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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게 타인의 마음이다.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일 대다수는 본인이 아니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 마음을 지레 짐작할 때가 많다.
'해피엔드'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추측하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피아니스트'(2001) '퍼니게임'(2007) '하얀 리본'(2009) '아무르'(2012) 등을 연출한 오스트리아 감독 미카엘 하네케(77)의 신작이다. 하네케는 '아무르' '하얀 리본'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본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을 강하게 꼬집었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되는, 모두가 감추고 싶어하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도 등장한다. 보통사람들이 불쾌감을 넘어 경악할 수 있는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현대인의 나르시시즘적 성향과 맞닿아 있다. 더불어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일에만 관심이 있다. 본인과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은 선부터 긋는다. 특히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굉장히 배타적이다. 그때는 가족이고 뭐고 다 소용이 없을 정도다.
영화 제목인 '해피엔드'는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이 끝난다는 의미에 가깝다.
서사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프랑스 칼레 지역의 부르주아 '로랑' 가문에 '에브'(팡틴 아흐뒤엥)가 일원으로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랑가는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했고,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1세대이자 집안의 최고령자인 '조르주 로랑'(장 루이 트린티냥)은 사지가 마비된 아내를 간병한다. 조르주의 딸 '앤'(이자벨 위페르)과 조르주 아들이자 의사인 '토마스'(마티유 카소비츠), 앤의 아들 '피에르'(프란츠 로고스키)가 가족 구성원이다.
에브는 토마스의 전처 딸이다. 약물과다 복용으로 전처가 쓰러지면서 에브는 이들과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에브가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정확하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지만, 때로는 철저히 감정을 감춘다. 로랑가 사람들은 어찌보면 남만도 못한 가족이다.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허하다. 철저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며,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각자 다른 끝을 생각한다. 조르주는 자살을 기도하며, 앤과 토마스는 가족을 챙기는 일에 관심이 없다. 피에르는 가문을 이을 의지가 없고, 앤은 피에르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서로를 위해주는 척한다. '뒷담화'도 너무 잘한다. 하네케 감독은 이들의 위선을 촘촘하게 벗겨냈다. 스마트폰과 SNS가 지배하는 세상의 어두운 면도 짚었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유튜브로 모든 것이 생중계되는 시대에서 가족의 의미,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작품의 백미다. 프랑스 배우 장 루이 트린티냥(89), 이자벨 위페르(66), 마티유 카소비츠(52), 벨기에 배우 팡틴 아흐뒤엥(14)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극의 전개는 빠르지 않지만, 긴장감을 늦추기 어렵다. 이야기 자체가 스펙터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을 위해 곳곳에 유머를 집어넣었다. 극장을 나설 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가족을 비롯해 모든 인간관계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하네케 감독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역시 로랑가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은 아닌지, 가면을 바꾸면서 연극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게 만든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은 명쾌하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잊지 말고,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고 한다. 20일 개봉, 107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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