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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 배 신
2019년 11월 30일 18시 39분  조회:1990  추천:0  작성자: 선수기
 
 
1
 
한가한 저녁, 윤희는 딸 혜단이가 헤집어놓은 옷장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안 입는 옷들을 걷어내고 계절별로 나누어 차곡차곡 개여놓느라니 몇해전에 리혼수속을 끝내고 짐을 싸가지고 집을 나오던 때가 떠오른다.
그날이 어제 같은데…
아무렇게나 볼품없이 나딩구는 불쌍한 옷보따리들을 바라보노라니 리혼하고 집을 나온 자기의 신세처럼 더없이 가련하고 초라해보였다.
“두번 다시 너희들을 초라하게 하지 않을게, 미안해. 너희들도 나도 더 이상 구질구질해지지 말자.”
윤희는 말 못하는 보따리들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딸애까지 자기처럼 초라해지는게 싫어서 잘사는 아빠와 함께 좋은 집에서 살라고 그처럼 얼리고 닥치고 했는데도 기어이 엄마를 따라나섰다. 사춘기때의 쌀쌀맞던 그 서슬은 어디로 갔는지?
자기를 두고 갈가봐 이사짐차에 먼저 올라타고는 겁 먹은 눈으로 엄마만 하염없이 쳐다보던 딸애.
대체 초라함의 극치는 어디까지일가?

불쌍한 내 새끼.
불쌍한 내 보따리.
불쌍한 윤희.

배짱을 부리며 갑자기 리혼을 하고보니 집도 없고 돈도 없어 살길이 막막하였다.
남편이 일년씩이나 미루면서 리혼수속을 해주지 않아서 지칠대로 지친 윤희, 사람이 정 떨어지니 하루라도 빨리 해탈하고싶은 마음뿐이였다. 하여 윤희는 자기 몫의 가게외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리혼수속을 끝냈던것이다.
“살기 싫은데 그깟 재산이 뭐 필요해? 마음 편히 살아야지,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
매일 BMW를 몰고 여유작작하게 출근하던 일용잡화점 사장인 윤희는 몇년만에 다시 일원짜리 공공뻐스를 리용하여 출퇴근할수 밖에 없었다.
세집살이도 십몇년만에 다시 하게 되였다.
장사도 이상하게 내리막질한다.
돌려쓸 돈도 없어서 달마다 신용카드를 긁을수 밖에 없다. 
대부금에, 보험비에, 애 학잡비에… 경제적압력도 대단하다. 
전에는 친구들 모임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기분에 따라 취하고싶으면 취하고 놀고싶으면 놀고 했는데 혼자가 되고보니 마음대로 취할수도 놀수도 없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길을 지나다가 혹시 교통사고라도 당할가봐 조심스럽다.
혼자 살면 힘들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생각밖으로 산 넘어 산이다.
모든것이 가난했던 옛시절로 돌아간것 같다.
전에는 한해에도 두세번씩 친척, 친구들의 잔치집 둘러리를 섰댔는데 인제는 결혼식에 가서 춤 추기도 저어된다.
딸애를 보면 죄 없는 딸애가 불쌍하고 다시 남편한테 되돌아가서 살자니 자기 자신이 불쌍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친척과 친구들이 업신여기는것 같아 늘 신경이 쓰이고. 웬간한 정신력으로는 정말 버텨내기 힘들다.
리혼이 진짜 할짓이 아니라는것을 세포 하나하나로 느끼게 된다.
흔히 돈이 별거 아니라고 우아하게들 말하지만 정작 돈이 궁해봐야 돈이란 물건이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을 무시하고 괴롭히고 초라하게 만드는지 알수 있다.
 
 
2
 
“준걸아, 저녁에 선약이 없지? 술이나 한잔 할가? 다섯시 반까지 김삿갓꼬치집으로 슬슬 걸어오렴. 나도 그 시간에 맞춰 갈게.”
“알았어.”
동주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준걸이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자란 둘은 커서도 자별한 사이다.
3년전에 귀국한 준걸이는 마음이 늘 허전하게 보냈다. 십년 동안이나 미국에 있다가 돌아오니 “신생사물”이 너무 많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늘 다른 세상에 온것처럼 어리벙벙하다. 물가는 또 어찌나 치솟았는지 백원짜리 한장을 터뜨리면 도적을 맞히기라도 한것처럼 금방 거덜이 났다.
맥주집이나 커피점도 거리에 총총하고 밤문화도 미국 못지 않았다. 가족끼리 려행도 다니고 친구들끼리 파티도 벌리고 모두들 제법 사는 멋이 있어보였다. 거리에는 외제차들이 굴러다니고 친구들도 여유 있게 잘살고있다. 아무리 외국에서 돈을 많이 번것 같아도 제고장에서 출근하면서 발전한 친구들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친구들이 잘사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애초에 직장을 버리고 나온 자기가 바보 같았다.
그래도 동주가 외국에서 고생한 준걸이가 아직 국내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외로와한다면서 자주 술장소에 불러주었다. 물론 준걸이도 미국에서 돈을 꽤나 벌었노라고 상황에 따라 술값을 척척 치렀다. 윤희는 친구들이 남편을 위로해주는건 고마왔지만 가족을 제쳐놓고 남자들끼리 너무 붙어다니니 탐탁치 않았다.

아니, 야속했다.

