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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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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미: 뜻밖의 쪽지(단편소설)
2019년 07월 15일 09시 34분  조회:406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뜻밖의 쪽지

전향미

 

 

길림화공병원에서 서의 연수를 할 무렵이였다. 연수 과정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향진병원에서 보낸 연수생을 어느 과에서도 선뜻 받으려 하지 않았다. 맥을 짚는 중의 출신이고 림상경험이 짧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듯했다.  

돕다니? 배우러 왔지. 

소개신을 들고 찾아들어간 병원 의무실에서 나는 주눅이 들어 앉아있었다. 의무과 선생은 전화기를 붙들고 서서 “아, 네, 아, 네.”를 련발하며 안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표정 뒤에서 얼른거리는 동정심 같은 것에 짜증이 밀려올 즈음, 심전도실에 파견하기로 결정이 났다.  

“심전도 보는 법을 먼저 배우시오. 그러고 나서 다음 과로 배치해주지요.” 

직원 기숙사로 나를 안내하며 의무과 선생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네. 그러지요.” 

나지막하게 대답하며 선생을 따라 기숙사로 향하는데 음달에 무더기로 남아있는 겨울눈이 3월의 봄 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다. 병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문진부와 입원부 건물이 8층으로 되여 앞뒤로 서있고 건물 왼쪽으로 나있는 돌계단을 따라 산비탈에 오르면 내가 류숙해야 할 기숙사가 있었다. 1년 동안 나는 이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였다.   

의무실에서 배정하는 대로 심전도실에서 2주 배우고 심혈관내과에 갔을 때 그녀가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있었다. 이름이 랭정이며 나를 책임질 지도의사라고 했다. 차가울 랭冷에 조용할 정静, 이름 그대로 차겁고 조용한 분위기가 느껴왔다. 자그마한 키에 통통한 몸매, 외꺼풀의 작은 눈에서 뿜어나오는 랭철한 눈빛이 인상적이였다. 환자의 고통을 정확히 집어낼듯한, 카리스마 있는 눈매라고 생각하니 존경스런 마음이 들었다. 

“중의를 배운 미녀의사가 우리 과에 연수하러 왔어요. 랭의사와 나이가 비슷하니 통하는 데가 있을 겁니다. 랭의사가 맡아 지도하는 거로 하지요.”

미녀의사라는 말에 의사 사무실의 눈길이 쏴~하고 내 몸에 떨어졌다. 

“랭의사는 서른 전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의료사업에 몸을 바치겠답니다. 아직 남자친구도 없어요. 랭의사한테서 많이 배우시오.”

주임이 소개하는 말에 그녀는 손가락을 코에 갖다 붙이며 살짝 웃었다. 그 웃음 뒤로 강렬한 눈빛이 터져나와 내 시야를 찔렀다. 그녀는 엑스레이 사진 찍듯 내 몸을 궤뚫고 그 검사 소견을 읽는듯했다.         

나는 나보다 한살 어린 그녀를 랭선생이라 깍듯이 불렀고 그럴 때마다 조용한 미소가 응답이 되여 돌아왔다. 랭선생은 지도선생 답게 기회만 있으면 서의지식을 전수했고 나는 필을 휘갈기며 공책에 기록하군 했다. 혼자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뒤죽박죽 써갈긴 공책을 갸웃이 넘겨보며 흑흑 웃는 랭선생이 귀엽기도 했다. 

그런데 웬일이지? 사흘이 지나지 않아 내리막길을 사정없이 떠밀려 내려가는 기분이 되여버렸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녀 때문에 의학실습에 집중해야 할 신경이 조금씩 불쾌한 잡념으로 빠지는 것이 안타까왔다. 입을 오무리고 웃다가도 눈길이 마주치면 늦가을 된서리 내려앉은 영채밭처럼 서늘한 빛이 감도는 것이였다. 

