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말했는지 장훈고속철을 “동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철”이라고했다. 고속기차가 제일 아름답다고, 고속철로가 제일 아름답다고 한것이 아니다. 고속철의 연선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일것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고속철 창밖으로 스쳐지나는 풍경은 눈부시다. 푸른산이 거기 있고 맑은 물이 그렇게 굽이치고있다. 휘귀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울창하던 수림은 어느덧 울긋불긋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있다. 태고적 오염되지 않은 원시림, 고즈넉한 산골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수줍은 시골처녀처럼 부끄럽게 살포시 미소짓고 있다. 새소리 맑고 물소리 기운차고 하늘은 높고 푸르다.
산, 산자락, 들, 계곡, 꽃, 풀, 물 그 어느것이나 청정자연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누구도 흉내낼수 없고 누구에게도 짝지지 않는 청정지역-연변! 그 어디에 가더라도 우리 연변처럼 공기좋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곳을 보지 못할것이다. 그래서일가, 같은 풍경이건만 훈춘에서 북경으로 가는 고속철에 앉아 바깥 풍경을 감상할때의 느낌과 북경에서 훈춘으로 오는 고속철에 앉아 바깥 풍경을 만끽할때의 느낌이 묘하게 다르다. 어느 책에서 읽은 시구가 자연히 떠오른다.
산아, 산아, 나는 산이 좋아 산으로 들어가건만
물아, 물아, 너는 무엇이 싫어 산에서 나오느냐
21세기는 힐링의 시대, 려행의 시대라고도 한다. 인류사에 길 하나, 철길 하나가 그 지역의 운명을 바꾼 사례가 너무나도 많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찌들게 가난했던 스위스가 오늘날 전세계의 부러움을 가장 받고있는 복지천국이 된것은 철로때문이였다.
해발 4000m의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곳,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원시적 자연이 남아있는 유럽의 유일한 지역 스위스는 오랜 세월 가난과 추위와 싸워왔다. 추위를 쫓자면 석탄이 필요했다. 알프스의 혹한과 험난한 지형을 넘기위해 스위스는 일찍부터 기차를 놓기 시작한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유럽인들이 개발하지 못한 정밀한 기계를 만들어냈다. 알프스의 암벽바위에 철길을 놓기위해서는 고도의 계측기술이 발달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결국, 스위스의 시계산업의 발전에는 알프스에 기차를 놓기위한 스위스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깔려있다. 그런데 험준한 알프스를 넘어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스위스의 철도사업은 이후 스위스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위스는 알프스에 석탄보다 더 가치있는 사업이 있다는것을 발견했다. 바로 관광사업이였다.
우람한 산봉우리들,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원시적 자연은 알프스를 등정하기 위한 발달한 유럽국가들의 산악인들을 손짓했다. 기차는 이들을 실어 나르며 스위스는 더욱 발전했다. 알프스 산악철도의 새로운 전기가 시작된것이다. 사람들은 스위스는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말한다.
한국의 강원도는 푸른산, 맑은물의 청정자연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때는 한국에서 경제가 가장 락후한 지구였다. 지역의 3/4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농사마저 변변하게 지을수없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속에서도 강원도는 변하지않는것이 있었다. 곧바로 천혜의 자연경관이였다. 몇십년의 세월속에서 강원도의 산천은 더더욱 푸르렀다. 그 때문에 도시 삶에 찌든 사람들이 휴가철에 가장 찾고싶은곳으로 태여났다. 설악산, 동해, 단풍, 설경 등이 일년사계절 자연의 풍미를 만끽하려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귀향하는 사람, 귀농하는 사람들이 강원도로 앞다투어 줄을 이었다. 또 천혜의 경관으로 2018년 동계올림픽까지 치르게 되였다. 친환경적인 노력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지금의 친환경강원도를 있게한 원동력이다.
올 국경휴가철 연길시나 훈춘시의 유명한 랭면집, 보신탕집, 양고기뀀점, 두부집, 순대집, 떡집 등 문앞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을 심심찮게 볼수 있었다.
모두들 고속철개통이 외지의 관광객들을 많이 실어왔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아무리 고속철이라도 사막이나 민둥산, 일망무제한 평원을 달린다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가?
자연이 주는 선물은 얼마나 위대한가! “동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철”이기에 관광객들이 찾아드는것이 아닐가!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연변의 관광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유명 경제포럼의 환경성과 지수의 수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동북아의 관광업중심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시류에 맞춘 반짝하는 정책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본래의것을 그대로 유지하여 자식들에게 후대들에게 전해주려는 우리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이 강산의 소원이 아니겠는가!
연변일보 201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