사실 오래동안 헤여져 산 준걸이네 부부는 서로 소통이 필요하였다. 헌데 남편이 쩍하면 밖으로 나돌아 얼굴을 보기마저 쉽지 않았다. 매양 그때마다 윤희는 속수무책으로 한숨을 토해내며 독수공방할수 밖에 없었다.
윤희에게는 딸애랑 남편이랑 함께 세식구가 오붓하게 가족분위기를 한껏 누리며 해보고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등산, 캠핑, 가족려행, 축구구경… 다 다니고싶다. 또한 원없이 집에서 함께 뒹굴면서 그동안 그리웠던 이야기, 고생스러웠던 이야기도 나누고싶다.
윤희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남편대로 굴레 벗은 말처럼 바깥생활을 즐기느라 안해의 기분이나 정서 같은건 관심도 없었다.
남편이 외국에 가있는 동안 윤희는 집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도 잘 벌고 육아교육에도 열중하고 사업체도 탄탄하게 키웠다. 요즘 같은 세월에 보기 드문 녀자였다. 그래서 마누라를 잘 만났다고 남편의 친구들도 부러워했다. 착하지, 돈 잘 벌지, 능력이 있지. 그만큼 윤희에게는 가족과 가게가 전부였다.
그런데 남편이 돌아온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남편이 친구가 더 중해서 밖으로만 나도는데 나라고 혼자서 가족타령만 부를수 없잖아. 놀면 좋은줄 누가 몰라?
윤희도 점차 친구모임이나 동창모임에 열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미국에 있을 때에는 지인들을 만나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와도 눈치 볼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 먼저 집에 돌아와서 기다리는것 같아서 송곳방석에 앉은듯 편하지를 않다. 그래서 아예 일찍 집에 돌아오군 하였다.
그런데 윤희가 모임에 참가하고 와도 남편은 늘 집에 없었다. 또한 남편은 어디에 가서 무얼 하며 놀았는지 묻지도 않았다. 반겨주는 따뜻한 가족이 없고 남편의 사랑을 못 받는 윤희는 외로왔다.
그날도 윤희가 동창들과 노래방까지 거치고 집에 돌아오니 역시 남편은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
“여보, 애타게 서방님이 오길 학수고대하는 바보 한명 있으니 일찍 오면 안되겠슴까?”
“금방 갈게. 다른 친구들의 안해는 전화가 오지 않는데 왜 당신만 자꾸 전화질이야? 창피하게.”
“다른 친구들은 당신처럼 외국에서 금방 돌아온게 아니니깐 전화 안하겠지. 전번에 부부동반으로 단풍구경을 한번 가자고 하니 친구들이 거의다 외토리라며? 딱 한명만 마누라가 있는데 한국 간지 6년째 되도록 기별도 없다고 했잖슴까? 그러니 다른 친구들은 빨리 집에 오라고 전화할 사람이나 있겠슴까? 가족이 없는 사람처럼 친구만 친구라고 나다니다가는 당신도 외토리신세가 되지 않나 보쇼. 내가 지금 벼르는중이니 조심하쇼 예. 그리고 우리 친구들은 모임할 때 혹시 남편이 전화라도 오면 짐짓 나무라는척하며 은근히 재밌게 산다고 자랑합디다. 따지고보면 아직까지 당신의 행처를 관심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전화하는게 불편하다면 이젠 다시 전화하지 않을거니깐 남편에게 관심 없다, 섭섭하다, 이런 말 하지 마쇼 예.”
“재수없이 말하지 마. 그 패들이 아니고 지금은 다른 친구들과 있단 말이야.”
말투가 신경질적이다. 외국에 가있더니 성격이 완전히 괴벽해졌다. 성낼 일도 아닌데 성을 내는가 하면 재수없다는 말은 아예 입에 달고 산다. 보살펴야 할 가족은 관심도 하지 않고 완전히 자아중심적이 되여버렸다.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다더니 갱년기일가?
“재수없다는 말 그만하면 아이됨까? 그 말을 입에 달구 사니 재수없는 일들이 자기넬 부르는줄 알고 당신만 자꾸 따라다니지. 듣는 나까지 막 재수없어지려 하네.”
윤희는 밸이 난김에 콱 쏘아붙였다.
“됐어, 금방 갈게. 당신 전화할 때마다 돈을 떼워. 내가 돈 다 잃으면 좋겠어? 마작 놀 때 다시는 전화하지 마.”
“빨리 오쇼 예. 12시를 넘기면 문을 안으로 잠그고 열어주지 않겠슴다.
집이 없는 사람처럼 맨날 밖에서 살면서.”
10시에 전화했을 때 금방 온다던 남편은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오지 않았다. 가끔씩 조용한 아빠트복도에서 울리는 발걸음소리가 제 집 문어구로 오는듯하다가도 웃층으로 올라갔다.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허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남편의 발걸음소리는 아니다.
바깥동정에 너무 신경을 도사렸더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났다. 생물시계가 잘못됐는지 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으니 잠도 오지 않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노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매일 노래처럼 일찍 돌아오라고 해도 서울에 감투부탁이였다.
미국에서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렸는데 정작 돌아오니 여러가지로 생활습관이 맞지 않아 늘 부딪쳤다.
(마작판이 끝나 밤참 먹으러 갔을가? 이렇게 자지 못하는줄 알면서 일찍 올거지…)
그러다가 비몽사몽간에 어렴풋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손더듬으로 핸드폰을 집어들고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였다.
남편은 조용조용 들어와서 TV를 켜놓고 객실 쏘파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사업때문에 저토록 늦게까지 바삐 돌아친다면 윤희가 얼마나 감지덕지해할가?
윤희는 일어나서 그동안 열번도 더했을 얘기를 곱씹었다. 이러다가 연설가가 되는게 아닌가싶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인데 저녁 먹고 10시쯤 되면 그동안 외국에 가있어서 안해와 얘기도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좀 일찍 들어가서 안해를 동무해줘야겠다면서 엉뎅이를 떼고 일어서면 친구들도 말리지 않을게 아임까. 그리고 슬슬 뭔가 해서 제고장에서 기반을 닦을 타산을 해야지 매일 밖으로만 나도니… 벌어온 돈을 다 써버리면 또다시 외국에 나가겠슴까?”
“집에 와서 그새 좀 놀았다고 벌써 바가지를 긁소?”
“그게 아니라 뭔가를 하면서 놀라는 말이지. 그렇게 논게 이젠 몇년째임까?”
“당신 돈 잘 번다구 작작 너덜거려.”
“남들은 월급은 월급대로 타면서 휴일에만 마작을 노는데 당신은 월급이 있슴까? 아니면 돈이 나오는 사업체가 있슴까? 무시를 당하면서 힘들게 벌어온 돈을 그렇게 값없이 쓰겠슴까? 당신 눈에 안해와 자식이 보이기나 함까? 가족은 둘째 치구 당신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살면 아이되잼까? 한 나이 젊었을 때 로후대책을 세워야지.”
“미국에서 어떤 고생을 했는지 당신이 알기나 해?”
“미국에 가서 일한 당신만 고생하구 집에서 부모와 애를 돌본 나는 놀았슴까? 어쩜 늘 자기만 고생했다고 말함까? 그래 나는 낮에는 가게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마작치기 간 남편이 언제 돌아오나 멀뚱멀뚱 기다려야 됨까? 립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쇼. 그동안 애면글면해서 남부럽지 않게 갖출거 다 갖추고 이제 좀 살만한데 왜 우리는 비 오는 날이 해가 난 날보다 더 많슴까? 제발 좀 서로 아끼면서 살기쇼.”
그러거나말거나 남편은 무거운 짐을 윤희 혼자만 지고 가라는듯 모르쇠를 댔다.
어쩌다 이런 남자를 만났는지 이대로 나간다면 조만간에 미쳐버릴것 같았다. 안해가 열심히 맞벌이를 해서 잘살자고 애를 쓰는데 한 가정의 기둥인 남편이란 사람이 허구한 날 마작판에만 빠져있으니 윤희로서는 도저히 마음의 평형을 잡을수 없었다.