랭선생의 말에 토를 달았던 그 날부터 변화가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 날은 병실에서 고혈압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링겔주사를 맞고 있던 환자가 눈을 반짝거리며 궁금한 게 있다고 했다. 중국 간호사들은 링겔주사를 눈 감고도 팍팍 찌르는데 외국 간호사들은 어설프다고 하더라. 실전 경험이 많고 적어서라고 들었다. 중국에서는 왜서 링겔주사 치료법이 성행하는가?… 환자가 묻는 말은 이러루한 문제였는데 랭선생이 말을 아끼면서 중국 실정에 맞는 치료법을 쓰는 것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것이였다.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의 눈길을 지나치지 못하고 내가 말을 늘구어서 보충설명을 해줬다. 친절한 미녀의사라는 칭찬을 받고 의사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랭선생은 화가 나있었다.

“의사는 말이 많으면 안돼요. 랭정함을 잃어서는 안돼요. 환자를 생각한답시고 친절 이상을 베풀면 안된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자아보호의식이 십분 이십분 강해야 한다구요.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다가 말꼬리 잡히고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하죠. 환자와 의사간 불신의 골이 아주 깊단 말입니다. 의사의 한쪽 발은 병원에, 다른 한쪽 발은 법원에 있다는 말이 그저 나온 게 아니지요. 언니도 제 말을 새겨들으면 본인에게 유리할 겁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바로 튀여나온 짤막한 응대가 랭선생의 비위를 긁어놓을 줄이야.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에 환자들을 경계하기에 앞서 우리 의사들도 자신을 검토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싸늘한 눈빛이 내 얼굴을 무섭게 쓸어갔고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대화를 차단한 것이다. 심장이 철렁해지는 순간이였다. 그 날부터 시작된 썰렁한 냄새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불편한 감정을 누르면서 배움의 길을 헤쳐나갈 수 밖에 없었다. 

낮에는 청진기를 목에 걸고 랭선생 꽁무니를 바지런히 따라다녔고 야간근무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남아서 함께 당직을 섰다.  

부모가 지어주었을 이름에 미안하지 않을 만큼 랭정은 랭정한 녀자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야간근무에 나오는 나를 달갑지 않게 바라봤고 병실에서 환자의 호출이 있어 따라붙으면 차거운 얼굴이 되여 매정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 

“따라올 필요 없어요. 그냥 누워 자세요.”

야간근무에 누워서 자라니? 말도 안되는 말이다. 하얀 옷을 입은 천사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음부터 저녁 당직 때 나오지 말아요. 기숙사에서 편히 쉬면 좋잖아요.”

편히 쉬라고? 흥! 나는 응대 한마디 않고 이를 악물고 따라붙었다. 무응대는 무시다. 무시당하는 느낌 당신도 맛보시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몸부림 치는 사람에게 쉬라고 하는 그 저의가 무엇인가?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있다면 배우려고 한 죄 밖에 더 있는가? 

그렇게 찬바람 쌩 일다가도 금새 진지한 얼굴이 되여 심방세동 심방조동과 같은 부정맥에 대해 요점을 딱딱 집어내여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였다.  

“우리 심혈관내과처럼 바쁜 과도 아마 없을 겁니다. 여기서 잘 단련되면 절반의사는 되는 셈이지요.” 병동이 조으는 느른한 오후 시간에 차물을 홀짝홀짝 들이켜며 말을 못해 환장이 난 사람처럼 수없이 많은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심혈관내과는 병세가 복잡하고 다변해요. 관심병이나 심부전 같은 병은 잠재적인 위험이 커서 수시로 경각성을 높여야 하지요. 응급상황이 나타나면 여러 원인을 고려할 수 있는 폭 넓은 지식과 경험으로 신속하게 판단하고 처리해야 되지요.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지표가 이상일 경우에도 면밀히 관찰해서 바로 처리해야 돌발상황을 모면할 수 있어요. 언니도 알고 있을 테지만 1년차 의사를 큰 의사라 하고 2년차 의사를 작은 의사라 하고 3년차 의사는 병을 볼 줄 모르는 의사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지금 병을 볼 줄 모르는 의사예요.”

랭선생은 마시던 차잔을 소리나게 탕 내려놓고 덧이를 드러내며 무기력하게 웃었다. 

