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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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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주: 탈춤(시, 외7수)
2019년 07월 15일 09시 27분  조회:347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탈춤(외7수) 

심명주

 

한삼 자락 길게 뽑아 

구름을 서리하고  

바람 빌어 육신으로

혼을 떨며 다가오는 

 

희디흰 심장에

푸른 한을 덧얹어

운우 너머 흩뿌리는

망각의 무리들, 홀씨의 넉두리들

 

새 순을 내뱉어 

아픈듯 넋을 흔들어

파가한 하루, 

 

얼굴을 벗는다

눈 감고 줄을 내리운다

마음에 구멍 뚫는 저 광대가

 

 

담쟁이풀

한철만 겨냥하는 담바라기가

시든듯 피는 푸름이가

사느라 아우성 치는 

덩굴의 저 무리가 

 

바람이 오면 바람 타고

비 쏟치면 비를 품고

별이 보이면 

별을 본따

 

어디까지 태워주려

모래 같이 흐트러지고

숲처럼 모여,

 

아, 

혼자조차 버거운 이 계절에

하필 내 앞에 다가왔는가

 

릉소화도 아닌 것이 

이토록 뭉클하게

 

추석달

복사꽃 하나가 떠온다

시원하고 맑으니 도화맛 같은

 

낮부터 흘러 숙야에 다다르니

어둠길이 춤추고

꽃가루 날리여

 

내 앞 창문이 너로 해 루추하고

구월 처마가 깊으게 호젓하노니

 

빌어빌어 또 빌고 다시 비노니

하늘이 밀린다

계절이 떠간다

 

가을을 쏟으려고

하얗게 청천에서

꽃 하나가 익어간다

 

 

봄을 추모하다

봄은 장송곡이다 

세상에 푸른 서리를 드리워

생명에게 제주祭酒를 건네며

오가는 길손을 제멋대로 갈무리한다

 

사랑하는 것들은 것들끼리 비웃고

비웃는 것들은 것들끼리 짝을 지어

시작이 죄받이로 자처하는 

긴 쇠길 우에다가

늙은 하루를 팽개치는,

 

봄아, 총 같은 사람아

천연스러이 한눈을 치켜뜨고

오늘은 또

무슨 음모를 장탄하고 있는가

 

바람이 설음을 실어주는 길에

시간을 효시하며

너는 오늘도 어김없이

세상과의 하직을 꾀한다

 

 

감나무

여름 막바지부터 꼬박

초겨울 한낮까지

정원에서 만났던 

한그루 인연,

침묵을 력사처럼 남긴

 

혼자 찾아갔다가

혼자 바라보다가

끝내는 가지 끝 하늘에 앉아

내려오지 않던 

열매 하나만

간혹 한여름 꿈이면 

가을을 쥐고 우수수 

나무는 

자기가 낳은 감들을 가득 품은 채

부메랑처럼 달려온다 

 

꽃 피울 때부터

열매는 노란 리별을 꿈꾸었을 거다

아마 감은

떫은 침묵 같은 등껍질을 벗어   

나를 만나 

속살을 흐트리려 했을 것이다

 

 

파장

몇십년을 하루같이

바람을 손님으로 

공원다리 연집강은 

장터로 지내온다

 

새벽 세시면 

강을 탄 기운들과

풀숲과 벌레들이

잠자코 기다려주는 시간

먹을거리와 숨소리와 

여럿 내음을 겉절이처럼 섞어

세상을 주무르는 등허리들

물소리들

풀소리들

살아나는 소리들

사그러지는 소리들

 

해가 나오고

다른 세상 소리 피기 시작하면

이곳은 겸손하게 입 닦고

손 씻고, 다리 털고

끝냄을 알린다 

언제 그랬는듯이.

 

그리고

또 누구의 시작은

여기 파장에서 잉태난다

 

 

씀바귀

나물에 밥 말다 울컥하는 날

아버지는 밥상이다

 

수저 한쌍

밥 한알 

그리움 한톨

 

자식 넷을 

세상에 차려놓고

잠간 나물이라도 캐시러 

하늘 나가셨나

 

내 아들을 눈에 비벼

밥에 말아 아버지를 먹는 

그런 날 나는

바람 속에 서성이는 

한잎의 씀바귀이다 

 

 

해가 온다

점괘 하나 찾아

비가 오면 하얀 색으로

해가 오면 거품으로

 

“커피를 마실가 자살을 할가”

책제가 유난스러운 날

 

얼핏

블랙 알맹이와 떠있는 빛과

검은 공기들과 

불쑥 옛 마을 입구 솟대까지

 

차이를 가늠해보다가

액즙을 추출한 뒤 혈관으로 추방시켜 

다시 쓴맛과 체온과 비릿함들의

반란을 노린다

 

특기할 만한 날도 아닌 오늘

음식에다 생사를 버무리하는 날

 

내게는 해가 온다

가까이 

큰 해가 머리 우로 쏟아진다

출처:<장백산>2018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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