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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대로 했어도 성공은 보장됐겠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뭣보다 한국인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미국 디즈니의 캐릭터 슈퍼바이저. 한국 영화제작사 ‘로커스’의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60·사진)은 3년 전 업계에서 꿈처럼 선망하던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당시 애니메이션영화 ‘레드슈즈’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는 ‘주먹왕 랄프2’ ‘겨울왕국2’ 등 굵직한 작품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한데 김 감독은 20여 년간 몸담았던 디즈니를 곧장 퇴사했다. 10일 서울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스스로를 뛰어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김 감독이 3년 동안 공들인 영화 ‘레드슈즈’가 25일 개봉을 앞뒀다. 마법구두를 신고 미인으로 변한 ‘스노 화이트(백설 공주)’와 저주에 걸린 난쟁이 왕자들을 다룬 토종 애니메이션. 동화 백설 공주를 모티브로 하되 전혀 다른 스토리로 풀어냈다.
모든 작품 캐릭터를 구상한 김 감독은 캐스팅 전부터 스노 화이트 역에 할리우드 배우 클로이 머레츠를 염두에 뒀다. 그가 출연한 영상 수십 편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말할 때 왼쪽 눈을 살짝 찡그리는 습성까지 디테일로 살린 결과 실제 캐스팅으로도 이어졌다. 머레츠는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레드슈즈’는 순제작비만 220억 원을 투입한 대작. 하지만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독립영화 수준”이었기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적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은 잊지 않았다. 검은 머리에 ‘번개’라고 쓰인 부적을 든 멀린은 애정 가득한 한국인 캐릭터다.
“고생이 많았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 자평합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고 ‘너무 디즈니 같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결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한국 애니메이션도 세계적 수준으로 올랐단 뜻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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