“시한폭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무서워요. 의사 직을 택한 것이 잘된 일이였나 싶기도 하고 겁이 날 때도 있어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류마티스 심장병 환자였지요. 28살 녀성, 혈전이 형성된 상태였구요. 주임의사가 회진을 하는데 약을 지어서 퇴원하겠다고 하더군요. 혈전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 안된다고 주임의사가 구구절절 설명을 해줘도 환자는 춤을 추듯이 손발을 너울거려 보이며 봐요, 별일 없지 않아요. 힉힉 웃으면서 기어이 퇴원하겠다고 하더군요. 다른 병실을 돌고 있는데 그 환자 가족이 소리를 질러서 뛰여가보니 글쎄 환자 입이 비뚤어져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순식간에 반신불수가 되였지 뭡니까. 젊은 나이에 너무 안됐지요. 심혈관 질병은 변화가 너무 빨라 정신을 도사리지 않으면 안되지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 쪽으로 끌어오는 작업이 우리 의사들의 몫이니까요.”

랭선생은 말을 하면 할수록 비 맞은 병아리처럼 폴싹해져서 한숨까지 내쉬는 것이였다. 그는 눈을 내리 깔고 책상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생과 사가 오가는 병원생활이 힘들어요. 피비린내 나는 침침한 곳이지요. 우리 엄마가 의사를 숭배했어요. 엄마는 소아마비증을 앓는 남동생을 둘쳐업고 학교를 다니면서 동생이 너무 애처로웠대요. 장차 커서 훌륭한 의사가 되여 동생 같은 불쌍한 애들을 치료해주려고 결심했는데 집이 가난해서 공부를 끝까지 못했다고 해요. 엄마는 저에게서 당신의 꿈을 보상받으려 했던 거예요. 의학원에 지망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제가 좋아하는 금융 쪽으로 일하고 있을 테지요.”     

랭선생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치렬한 노력을 해서 능수능란한 의사로 되겠다는 투지가 불타오르는 것이였다. 자신의 열정에 감동된 나머지 내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노래하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말이지요. 명의가 되는 것이 꿈이였어요. 의술과 인술을 갖춘 훌륭한 의사가 되여 환자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것이 꿈이였어요. 그래서 대학지망을 쓸 때 부모님께 얘기도 드리지 않고 무조건 중의학원에 제1지원을 했지요.”

후줄근해있던 랭선생의 눈길에 짜증이 벌겋게 피여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황급히 화제의 방향을 돌렸다. 

“류마티스 심장병 환자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젊은 녀자가 입원 도중에 혈전이 떨어져 입이 돌아갔다는 사실은 너무 비참해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명의 편작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에게는 의사인 형이 둘이 있는데 모두 의술이 뛰여났다고 해요. 위나라 임금이 편작에게 삼형제 중에서 누구의 의술이 제일 높은가고 물었을 때 큰형의 의술이 최고라고 대답했답니다. 큰형은 환자에게 고통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그 환자에게 닥쳐올 큰 병을 알고 미리 치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지요. 우리 의사들도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젊은 녀성환자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 테지요.” 

랭의사는 공감하는 태도였지만 이미 대화를 단절했다는듯 또 한번 입을 봉해버렸다. 

그러한 대화가 있은 후로 내가 열정에 기름을 쏟아붓고 배우려고 달려들면 입에 자물쇠를 닫아걸고 눈빛이 매서워지는 것이였다. 

어른도 사춘기가 있나? 그녀 때문에 나는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 되여있었다. 배움의 압력이 태산이 되여 가슴을 짓누르는 와중에 시간을 짜내여 랭선생과 나 사이를 진단해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중의를 배우고 향진병원에 배치받은 녀자,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면 농촌의 빈약한 의료시설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의사이다. 혀를 가로물고 밤낮없이 배워야 하는 리유다. 랭선생 당신은 누구인가? 운이 좋은지 뭐가 좋은지 도시의 큰 병원에 배치받은 녀자, 빠른 시간 내에 의술을 익힐 수 있는 잘 짜여진 시스템 내에서 어깨에 힘을 주는 녀자… 그 뿐이지 않은가? 아니 또 있지. 중의를 개무시하는 분위기에 은근히 동조하는 녀자… 

점심식사가 끝난 어느 날, 트림을 껄-하고 나서 주치의사인 심의사가 말했다.

