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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구의 구세주?… '애국 시네마'에 꽂힌 대륙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2월19일 06시04분    조회: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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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블록버스터 영화 '류랑디추' 개봉 13일만에 6000만명 관람
인민일보 등 연일 띄우기 나서



중국의 SF 블록버스터 '류랑디추'(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가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다. 지난 5일 춘제(설날) 기간을 겨냥해 개봉한 지 13일 만에 약 6000만명(17일 현재)이 봤다. 흥행 수입도 36.5억위안(약 6070억원)을 돌파했다. 13일간의 기록만으로도 역대 중국 영화 흥행 순위 2위다. 영화는 중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태양이 수명을 다해 폭발 조짐을 보이자 인류는 지구에 추진기를 달고 새 터전을 찾으려 한다. 중국인 우주 비행사 부자(父子)는 다른 나라 전문가들을 지휘해 멈춰 선 추진기를 재가동시켜 세계를 구한다는 줄거리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우주 SF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만 만드는 것인 줄 알았는데 중국에서도 이런 수준의 SF 영화를 만들지 몰랐다"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필두로 많은 관영 매체가 앞다투어 이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민일보는 "지구를 구할 자는 오직 중국인"이라며 "인류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줘 할리우드 영화와 확연히 구별됐다"고 했고, CCTV는 "중국의 가치관과 상상력이 구현됐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인류 운명 공동체' 외교 사상을 뚜렷하게 드러낸 영화"라고 평가했다. 류랑디추가 SF 영화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시진핑 사상과 중국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 중에는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입은 애국주의 영화가 많다. 2017년부터 3년째 중국 영화 연간 흥행 1위는 애국주의 영화였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오퍼레이션 레드씨'는 중국군이 내전 중인 예멘에서 중국 교민과 현지인들을 구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2017년 개봉해 중국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된 '특수부대 전랑(戰狼) 2'도 아프리카 내전국에서 중국군이 민간인을 구출하는 내용이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의 인기 비결은 막대한 제작비와 오락성 때문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 애국 영화 제작비는 1억위안(약 166억원)을 훌쩍 넘겨 2억~5억위안(332억~831억원) 수준이 됐다.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와 견줄 수준이다. 오락성도 더했다. 전랑 2는 '람보'를 연상케 하는 특수부대원이 등장하고, 류랑디추에는 할리우드 못지않은 CG(컴퓨터그래픽)가 사용됐다. CNN도 "다분히 할리우드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영화에 애국주의를 접목하는 방식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당위업'(2011년), '건국대업'(2009년)같이 공산당 이념이나 중국 혁명사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주선율 영화(主旋律電影·공산당 이념 홍보 영화)'가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엔 해외 대테러 작전, 우주 SF로 소재를 확장하면서 교묘하게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홍보하고 있다.

주제도 바뀌고 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자국 문제 해결을 다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중국이 다른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내용으로 전환했다. '특수부대 전랑 2'가 대표적이다. 그러다 최근에는 류랑디추처럼 중국을 '세계를 구하는 구세주'로 그린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고,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대국 의식을 드러낸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런 애국주의 영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류랑디추에는 중국 영화 최초로 베이징과 상하이가 폐허가 되는 장면을 등장시켰다. CNN은 "이 장면만으로도 중국 영화 팬들이 환호했다"고 했다. 전랑 2에는 중국군 협조로 실제 해군 함정과 미사일 발사 장면이 들어갔다. 오퍼레이션 메콩·오퍼레이션 레드씨는 중국 군경의 협조를 받아 군사작전 장면을 실감 나게 그렸다.

중국이 애국 영화에 큰돈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는 의도도 있다. 할리우드가 미국의 가치를 대변하듯 중국은 찰리우드(중국 영화 시장)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영화 감독 업무를 광전총국에서 공산당 중앙선전부로 옮겨 검열 강도를 높였다.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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