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를 넘어 영화주연으로 우뚝 선 윤아
18세 소시 데뷔 많은 걸 얻고 원 없이 활동
학교 방송반 로망이었는데 못 해 아쉬워
재난영화 ‘엑시트’는 짠내 나는 생존기
첫 주연 기쁨? 영화 속 내 얼굴 낯설어요
폭염주의보의 날씨만큼 여름 극장가의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로 통하는 여름시장을 노리는 대작 영화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강호, 유해진처럼 티켓파워가 검증된 배우들이 터를 잡은 곳에 ‘새 얼굴’이 출사표를 던졌다. 연기자 윤아(29)다.
걸그룹 소녀시대로 10년간 가요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아이돌’이자, 일본 등 아시아에서 한류의 인기를 주도한 ‘스타’ 윤아가 첫 주연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제작 외유내강)로 극장 빅시즌에 출격한다. “며칠 전 영화관에 가서 제 얼굴이 나온 포스터가 크게 걸린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어리둥절해하는 그는 “도대체 얼마만큼 관객을 모아야 영화가 흥행하는 건지 그 기준도 잘 모르겠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 “소녀시대로 원 없이 활동, 20대 알찬 시간”
윤아는 2년 전 현빈·유해진과 함께한 영화 ‘공조’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비중이 적은 조연이었지만 뜻밖의 코미디 연기로 감초 역할을 해내며 이전 ‘예쁜 윤아’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드라마에서는 늘 주연이었지만 대부분 청순가련형의 인물이었던 탓에 ‘공조’ 속 반전의 이미지에 더 큰 호평이 이어졌다. 자연히 다양한 영화의 출연 제안을 받았고, ‘엑시트’를 만났다.
영화는 도시에 닥친 유독가스 테러를 온몸으로 견디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윤아는 눈물 콧물 쏙 빼는 처절한 상황의 한복판에 놓인다. 극중 의상도 유니폼 한 벌 뿐이다. 가스를 막기 위해 재활용 비닐봉지로 온몸을 휘감고 달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의식을 많이 했어요. 소녀시대 때는 콘셉트에 맞춰 헤어나 메이크업을 매번 바꾸는 재미도 있었고요. 이번 영화에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 편했어요. 하하! 남들이 저한테 원하는 모습보다 이젠 제가 보이고 싶은 모습에 주력하고 싶거든요.”
윤아는 ‘공조’를 통해 얻은 자신감 덕분에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18살에 소녀시대로 데뷔해 20대를 보냈잖아요. 좋은 시절을 겪은 덕분에 지금 더 행복하고 여유로운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20대를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지금이 바로 저를 돌아보는 시기인 것 같아요.”
● “20대의 고민?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영화 ‘엑시트’는 단순히 재난영화에 머물지 않는다. 취업 전선에 나선 20대 청춘의 ‘짠내’ 나는 생존기이기도 하다.
윤아가 연기한 의주와 상대역 용남(조정석)은 대학 산악동아리 선후배 사이. 의주는 오랜 공부를 접고 연회업체에 취직했고, 용남은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가족의 구박을 받는 처지다. 둘은 용남 어머니 칠순잔치에서 재회해 도시를 덮친 유독가스를 피해 건물 옥상을 넘나들며 뛰고 구른다. 10년간 소녀시대의 안무를 통해 체력을 다진 윤아조차 눈물을 쏙 뺄 정도로 극한의 체력이 요구된 촬영이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클라이밍을 배우고 액션스쿨에서 영화에 필요한 장면을 익혔다는 윤아는 “와이어 액션은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지만, 몇날 며칠 뛰는 장면을 연기할 땐 너무 지쳐 촬영장 한쪽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털어놨다. 두 다리의 근육이 뭉칠 대로 뭉쳐 걸을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따랐다.
“영화에서처럼 재난의 상황까지는 아니어도 힘든 순간이 닥치면 감성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이에요. 의주와 어떤 면이 닮았느냐고요? 모든 면에서 의주는 저보다 용감하고 멋있어요.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니까요.”
영화에서 윤아는 이성의 상대에게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실제 연애할 때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지 물었더니 “의주처럼 과감하지 않아도 (상대에게)호감을 굳이 숨기지는 않는 편”이라고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20대를 보낸 윤아이지만 그 역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엑시트’의 두 주인공처럼 취업이 안 돼 고통 받거나 갓 입사한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또래의 고민은 자신을 비껴가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하는 일이 특수한 분야이긴 해도, 20대가 느끼는 고민이나 감정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직장생활을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친구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늘 시야를 열어두려고 하죠.”
다만 치열하게 일하면서 20대를 보낸 탓에 개인적인 추억이 없는 건 아쉽기만 하다.
“대학 때 제가 학교 식당에서 밥 먹고 있으면 다른 학과 학생들이 와서 보고 그랬거든요. 친구들과 수업도 더 받고 추억도 만들었다면 어떨까 싶죠. 중·고교 땐 방송반 활동을 꼭 하고 싶었는데…. 점심시간에 마이크 잡고 곡 소개하는 걸 꼭 하고 싶었거든요. 하하!”
31일 개봉을 앞둔 ‘엑시트’가 호평을 받고 있어서인지, 경험의 여유 덕분인지 윤아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어떤 작품에 참여하든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데뷔 초 낯가림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금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고 했다.
● 윤아
▲ 1990년 5월30일생
▲ 2007년 그룹 소녀시대 데뷔
▲ 2008년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 주연·연기대상 신인상
▲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Gee’ ‘훗’ ‘Oh!’ 등 히트곡
▲ 2012년 KBS 2TV 드라마 ‘사랑비’ 및 ‘총리와 나’, MBC ‘왕은 사랑한다’ 등 주연
▲ 2015년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 2017년 영화 ‘공조’로 스크린 데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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