지금이 어떤 세월인데?

나다녀보면 종종 초라해진다.

상대적빈곤감!

남들이 잘사는걸 보면 기분이 상해 못살겠다.
요즘 같은 세월에 애 학잡비, 생활비, 상업보험, 대부금, 거기에다 부조돈까지… 돈 쓸 일들이 줄을 쳐서 기다린다. 돈 없으면 촌보난행이라는 말에 완전히 공감이 간다.
준걸이는 오늘도 마작판에서 돈을 꽤 떼웠다. 아침부터 바가지를 긁은 안해탓이였다. 그동안 미국에서 그 잘난 개도 안 먹는 돈을 버느라 굽신거리며 살아왔었다.

오죽했으면 돌아올 때 미국쪽에 대고 오줌도 안 싼다고 맹세했겠는가.

그런데 정작 집에 돌아오고보니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마작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젠 어느새 푹 빠져버리고말았다. 그동안 미국에서 업수임을 당하면서 악착같이 번 돈을 야금야금 마작에 거의다 탕진하였다.
미국에 가지 말고 여기서 아무 일이라도 시작했더라면 지금쯤은 기반이 잡혔을텐데 10년 외국생활때문에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고말았다. 안해가 몇년째 백수생활을 한다고 구박해도 속수무책이다. 이러다가 돈이 다 떨어지면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는 안 간다던 외국으로 나갈수 밖에 없다.
 
 
3
 
-나와요, 문앞에 다 왔어요.
-집에 가더니 벙어리가 됐나? 련락이 없네. 마누라가 무섭긴 무서운가보네.
일일드라마도 다 봤겠다, 뉴스도 끝났겠다. 야심한 밤 마작 놀러 간 남편이 돌아오자면 한창 이른 시간인지라 윤희는 객실 쏘파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을 청하다가 남편이 미국에서 사용했던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기가 숭배하는 신(神)에 집착하듯 남편이 외국에 가있는 동안 문학에 깊이 빠진 윤희는 시간만 나면 책이든 핸드폰의 메시지든 손에 잡히는대로 몰입해 잘 읽었다.
그런데?
“어이쿠 망칙해라. 이게 무슨 메시지람?”
날씨예고거나 명절인사 같은것으로 가득찼을줄 알았던 메시지창엔 지우지 않은 이상야릇한 문자들이 한달 사이에 무려 200여개나 저장되여있었다. 대화내용으로 보아서 가정이 있는 불륜남녀가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주고받은 닭살 돋는 내용였다.
윤희는 너무도 뜻밖의 메시지에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소설에서만 보아오던 애매한 관계에 호기심을 잔뜩 품고 단숨에 쭉 내리읽었다.
오- 남편이 미국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핸드폰을 가졌다더니 그 핸드폰주인이 애인이 있었던 모양이네.
쯔쯔, 이 녀자 나쁜 녀자네. 남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어머, 이 녀자 말발 괜찮네…
헌데 남자도 꽤 재밌게 맞장구치고있지 않는가?
-안해가 왔어, 이만하자. 래일 또 봐.
-알았어 준걸씨, 싸(사)랑해, 내 꿈 꿔.
마지막 메시지를 읽는 순간에야 윤희는 비로소 그 주인공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남편임을 알게 되였다.
“와아- 세상에…”
자기가 되려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것처럼 심장이 콩닥콩닥 뛰였다. 갑자기 날벼락이라도 맞은듯 머리가 뗑해나면서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어… 어떻게 내 남편이?” 
일부러 뒤를 캐려고 한것이 아니라 무심결에 재미로 들춰본 남편의 핸드폰에서 이런 메시지를 발견하다니?
윤희는 괜히 남편을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가봐 두번, 세번 다시 메시지를 훑어보았다. 무뚝뚝한 남편의 인간성을 굳게 믿고있었는데 오늘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아닌가? 표달도 잘하고 랑만도 넘치고 련애경험도 꽤 있는것 같았다. 상대는 남편과 여라문살 나이차이가 나는, 가정이 있는 한회사의 녀직원이였다. 엄연한 사실앞에서 윤희는 괴롭고 가슴이 아릿해났다.

배신자!
윤희도 가끔 남자동창들과 모임도 가지고 만나서 별의별 우스개도 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녀자가 끼이지 않는 술자리가 어디 있는가? 이렇게 나름대로 개방된 사유를 가지고있었던 윤희였다. 남편도 그 정도일거라 믿고있었는데…
남편은 미국에서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한회사에만 출근하였는데 사장의 두터운 신뢰를 얻어 꽤 높은 직위에 있었다. 상대녀자는 그런 남편에게 돈개나 있는줄 알고 유혹하였고 남편은 그걸 즐기고 리용하였던것이다.
“있어보이고싶었을가? 놀고 자빠졌네.” 윤희는 머리가 폭발할것 같았다.
“앞집 영자네 남편은 어떤 여우같은 녀자와 눈이 맞아서 밖에다 집까지 사놓고 몇해 같이 살았다오. 당사자만 모르지 두 사람이 영자네 시집에 가서 인사까지 해서 그 친척들도 다 알고있다오. 입만 벌리면 우리 남편, 우리 남편 하며 남편 잘 만났다고 으시대더니만 울 일이 나졌지. 이제 영자가 알게 되면 속이 괘번저져서 어찌 살겠소?”
옆집에 사는 정은이 엄마한테서 이런 얘기를 듣고 남편한테 “당신은 그래도 바람을 피우지 않아 내가 그런 속을 태우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감지덕지해했던게 불과 며칠전이 아니였던가? 자기도 오쟁이를 진줄을 모르고.
문득 며칠전의 일이 떠올랐다. 남편이 밖에 나가려고 복도에 나섰다가 핸드폰을 깜박했다며 갖다달라고 해서 얼핏 봤더니 핸드폰화면에 자기 사진도, 딸애 사진도 아닌 웬 낯모를 예쁜 녀자 사진이 떡하니 떠있었다.
“웬 녀자 사진임까? ” 윤희가 올롱하니 눈을 치뜨고 물었다.
“엽서에 이쁜 녀자 사진이 있길래 올렸어. 왜? 안돼?”
“당신 눈에 나보다 더 이쁜 녀자두 있슴까?”
“당신도 좋아하는 남자연예인 많잖아?”
“하긴 뭐.”
남편이 너무 태연스럽게 말하길래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지금에 와보니 그게 아니였다.
윤희가 또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어 다시 남편 핸드폰의 사진첩을 뒤져보니 그 녀자 사진이 수두룩하였다.
-요즘 몸이 더 살쪘어요. 얼굴이 막 네모꼴이 되고…
-자기야, 나한테 호박 같은 아들 낳아주렴.
-집에 마다매보구 낳아달라 하세요.
(여우같은 년, 벼락이나 콱 맞아라.)
농촌태생인 윤희가 자식욕심이 많아서 아들이든 딸이든 애 하나 더 낳자고 애걸하다싶이 할 때는 귀머거리인척 외면하더니.
윤희는 사실 둘째를 낳고싶은 욕심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헌데 남편이 이런 여우같은 년과 애까지 낳겠다고?

