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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정승을 욕보인 안 정승
      2017년1월3일 09시10분    조회:1620    추천:0    작성자: merry


      어느 날 안 정승이 길가는 스님을 불렀다.

      “스님, 여쭐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옵니까?”

      “나는 안(安) 정승인데, 이웃의 권(權) 정승이 자꾸만 농담으로 계집이 갓을 쓴 성(安)이라 놀리면서 나를 욕보이는데 이 권 정승을 어떻게 욕을 보일 방책이 없겠는지요?”

      권 정승에게는 남의 성씨를 트집 잡아 놀리며 욕보이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그러면 날을 정해 권 정승을 댁으로 청해 주시지요. 그럼 소승이 그때 나리 댁 앞을 지나갈 테니까. 소승을 불러 주시면 알아서 조처하겠습니다.” 

      안 정승은 스님에게 이 같은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한 그 날 스님이 안 정승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대사.” 

      안 정승이 급히 스님을 불렀다. 

      “예.” 

      “우리 술이나 한잔합시다.” 

      스님이 안 정승의 사랑채에 들어가서 술을 한잔했다. 한참 있다가 동석한 권 정승이 스님에게 물었다.

      “대사, 성씨가 어떻게 되오?” “예, 소승은 성이 복잡합니다. 어머니가 소승을 성태(成胎)할 적에 네 사내와 관계를 하였기에 소승의 성을 알기가 곤란하였던지라, 네 사내의 성인 이 씨, 노 씨, 엄 씨, 최 씨를 모두 끌어들여 소승의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그래, 어떻게 됐소?” 

      “말씀드리기 심히 부끄럽습니다. 이(李) 씨에게서는 나무목(木)자를 하나 따오고, 노(蘆) 씨에게서는 풀초(艸)자를 하나 따오고, 관계를 두 차례 가졌던 엄(嚴) 씨에게서는 입구(口)자 두 개를 따오고, 최(崔) 씨에게서는 새추(추)자를 하나 따와 합쳐서 권(權) 씨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자신의 성씨를 욕보이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권 정승은 분기가 탱천하여,

      “에이, 천하의 불상놈 같으니라고” 하고 스님을 욕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권 정승을 욕보인 안 정승은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다고 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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