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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별세… 감기 입원뒤 회복못해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게 恨”… 2015년엔 ‘63년 지각 결혼식’ 화제
전국노래자랑 24일 녹화에 출연
원로가수 송해 씨가 22일 오전 아내의 별세소식이 담긴 동아일보 지면을 보고 있다.
원로 가수 겸 방송진행자 송해 씨(본명 송복희·91)의 아내 석옥이 여사가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22일 오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송 씨는 평생 반려자의 마지막 운구길에서 부인의 관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찬송가를 따라 불렀다. 그는 “누구나 가는 길을 당신이 조금 앞서 가는 거야”라며 눈물을 지었다. 앞서 조문 온 어머니를 따라온 여자 아이가 울음 터뜨리자 “그래, 누구나 다 아프단다”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송 씨는 전날 오후 본보와 인터뷰에서 “감기가 심해 부부가 함께 입원했는데 비보를 접했다”며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슬픔을 삼켰다. 송 씨와 고인은 최근 감기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다. 송 씨는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지만, 고인은 급성 폐렴과 패혈증으로 악화되면서 숨을 거뒀다. 송 씨는 “2년여 전부터 건강이 나빠졌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떠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구 달성군 옥포면 ‘송해공원’에 안치된다. 송 씨 부부가 특별한 기억을 가진 장소다. 황해도 출신으로 1951년 1·4 후퇴 때 혈혈단신 월남한 송 씨는 여기서 통신병으로 군 생활을 하다 상관의 누이동생인 석 여사를 만났다. 달성군의 제안으로 조성된 공원에는 송 씨 흉상을 비롯해 구름다리, ‘송해 둘레길’이라는 산책로와 쉼터도 마련됐다.
송 씨는 2015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석 여사와 63년 만에 결혼식을 치러 화제를 모았다. 결혼 당시엔 실향민인 송 씨의 혼인을 축하해줄 친지가 없어 식을 미뤘다. 결혼식에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석 여사를 위해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며 오열하기도 했다. 송 씨는 편지에서 “혈혈단신 고향을 떠나온 나에게 아내는 삶의 의지였다. 아내는 그동안 연예계 일로 바쁜 나를 대신해 서운하고 아픈 일을 많이 겪고 참아야 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고백했다.
2015년 KBS2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 송해 씨와 고 석옥이 여사가 결혼식을 올리던 모습. 노부부는 결혼한 지 63년 만에 식을 치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TV화면 캡처
송 씨는 22일 KBS ‘가요무대’ 녹화방송 출연을 미루고 장지로 향한다. 그는 “주변에선 ‘남편이 늘그막까지 사회생활을 하니 송해 마누라만큼 행복한 아내가 없다’고 했는데 실상은 아내를 많이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고 했다. 송 씨는 처음엔 석 여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다고 알려졌다. “개인적인 일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4일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부터는 평소처럼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아내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한 행복을, 앞으로 우리 부부를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방송을 통해 전달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먼저 떠난 사람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죠.”
이날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조문객이 몰렸다. 코미디언 엄용수 김학래를 비롯해 가수 송대관 최진희 현숙 김성환 주현미 조항조, ‘전국노래자랑’ 악단원 등이 찾아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유족으로는 딸 숙경 숙영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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