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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극복’ 심은경, 더 높이 날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3월24일 06시22분    조회: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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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제 일을 더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잘 해보겠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랜 기간 그러지를 못했거든요.”


3년 전 만난 배우 심은경(26)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 ‘특별시민’ 개봉을 앞두고 만났을 때였다. 사실 영화 ‘써니’(2011년), ‘수상한 그녀’(2014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등 이미 굵직한 히트작을 다수 내놓으며 승승장구해오던 그녀이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속마음이었다.

데뷔와 동시에 ‘충무로 기대주’ ‘흥행 보증수표’ ‘연기 신동’ 등 화려한 수식어가 달린 때문이었을까. 심은경은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연기상을 휩쓸었음에도 점점 더 무섭고 힘들어졌단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바로 슬럼프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녀에게 최민식, 곽도원 등과 함께한 ‘특별시민’은 선물과도 같았다. 흥행 여부를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을 깨우치게 해줬다고. “비록 성장에 대한 욕구일지라도 과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대선배들조차 매번 (연기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데 제가 벌써 만족하기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압박이 크면 클수록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도 배웠고요. 제게 진짜로 필요한 것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당시 ‘특별시민’은 흥행에 참패했다. 그러나 슬럼프에 빠지는 대신 오히려 과감한 도전을 위해 나아가는 계기가 된 걸까. 그녀의 의외의 선택, 일본행 그리고 ‘신문기자’였다. 일본으로 건너간 심은경은 ‘신문기자’ 준비를 위해 1년간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치즈키 이소코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가짜뉴스, 댓글 조작 등을 통해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찾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다. 아베 일본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한일 양국에서 반향을 일으켰고 심은경이 캐스팅됐을 당시 일본 여배우들이 모두 출연을 거절했다는 뜬소문이 돌기도 했다.


극 중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로 분한 심은경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이라며 “진실과 선택에 관한 의미 있는 영화였다. 많은 분께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 역시 “애초에 다른 일본 여배우에게는 출연 제의조차 하지 않았다. 다양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캐릭터에 심은경이 딱 맞았다”며 그녀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놀라운 결과가 이어졌다. ‘신문기자’는 일본에서 무려 수입 4억엔을 올렸고 칭찬 세례를 받았다. 일본 영화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일본 아카데미마저 사로잡아 심은경은 한국 최초의 최연소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국적을 떠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용기 내기를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진심과 정성을 담아 연기하겠다는 마음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최근에는 또 한 번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일본 영화 ‘블루 아워’의 주연인 심은경과 카호가 22일 열린 제34회 다카사키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한 것.

‘블루아워’는 광고디렉터로 일하는 스나다(카호 분)가 할머니 병문안을 위해 친구 키요우라(심은경 분)와 고향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심은경은 “키요우라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가면서 감독과 함께 만든 캐릭터라서 애착이 갔다”며 “카호와 함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성숙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심은경은 당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쁜 활동을 이어간다. 차기작 역시 일본 영화 ‘동백정원’. 오는 7월에 개봉한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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