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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馬觀花 미국여행2-델마
최우길
1. 두번째 방문지는 메릴랜드 주의 델마입니다(8월9-12일). 미국 서부와 동부는 시간이 3시간 다른 것은 물론, 비행기로 5-6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참 큰 나라지요. 시골 구석구석까지 잘 개발되어 있어 놀랍니다. 미국 전국의 모든 집 마당 앞까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요. 가히 <미국문명> 이란 말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델마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의 시골마을입니다. 이 지역을 <델마바> 지방이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델러웨어-메릴랜드-버지니아 세 주의 접경지역으로 그 첫 글자를 따 <델마바>라고 부릅니다. 이 곳에는 친구인 정종남(Victor Jeong)이 삽니다. 일본인 부인(오타 하루미 상)과 아들 5형제(유석-유영-희철-수범-태현)가 있습니다. 2년전인가 아들 하나를 더 낳았는데 아이 없는 집에 양자로 주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가정입니다.
2. 우리는 아침 8시30분 비행기로 미국 중부(오대호연안의 디트로이트)를 거쳐 뉴욕의 뉴아크공항에 오후 7시에 내리게 됩니다. 델마까지는 아직도 먼 거리, 워싱턴 가까운 볼티모어까지 밤기차로 오라고 합니다. 뉴아크역에서 1시간 이상 앉아있다가(밤늦어 역 밖으로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아 대합실에서) 밤 9시 워싱턴행 기차를 타고 11시 30분에야 볼티모어역에 내립니다. 밤늦은 뉴아크역도 그렇고 자정 가까이 내린 볼티모어역도 그렇게 다정하지는 않습니다. 뉴아크역 대합실에는 <집없는 사람>들과 건장한 경찰이 왔다갔다 하며 숨바꼭질을 하는 등 긴장감이 넘칩니다. 낯선 곳에 밤 늦게 내린다는 것... 선입관도 있어서 지나가는 부랑인들이 두렵기도 하지요. 철모르는 두 아들은 긴 여행에 피곤하기도 하겠지요. 보채기도 툴툴 거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볼티모어역이었습니다. 볼티모어에는 두 역이 있더군요. 팬스테이션과 에어포트 스테이션. 우리는 팬역에서 내렸습니다. 우리를 영접하던 빅토르 씨는 우리가 나오지 않자 다음 스테이션으로 가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화장실에 갔다가 약간 늦게 나온 것이지. 무슨 일이지 잘 모른 채 역 앞에서 4-50분을 기다리게 됩니다. 우리와 함께 내린 다른 이들은 택시나, 마중 나온 차를 타고 하나둘 모두 가버리고... 기다리다 지쳐 옆에 서 있던 한 아가씨의 전화를 빌려 통화하였더니, 다음 역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좀 일찍 연락을 할 걸... 미국 동부 대도시, 한밤중 역전앞, 부랑인들이 왔다갔다 하고 가끔 경찰차도 지나가고, 여행가방 든 아시아계 외국인인 듯한 중년이 아이들 둘과 서 있는 모습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좀 아찔합니다. 나중에 들으니, 볼티모어는 미국 대도시중 범죄율이 첫째 둘째 하는 곳이라는군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야 위험하지 않지요. 볼티모어에서 델마까지는 또 자동차로 2시간 30분여... 고속도로 시골국도를 달려, 도중에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요기도 하고, 3시가 지나서야 시골집에 도착합니다.
3. 빅토르씨와는 1990년대초 유럽에서 만난 사이입니다. 빅토르씨는 독일 쪽에 선교사로 나왔다가 스위스 옆의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의 교회 협회장을 지냈습니다. 저는 스위스에서 공부하면서 원리연구회 활동을 했습니다. 1998년인가 박사 마무리 차 스위스를 방문하였다가 가까운 리히텐슈타인에 가 신세를 진 일이 있습니다. 빅토르씨는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해 외국어도 잘 하고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였습니다. 그 후 독일 원리연구회의 사업 등을 하였고, 일본-필리핀에서 중고차 수리 및 판매 등의 사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유럽에서의 체류가 어렵게 되자 4년 여 전 미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지금은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의 작은 도시 솔즈베리(Salisbury, 인구 약 15만)에서 작은 정비소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생활 3년 동안 매우 어렵게 살다가 지난 해부터 좀 나아졌고 집도 1년전 은행융자를 받아 샀다고 합니다. 솔즈베리 교외의 델마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시골집입니다. 시골집이라도 집 앞까지 번듯한 도로(뚝뚝 떨어진 동네 주민들 외에는 통행이 거의 없지요)가 놓여 있어 시내에서 10분 정도면 도달하는 숲속의 전원주택이지요. 좀 오래되었으나 매우 쾌적한 서민들의 마을입니다.
