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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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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단비와 같이 되기 위해서는…"
2012년 10월 28일 09시 51분  조회:2197  추천:1  작성자: 곽재석
연초부터 동포사회에 중요 현안으로서 비상한 관심을 받아오던 위명여권 정책이 마침내 발표되었다. 참으로 긴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 같다. 그러나 기대한 것보다 그리 많이 달지가 않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도 정책발표가 너무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위명여권으로 인한 입국거부 및 불법체류 문제 등이 불거지자 동포사회에서 엄청난 민원이 제기되었는데 이에 출입국․외국인정책 최고결정자가 핵안보정상회담이 끝나는 4월 경에 적절한 정책을 내어 놓을 것이라고 답변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것을 믿고 상당수 동포 및 외국인이 체류만기에 따른 적절한 출국시간을 그만 놓쳐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책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한 민원인들은 또 다시 기만과 탐욕에 가득 찬 시장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정부의 탓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은 아직도 자유 왕래가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중국동포사회의 모국에 대한 원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중국동포들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한국사회는 매번 그럴 때마다 이들의 민족 정체성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러한 배반적 감정과 확고하지 못한 동질성의 본원적 책임은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서도 아직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제 민족 하나 제대로 포용할 줄 모르는 모국에 있음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정책실무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올리는 정책보고에 대해 정책결정자는 적절한 정책방향과 타이밍을 잡아줄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하면 책임과 권한의 유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쉽게 돌이킬 수 없는 역사와 민족정신의 상처로 남을 수 있음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고대하던 정책이 그래도 이제라도 시행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책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책실무자가 이 문제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였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책시행에 따른 시장의 개입 여지를 매우 철저히 차단해 놓았기 때문이다. 매우 잘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동포사회와 시장이 기대한 대로 움직여주는 일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정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여가 경과한 시점이지만 아직도 해당 민원인들은 정책발표 여부조차 듣지 못했거나 또는 알고 있어도 본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 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무지에 따른 시장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 당국은 동포 민간단체 등과도 적극 협력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매우 적극적인 정책홍보를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도 정책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의 탄력적인 집행이 매우 필요하다. 금번 정책은 위명여권으로 인한 신원불일치자는 자진신고 이후 출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령자, 결혼이민자 중 임산부, 미성년자녀 양육자 등 인도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출국기한을 유예하고 있다. 법무부가 명시적으로 한정한 위의 사유 이외에도 우선 당장 출국이 어려운 동포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늘 그랬듯이 이러한 경우 대개 현장의 실무자가 인도적인 사유 적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따라서 책임회피의 경향으로 인해 정책을 매우 경직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법무부가 명시적으로 정한 위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인도적인 사유 적용을 받아 출국유예 조치를 받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책본부는 각 출입국실무자들에 대한 적절한 정책 실무교육과 간담회 등을 통해 정책 취지를 잘 설명하도록 하고 또한 민원창구 실무자가 인도적 사유를 폭 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내부 처리 절차를 명확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그 동안 이 문제로 상호 반목하였던 정부와 동포사회가 다시 연계되어 발전하는 계기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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