫했다.
▽리=한국 트렌디드라마는 상하이나 광저우 같은 소비자본주의가 발달된 남방 지역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경제적 상황이 한 이유라고 본다.
―별그대는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리=만약 별그대가 TV로 방송됐다면 지금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TV로 외국 드라마를 접하는 이들은 중년층 이상, 하층민이 대부분이다. 젊은층이 인터넷에서 별그대를 보고 웨이보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냈다. 그러나 이야기의 힘도 크다. 드라마 ‘쓰리데이즈’는 최근 인터넷으로 소개됐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앞으로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지속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리=비현실적인 사랑을 소재로 한 트렌디물은 한국이 잘한다. 그래서 중국 내 한드 소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서는 다른 장르에 대한 요구도 높다. 미국드라마처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장=중국을 대상으로 한 문화 분야의 비즈니스 창구는 투명하지 못하다. 하다못해 비자 문제도 복잡하다. 많은 제작자나 감독들이 맨투맨 식으로 중국에 진출하는데 제도가 갖춰지지 않다 보니 피치 못하게 불법적인 일도 벌어진다.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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