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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게이트'로 시작된 파문이 정준영을 지나 김준호, 차태현에까지 이르렀다. 무려 12년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국민 예능 '1박2일'은 논란 이후 2주째 결방됐다.
3월 24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측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중 자막을 통해 "오늘 '1박2일'은 방송되지 않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라 결방을 공지했다.
지난주 초 김준호와 차태현의 하차, 정준영의 퇴출로 인해 멤버 절반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KBS는 '1박2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의 거취에 대해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1박2일'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를 쉽게 저버릴 수 없는 KBS의 깊은 고민이 읽힌다.
문제의 발단은 정준영이었다. '1박2일' 시즌3 출연자인 정준영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지인들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다수를 불법 촬영한 영상 및 사진 등을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월 12일 정준영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정식 입건했고, 정준영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경찰이 정준영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조사하던 도중, '1박2일'의 또 다른 출연자인 김준호와 차태현이 2016년 해외에서 수백만 원 대 내기 골프를 친 정황이 드러났다고 KBS가 보도해 다시 한 번 파문이 일었다. KBS는 뉴스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하면서, "당시 담당 프로듀서가 대화방에 있었지만 출연진의 내기 골프를 말리거나 충고하지 않고 묵인했다"고도 했다.
보도가 나간 이튿날 차태현과 김준호 모두 하차 의사를 밝혔다. 이들 두 사람은 앞서 보도된 것과 같이 해외 원정 골프 내기를 한 것은 아니었고, 골프 후 딴 돈은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했으나, 지금과 같은 시점에 논란의 중심이 된 점을 사과하며 프로그램에서 떠나겠다고 했다.
이처럼 6인의 멤버 중 절반이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1박2일'은 프로그램 출범 후 최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제작은 물론이거니와 VOD 서비스까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1박2일'은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요일을 책임졌던 장수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단순한 주말 예능 이상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해외 여행 예능이 줄을 이을 때도 '1박2일' 만큼은 국내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안방극장에 알려왔다. 특히 '1박2일'은 오락적 재미에 역사를 녹이는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겨왔는데, 지난해 8월엔 예능 사상 최초로 판문점에 입성하는 등 남다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게다가 최근 '1박2일'에 변화의 새 바람이 불고 있었던 터라 안타까움은 더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메인 연출자도 새로 바뀌었고, 이용진이 인턴으로 투입돼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유일용 PD에 이어 '1박2일'의 메가폰을 잡은 김성 PD는 "'1박2일' 고유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해 드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맞은 위기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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