“난 중의를 믿지 않아. 확실하지 못해. 202호 환자가 얼마나 중약 타령을 하는지 말이야. 관심병에는 중약이 좋다고 나를 막 가르치려 드네. 누가 의사고 누가 환자인지 모르겠어.”

그 때 흥흥 코맹맹이 웃음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랭선생이였다. 무심코 내 얼굴을 스치는 눈길에 악의 없는 웃음이 배여있었지만 내 표정이 굳어지는 찰나의 모습을 그에게 들켰다는 사실에 공연히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제 나는 그녀를 싫어할 구실을 찾았다. 싫어하고 싶다. 싫어할 테다. 도도하던 그녀가 허접하게 보이며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은 오기 어린 심리가 발동되는 순간이였다.   

중의가 확실하지 못한 건 아니지요. 중의학에 대한 지대한 자부심과 애정으로 몸과 맘을 불태우며 중의세계에 빠져들었던 학창시절이 있었답니다. 황제왈, 기백왈, 음양론, 오행론을 풀기 시작하면 그 장면 어련하겠습니까. 

솔직히 나는 중의를 모르는 사람들과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남들이 모르는 내 우울했던 지난날의 상황을 념두에 두지 않을 수 없으니깐. 우여곡절 끝에 향진병원에 배치를 받았고 취직해서도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중의문진에 파견되여 로중의의 맞은켠에 앉았다. 새파란 중의의사에게 맥을 짚어보라고 손목을 들이댈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 로중의의 비위 허약이니 간기 울결이니 병 보는 소리를 귀 따갑게 들어가며 시간 보내기가 죽을 만큼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생 시험에 도전할 것을 선포하였고 새롭게 펼쳐질 앞날을 기대하면서 병원을 떠났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연구생 시험을 포기하고 사회에서 뒹굴다가 다시 병원으로 회귀한 그 날부터 서의의술을 익힌 중의사로 변신해야만 시골의사의 위치를 굳힐 수 있다는 비장한 결심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연수기회는 의사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목에 있는 것이라고 인생의 사활을 걸 만큼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였다. 

이러한 과거를 시시콜콜 펼쳐보일 필요는 없는 일, 진료차트에 눈을 박고 있는 나는 얼굴에 명랑한 웃음을 만들어 가지고 만사 제쳐놓고 배워야 하는 목적만을 생각할 뿐이다.                    

연수하러 온 첫날에 만났던 의무과 선생은 그 후 세번이나 나를 의무실로 불렀다. 농촌에서 똥비누라고 부르는 누르끼레한 빨래비누를 쥐여주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들었다. 후날에 틀림없이 향진병원의 원장감이 될 사람이다.”고 입에 침을 바르고 칭찬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시오. 잘 배울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겠습니다.” 보글보글 거품이 일면서 빨래가 잘 씻기는 똥비누가 고맙고 병원의 따뜻한 관심에 마음이 후더워나지만 칭찬을 받는다고 기뻐서 날뛸 내가 아니였다. 랭선생과 벌이고 있는 미묘한 신경전을 생각하면 나오던 웃음도 서리 맞은 배추처럼 시들해지고 굳어버린다.

랭정. 참 변증이 어려운 녀자이다. 중의학 4진四诊으로 감당이 될 거 같지 않다. 의학의 성인으로 불리우는 장중경의 상한잡병론을 들이댄다면 모를가마는.  

창문으로 해살이 부서져내리는 어느 날, 진료차트를 보고 있던 나는 귀신에게 홀린듯 잠간 랭선생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있는 그녀는 얼음을 뚫고 나온 복수초 같았다. 얼음 같은 랭랭한 공기가 그의 주변을 감돌았다. 

랭정은 대체 어떤 의사일가?  

흘끔 쳐다보는 내 시선을 잡으며 랭선생이 서류철을 들고 일어섰다.

“우리 219호 병실에 가봅시다.”

