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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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판룡선생과의 만남 댓글:  조회:1667  추천:74  2007-02-20
          최우길입니다. 저는 선문대학교 국제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민족문제 민족정책 조선족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2001년 4월말부터 5월초까지 일주일 동안 중국 동북지방을 다녀왔습니다. 심양, 연길 그리고 두만강 유역을 둘러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4월 마지막 날 오후 두 시간 가까이 연변조선족자치주의 州都 연길에서 연변대학의 정판룡 교수를 만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광규 교수님(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재외동포사업본부의 일꾼들과 함께 정교수님 댁을 방문하였습니다.         다음은 정교수과 우리 팀과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중국 조선족 사회의 지성인 중 가장 존경받는 분으로 본인의 삶과 조선족 사회 변화와 전망에 대하여 좋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에게 모두 알리고 싶어서 정교수님과의 만남을 정리하였습니다. 정리된 글은 최우길의 기억과 기록에 따른 것이므로 잘 못 이해하거나 정리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교수와의 만남이 이렇게 밝혀지는 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을 밝혀 둡니다. 다만,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밝힙니다. 기록은 존칭을 생략하고, 말씀을 비교적 단순화법으로 전달하겠습니다. 1. 자신의 근황에 관하여: 1999년부터 햇수로 3년째 장암으로 고생하고 있다. 北京의사들은 암진단을 하면서, 3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한 마디로 죽다가 살아났다. 아니, 지금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을 천천히 가고 있다고 할까. 딱 체념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이더라. 글도 써야 하고 대학원생들도 졸업시켜야 하고, 죽음은 잊고 열심히 글쓰고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 여름 고희 기념문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현재 장백산 등 두 개의 문예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4월초 북경을 다녀왔다.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작가상’을 준다고 하기에 다녀왔다. 무리한 것 같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또 다르다. 김학철 선생님은 86세 이신데 불구하고, 아직 펜을 놓지 않고 계신다. 대단한 분이다. 그 분에 비하면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죽었다가 살아나니까, 겁이 없어졌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겁이 없어진다. 2. 조선족 사회의 변화에 대하여: 중국 사회는 총적으로 격변기에 있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변화는 격변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족 사회도 진통을 앓고 있다. 19세기말 20세기초 한반도에서 조선사람들이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올 때, 주로 그들은 단순한 농민들이었다. 농경문화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토박이들이었다. 잘 살아보겠다고 온 것이고, 개혁 개방 전까지 잘 하기는 잘 했다(항일투쟁, 교육 등). 문이 열리자, ‘우리가 제일 못 사는구나’하는 ‘민족적 자각’에 이르게 되었다. 연변 사람들 ‘우리도 잘 살아야겠다’ ‘돈 벌어야겠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연변은 이제 더 이상 조선족의 최대집거지구가 아니다. 대련 단동 천진 청도를 잇는 발해만지구에 조선족 인구가 더 많게 될 것이다. 지금 정확한 통계는 아무도 모른다. 농촌을 기반으로 했던 조선족의 이민사는 이제 ‘도시로 나가는 붐’으로 다시 쓰여져야 한다. 이제 전 세계에 한민족(한국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조선족이 있다. 조선족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어떻게 하면 한국으로 나갈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돌려세울 힘은 없다. 한 10년은 이 상태로 끌려갈 것이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혹자는 ‘조선족은 망한다’라고도 하고, 혹자는 ‘조선족 사회가 앓고 있다’라고도 한다. 또는 ‘조선족 사회는 필연적인 진화과정에 놓여 있다’고도 한다. 망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심하게 앓고 있지만, 필연적인 과정이 아닐까. 3. 조선족 사회에 대한 전망: 첫째, ‘한국바람’이 앞으로 십 년은 지속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소득격차가 있는 한 노무수출은 막을 수 없다. 중국 정부도 장려하는 바이다. 조선족 자신으로는 이제 습관이 되었다. 둘째, 도시로 나가는 추세도 되돌릴 수 없다. 도시로 나가서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한 10년이면 큰 부자들이 나올 것이다. 돈 벌고 나면 “이 돈으로 무얼 하지.. 우리 민족을 위해 무얼 할까...”하는 생각들을 할 것이다. 그러면 조선족 사회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셋째, 인구 감소도 그리 걱정할 것만은 아니다. 조선족 인구가 일 년에 약 1만명이 감소하고 있고, 연변의 조선족 인구는 일 년에 약 5천명 정도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반가운 현상은 연변에서 살고 이 곳에서 죽겠다는 準조선족이 많이 생기고 있다. 해외에서 이 곳에 와 살다보니 정이 드는 것이다. 사실 류연산이 ‘혈연의 강’에서 쓰고 있듯이, 조선사람은 유사이래 이 곳에서 늘 살아왔다. 없는가 하면 있다가, 있는가 하면 또 없다가 하면서 흑룡강-송화강-두만강-압록강에서 살아왔다. 조선족은 농촌을 떠나는 반면, 한국사람이 도시에 가득하고, 북조선사람들이 시골과 산골에 가득하다. 조선말은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선족은 조선말을 잃어 가는데, 중국에서 한국말의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말 배우기에 열심이다. 총적으로 보면, 중국 조선족 사회는 한 십 년은 이런 저런 얘기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지만, 십 년 지나면 비교적 안정을 찾아 지금보다 잘 살게 될 것이다. 4. 조선족자치주의 미래에 관하여: 조선족자치주는 중국으 민족정책이 수요하는 것이다.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이다.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는 중국의 자랑이다. 민족교육을 계속할 것이고 민족학교도 없애지 못한다. 학생이 한 명만 남더라도 지속할 것이다. 장백조선족자치현의 경우, 조선족들은 자치현 않겠다는데, 중국 정부에서 계속하는 것이다. 민족자치는 중국의 國策이다. 5. 두만강개발계획에 관하여: 유엔이 나서서 시도하였던 건설계획은 잘 된 게 없다는 것이 세론이다. 두만강개발계획은 90년대 초부터 유엔개발계획(UNDP)가 나서서 시작한 것인데 지지부진하다. 중구은 동해로의 출구가 없으므로 이 계획을 통해 동해와 태평양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중국이 제일 적극적이다. 북조선은 경황이 없고, 러시아는 소극적이다. 일본과 한국의 자본도 아직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유엔에서 시작한 것이므로 계속되기는 하겠지만,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국 정부는 두만강 하구에 위치한 훈춘시에 2000년 14개 개방도시 중 하나로 권리를 주는 등 적극적이다. 6. 연변경제에 대한 전망: 최근 재정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 공산당이 경제에 성과를 보고 있다. 간부들의 봉급이 4-5백원 오른다. 퇴직한 사람도 2백원 오른다. 아직 부족하지만 상당한 진보라고 할 수 있다. 공산당 영도하의 정치가 지속될 것이다. 경제가 나아지는 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연변의 경우도 한국이 어려우면 직접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서서히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7. 민족개조론에 관하여: 최근 연변에서는 ‘김문학 현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문예지 장백산에 연재되고 있는 그의 ‘민족개조론’이 지식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리가 없지 않은 면도 있다. 그러나, 매도하기 보다는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1    프로필 댓글:  조회:1780  추천:96  200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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