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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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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무노:몽등교(수필)
2019년 07월 09일 21시 52분  조회:460  추천:0  작성자: jinhua

몽등교
 

알리무노

 


채운 남쪽에 위치한 운룡, 종래로 가볼 생각을 안해본 이곳의 잠들어있는 문을 노크한 것은 오직 꿈속의 다리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이른아침, 현성에서 출발한 우리는 비강 沘江을 따라 올라가며 마음 안에 풍아한 멋으로 남아있는 다리를 찾고 있었다. 도로는 산 사이의 협곡을 완연하게 뻗어나갔고 계곡 량안의 제전에는 무서리가 한벌 깔려있었다. 시들어진 마른풀이 벌거벗은 산마루를 차지하고 있고 들쭉날쭉한 마을이 계곡 량안에 드문드문 앉아있다. 밀봉이 잘 안된 차창틈으로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차안은 찬기운으로 감돌았다. 겨울 아침, 낯선 이 땅, 어쩌면 현세거나 혹은 후세에 다리 우의 덩쿨마냥 나와 엉킬지도 모를 이곳이 나로 하여금 서리 내린 땅을 편안하게 내딛게 한다.

 

내가 본 첫 다리는 장신향의 안란교였다. 안란교는 현수교悬索桥였으며 다리 옆에 세워진 대리석판 소개비에는 이 다리가 성급 중점보호문물이라고 적혀있었다. 듣는 말에 의하면 오래 전부터 안란교는 량안의 산사람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살을 에이는 듯한 찬바람 속에서 나는 신 모과를 등에 진 늙은 말의 뒤를 모과의 시큼한 향을 더듬으며 휘청이는 안란교를 건넜다. 발밑에서 흐르는 비강은 영원히 음표가 변하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리어구의 주추돌 아래로 발 두쌍이 나와있었다. 한쌍은 누런색 고무장화를 신었고 다른 한쌍은 수공으로 만든 검정색 헝겊신을 신었다. 나는 이 두쌍의 발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교각에 기대여 강물소리를 사이두고 발 두쌍의 주인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다. 누런색 고무장화 주인의 말소리만 들려왔다. 

“가자. 그만하고 집에 가자고. 돼지죽도 아직 안 줬어.” 

몇분이 지나서야 검정색 헝겊신 주인이 입을 열었다. 

“이담에도 날 때릴 거야? 안 때린다고 담보해야 돌아가.” 

고무장화 주인이 거칠게 말했다. 

“안 때려. 한대 때렸다가 온 오전 쫓아다니는데 그 짓을 왜 해.” 

고무장화 주인이 일어서니 헝겊신 주인도 일어섰으며 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다리어구를 떠났다. 이번에 나는 어떤 농가의 채마밭 변두리에 둘러놓은 돌 우에 앉아 곁눈질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 집의 들보에는 온통 옥수수가 가득 걸려있었고 참새 한마리가 옥수수들 사이에서 포르릉 포르릉 날아다녔다. 나는 마치 속세 밖에 놓여있는 한알의 먼지인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계속 전진하여 통경 풍우교에 이르렀으며 이 다리의 본명은 대풍랑교라고 했었단다. 비강이 산굽이를 돈 곳에 다리가 세워져서 물살이 세고 파도소리가 리유로 얻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청나라 건륭시기에 세워진 다리는 현비식悬臂式이고 단공목량单孔木梁에 교량 본체는 나무 각재를 교착가첩交错架叠 형식을 채용하였으며 다리어구로부터 층층이 강심을 향해 가려내다가 량쪽 9메터 거리에서 5개의 굵은 횡목으로 련결하였고 그런 후 나무판자를 깔았다. 교량 바닥에는 태량식抬梁式 나무구조의 교옥桥屋을 지었고 다리 량쪽 끝은 강남수향江南水乡 풍격의 륙각정을 만들어 사람들이 휴식하고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해놓아서 풍우교风雨桥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고대의 아름다운 녀인이 란간을 짚고 멀리 바라보는 풍경도 없고 과거시험에 락방한 선비가 우연히 미인을 만나는 일도 없이 묵묵히 존재하고 있을 뿐 그냥 강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비를 피하는 장소로만 제공되고 있다. 강 량안 시골농민들의 말에 의하면 운룡의 주민들 대부분은 남경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며 이런 풍우교는 운룡의 향마다에 하나씩 있다고 한다.

순탕을 빠져나와 멀지 않은 곳에 운룡 경내의 마지막 등교가 있다. 어쩌면 낡고 피페한 이 다리가 언제 세워졌는지 아무도모를 수 있다. 말라 끊어진 덩쿨은 쇠줄로 바뀌여있고 쇠줄도 오래된듯 세월의 풍파에 녹쓸어있다. 담배를 붙여물고 눈을 감은 채 담배연기를 둥글게 뱉어내면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연기는 마치 비바람 몰아치는 여름을 영현影现하는 것 같다. 강건너 장터로 가던 아석阿昔은 일곱달 된 임신한 몸을 이끌고 산고개를 넘던 중 등교가 보이는 비탈길에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비강의 파도 속에 삼켜져버렸다. 아석은 그 날 강을 건너가서 꽃천 두자와 성냥을 살 생각이였다. 나는 덩쿨 사이로 두발을 뻗어 바람 속에 내놓으며 발끝에 차거움이 닿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계속하여 담배연기의 몽롱함 속에서 어제 밤의 춘몽을 돌이켜보았다. 록음이 우거진 다리 우에 한가하게 누워서 다리를 건너던 어느 남자가 나를 데려가기를 기다린다. 장작불을 피워서 연기가 자오록한 집안에 데려들어가며는 화로의 각척 우에는 따뜻한 강낭죽을 끓이고 돼지우리 안에서는 돼지가 구유를 에워싼 채 먹이 달라며 보채고 닭장 안의 암탉은 몸을 옮겨 새하얀 닭알을 드러내며 공 세운 걸 알아달라는듯 꼬꼬댁 운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저녁해가 장작 틈 사이로 천만갈래의 잔잔한 빛을 들여보내여 시커먼 얼굴의 남자 몸에 비춘다. 나는 그 집의 아석이라 부르는 녀주인이다. 긴 머리로 상투를 틀고 빨간색 머리수건을 걸치였으며 어깨에 둘러멘 광주리에는 햇강낭이 가득 담겨있다.

현악기를 타는 셋째삼촌의 손가락이 나비처럼 날고 있는 게 똑똑히 보인다. 푸른빛 그림자가 뛰여노는 등교가 비강의 잔물결 속에서 휘청거리고 다리 건너 떠나간 뒤모습은 갈수록 멀어지는데 리아국은 긴 적삼에 짧은 홑저고리 차림으로 붉게 타오르는 홰불을 높이 들고 나에게 맑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나는 우물가에서 소금을 끓이며 생활을 건조시킨다…

(천년목 옮김)

출처:<장백산>2018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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