219호는 복도 끝머리에 있는 고급병실이다. 길림북화대학 교장이 관심병으로 입원해있다. 58세이다.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녀자는 소리 없이 복도를 걸어갔다. 쥐 죽은듯이 고요한 복도에서 나는 갑자기 입을 놀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랭선생, 우리 의사들은 걸을 때 이렇게 발자욱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되여있잖아요. 특히는 심혈관 병동. 그래서 우스운 일이 있었지요.”

“흐흥?” 그녀가 힐 웃는 모습이 곁눈으로 느껴졌다. 우습지 않아도 웃어주겠다는 여유가 보인다.

“대학 3학년 후학기 때, 병동에서 중간실습을 하고 있었지요. 의사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가는 겁니다. 우리 실습생들은 눈치를 주고받으며 재빨리 따라붙었지요. 선생은 앞에서 걷고 서너명 되는 학생들은 뒤에서 발볌발볌 따라가고… 하얀 옷을 입은 한무리 사람들이 음을 소거한 귀신연극을 벌이는듯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소리 없이 걷고 걸어 선생이 어디로 들어갔게요? 화장실로 쑥- 사라져버리겠지요.” 

큭- 랭선생의 반응이 총알보다 더 빨리 날아왔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힘을 얻어 219호 병실과의 남은 거리를 가늠하며 이야기 하나를 더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 순간 번개 치듯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예비의사들의 실습풍경이 의대생 시절을 거쳤던 랭선생에게도 익숙해마지 않는 정경일 테고 의대를 졸업해서는 실력 있는 의사로 인정받기 위해 치렬하게 배우고 익혀야 하는 직업특성을 랭선생 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뼈속깊이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였다. 그렇다면 배움에 열중하는 사람에게 무질서로 발병하는 랭선생의 차거움은? 내가 너무 설쳐댔나? 한술에 배부르려는 조급한 모습이 눈에 거슬렸고 그래서 때로는 나를 쫓아버리고 싶도록 꼴도 보기 싫었던 걸가? 랭선생의 ‘간헐적 랭담증’에 대해 추측을 하면서 서둘러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병동 순회시간이였어요. 의사와 실습생들이 적의 보루를 점령하듯 환자를 꽉 에워싸고 있었지요. 주임선생이 근엄한 얼굴을 하고 환자의 심장에서 나는 휘파람소리를 실습생들에게 들어보라고 했어요. 내 차례가 되여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고 열심히 들었어요. 긴장으로 몹시 떨렸지만 문풍지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가 제대로 들렸지요. 그런데 누워있는 그 환자가 눈을 껍쩍껍쩍하며 자꾸 암호를 보냅디다. 청진기가 제 귀에 꽂혀있지 않았던 거죠. 목에 건 채로…” 

“풉.” 랭정다운 웃음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의과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번한 에피소드 두개를 공유하고 나서 219호 문을 밀고 들어설 때 나와 랭정은 모두 흐물흐물 웃는 얼굴이 되여있었다.

“아이구, 서의와 중의 모두 오셨군요.” 

앞머리를 말끔하게 뒤로 빗어넘긴 교장선생이 반겨주었다. 대학교 요직에 몸 담고 있은 세월의 품위가 병실을 옹근히 채우고 있었다.   

“교장님, 어때요? 바깥에 온통 봄이 널렸는데 이렇게 화사한 봄날에 몸이 좀 가뜬하신가요?” 

랭선생이 말을 건네고는 청진기를 교장선생의 가슴에 조심스레 갖다 댄다. 말에 향기가 있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놓고 말하는 것인가 보다. 랭선생이 평시에 하지 않던 말투와 한껏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어 나는 새삼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청진기를 대고 심장소리를 듣고 있는 사색 어린 하얀 얼굴 우로 속눈섭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벌판 우에 태양이 걷고 있는 그림자가 얼른거리는 정경이 떠오른다.     

“봄이 밖에 가득하다구요? 빨리 나아서 봄을 만나러 나가야겠는데.”

교장선생이 그윽한 눈길로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교장님, 봄아씨 고게 쌀쌀맞아요. 환절기 감기는 무조건 사절하세요. 그러다가 페감염이라도 되면 치료기간이 더 길어지고 고생하게 되지요.”