쓰레기 같은것들.
윤희의 친정엄마가 늘 당부했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윤희야말로 그 꼴이 되였다.
-저녁에 바다바람 쐬러 갈가?
-우와, 신난다.
집에 돌아온후로 마작판에 붙어있지 않으면 친구들과만 만나면서 윤희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던 남편이 애인과는 별의별 랑만을 다 누리고있지 않는가?
이름을 밝혔으니망정이지 윤희는 정말 죽었다 깨여도 메시지내용의 주인이 남편인줄을 몰랐을것이다.
미국에서 가족을 위해 개고생한다고 울부짖던 남편, 윤희도 남편이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2000년에 미국에 가서 10년 동안 분투하여 그 어마어마한 빚을 다 갚고 50만원(인민페)이나 집에 보냈다. 그만큼 고생했으니 집에 돌아오면 고이고이 받들어모셔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사이에 앙큼한짓을 저지르다니?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
누구누구는 애인한테 차 사줬대, 집 사줬대, 애까지 밖에서 낳았대… 이런 얘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때마다 기가 막혔었다. 허지만 세상 남자들이 다 바람을 피운다 해도 자기 남편만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었다. 그래서 모든 부동산을 다 남편명의로 등록하였다. 물론 남편이 미국에서 고생한것도 있지만 더우기는 남들이나 친척들 앞에서 학력이 낮은 남편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뭐가 잘났다고 중년에 이 지랄이야?
배운게 있나, 돈이 있나, 능력 있나?
무식해도 말없이 살아줬는데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열심히 살아온 하루하루가 후회스러웠다.

“꼬라지하곤… 어디 두고보자.”
윤희는 잠시 내색을 하지 않고 일단 하회를 계속 지켜보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남편이 믿을수 있는 해석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해였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어쩌면 그냥 악몽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가?
남편과 그닥 감정이 좋은건 아니였지만 그동안 안온한 생활에 길들여져있어서 좋은 집, 좋은 가게를 포기할 용기는 없었다.
진실이 궁금하다.

무엇때문에?
뭐가 모자라서?

아, 그때 그랬었지.

44살이라고…
3년전, 금방 미국에서 돌아온 남편과 하늘땅이 뒤번져지게 다투었다. 오래동안 서로 갈라져있어서 생각하는게 서로 극과 극이였다. 그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러서 저주를 받는건 아닐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남편은 늘 “당신이 어찌 외국 가서 쿨리처럼 개고생하면서 산 사람들의 설음을 알겠어? 말하면 다 눈물이거든…” 하고 윤희에게 한풀이를 하면서 쩍하면 바깥에서 흥청망청 마시고 놀고는 밤중에 집에 와서 술주정을 부렸다.
윤희는 “그렇게 남의 나라에서 힘들게 일하고 무시를 당했으면 제 나라에 와서 빨리 자리를 잡을 생각을 해야지.”라고 늘 남편을 다독여주군 하였다.
기실 일년 365일 치고 쉬는 날 없이 애를 돌보랴, 부모님들 보살피랴, 가게를 운영하랴 천방지축 달려온 윤희는 여기서 아무 고생 없이 안온한 생활을 하고 자기만 가족을 위해 고생했다는 론리였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또 외박하고 아침 5시가 다되여서야 슬글슬금 집으로 기여들었다.
온밤을 하얗게 지새운 윤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당신 이젠 집에 오지 마쇼. 차라리 밖에서 사쇼.”
“친구들끼리 밤참 먹고 안마방에 가서 안마받고 홀 잠든게 이제껏 잤어.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 그래서 내친김에 친구들끼리 죽집에 가서 죽까지 먹고 왔어.”
남편은 히쭉히쭉 웃으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기려 하였다.
“내가 보기엔 당신은 가족이 필요 없는 사람임다. 제멋대로 놀고싶은거 다 놀고 거기다 외박까지 하는 사람이 가족을 해서 뭐하겠슴까? 혼자 사쇼.”
윤희는 시악을 쓰며 계속 련주포를 쏘아댔다.
“남편이란 사람이 맨날 마작판에 붙어있는데 내 혼자 버둥거려서 뭐하겠슴까? 밑굽 빠진 항아리에 물 붓는 격이지. 이젠 가게를 남에게 임대해주고 나도 아예 집에서 놀겠슴다. 저녁엔 외박두 하구. 있는 돈을 같이 펑펑 쓰다가 없으면 당신이 알아서 벌겠지. 내가 혼자서 애면글면할게 뭐가 있슴까? 콱 같이 망해버리기쇼.”
밸이 꼬일대로 꼬인 윤희는 흥분한 나머지 손에 잡히는대로 이것저것 마구 쥐여서 던졌다. 남편이 제일 애지중지하는 정교한 도자기술잔들도 미련없이 바닥에 쾅쾅 박살을 냈다.
TV를 켜놓고 잠자코 있던 남편이 갑자기 꽥 소리치며 발딱 일어나더니 윤희의 멱살을 거머쥐고 면상에 주먹을 안겼다.
“앗!”
윤희는 눈을 싸쥐고 그 자리에 널부러졌다.
그러고도 성차지 않았는지 남편은 윤희의 머리채를 휘여잡고 성난 사자마냥 울부짖으며 벽에 짓쪼아놓았다. 윤희는 몸을 옹송그리고 손을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저항하였지만 이미 미치다싶이 한 남편의 힘을 당할 길이 없었다. 한참후에야 겨우 제정신이 든 남편이 구타를 멈추었다. 윤희는 머리가 삼검불같이 헝클어지고 눈언저리가 퍼렇게 멍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매를 맞고 당신과 살것 같슴다? 아이 삼다, 아이 살아. 지금 당장 민정국으로 가기쇼. 리혼하기쇼.”
리지를 잃은 윤희는 소리소리 지르며 길길이 뛰였다.
리혼이라는 말에 놀라서 남편이 잠시 멍해졌다.
남편이 미국에 갈 때까지만 해도 어려워 감히 대들지 못하던 윤희가 십년 세월에 완전히 이악스러운 아줌마로 변하였다.
“지친다 지쳐. 너도 지치고 나도 지치고…”
이렇게 대판으로 싸운 뒤면 남편은 하는수없이 일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던 마작판에 나가지 않았다. 안해가 밸이 풀릴 때까지 참아야지 안 그러면 보따리를 싸가지고 가출해버리는수가 있었던것이다. 또한 그 가출이 몇주가 될지, 몇달이 될지… 뒤수습을 하기가 더 어려웠다.
매번 윤희가 가출할 때마다 남편은 저지른 죄가 있는지라 처가집에 찾아가서 손이야 발이야 성근하게 빌군 하였다. 이때다싶어 윤희는 남편에게 각서를 씌웠다. 첫째, 둘째, 셋째… 다 자기에게 유익하게 작성하였다. 남편은 서명할 권리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풍파가 지나가면 한동안은 아기자기 평화로왔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고 몇달이 지나서 윤희의 마음이 다소 가라앉으면 남편은 눈치껏 낮에만 마작판에 다니다가 조금씩 용감해져서 밤에까지 드나들었다. 윤희의 히스테리가 또 폭발하면 남편은 언제 그랬느냐 싶게 금방 자라목처럼 움츠러들었다.
이렇게 반복하기를 몇해인지 모른다. 너무 신물이 나서 어느 하루 윤희는 답답한 마음에 앞날을 예측한다는 철학관을 찾아갔다.
점쟁이할머니는 윤희의 생년월일을 물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제 44살이 고비가 될거야. 그 시기만 잘 넘기면 리혼은 하지 않아.”
 
