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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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연의 날" 단상
2007년 02월 21일 12시 26분  조회:2704  추천:125  작성자: 강룡운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애연가들은 좀 힘들겠지만 전 인류의 건강을 위해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담배를 피우지 말고 담배가게에서는 담배를 팔지 말아주십사 하는 국제적인 금연 캠페인이다.
    금연 얘기가 나오면 나는 저도 모르게 자화자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모두들 그렇게 끊기 힘들다고하는  담배를, 그것도 25년동안이나 피워오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뚝 끊어버렸으니 나 자신도 스스로  대견스러워 감탄사를 련발할 때가 있다.
    (아, 담배 끊기가 참 힘들었는데 ...
    내가 어떻게 천신만고끝에 드디어 금연에 성공했을가!...) 
    담배가 신체에 해롭다고, 앓지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애들한테도 해로우니 제발 그 담배만은 좀 끊어 달라고 그렇게 애걸하던 안해의 말은 들은척 마는척 귀등으로 흘러보내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담배를 안 피우기로 작심했다고,  래일부터는 담배를 끊는다고 선포한 그 다음부터는 진짜 담배와 일도량단, 철저히 끊어버렸다.
    그래서 안해는 나를 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은 내가 어느 정도 수준급의 골초였는지를 그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 "문화대혁명" 시절  "현행반혁명분자"의 루명을 쓰고 령어의 몸이 되여 시도때도 없이 심문을  받을 때에는 하루에 담배 세갑---오전에 한갑, 오후에 한갑, 저녘에 또 한갑씩 피우던 날도 있었고 , 후날 연변조선족자치주정부에서 근무할 때  밤을 새워가며 주장어른들의 연설문을 작성해야 하는 날에는 집에서 갖고 간 담배를 다 피우고나면 한밤중에 어디 가서 담배를 사올수도 없고 해서 재떨이에서 담배꽁초를 주어서 그걸 부셔가지고 원고지에 말아 피워야 작업을 계속할수 있었는데 그래도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구차하게 허리를 구부정하고 사무실 땅바닥에서까지 담배꽁초를 주었으니 그야말로 최고수준급의 애연가였다. 아무튼 글을 쓰자고 책상앞에 마주앉으면 먼저 담배를 한두대 피워물어야  문장제목이 머리에 떠오르고 연거퍼 줄담배를 이어대야 글을 써내려갈수 있었으니  나는 한평생 글을 쓰면서 살자면  이놈의 담배와는 인연을 끊을수 없는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각,  키보드로 이 글을 쓰고있는 이 순간에도  담배생각은  젼혀 나지 아니하고 오히려 담배를 피워야 글을 쓰던 그시절이 마치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옛말처럼 느껴진다.
    알고보면 흡연은 일종의 불량한 생활습관 즉 이미 생활화된 나쁜 버릇에 불과하다. 전세계에 11억으로 헤아려지는 애연가들의 이 나쁜 습관을 고쳐보려고  2003년 5월 21일 제네바에서 거행된 세계보건대회에서 192개 성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168개국이 정식서명하고 58개국에서 이미 비준절차를 마친 국제적인 "연초통제기본협약"(FCTC)이 금년 2월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협약"은 성원국들에게 가격정책으로 연초소비를 통제하거나 담배갑의 30% 내지 50%면적에 흡연이 건강에 해로움을 알리는 경고메시지를 인쇄하도록 하는 등등 여러가지 정책을 권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정부에서는  이 국제협약의 정신에 좇아 성년남자의 흡연률을 선진국수준인 30%이하로 끌어내리기 위해 담배가격을 재인상하기로 했다. 그들은 이미 여러차례 담배가격을 인상시킨 기초상에서 금년부터 또 담배값을 한갑에 한화 500원씩 올리기로 결정, 그리고  이렇게 모아지는 자금을 국민의료복지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10년전까지만해도 한갑에1000원 미만이던 담배값이 2000원대로 껑충 치솟아 올랐고  담배값 인상이 너무도 부담스러워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는있지만 <남자들의 금연--- 작심삼일>이라는 신조어가 말하듯이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1년을 버텨내는 성공률이 겨우 2%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뒤따르고있다.
    세상 만사가 다 그러하듯 금연도 "외인이 변화의 조건이고 내인이 변화의 근거"이므로 흡연자 자신의 굳은 결심과 끈질긴 노력이 없이는 금연은 말그대로 작심삼일에 그치고마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실 담배를 피워 습관이 되고 인이 배기게 되면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게 아니라 사람 몸안에 배인 담배인이 담배를 피우는것이다 . 다시 말하면 장기간의 흡연으로 하여 인체 혈액속에서 산성과 알카리성의 균형상태에 있는 니코틴이  인체의 신진대사로 말미암아 그 함량이 감소되면 새로운 니코틴의 보충을 요구하게 되므로 이것이 곧바로 새로운 흡연욕구로 표현되는것이다. 그러므로 금연에 성공하려면 이처럼 생리적 욕구로 표현되는 흡연욕구를 능히 억제하고 극복할수 있는 한결 더 강화된 심리적 단속이 뒤따라야하는데 바로 이것이 어려운것이다.
