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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주간 단편 경쟁부문 초청
'모범시민' 김철휘 감독
"확신 없이 열심인 우리 세대,
작은 성취감 얻는 모습 그리고파"
제71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김철휘 감독 단편 '모범시민' 한 장면. [사진 칸국제영화제]
‘버닝’ ‘공작’뿐 아니다. 제71회 칸영화제를 찾은 한국영화 중엔 김철휘(24) 감독의 단편 ‘모범시민’도 있다. 올해 칸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생전 처음 연출한 단편으로 생애 첫 초청된 영화제가 칸영화제다. 15일(현지시간) 영화 상영 직후 현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철휘 감독은 아직 학생(동국대 전산원 영화학과)이어설까. 앳된 인상이었다. 칸 초청 연락도 지난달 수업 도중 받았다. “영화가 엎어질 뻔했다가 우연이 겹쳐 완성했는데 칸까지 오다니 좋기보단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했다. ‘모범시민’은 어느 경마장 화장실을 무대로 한 11분여 단편. 오물로 가득한 화장실에 갓 출근한 신입사원인 듯 말끔한 양복 차림의 젊은 남성(윤세현 분·위 사진)이 들어와 갑자기 청소를 한다. 얼굴에 똥물을 튀겨가며 맨손으로 막힌 변기까지 뚫더니 뿌듯해하는 남자. 왜 저렇게 열심일까. 의문과 긴장이 고조될 즈음 툭 던져지는 젊은 남자의 정체가 허를 찌른다. “기대 밖에 스릴 넘치는 영화. 고유한 리듬과 잠재된 풍자가 흠잡을 데 없다.” 비평가주간 카탈로그에 실린 영화제 측 추천사다. ‘모범시민’이란 반어법 제목 아래 88만원 세대의 고단함과 자본주의의 두 얼굴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칸영화제 폐막에 사흘 앞서 16일(현지시간) 발표된 비평가주간 수상작엔 아쉽게도 포함되지 못했지만, 현지 호응은 상당했다. 김철휘 감독은 “반응이 다양했다”면서 “젊은이들이 밑바닥 인생을 갉아먹고 사는 게 서글프다는 분도 있었다는데, 저는 결국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스스로의 만족감‧이익을 위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주인공이 화장실을 지나치리만치 열심히 청소하는 ‘정신승리’의 결말엔 영화학도로서 심정도 실렸다. “영화가 잘될지 안 될지 모르면서 땅바닥에 머리 박는 기분으로 사비 털어 만들고 있거든요. 확신은 하나도 없죠. 큰 뭔가보단 가능성 있는 작은 목표를 이뤄내서라도 성취감을 얻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제작비는 단돈 500만원여. 촬영 세트는 실제 왕십리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을 미술팀이 꾸몄다. 촬영 중 변기가 부서지고, 촬영지에서 쫓겨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형편이 빠듯하다보니 칸영화제 출품비용(5만원), 초청된 후엔 숙박비 등을 자비로 마련하기도 쉽진 않았다. 그래도 오길 잘했다고. “여기서 느낀 현장감 자체가 굉장히 뿌듯하고 동기부여가 돼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 창원 출신인 감독은 10대 시절부터 케이블 영화 채널을 즐겨 보며 영화의 꿈을 키웠다. 상업영화를 벗어난 영화론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2010)가 처음. ‘영화감독’이란 개념조차 없을 때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영화과에 진학하기까지 그를 지탱한 건 한국영화다. “칸에 와서 제일 뵙고 싶었던 분이 이창동 감독님이에요. 나홍진 감독님 영화는 이번에 참고한 단편 ‘완벽한 도미 요리’(2005)부터 다 봤어요. 배우론 전도연 배우님 영화는 볼 때마다 감탄하죠.” 차기작으론 여러 주제를 고민 중이다. 비평가주간에 단편으로 초청된 적 있는 신인감독에겐 장편 제작 지원의 기회가 주어진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나홍진 감독님의 ‘곡성(哭聲)’(2016)이에요.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앞으로 저도 영화에 임하는 제 태도가 드러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편, ‘버닝’ ‘레토’ 등이 진출한 경쟁부문 수상 결과는 현지시간 19일 저녁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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