지난 세기 90년대에 윤희는 외삼촌의 도움으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다.
허지만 도시에 남아서 직업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었다.
그즈음에 친구의 소개로 우람진 몸매에 인물도 시원스럽게 생기고 성격도 호방한 준걸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고중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준걸이는 일곱 형제중 막내였는데 형제들 몇은 유럽에 가있었고 부모님들은 모두 로간부였다. 어려운 가정에서 나서 자란 윤희는 준걸이만한 조건이면 괜찮은 상대라고 생각되여 선선히 결혼하였다.
결혼뒤 둘은 그럭저럭 무난한 나날들을 보냈다. 일년뒤엔 귀여운 딸애까지 태여나 행복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런데 몇년 뒤부터 남편의 단위 사정이 점차 어려워졌다.
그때 마침 출국바람이 불어 남편도 거액의 돈을 브로커에게 주고 미국으로 가게 되였다. 윤희는 집에서 딸애와 부모님들을 보살피면서 일용잡화점을 운영하였다. 낮에는 가게에 출근하고 퇴근후엔 대충 저녁밥을 지어먹고 또 자전거에 커다란 짐을 싣고 야시장에 가서 적치된 물품들을 팔군 하였다.
애를 키운다는 핑게로 집에서 놀수도 있었지만 시골태생인 윤희는 천성적으로 일하기 위해 세상에 태여난 사람처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남편이 미국에 가면서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부지런히 일했다. 윤희의 친정엄마가 마을에서 “꼬리 없는 소”라고 불렸는데 윤희도 바로 그러했다. 허지만 윤희는 고달픈줄을 몰랐다. 그는 오매불망 부부가 하루빨리 다시 모여 오붓하게 살 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청천벽력이라더니 남편이 신고를 당하여 본전도 못 벌고 반년만에 붙잡혀 중국으로 강제송환될줄이야.
하늘이 무너졌다.
온 여름밤 야시장에서 목이 쉬도록 물건을 팔면서 아글타글 일했는데 남편이 십몇만원이나 되는 빚도 갚지 못한채 돌아오니 너무도 허무하였다. 왜 하필 남편한테만 액운이 떨어졌는지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돌아온 남편은 또다시 밀입국으로 여러 나라를 거쳐 재차 미국땅을 밟았다. 두번의 출국수속에 처넣은 돈이 얼마인지 모른다. 허지만 그들에겐 오직 그 길만이 살길이였다.
천문수자와 같은 빚을 걸머진 그들은 한 사람은 미국에서, 다른 한 사람은 중국에서 억척스럽게 일하였다. 청춘과 바꾼 10여년 세월, 그들은 갖은 풍상고초를 다 겪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윤희네는 마침내 빚을 다 물었다. 나중에는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재산도 많이 늘었다. 윤희는 이젠 알콩달콩 재밌게 살줄로 알았다.
헌데 세상살이가 그렇게 록록치 않았다.
학수고대하였던 남편의 귀국은 결국 행복이 아니라 시한폭탄이였다.
 
