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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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기획이 관건이다
2019년 07월 17일 09시 59분  조회:300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문학도 기획이 관건이다

최국철

 

사전에 오르지 못한 신조어편에는 ‘귀차니스트병’이 등재되였다. ‘귀찮으즘’이라고 달리 표현되기도 하는 이 현대병은 귀찮은 일을 싫어하고 혼자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진종일 방안에서 TV와 리모컨, 컴퓨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귀차니스트’의 경로가 기기 뿐이라는 말이다. 

문화가 기획이 관건이라는 제기법은 필자가 처음으로 제기한 것이 아니다. 신문사 기자 시절 월요일 아침마다 열렸던 부서 주임 회의 주제는 일주일 간 기사내용과 취재기획에 대한 합평이였다. 심층취재 기사와 뉴스대상에 대한 기획은 신문의 생명력이다. 그 시기 ‘기자는 발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 신문사 울안에서 유령처럼 배회했다. 기자는 부지런해야 취재 원천을 확보한다는 말이다. 

그럼 문학은? 문학은 언어예술이라는 점에서는 신문기사와 구별되고 다른 예술령역과 차이점이 있지만 필경 문화의 한 조성부분이다. 이런 특수한 령역을 다루려면 작가마다 자기의 창작기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획은 부지런함이 따라야 한다. 올해 중국작가협회는 또다시 기층에 내려갈 작가 명단을 확보하려고 산하의 문학단체에 작가들의 신청을 접수하게 했다.  연변작가협회에 배당한 명액이 10명이지만 신청한 작가는 모두 5명이였다. 그중 조선족 작가로는 필자가 유일했다. 그것도 주석이니 안될 것도 고려하면서 앞장서야 한다는 강박관이 작용한 것이다. 그 외 4명은 모두 한족 작가였다. 연변작가협회에 대개 조선족 작가는 700여명이고 한족 작가는 100여명 좌우다. 이런 비례라면 조선족 작가는 30여명이여야 한다. 작가라고 하는 회원수가 많아도 진정 총대를 메고 전장에서 활약하는 작가가 백명도 안된다는 게 우리 문단 현황이다. 번역과 출판에 대한 부축대상 신청에는 너도나도인데 고생스럽다는 조건인지 호응도가 저조했다. 작가에게 생활경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작가마다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생활에 대한 도전이 없다. 우리는 사석에서 문단유사를 화제로 들먹일 때마다 아무개와 아무개가 고료를 제일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그중에는 고 류연산 작가도 있다. 류작가는 두만강 천리, 압록강 2천리 송화강 5천리, 흑룡강 7천리를 발로 뛰면서 답사했고 4부작으로 된 다큐멘터리를 그 시기 《서울신문》에 3년 간 련재하면서 지금 봐도 꽤나 두둑한 고료를 획득했다. 이건 류작가의 문학기획이 우선이고 부지런함이 두번째다. 필자도 그 시기 류작가를 따라 두만강을 두번 답사했는데 그의 부지런함에 탄복했고 그가 얻은 문학소재로 <여우>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책을 출판해달라는 청탁은 여기저기에서 들어오지만 작가협회에서 자기가 생활체험 차로 어디로 가겠으니 도와달라는 청탁은 없다. 차 타고 시골을 한번 휙 돌아보고 처녀 총각 그림자도 없소, 아이 울음소리 한점도 없는 유령농촌이 됐소, 개탄하면서도 페쇄적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이행하는 길목에서 우리 민족들이 겪는 과잉적 아픔, 리별과 리혼, 결손가정과 그 아이에 단마디 동정론으로 끝낸다. 급진적, 가변적인 우리 민족들의 다층차적 삶과 불확실성이 가져다주는 자의성을 문학적으로 승화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희미하다. 민족사회의 총체적인 륜곽은  민족 구성원들의 진실한 삶의 집합체이고 거기에 작가들이 그려야 하는 좌표가 있다. 굳이 습주석의 “군중속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작가에게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문학력사가 증명했다. 필자의 연길 상경은 이제 10년 째를 맞는데 채바퀴 도는 듯한 생활 속에는 소설적인 발견과 흥분점이 제로다.  출근도 생활이고 사업도 생활일진대 왜서 생활이 없다고 하는가? 답은 작가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지난 호에 《도라지》에 등재한 리여천선생의 글이 독자들에게 꽤나 많은 반향을 일으킨 줄로 안다. 한국의 ‘3D’현장을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소재를 축적했을 작가 나름의 진실을 읽으면서 리여천선생의 작가적인 항쟁사에 탄복이 갔다. 진실을 찾지 못할망정 편단적인 사실이라도 캐내서 글로 만들면 문학적인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사료가치는 남을 게 아닌가! 다방의 커피를 홀짝거리고 다방맛을 지절대는 ‘신도시인’, ‘귀족화’로 변해버리는 작가들이 점차 ‘귀차니스트’로 진화를 재촉하는 것 같은 우려가 드는 게 나만의 호들갑은 아닐 게다. 

…뭔가 움직여야 짹소리라도 나올 게 아닐가?

출처:<장백산>2017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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