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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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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옥: 너를 보면 내가 보인다(시, 외5수)
2019년 07월 17일 10시 19분  조회:437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너를 보면 내가 보인다

도옥

 

꽃 본 듯이 너를 보면 내가 보인다

내 안에 꽃처럼 들어온 

너의 향기가 나를 신사로 만든다

지난 겨울 낡은 외투에

티끌의 세월은 시원히 사라지고

상긋함의 겨울길이 환하다

너를 보면 내가 보인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

눈송이처럼 너에게 내리고 싶다

망설임 없이 서성댐이 없이

화려한 타개로 령롱한 눈빛 지니리

너를 보면 앞길이 환하다!

 

 

떠나는 그대에게 

 

잠시 떠난다고 말하라

봄이 꽃을 피우고 잠시 땅속에 스며들듯이

눈물자리에 꽃을 피워놓고 떠나는 

그대여 잠간 갔다 돌아온다고 말하라

슬픔의 꽃은 지고 열매가 오듯

향기론 그대의 꽃말 속에도 계절은 가고

펑펑 그리움은 눈이 되여 내린다

눈사람 되여 하얀 발자국 심고 떠나는

그대여 잠간 갔다  

돌아온다고 말하라

강남 갔던 제비새 돌아오듯이

봄강물 여울치는 여기가 

네 태초의 모태라고 말하라. 

떠나는 그대여!

 

 

어둠과 빛 사이 사랑이

 

기다림이 어둠이란 사실을 그대를 잠간 보내고 알았습니다

 

어둠에서 익어 무르익어 태여난 빛이 그대와의 만남임을 

깊은 밤 별빛을 쌓아올리며 느꼈습니다

 

빛과 어둠 사이 그대와 나

어둠과 빛 사이 나와 그대

 

시간은 소리가 없습니다

모든 진동이 우주의 바퀴를 굴려가듯 밝음으로 오는 사랑은 당신입니다

 

그대의 빛나는 아침을 위하여 

저는 창창 어둠의 새벽을 불타는 폭포처럼 뛰여내립니다

 

당신은 빛의 신입니다 

저는 당신을 받쳐올리는 거대한 어둠의 그릇 되겠습니다

 

어둠과 빛 사이 흔들리며 피여오르는 한송이 꽃이여!

 

 

매돌

 

돌밭에서 하얀 세월 기여나왔다 해살이다 사랑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 속 눈물의 강물 굽이쳐가고 엄마의 눈물 어린 꿈들 새파랗게 파도쳐갔다 아이 눈망울에 붉은 저녁이 익어 슬픈 그림자 흔들며 돌아서고 할아버지 하얀 기침소리 노란 옛말 하얀 모국어로 사립문가 하얀 향기로 피여올랐다

 

활화산 설설 끓던 전설 천지인 가슴가슴 굽이쳐 쇠물로 흐르다가 비탈길 진붉은 진달래 피워내고 강물에 조약돌 쟁쟁한 노래로 살다가 향수처럼 온돌방에 올라서 구름석가래 틀고 앉아 빙빙 둥그렇게 돌아갔다 세월이 돌아갔다 수레바퀴가 돌아갔다 천년이 돌아갔다  

 

바다에서 온 것들이 돌아가고 땅에서 온 생명들 다시 부활하는 자리에서 빙글빙글 우리가 돈다 베옷이 돈다 흰 넋이 돈다 오천년 화려한 오방색 무궁화가 어진이 하얀 마음 하얀 평안 하얀 전설로 빙글빙글 찬란한 옛말 속에 매돌은 하얗게 앉아 돌아간다…

 

 

흙의 재해석

 

우주의 먼지들이 모여앉아

역설의 열매를 빚다

죽은 공룡의 뼈가 나무로 서서

감탄으로 문명을 연출하고

웅녀의 마지막 밤이

꽃으로 피여나 인간을 노래했다

흙의 반역 난바다 벽파도

새벽하늘 작은 희망 걸어놓고

다시 돌아온 아침

우리는 시퍼런 삽날로

흙 속에 진리를 파내고 있다

검은 태양과 붉은 달

어제로 돌아가는 수레바퀴가

데굴데굴 굴러와서

풍화된 세월 회색으로 메웠다

하얗게 멈춰선 시간들이

다시 돌처럼 굳어져

우리의 오늘 새겨넣고 있었다

 

 

마음

 

어느 날 시가 나에게로 왔다 

 

가만히 돌아보니 

시는 그대와 내 눈빛 사이 

해살 같이 내려와 있었다 

 

그 해살 한줌 너에게 쥐여주었다 

 

어둡던 너의 미소가 

빛을 머금고 있었고 

주변이 황홀해지기 시작하였다

 

너는 그 해살 

주머니에 집어넣고 돌아섰다 

 

그 날 이후 

우리는 늘 함께 있었다 

 

그것은 그 날 내가 너에게 준 

마음 한줌 때문이였다!

 

출처:<장백산>2017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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