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립군’ 주연 배우 여진구
“피란길 백성들과 비 맞으며 밤새워”… 내년엔 민주화 투사 박종철역 맡아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열여덟 살 광해에게 조정을 나눈 분조(分朝)를 맡기고 의주로 피란한다. 왕세자 광해는 아버지가 버린 나라와 백성을 이끌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영화 ‘대립군’(31일 개봉)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었던 광해와 남의 군역을 대신하며 먹고사는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다. 2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광해 역을 연기한 배우 여진구(20·사진)를 만났다.
“‘광해’는 왕으로서의 권위는 부족했어도 사람을 사랑하는 타고난 품성을 지닌 인물이에요. 정치적으로 노련했다기보다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는 군주였기에 호감이 갔습니다.”
영화에서 광해는 백성을 향한 측은지심이 투철했던 지도자로 묘사된다. 왕세자 신분임에도 광해는 백성들과 함께 길에서 비를 맞으며 밤을 지새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정탁(1526∼1605)이 쓴 피란행록(避亂行錄)에도 기록된 내용이다.
“광해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 비참한 전쟁을 겪었기에 중립외교와 같은 국제정치를 펼친 거죠. 백성을 위해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애민(愛民)의 지도자 광해를 연기한 그가 내년엔 민주화 투사가 된다. 영화 ‘1987’(2018년 개봉)에서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역을 맡았다. “분에 넘치는 역할입니다. 누가 되지 않게만 연기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8세에 영화 ‘새드무비’(2005년)로 데뷔한 그는 이후 주요 방송사 드라마의 주인공 아역을 도맡았다. “드라마 ‘자이언트’ 촬영할 때 유인식 감독님한테 ‘네가 연기한 강모는 어떤 아이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왠지 모르게 울컥했어요. 그때부터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올해 스무 살이 된 그는 아역 출신이지만 과거에 갇히지 않는 대표적 배우로 꼽힌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2년)로 그는 괴물 신인답게 제34회 청룡영화제, 제33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제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아역 출신이라서 팬들에게 제 존재 자체가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분이 좋아요. 앨범 보며 추억을 회상하듯 제 연기를 봐주시는 거잖아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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