청진기를 둘둘 말아 호주머니에 넣으며 랭선생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교장님 많이 좋아지셨어요. 더 괜찮아질 겁니다.”  

“네, 네, 주의하지요. 의사선생 말씀은 어명이니까요. 당신들 같은 의사가 있으니 나는 걱정 없어요.” 

여기까진 참 분위기 좋았었다… 

교장선생이 이런 칭찬을 하기 전까지는.

“우리 의사선생은 하얀 옷을 입은 천사라는 말이 딱 어울려요. 보기만 해도 병이 절반은 나아지는 것 같답니다. 아름다움을 보면 마음이 즐거워지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겸손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 뒤끝에 고마운 표정을 곁들인다. 미녀의사라는 칭호에 짝지지 않을, 좋은 의사라는 칭호까지 따내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느끼면서.

“생긴 건 괜찮은데 병을 엉터리로 보는 그 녀자의사 있잖습니까.” 이런 평가는 절대 나라는 사람의 몸에서 연출되여서는 안될 것이다.       

랭선생의 표정은 이미 굳어있었다. 병실을 떠나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연기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처럼 방금 전의 웃음을 싹 거두어들이고 랭정한 얼굴이 되여버리는 것이였다. 봄이 오다가 홱 머리를 돌려 겨울로 가버리듯이.  

연수생으로 병원에 도착한 첫날, 산비탈에 있는 기숙사로 가면서 음달에서 보았던 눈이 새하얀 광채를 잃어버리고 물기 서린 푸석한 모습으로 봄 속에 잦아들고 있음을 아침 출근길에 분명히 보았다. 봄은 완연하게 온 것이다.  

눈이 녹아 땅 속에 잦아드는 소리와 봄바람 휘휘 돌아다니는 소리가 기숙사가 있는 산비탈에서 아스라하니 들려온다.  

그로부터 련일 화창한 봄날이 쭉 이어졌다. 이렇게 좋은 날씨가 지속되는 꼬라지를 보면 악기후로 돌변할 징조라고 남자처럼 거쿨진 체격을 가진 왕의사가 창밖을 내다보며 궁시렁댄다. 왕의사는 대학입시제도가 회복되던 1977년 첫해에 길림의학원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의사’라는 직업인생에 대해 류달리 깊은 애정과 감회를 품고 있었다. 입학통지서를 받은 날, 강변에 달려가서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얼음덩이를 바라보며 목 터지게 울던 일, 대학 5년 동안 갈증이 나서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정식교재도 없는 의학공부의 날을 헤쳐온 일, 해부실에서 다른 동학들에게 빼앗길세라 두개골을 꼭 끌어안고 뼈와 뼈 사이 경계와 련결을 찾아내던 일… “우리 77급 말이야.”는 그의 입버릇으로 굳어있고 77은 그의 별명으로도 통한다. “그 때 우리는 미친듯이 공부했어. 누구도 말릴 수 없었지. 몸을 불사르며 배웠다니까. 지금의 당신들은 죽었다 깨도 리해 못할 거야. 그 처절한 배움의 욕망을 말이야.” 끝도 없이 감개무량하는 왕의사를 보면서 그가 나의 지도담당이 되였더라면 하는 애석함이 파도처럼 밀려오군 했다. 배움의 갈증을 심하게 느껴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목마름을 헤아릴 수 있을 테지. 선생을 잘 만나야 해. 무시할 수 없는 관건이지. 이런 생각에 빠져들 때면 또다시 화가 울컥 치솟는 것이였다. 남경의 어느 대학교에서는 “지각하는 자 빵점, 숙제를 바치지 않는 자 빵점,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자 빵점.”이라고 규정한 선생님을 한개 반 학생들이 련명으로 탄핵했다는데 책임감이 강한 엄한 선생님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 받은 일인지 전혀 모르는 놈들이다. 나는 제한된 연수시간 내에 깨칠 것을 깨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에 사로잡혀 ‘책임감 없는 선생’으로 랭선생을 몰아부쳐 탄핵할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 초보인 나에게 실력파 선생을 배치하지 않을 때는 그럴 만한 생각이 있었겠지. 심혈관내과에 들어온 첫날 주임이 말하지 않았던가. 랭의사와 나는 나이가 비슷하니 잘 통하리라고. 

