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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임권택 감독이 ‘짝코’(감독 임권택, 1980)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소개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타까운 비극에 대한 이야기였다.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매가박스 전주객사에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짝코’ 시네마클래스가 진행됐다. 자리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은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일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오는 11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 영화의 거리 일대 5개 극장 22개 상영관에서 전 세계 52개국 262편(장편 202편·단편 60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이미지 원본보기임권택 감독이 `짝코`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직접 소개했다. 사진=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제공시네마클래스는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주국제영화제 측이 마련한 자리다. 20명의 감독들이 각자의 영화에 대해 게스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이날 상영된 ‘짝코’는 1980년 개봉한 작품이다. 전투경찰 출신 송기열(최윤석 분)이 짝코로 악명 높던 무장공비 백공산(김희라 분)을 쫓는 내용을 담았다. 극 중 송기열은 백공산을 실수로 놓치고 인생이 파멸해 30년간 그를 증오하며 살다가 갱생원에서 마주한다.
개봉한지 40년이나 지나다보니 어색하고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영화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군부정권 시절 한국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임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그런 ‘짝코’는 3장짜리 소설에서 시작됐다. ‘짝코’를 집필한 송길한 작가는 해당 소설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이후 임 감독을 찾아 영화로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임 감독은 이를 승낙했다.
이미지 원본보기임권택 감독이 `짝코`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직접 소개했다. 사진=영화 `짝코` 스틸당시 임 감독이 미국 역사학자 페렌바하(Don E. Fehrenbacher)의 저서에 흥미를 느끼고 있은 덕분이다. 페렌바하는 한국전쟁을 소련·중국으로 대변되는 내륙세력과 미국·영국을 필두로 한 해양세력의 다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이들의 대리전쟁을 치렀다고 적었다.
임 감독은 이에 대해 “‘짝코’ 속 두 주인공은 이데올로기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좌우익으로 나뉘어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 자기들이 희생됐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존하는 ‘짝코’는 많이 훼손된 상태다. 임 감독은 “없어진 부분,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마지막 장면도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 나 말고 또 누가 편집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 나와 상의라도 했어야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수정한 것은 괘씸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이 말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는 “나쁜 영화도 많이 만들고, 좋은 영화도 더러 만든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195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영화만 하면서 살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임 감독은 “내 영화를 많이 봐주시고 아껴주신 분들 덕분에 오늘이 있다”면서 “거기에 대해 늘 감사하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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