 
4

 
며칠간 윤희는 탐정처럼 남편이 없는 사이에 핸드폰을 들춰보군 하였다.
과연 남편과 그 녀인은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고있었다. 긴가민가하던 의혹은 점점 더 확실해졌다.
남편의 두 핸드폰에 다 메시지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남편은 왜 이런 기록을 지워버리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있을가? 혹시 윤희가 뒤져보고 먼저 리혼하자고 제기하길 바라서 올가미를 늘인건 아닐가? 아니면 윤희가 핸드폰을 들춰보려니 생각지 못해서일가?
정직한줄로만 알고 시름 놓고 살던 남편의 배신은 소금으로 아린 상처를 씻어내는것 이상의 아픔이였다.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편이 들어왔다.
윤희는 잠결에 놀라 깨여났다. 밤 12시다. 이어서 쏴- 샤와소리가 들리더니 텔레비죤을 켜놓고 객실 쏘파에 누워 누군가와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듯했다.
그녀겠지, 바로 남편의 애인.
그녀와는 다정다감하게 굴면서도 안해와 딸애가 자는 방은 기웃거리지도 않는 남편이였다.
내가 어쩌다 이 신세가 됐지?
몇해 같이 살지도 못했다. 남편이 오래동안 외국에 가있다나니 함께 한 시간이 불과 5년 밖에 안된다.
이튿날 아침, 윤희가 출근하려는데 면도를 하고있던 남편이 턱에 거품이 가득한채로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여보, 요즘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놀면 지기만 하는데 돈이나 존 주라. 쉬 좀 붙게…”
“이달에만 이미 3,500원 줬는데 또 달라면 우리 식구는 뭘 먹고 삼까? 너무함다. 주지 않은것도 아니고.”
“돈을 따면 돌려줄게.”
“안됨다.”
“그럼 이 목걸이 팔아서 쓸거야.”
“정신이 나갔잼까? 전번에 집 살 때 3만원이 모자라도 아까와서 팔지 않은 목걸이인데… 팔기만 해보쇼. 큰일날줄 아쇼.”
윤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포를 놓았다.
그로부터 며칠뒤 윤희가 장판을 닦다가 어망결에 쏘파에 앉아있는 남편을 쳐다보니 늘 보기 좋게 목에 걸려있던 싯누런 24k짜리 금목걸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 목걸이가 안 보이네. 정말 팔았슴까? 얼마에 팔았슴까?”
“만 륙천.”
“당신 바봄까? 그거 시가로 3만원짜린데 왜 그렇게 눅거리로 팜까? 사채라도 쓴게 아임까?”
“당신이 돈을 주지 않으니 어쩔수 없었소.”
“미쳤구나 미쳤어.”
“당신이 날 미치게 했잖아? 남자는 호주머니가 비면 별짓을 다해.”
“그래서 녀자도 끼고 다님까? 전번날 저녁에 하두 심심해서 당신의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본의 아니게 당신이 애인과 나눈 메시지를 우연히 봤슴다. 그동안 미국에서 점잖게 지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별짓을 다했습디다. 그러고도 내앞에선 얌전한 고양이처럼 수염 쓱 씻고…”
남편은 깜짝 놀라더니 큰 눈을 희번득거렸다.
“왜 남의 휴대폰을 함부로 뒤지고 그래?”
“보길 잘했지. 안 봤더라면 내가 언제까지 바보처럼 당하고있었을지 누가 암까?”
“애인은 무슨 개코같은 애인, 그냥 심심해서 장난 좀 친거 가지구.”
“뻔뻔스럽게 하나도 당황해하지 않고 둘러붙이는걸 봐. 세살짜리 애하고나 그렇게 말해보쇼. 믿는가? 참, 이제는 하다하다 별짓을 다하네. 한회사 직원?… 나 원 어이가 없어서. 그리구 뭐 나를 마다매라구? 애까지 낳아달라구? 로망이 났나.”
“난 장난으로 그런것뿐이야. 큐큐에 들어가봐. 요즘 모두들 취미로 그렇게 장난치며 놀아.”
“흥, 장난? 웃기고 자빠졌네. 장난인데 그 녀자 사진을 가득 저장해두고 봄까? 어리숙한줄 알았는데 치밀하기까지 하네. 당신이란 사람 참 대단함다. 내 사진이나 애 사진은 한장도 없더구만. 하긴 그렇게 둘러댈수 밖에 없겠지. 안 그러면 사람이 얼굴 가지구 어떻게 그런짓을 저지를수 있겠어. 애 아빠가 돼가지구 도덕이 거지 발싸개구만.”
“믿지 않겠지만 분명 장난이야. 내가 어떻게 감히 돈 잘 버는 안해를 배신할수 있겠어?”
“그 말을 내가 믿을줄 암까?”
“하, 이거 버선목이니 뒤집어보이겠는가?”
윤희네 동창들도 워이신에서 별의별 육담을 다한다. 특히 모임때마다 육담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 자기는 웃지도 않으면서 어찌나 술술 생동하고 구수하게 얘기하는지 모두 허리 부러지게 낄낄 웃어댄다. 하지만 우스개는 어디까지나 우스개일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남편의 메시지는 그런 유머가 아니였다.
“당신 애까지 낳고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녀자가 있어 잘됐네. 내가 깨끗하게 자리 내줄게.”
“아니야. 당신이 오해할만해. 잘못했어. 당신한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내가 정말 잘할게.”
“아니, 아무리 마음이 좋아도 이것만은 용서 못하겠슴다.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마음 떠난 사람을 붙잡고 사는 그런 불쌍한 녀자는 되기 싫슴다.”
“정말 아니란데… 증거도 없잖아.”
“무슨 증거가 필요함까? 녀자들은 느낌이란게 있슴다.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쇼. 누가 당신을 믿어주나?”
“나는 그냥 외국에서 고독했을뿐이야.”
“쳇, 고독하다구 그래도 됨까? 나두 혼자서 지내기 고독해서 외간남자를 찾았다면 당신 바람 핀 안해와 살수 있겠슴까?”
“어떤 상황이였나 봐야지.”
“흥, 말도 안되는 소리. 당신은 될수 있겠는지 모르지만 나는 안됨다.”
“이젠 다시 련락하지 않을게.”
“집에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세라 항상 쥐고 다니는 당신의 그 말을 믿으라고?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게 낫지. 나도 내가 바보였으면 좋겠슴다. 알고도 모르는척하는 바보 말임다.”
“……”
“나는 부처님이 아님다. 너무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재수없어 미치겠슴다. 오쟁이를 지고 창피해서 어떻게 삼까? 지금껏 고이 지켜온 내 자존심이 한방에 무너져버렸슴다. 당신의 경솔함이 이제 당신의 소중한 모든걸 앗아갈검다.”
“……”
“그렇게 억울한 표정 짓지 마쇼. 세상엔 용서할 죄가 있고 용서 못할 죄가 있슴다. 이 세상 어느 녀자도 바람 피운 남편과 살려고 하지 않을검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짐다. 나를 원망하지 마쇼. 저절로 제 무덤을 판거지.”
“……”
“사실 살면서 나는 당신한테 늘 섭섭했슴다. 하지만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평생을 당신과 함께 하려 했슴다. 애 아빠니깐. 아버지가 없이 자란 나에게 제일 큰 한이 아버지라는 이름을 불러보지 못한거였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으면 꼭 시아버지가 있는 집안에 시집 가려 했겠슴까? 그런데 이젠 어쩔수없이 내 새끼를 또 나처럼 아버지가 없는 아이로 키우게 되였으니… 정말 힘들었슴다. 일찍 집에 돌아오쇼, 제발 도박을 놀지 마쇼, 술을 적게 마시쇼… 빌다싶이 애원했지만 당신은 귀등으로 흘려버렸슴다. 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검다. 이젠 당신이 살고싶은대로 사쇼. 도박도 놀고 녀자도 사귀고… 애는 내가 키우겠슴다.”
“혜단이 엄마, 애를 봐서라도 딱 한번만 용서해주오. 내 각서 쓸게. 무릎 꿇고 빌게. 집에서 노예처럼 살게. 믿어줘.”
“서랍에 당신이 쓴 각서가 넘쳐남다. 기념으로 두고두고 보쇼.”
 
