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윤동주도 그저 조선족'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한 마디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1월12일 09시31분    조회:179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장률 감독의 앞선 영화 <경주>에 호감이 있는 관객이거나, 대사를 통한 스토리 위주로 끌고 가는 영화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추천한다. <경주>가 경주에서 우연히 조우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였다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군산의 네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군산에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내려간 두 남녀 윤영(박해일 분)과 송현(문소리 분)이 민박집에 묵게 되고, 그 곳의 주인장(정진영 분)과 자폐를 가진 딸(박소담 분)이 이들과 교감하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 혹은 치부가 드러나고, 다들 우연하게, 낯설게, 친절하지 않게 상대를 토닥인다. 아픔, 고통이란 본디 대리할 수 없는 것이기에 타인이 건네는 당장의 위로는 언제나 적절하지 못할 수 있다. 어느 날 애정이나 배려의 발로였음이 우연히 깨달아질지언정 말이다.
 
윤영이 자신의 집 조선족 도우미와 '윤동주'와의 관계적 우연성에 감격하는 장면은 그가 시인이기 때문일까? "윤동주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죽지 않았다면, 그 역시 용정 출신 조선족이었을 뿐이라는"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말은, 우리가 조선족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주민(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입장의 동일함'을 전제한 관계로서가 아닌, 거시적 '인권' 담론에 머물러 있다는 장 감독의 뼈아픈 지적이고, 이를 송현의 이중적인 행태로 드러낸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영화 '군산'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한 장면ⓒ 필앤플랜

 
'장소'를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생각한다는 장 감독의 '군산'은 현재, 과거, 미래가 교차하는 곳일까?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네 인물들도 군산을 기점으로 일본, 중국(만주), 한국을 시대적, 공간적으로 공유하고, 현재와 과거, 그리고 오늘이 될 미래를 넘나드는 듯하다. 주인장과 딸이 일본에서의 아픔을 안고 군산에 머물고,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던 윤영이 군산을 찾게 되고, 오고서야 군산을 발견하는 송현의 시공간의 교차가 '우연'을 통해 펼쳐진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엔 빛나는 미덕이 있다. 쿡 하며 터지는 의외의 유머를 배치해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그리고 깜짝 놀랄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이 있다. 이 정도 배우가 등장하면 영화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조용히 조연으로 마무리된다. 또한 부수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은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내 소득은 뭐니뭐니해도 배우 문숙(군산 음식점 사장)의 발견이다. 문숙은 <허스토리>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낮에, 술을 오랜 친구 보듯 대할 줄 아는 이는, 인생을 좀 아는 사람이다. 이 여인은 아린 상처를 목울음으로 토해내는 송현에게 고독과 고통을 다루는 태도를 전수한다. "허리를 펴.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이렇게 말이다.
 
군산은 시부모님이 한동안 거주하셨던 도시여서, 내겐 '시댁'의 다른 이름이었다. 시부모님 생전에는 명절 때마다 교통체증으로 고생하며 오갔던 터라,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군산'은 영화가 찾아 보여준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지만, 일제가 조선의 곡물을 수탈해 빼돌린 큰 항구였고, 그런 이유로 일본식 가옥이 많았고, 미군 기지촌과 위안부 집창촌이 큰 규모로 있었던 슬픈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군산을 낭만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아픈 역사 또한 공존하는 장소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제 시댁이 아닌 거위를 찾아, 군산을 다시 가봐야 할까 보다.

윤일희/오마이뉴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 칸에서 한국 취재진이 문전박대당했다. 김기덕 감독은 15일 오후 8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시즈에서 열린 칸 필름마켓 스크리닝에서 신작을 공개했다. 앞서 기습 출품 소식이 기자 단독 보도로 전해지자 큰 관심을 모았다.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도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찾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당초 김기덕 감독...
  • 2019-05-16
  • 마동석 '악인전'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6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5일 개봉 첫날 '악인전'은 17만 5,434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19만 6,714명. 이로써 '악인전'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걸캅스'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꺾고 박...
  • 2019-05-16
  • MBC가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MBC는 초강수를 뒀다. 기존의 미니시리즈 방송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대로 변경하고, 하반기에는 월화드라마 폐지도 검토 중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 ‘제작비를 절감하고...
  • 2019-05-13
  • 14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포스터에는 작은 체구의 여인이 스태프의 등을 딛고 카메라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포스터 속 여인은 ‘누벨바그의 어머니’로 불린 프랑스 여성 감독 아녜스 바르다(1928∼2019). 칸 영화제 측은 “65년간 바르다가 영화를 통해 보...
  • 2019-05-13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의 경쟁부문을 포함한 각 부문별 수상작이 발표됐다. 9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반 마르코비치·우린펑 감독의 ‘내일부터 나는’과 김솔·이지형 감독의 ‘흩어진 밤’이 각각...
  • 2019-05-10
  • 타이타닉 기록 깨고 전세계 영화 수익 2위로 올라서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영화 '아바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올라섰다. 5일(현지시간) 미국 씨넷 등 외신은 마블의 새로운 어벤져스 시리즈 엔드게임이 전세계 수익 20억달러(약 2조3천400억원)를 돌파...
  • 2019-05-06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 11일째에 1000만 관객을 돌파, 국내 24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역대 1000만 영화의 기록을 제친, 역대 최단 흥행 신기록도 세웠다. 더불어 마블 코리아 공식 SNS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히어로들의 감사 인사 영상도 함께 공개돼 이목을...
  • 2019-05-05
  • 매경닷컴 임권택 감독이 ‘짝코’(감독 임권택, 1980)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소개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타까운 비극에 대한 이야기였다.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매가박스 전주객사에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짝코’ 시네마...
  • 2019-05-05
  •      박스 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작인《전랑2》에 이은 전랑 시리즈 3편이 제작된다.   여러 매체는 영화《전랑3》이 최근 심사를 통과해 본격적인 제작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부터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영화계에서는 《전랑3》편이 제작된다는 소문...
  • 2019-04-29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