“로자의 말씀 중에 반자도지동反者道之动이란 것이 있어.”라고 중얼대며 77왕의사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섰다. 어떤 것이든 극에 달하면 반전이 된다는 건데 이게 곧 도道의 움직임이라는 뜻이지. 좋은 날씨가 쭉 이어지다가 최고로 좋은 날을 맞이했다고 생각할 무렵에 날씨가 확 얼굴을 바꿔버리는 거야.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란 것도 그러하겠지만.

“아. 맞아요. 맞아. 날씨가 확 변해버릴 것 같네요.” 랭선생도 점심 무렵의 창밖을 내다보며 깊이 공감한다.  

로자의 말씀은 처음 듣는 소리라 잘 모르겠고 중의 음양학설에는 한寒이 극에 달하면 열热이 생기고 열이 극에 달하면 한이 생긴다는 음양전환의 리론이 있는데 지금 당신들이 하는 얘기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전통의학이 얼마나 넓고 깊은가를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중의에서 말하는 오운륙기五运六气 학설만 봐도 그렇다. 작게는 인체의 질병을 연구하고 크게는 우주의 생사까지 탐구하고 예측한다. 이로써 볼 때 중의는 어디 의학의 범주라고만 간단히 말할 수 있으랴! “서의는 강대하고 중의는 위대하다.” 어느 교수가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구절을 매우 흔상한다.

왕의사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저녁 무렵이 되자 화창하던 날씨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더니 세찬 비바람이 병원을 집어삼킬듯 세차게 몰아쳤다. 굵은 비줄기가 후닥후닥 창문을 쳐갈겼다.   

그렇게 시작한 봄비는 며칠이 지나도록 끊지 않았고 랭선생이 저녁당직을 하는 저녁에도 계속되였다. 질건질건 내리는 비는 온 세상을 축축하게 젖었다. 랭선생의 야간근무에 내가 껌딱지처럼 따라붙었다. 랭선생은 기숙사에서 자고 있으라는 말을 더는 하지 않았으며 내가 몰래 훔쳐보고 지켜보듯이 그도 나를 슬쩍슬쩍 훔쳐보는 곁눈길이 느껴졌다. 나를 연구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시골병원에서 온 연수생이 눈에 쌍불을 켜고 의학 수련에 열중하는 모습이 연구의 대상이 되였을지도 모른다. 

간혹 그는 힐 웃으며 진지하게 말할 때도 있었다. “210호 협심증에 중약을 쓴다면 어떤 방제를 처방해야 되지요? 어떻게 변증을 하지요? 음양허실이 어떻게 되지요? 예후가 어떻다고 보나요?” 그럴 때면 철색인 내 얼굴색은 끄떡 변함이 없지만 몸 안은 쇠덩어리를 달군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다. 아직은 중의와 서의 모두 어설프기만 하고 이도 저도 숙련치 못한 아마추어 의사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랭선생이 음울한 얼굴로 차디차게 나를 대하는 그런 순간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미숙한 자신에게서 털끝 만한 경험이라도 캐내려는 나의 열정에 거부감이 들었을 테고 미주알고주알 물음에 대답이 궁색할 때는 스스로 화가 나고 속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병을 보는 도중에 중의방제가 생각나지 않을 때면 화장실 간다는 구실로 현장을 빠져나와 어느 구석에 숨어 호주머니 책을 꺼내보고 다시 진료에 림하라는 중의대 선생님의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생각나지만 랭선생은 몰아붙이듯하는 나의 물음에 어디 가서 답안을 얻어오랴. 아직은 주치의사나 주임의사의 지도를 받고 있는 일반의사의 한계를 느긋하게 배려해줄 수 없었던 나의 불찰이라면 불찰이지만 나 또한 느긋하게 배울 여유가 아니였던 것이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랭선생과 나는 윤활이 부족한 삐걱거림 속에서도 전쟁터와 다름없는 병동 생활에 미혼의 청춘을 온전히 투입시키고 있었다.   