 
5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큰시누이가 만나자고 몇번 전화가 왔다.
그래, 만나지 못할것도 없지 뭐.
아무튼 이 집안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해야 할것 같았다.
그동안 왜서 그렇게 다투며 살았는지?
지금은 왜서 리혼하려 하는지?

다른 가족들에게 어떻게 가감이 되여 전달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꼭 교대는 해야 할것 같아서 시누이를 만났다.
평소에 언니처럼 잘 보살펴주고 배려와 포용으로 도닥여주던 맏이다운 시누이였다.
“애를 봐서라도 다시한번 생각해보오. 나도 준걸이한테서 들었는데 별일은 없는것 같습데. 안 그러면 어떻게 돈을 집에 보낼수 있었겠소? 여우같은 년과 붙었다면 돈을 다 써버렸을게 아니요? 믿기요. 본인이 절대 아니라지 않소. 리혼하면 애한테 얼마나 큰 충격이요? 또 세상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데. 리혼한 녀자라면 남들이 다 손가락질하오.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제발 혜단이를 위해서라도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오…”
간절한 눈빛으로 절절히 말하는 큰시누이의 권유는 진심이였다.
허지만 윤희의 눈에는 아니꼽게 보였다. 흥,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누가 한피줄을 타고난 남매가 아니랄가봐.
만약 자기 녀동생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어떻게 할가?
한편 윤희는 자기에게도 무작정 편을 들어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누이가 만약 자기 언니라면 “너 그동안 정말 마음고생 많이 했구나.” 하면서 남편을 같이 욕하기도 하고 또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할것이다.
헌데 윤희에게는 오빠들만 주렁주렁 넷이 있었다. 언니 하나만 있어도 그동안 억울했던 일들을 쫑드르르 달려가서 하나부터 열까지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련만.
그런대로 오빠들이라도 찾아가서 말할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말하면 흉밖에 날게 없을것 같고 말하지 않고 혼자 삭히자니 병이 날것 같았다.
사업가인 작은오빠는 무조건 윤희 편을 들어주었는데 대학교수인 셋째오빠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차분하게 타일렀다.
“내가 볼바엔 너에게도 잘못이 있어. 자기는 다 잘한것처럼 말하지만 너도 뭔가 잘못했기에 남편이 그러지. 녀자가 너무 영악스러우면 못써.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데 있니? 서로 용서해주고 양보하면서 사는거지. 네 남편도 그만하면 괜찮아. 그동안 외국에서 고생했는데 한번 봐줘라…”
“머리로는 살고싶은데 마음이 못살겠다 하오. 오빠가 재간이 있으면 나도 설복시키지 못하는 내 마음 설복시켜보오.”
결혼이 한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면 리혼은 정든 가족과의 잔인한 리별임을 윤희는 가슴 아리게 깨달았다.
이튿날 아침, 윤희는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이사짐회사에 련락해 짐들을 친정집에 가져갈 타산이였다.
남편은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밖에 나가면서 “기분이 상하면 며칠 친정집에 가서 놀다 오오. 허지만 짐은 절대 가져가지 마오.”라고 건성으로 당부하였다. 자기한테서 마음이 떠난지 오랜데 아직도 안해인줄로 아는 모양이였다.
안해가 리혼하겠다고 보따리를 싸들고 집을 나가는 마당에 별로 할 일도 없는 사람이 무슨 중요한 용건이 있어서 외출하는지?
아무튼 남편은 늘 그랬다. 주요한것과 차요한것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였다.
예전처럼 자기의 버릇을 고쳐주자고 가출하려는줄로 착각하는것 같았다. 많은 재산을 제쳐두고 안해가 리혼을 선택할리 없다고 배포 유하게 생각하고있는듯하였다.
사실 윤희도 재산때문에 방황했었다.
아글타글 일궈놓은 재산.
아깝다.
좋은 집, 좋은 차…
재산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꾹 참고 살가?
전에도 윤희는 몇번 가출을 했었다. 하지만 짐들을 그대로 둔채로 몸만 가출을 했었다.
“가출한 딸을 집에 들이지 말고 돌려보내야지…”
그때마다 남편은 자기 잘못은 승인하지 않고 윤희의 친정엄마만 나무람하였다.
“당신이 잘했더라면 내가 가출을 했겠슴까? 도박 놀구, 외박하구… 사실 엄마집에 가면 정말 불편함다. 가출한 그날부터 당신이 빨리 와서 데려가주기를 기다림다. 허지만 이렇게라도 시위하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안되니까. 좋게 말해서 당신이 어느 한가지 들어준적이 있슴까? 자기 잘못은 뉘우치지 않고 누굴 탓함까?”
남편은 본전도 못 찾고 윤희에게 코만 떼우군 하였다.

헌데 이번에는 아니다.
정작 리혼하려고 마음 먹으니 남편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이 가득 밀려왔다. 여태껏 선물 하나 안 사준 남편, 생일 한번 챙겨주지 않은 남편… 랑만과는 한참 동떨어진 남편이 야속해났다. 그래도 윤희는 늘 바깥일로 바삐 보내다나니 남편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것이 미안해서 리혼하려고 각방을 쓰면서도 속을 풀라고 아침마다 숙취해소에 좋은 명태국을 끓여올렸다.
윤희가 애지중지하는 옷들, 가방들, 신들… 자기와 같이 가출하게 될 불쌍한 소지품들을 보노라니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사실 리혼이 앞으로 윤희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그 자신도 모른다.
보따리를 싸놓고 이사짐회사에 전화를 하니 득돌같이 달려와서 반시간도 안되여 이사짐을 차에 실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지지고 볶고 싸우던 집을 둘러보았다.
남편이 미국에서 보낸 돈에 자기가 번 돈을 보태서 윤희는 도시중심에 낡은 집들을 몇채 사놓았었다. 그것도 당시 미국에 있는 남편이 반대해서 입이 닳도록 설복해서야 겨우 사놓은 집들이였다. 재작년에 그 집들이 파가이주범위에 들어 가격이 몇곱으로 뛰여오르는 바람에 윤희네도 일약 벼락부자가 되였다.

