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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국인 출입국과 체류질서를 담당하는 법무부 당국으로서는 원인이야 어쨌든 위법에 대한 책임과 법적 형평성을 묻는 것 또한 당연하다.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역할과 요구하는 바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상호간에 이해의 충돌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상대를 윽박지르고 위협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방편을 얻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그래서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건전한 양식과 자질에 기초하여 토론과 협의를 통해 상호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여 합리적인 타협을 모색하는 절차와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9월19일 국회에서 서영교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여러 동포단체들이 주관하여 『올바른 외국적동포정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 위명여권 사용 외국적동포 구제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의사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 법무부 정책실무자가 한명이 토론자로 나왔고 사회자를 비롯하여 발표 및 토론자로 나온 동포관련 시민단체 대표 등이 8명이다.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 들어 찬 청중들 또한 모두 동포들이다. 이쯤이면 TV 퀴즈프로그램인 1대 100의 모양새와 별 다를 바 없다. 법무부 참석자로서는 기세 싸움에서 이미 한풀 접고 들어가는 바늘방석 같은 자리이다. 그래도 머리를 맞대고 동포사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온 결정이 참 좋아 보였다.
정책내용이 어떻든 간에 비록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법무부로서는 그래도 동포사회와 의사소통하려는 자세는 일단 보인 셈이다. 위명여권 정책시행의 필요성은 이미 동포사회가 제기하였던 것이고 이제 시행되었으니 그 자체로서는 일단 우리들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물론 발표 전에 동포사회의 요구를 더욱 수용하는 절차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책이 발표된 이상 정책 내용이 동포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했던 수준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책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수정 또는 개선될 필요가 있는지, 또 그것은 어떤 절차를 밟아서 가능한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동포사회가 요구했던 수준에 미흡했다고 해서 “우리는 이러한 정책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판을 깰 심산이었으면 애초에 그러한 자리를 마련하지 말았어야 한다. 정책토론의 자리에 함께 한 이상 건전한 판단과 이성으로 상대의 입장을 겸허히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여 상호간 타협과 양보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동포사회가 한국사회의 떳떳한 주인이 되기 위해 시급히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하나이다.
물론 동포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동포들이 한국사회에서 적어도 일반 외국인들처럼 다문화의 대상이 아니고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떳떳한 주인 행세를 하기 위해서는 이 사회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의식과 문화수준,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 등은 지키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사회자를 비롯하여 일부 참가자들이 보여 준 토론 참여 행태는 매우 비민주적인 수준 이하의 데모 집회의 그것에 불과했다.
이러한 모습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오늘날 한국사회가 중국동포사회에 대하여 가진 편견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동포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억눌린 분노에 편승하여 대책없이 모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한국사람들의 무지하고 무책임한 행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책임있는 지도자들은 동포사회가 해야 할 바를 제대로 이끌고 방향을 잘 잡아 주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동포들이 한국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법과 문화, 제도와 의식수준을 지키고 존중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적어도 오늘과 같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개최된 정책토론회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중국동포사회가 더욱 빛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고함과 욕설과 비방만으로는 우리가 가진 것을 어둡게 가릴 뿐이다. 조선족 동포사회가 가진 훌륭한 민족문화와 빛나고 넘치는 자존심과 명예가 모국인 한국사회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길들을 스스로 포기하면 안된다. 이에 대해 동포지도자들과 한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미 발표된 위명여권정책에 대해선 법무부가 세세한 부분의 시행에 있어서 동포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비록 미흡하지만 오늘 정책토론회를 통해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고 동포사회의 요구를 수렴하여 불필요한 갈등이 더 이상 야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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