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고향은 어디에...장연하청명이면 해마다 다녀오는 고향이지만 올해는 특별히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늦은 꽃샘추위로 강가의 버들개지도 별로 눈에 띄이지 않는 고향은 쓸쓸한 정적에 잠을 자고있는듯하다.
몇년전까자만 하여도 청명에 고향에 가면 부모님의 산소를 찾는 사람들로 길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였는데 어느때부터인가 그 대렬은 점점 끊껴지더니 올해 청명엔 거의 한적하리만치 사람 그림자조차 찾기 힘들다. 이산 저산 둘러보니 임자없는 묘지들도 점점 늘고있어 가슴이 아프다.
외국으로 먼 타향으로 돈벌이를 떠나다보니 청명, 추석이라도 선조들의 묘지도 쉽게 찾아올수 없는 고향사람들 그래서 인제 고향에는 임자없는 묘지, 잡초만 무성한 묵은땅, 사람 살지않은 빈집들만 고향을 지키고있는 것이다. 40여호가 넘던 마을이 인제 10여호도 될가 개구장이들의 떠드는소리도 왁자지껄 아낙네들의 잡답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새농촌건설을 한다고 마을 큰 길에 해놓은 콩크리트 바닥길은 웬지 숨막히게만 안겨온다. 몇사람이나 걸어다닐 길인지... 갑자기 나 어릴적 흙모래가 깔리고 갈량켠에는 코스모스가 수줍게 웃던 그길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결코 성공하기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떠났던 고향이 이제 먹고 살만해져서 돌아와 보니 이미 거기에는 내 추억속의 고향은 없는것이다. 보리고개를 넘기기가 어려웠어도 생활이 쪼들리게 가난했어도 거기에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수없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배여있었는데...
추억이 없는 인생은 삭막한 것이다. 우리 어머니가 아무리 무식하고 못배웠어도 우리 어머니임이 틀림이 없듯, 우리를 애정으로 길러주셨듯, 우리 고향이 아무리 가난하고 못난 곳이라도 우리를 언제나 포근히 감싸주었다. 그러나 인제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리의 고향은 없다. 우리가 돌아가야할 우리를 따뜻이 껴안아줄 고향은 그 어디에도 없는것이다.
고향은 어디로 갔는가, 누가 우리 고향을 버렸는가. 우리가 《잘 살아보자》를 웨치는 동안 우리 고향은 시들어가고 고향의 산하는 황페해가고있었다. 이제 우리를 키워준 고향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가 외로울때마다 위안이 되여준 우리 고향을 인제 우리가 되살려야 한다. 청명, 추석이면 어떤일이 있더라도 고향을 찾아 성묘하자. 그리고 두눈을 뜨고 살펴보자. 우리가 떠나올 때 손 흔들며 보내주던 고향의 모습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두 팔뚝으로 고향을 되살릴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