4. 빅토르씨는 <미국에서는 한가지 기술을 가지고 열심히 생활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은 기회가 많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흔히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지요. 이민의 나라이고, 기회의 나라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남과 다른 것을 인정해 주는 나라> 입니다. 가난한 집 출신이라도 무엇 하나 잘 하면(리더십 공부 운동 예능 사회봉사 등), 장학금 받아 대학까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 집 아이들이 미국 교육의 혜택을 잘 받고 있더군요. 유석은 12학년으로 태권도 잘 하고 내년 존스홉킨스 대학에 진학하고 싶답니다. 학부를 마치고 의과대학원(Medical School, 4년)에 진학할 생각입니다. 9학년인 유석이는 이 지역의 수영대표선수입니다. 6학년 희철은 공부 축구 수영 모두 잘 합니다. 3학년 수범은 지역 유소년 축구의 스타플레이어입니다. 지역유소년 리그에서 한 게임당 평균 3골을 넣는 등 골잡이로서 활약이 대단하답니다. 미국은 학교에서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운동, 예능 등 교육을 강조합니다. 또한 리더십, 사회봉사 등을 강조합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다른 것을 잘 하는 것을 동등하게 취급해 줍니다. 가령 사회봉사를 1천시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른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답니다. 공교육에서 예능 교육을 담당해주니 학부모의 부담은 적습니다. 운동을 시킬 경우도 공부는 반드시 하고 합니다. 축구의 경우 시즌(주로 방학 중)에 경기를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나 부모에게나 부담이 적습니다. 미국의 교육제도가 흘륭하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온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5. 델마에서 3박4일을 지내면서 이민가정의 아빠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아빠는 아침 7시-저녁 8시까지 일하고, 엄마는 아이들(아이가 5명이니...) 실어나르고(학교 운동 예능교육 등) 짬이 나면 정비소일(사무)도 돕고 합니다. 우리는 다행히 주말을 끼고 그곳에 갔으니 토요일을 함께 놀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토-일요일도 일하다가 최근에 일요일은 쉽니다. 금요일 저녁 함께 외식하고 근처 교핑몰 구경하고 온 가족과 함께 볼링치고 토요일에는 미국 동부 대서양 해안 오션시티에서 해수욕을 했습니다. 해안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긴데 파도가 셌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놉니다. 여행의 피로를 풀면서 바다와 자연을 즐깁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군요.
6. 다음은 일본에 돌아온 후 제가 빅토르가정에게 보낸 글입니다.
유석 유영 희철 수범 태현 아빠, 엄마...
교토입니다. 이제 막 도착하였습니다.
델마, 오션시티, 워싱턴, 뉴욕...
뉴욕에서는 힘들기도 했으나, 모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델마가 가장 좋았다고 하는군요.
유석이네 나름대로 자리잡고 사는 모습, 보기 참 좋았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리히텐슈타인이 어제 같지요.
유석이 어리지만 으젓하던 모습, 유영이 까불던 모습,
희철이 울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빠 엄마 티꺽태꺽 사랑싸움(?) 하던 모습도 ...
아이들이 보기 좋게 자랐고...부모들은 중년을 넘겨,
모습은 그대로이나, 그만큼 성숙했고(?)...
세월이 빠르기도 하고 (무상까지는 아직 아님)...
한편 수확을 잘 거두려면 지금부터 모두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주어진 자리에서 항상 감사하면서,
욕심 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델마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지혜를 얻어옵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제일 귀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태현 아빠 엄마도 자부심을 가지고...
(늘 그리 하시겠으나, 노파심에서 부탁드림)
하루하루 감사하며 생활하길 기원합니다. 저희 가정도 그리하지요.
하늘로 인한 인연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아이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God Bless Your Family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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