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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상영된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초반,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집구석을 돌아다니는 장면에서 터진 웃음은 영화 내내 이어졌다. 2000여 명의 관객 중 누구 하나 자리를 뜨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에 담긴 한국적인 정서를 외국인도 쉽게 이해했다는 뜻이다. 이는 영어 번역을 맡은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씨(47·미국)의 공이 크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30일 만난 그는 유창한 우리말로 “훌륭한 영화로 번역의 중요성이 새삼 조명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1997년 고려대 영어 강사로 한국에 와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그는 한국인과 결혼했다. 20여 년간 100편 가까이 작업했지만 영어 번역은 여전히 “단점만 보이기 쉬운, 힘든 일”이다. 대사가 많은 ‘기생충’도 시나리오 초고를 번역하는 데만 열흘이 걸렸다. 봉준호 감독과 최종본 수정을 하며 이틀 동안 밤을 새웠다. “Wow, Does Oxford have a major in document forgery?”(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나?)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우(박소담)에게 기택이 하는 말은 “직역을 하면 서울대가 상징하는 의미가 전달될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를 지울 것이냐, 직역을 택할 것이냐는 항상 반복되는 고민.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두만(송강호)의 대사도 외국인에게 더 친숙한 “Do you get up early in the morning too?”로 바꿨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 기택이 박 사장(이선균)네 과외 면접을 보러 가는 기우에게 “네가 자랑스럽다”고 하는 대사도 ‘make me proud’보다 더 진지한 ‘proud of you’를 써 우스꽝스러움을 강조했다. “워낙에 ‘브릴리언트(뛰어난)’하잖아요”라는 연교(조여정)의 허세 넘치는 영어는 이탤릭체로 표기했다. 박 사장네 가정부 문광(이정은)이 북한 아나운서를 따라 하는 대사도 ‘(North korean news anchor)’라는 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다.
극 중 ‘대만 카스텔라(Taiwan cakeshop)’, ‘반지하(semi basement)’ 등 지극히 한국적인 단어들은 의미 전달이 쉽지 않다. ‘짜파구리’도 ‘ramdong(ramen+udong)’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송강호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나 사투리를 볼 때마다 너무 아쉽다. 외국인은 100%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봉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기분 좋은 어려움이에요. 대사의 리듬감을 중시해 한국어와 어순이 다르지만, 영어의 주술을 뒤바꾸기도 해요.”
그는 ‘플란다스의 개’(2000년)의 번역 감수를 시작으로 ‘옥자’(2017년)를 제외한 모든 봉 감독 작품을 번역했다. 봉 감독은 항상 “짧고 한 번에 느낌이 오게 해 달라”고 주문한다. ‘마더’(2009년)에서는 영어로 썼을 때 짧은 ‘도준’(원빈)이라는 이름을 택했을 정도다. ‘기생충’ 작업 때도 극 중 반복되는 ‘계획’, ‘상징’ 등 단어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작업하면서 기생충을 7번이나 봤어요. 2월에 영화를 봤으니 입이 얼마나 근질거렸겠어요. 이제 친구들이랑 ‘기생충’ 얘기를 해도 되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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