윤희네는 그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놓았다. 새집은 남쪽 베란다에 나가면 부르하통하가 한눈에 안겨오고 북쪽창문을 열면 낮은 산언덕이 바라보였다. 인테리어는 유럽풍으로 설계하여 궁전처럼 화려하였다. 게다가 아빠트단지내의 풍경도 좋아서 마치 공원에서 사는듯한 느낌이였다. 
남편도 “이젠 집 바꾸지 말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자.”고 하였었다. 그런데 새집에 이사 와서 딱 일년만에 이런 일이 터지고말았다.
남편은 그동안 강경하게 리혼을 고집하는 윤희를 얼리고 닥치고 하면서 별의별 노력을 다하였다. 가족도 지키고 밖에서 즐기고도 싶은것이 남편의 진심이였을것이다.
처가집에도 찾아가서 제발 좀 윤희를 말려달라고 부탁하였다.

바보.

그런 부탁보다는 자기의 진심어린 사과가 더 필요한줄을 모르고…
필경 자식 낳고 산 남편인데 별나게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설레이던 시절도, 두근두근하던 시절도 있었건만… 누군가 부부사이도 가꿔야 된다더니 과연 맞는 말이였다.
윤희도 사실 남고싶었다. 어떤 리유를 붙이면 남을수 있을가? 차라리 남편의 비밀을 몰랐더라면 좋았을걸…
친정집에서는 극력 반대하였다.
“집만 몇채요. 돈나무(摇钱树) 같은 가게도 있겠다, 고급아빠트에, 고급차에, 어마어마한 저금까지… 게다가 애 아빠가 미국에서 번 돈을 다 갖다바쳤다며. 그러면 되지 뭘 더 바라겠소. 언젠가는 꼭 후회할 날이 있을거요.”
평생 농사를 지은 형님의 충고다.

그랬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할 때는 남편이 잘해주든 못해주든 그런 감수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생활형편이 나아지니 이런저런 투정을 부리는것 같다.
윤희의 큰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바람을 피웠대두 그렇지. 이제 리혼하면 너도 다른 남자 만날거 아니야? 어차피 숫총각이 아닌 이상 애 아빠한테 한번 기회를 줘라. 남자들이 어쩌다 그럴수도 있지. 한번만 눈을 질끔 감고 같이 살아라. 두번 다시 그럴 때에는 내가 가만 놔두지 않을게. 애가 불쌍하지두 않니?…”

딸애도 처음에는 펄쩍 뛰였다.
“엄마아빠, 내가 학급 일등도 아니고 전 학년 일등을 해서 장학금까지 타게 되였는데 꼭 이렇게 축하해줘야 되겠어요? 래년에는 대학시험인데 날 위해 조금만 참고 살아주면 안돼요? 우리 반에도 엄마아빠가 리혼한 불쌍한 애들이 많은데 나도 기어이 그속에 가담시켜야 되겠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로 키운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런데 어른들부터 그 약속을 깨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라면 아예 하지도 말거지.”
윤희의 가슴이 터지는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의 마음을 설복할 길이 없었다.
윤희와 남편은 딸애앞에서 죄 지은 사람이 되여 고개를 떨구었다.
“혜단아, 네 맘대로 해라. 아빠 같이 있겠으면 있고 엄마따라 가겠으면 가고. 엄마아빠가 헤여져도 너는 여전히 우리 딸이야. 그리고 우린 이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이구.”
말이 씨가 된다고 쩍하면 리혼을 들먹이던 그들은 끝내 민정국에 가서 그동안 괴롭히던 혼인에 종지부를 찍었다.
리혼증을 받아쥐니 점심때가 되였다. 남편이 랭면이나 먹고 가잔다.

가지 뭐.
반년동안이나 지구전을 벌려 원하던 리혼증을 손에 쥐였으니 해방을 축하해야지.
 
 
6

 
리혼한 뒤 윤희는 시간과 정력을 모두 자신에게 투자하여 여러 단체에서 활약하다보니 활동이 많아졌다.
-심술이 나게 당신은 많이 행복해보이네.
워이신에 여러가지 활동사진을 올린걸 보고 외국에 가있는 전남편 준걸이한테서 문자가 날아왔다.
-가족이 소중한줄도 모르고 맨날 밤 12시를 넘겨서야 집을 려관처럼 찾아오고 마작과 녀자에만 빠져있을 때는 언제구 지금에 와서 이런 말을 해. 저녁마다 일찍 돌아와달라고 애걸할 때는 외면하더니… 있을 때 잘하지.
-그래 맞어. 내가 너무했지. 벌받아 마땅해.
-어쭈, 나이가 들더니 솔직해졌네? 잘못을 인정할줄도 알고.
며칠전에 준걸이가 윤희 오빠한테 전화를 걸어와서 윤희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하더란다.
사실 리혼한 뒤 몇년간 윤희도 고민하지 않은게 아니였다.
주위 지인들의 진심어린 권고도 있고 또 자기가 직접 부닥쳐보니 리혼이라는것이 배짱치기로 할 일이 아니였다. 비록 용서할수 없는 남편의 치명적인 결함때문에 리혼을 선택했지만 서로 아량을 베푼다면 넘지 못할 산이 없을것 같았다.
그깟 결혼증이 뭐 그리 대단해?
마음으로 사는거지.

사실 같이 살 때 남편은 놀러 다니는게 미안해서 그러는지 집일을 많이 거들어주었었다. 빨래하고 장판 닦고 쓰레기 버리는것은 모두 남편의 몫이였다. 그래서 윤희가 시름 놓고 장사를 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에게도 우점이 꽤 있었다. 그 사람과 헤여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전부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남편의 가까운 친구한테서 전해들은데 의하면 요즘 그는 친구들과 같이 노래방에 가면 “있을 때 잘해”만 부른다고 한다. 그토록 절절하고 간절하게.

나름 사연이 있는 사람들에겐 가슴을 후비는 노래다.
시간이 약이긴 약인가보다.

그도 불쌍하고 딸애도 불쌍하고 윤희도 불쌍하고…
 
 
《연변문학》 2016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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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최선숙 (崔善淑)  
필명:은주(殷朱)

中国 길림성 화룡 출생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연변과학기술대학AMP
제1회 로신문학원 연변창작강습반수료
"내 삶의 보따리"
"자식농사"
"배신 "등 수필 소설 시 20여편발표.
"열혈모녀 축구팬 "   해란강닷콤 우수상. 
“정향숲을  찾기까지”  제5기 중국조선족 효사랑글짓기 공모 우수상

문학블로그: 
邮箱:18844309877@163.com
핸드폰: 18844309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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