야간근무가 시작되여서부터 랭선생과 나는 머리가 팽팽 돌 정도로 바삐 돌아쳤다. 련일 이어진 침침한 날씨로 심혈관 질환이 증가된 탓인가 응급실을 통해 환자 4명이 륙속 입원해 들어왔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랴 입원일지를 쓰랴 처방을 내리랴 보호자 면담을 하랴 정신없이 움직였다. 

시침이 밤 11시를 넘어서고 있을 즈음 나는 병동을 떠나 산비탈에 있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위중환자가 없는 날에는 자정이 지나서 별로 할 일도 없으니 기숙사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여 이튿날 낮출근을 계속하는 것이 더 효률적이였다. 

밤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푸실푸실 흩날리는 봄비를 보며 나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튿날, 직원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이른 시간에 병동으로 향했다. 병동 입구에 이르자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듯했다. 평시와 다른 괴괴한 침묵의 냄새가 심혈관 병동에 푹 드리워있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간호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직이 알려줬다.

“219호 사망했어요. 새벽 4시예요. 주임도 왔어요.”

“네?” 

나는 깜짝 놀라 저도 몰래 소리를 질렀다. 교장선생이 왜? 호전세를 보이던 환자인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주임까지 출동된 일이면 심상치 않은 일인데? 내 소리에 놀랐는지 간호사는 흠칫 떨며 총망히 자리를 떴다.

의사 사무실에 들어서니 주임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있었다. 랭선생은 진액이 빠져버린 사람처럼 책상모서리에 기대여 쓰러질듯 서있었다. 밝기 조절이 안되는 전등이 천정에 달라붙어서 이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참담한 표정으로 락담하고 있는 랭선생의 모습을 나는 왜서 그렇게도 집요하게 관찰했는지? 그녀의 비참한 얼굴에서 떨어지는 눈물도 놓치지 않고 똑똑히 지켜봤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의사들이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하고 환자 가족들이 떼를 지어 들이닥치고 사무실에 환자 가족들의 울음이 터지고 사망병례토론이 있고… 이러면서 하루가 지났다. 그러기를 또 며칠 지났다. 랭선생은 련일 초점 잃은 눈으로 여기저기 불려다녔다. 열흘 후 랭선생의 모습은 더는 병동에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몸져누워 당분간 집밖을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의료사업에 몸을 바치련다는 랭선생에 대해 주임의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심혈관 병동은 여전히 전쟁터마냥 바빴고 이미 발생한 일들에 생각이 머물러있기에는 빡빡한 시간이 허용치 않았다. 랭정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멀어져갔다. 

심혈관내과에서 연수가 끝나갈 무렵, 77급 대학생인 왕의사의 수하로 되여 정신없이 돌아치는 어느 날 나는 소포를 받았다.

두꺼운 수첩이였다. 파란색 바탕에 하얀 눈꽃이 그려져있는 겉표지가 산뜻했다. 뚜껑을 펼치자 하얀 쪽지가 미끄러져 나왔다. 

“언니의 꿈을 응원해요. 좋은 의사가 될 거예요. 꿈에 미쳐있는 언니가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났어요. 언니의 아름다움도 저를 무척 속상하게 한 거 알지요? ㅎㅎ 저는 지금 새롭게 태여나고 있어요. 저도 꿈이 있어요. 응원받고 싶어요. 랭정 드림.”

또박또박 곱게 씌여진 글씨가 눈꽃이 피여있는 수첩에 내려앉았고 창밖의 하늘을 내다보고 있는 랭정의 얼굴도 함께 와 놓였다.  

“랭정, 랭의사… 아니 이젠 의사가 아니지.” 갑자기 울컥하고 마음이 시려왔다. 그녀가 앞에 있다면 뜨겁게 눈길을 주면서 환자 이야기도 아니고 의학 이야기도 아닌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서로의 꿈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을 것만 같은 이 충동은 무엇일가?…

뜻밖의 쪽지에 나는 한참이나 할 일을 잊고 있었다.    

출처:<장백산>2018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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