    이글의 서두에서 나는 마치 하루아침에 쉽게 금연에 성공한듯 비쳐졌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였다. 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여러차례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대학교 다닐 때 담배를 끊는답시고 각서를 써 기숙사 벽에 붙여놓고 동창들더러 감시해달라고 호언장담을 터쳐놓고는 겨우 일주일도 견디지 못해 교실도, 기숙사도 아닌 도서관 복도의 한 귀퉁이에서 한학급 동창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틈을 타 남몰래 도둑담배를 피우기도 했고,  결혼해서 아이들이 출생한 후에는 간접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더욱 해롭다는 안해의 성화에 못이겨 안해앞에서 "남자대장부 일언중천금"을 운운하며 래일부터는 꼭 담배를 끊을터니 어디 한번 잘 지켜보라고 큰소리를 늘여놓고는 또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안해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무실이나 밖에서 안해 물래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옷호주머니에 담배를 넣은채로 귀가하게 되는 경우,  집앞 복도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복도의 어둑시그레한 구석에 감춰두었다가 이튿날아침 출근시에 도로 찾아내 밖으로 나서기 바쁘게 담배부터 꼬나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번은 한국에 갔다가 국제망신까지 당할뻔 했다. 나의 금연실천이 여러차례 실패를 거듭하던중 나에게 또 한국으로 출장가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한국 체류기간 두주일이면 담배를 끊을수 있겠다고 생각,  천진공항 출발시부터 아예 담배를 휴대하지 않았다. 아마 이렇게 한 일주일정도 버티였을가,  춘천에 갔을 때였다. 춘천의 한 사장님이 풍광 수려한 소양강땜에서 우리 일행를 초대하면서 나보고 담배는 안피우시냐고 묻기에 동행했던 장연하기자가  입빠르게 "금연실천 일주일째"라는  비밀을 까밝혔다. 장기자의 이야기를 들은 그분은 대뜸 "좋은 결심 하셨습니다. 연변일보 사장님이라면 연변조선족의 귀감이 되어야죠 "라고 말씀하시면서 나의 금연결심을 극구 찬양하는것이였다. 이건 완전히 나를 물러설수 없는 궁지에 몰아넣는 셈이였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도 물러서고 말았다.
    서울에 돌아와 다시 만난 다른 한 사장님이 나와 오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나의 기색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금방 한국에 오셨을 때보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고  이야기를 꺼내시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윤태연기자가 "피곤"한게 아니고 금연으로 인한 금단(禁断)증세라고 그 비밀을 공개했다. 내가 "피곤"해 하는 내막을 알게된 그 사장님은 "담배를 끊으실려거든 연변에 돌아가서 끊으시고 서울에 계실 땐 담배도 맘대로 피우시면서 기분좋게 일을 보시다가 귀국하세요"라고 하시면서 운전기사를 시켜 담배 네 보루를 사오게 하여 나에게 안겨주었다. 이렇게 돼서 나는 한국에서도 사탕포탄(糖衣炮弹)의 진공에 그만 두손 들고 말았다.
    그때로부터 몇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춘천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를 받았다.
    "...그 동안 별고 없으신가고 문안도 드릴겸 선생님께서 춘천에서 하신 약속대로 지금까지 담배를 안 피우시나 궁금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나는 그때 그 약속을 언녕 까맣게 잊고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듯이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딱 한번 만났던 그 량반이 아직도 그때 그일을 기억하고 그 멀리에서 나한테 전화까지 걸어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이처럼 천만 뜻밖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고, 그리고 뒤이어 지금껏 나름대로 가꾸어오던 자신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망가지면서 더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을 금할수 없었다.  이것이 나에겐 커다란 충격이 되고 최후의 계기가 되여 나는 흡연자로부터 금연자로의 철두철미한 환골탈태를 위해 아주 깨끗이 담배를 끊게 되였던것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담배를 끊는데는 별다른 묘방이 따로 없다. 나는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사탕"도 먹어봤고 "금연차"도 마셔봤으며 "금연중약"도 세첩이나 달여먹어 보았다. 그러나 모두가 다 무용지물, 소용이 없었다. 진짜 효험 있는 약은 딱 하나--- 흡연의 유혹을 물리칠수 있는 굳은 결심과 억센 의지 그 하나뿐이다.  마라손선수가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도중 힘들고 어려울 때 한숨 돌리며 쉬고싶은 생각이 어찌 전혀 없으랴만은 종점까지 완주하기로 결심한 선수라면 잠깐이라도 숨을 돌리고싶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종점을 향해 꾸준히 달려갈것이다. 마라손이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면 금연도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일단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라면 남들이 담배 피우는 걸 보면 조건반사가 생겨 자기도 한대 피우고싶어질 때, 더우기 술자리에서 남들이 다 피우는 그 담배를 나도 딱 한대만 피웠으면 하는 생각이 오락가락 끈질기게 갈마들 때, 이렇게  흡연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려 금연을 포기하고싶은 생각이 마구 솟구쳐오를 때, ... 이럴 때일수록 한번 다진 굳은 결심 누그러뜨리지 말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계속 끝까지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성공의 피안에 도달할수 있는것이다. 실패는 왕왕 <딱 한번만>하고 고삐를 늦추거나  여태껏 견지하여오던 립장에서 한발작 뒤로 물러설 때 걷잡을수 없이 찾아오는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17년 동안이나 피워오던 담배를  9년동안 끊었다가 담배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떨쳐버리지 못한 탓에 예전에 피워보지 못했던 미국담배 말보루의 유혹에 끌려들어 "딱 한대만 피워본다"고  다시 입에 댄것이 그게 그만 큰 화근이 되여 걷잡을수 없이 <원상복구>가 되였으며 또다시 8년간이나  담배를 더 피웠던 사람이다.  이처럼 금연실천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던 나였지만 금연에 재도전하여 지금까지 다시 성공할수 있게된것은  그 하찮은 담배때문에 인격마저 망가뜨려서는 안된다는 오직 이 한가지 집념과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인격완성을 위한 몸부림이였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렇게 저렇게 여러가지 약속을 많이 하게된다. 약속을 잘 지키는가  잘 지키지 못하는가? 이것은 한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의 하나이다. 진정으로 타인과의 약속은 물론, 자기자신과의 약속도 진솔하게 잘 지킬수 있는 사람은 비록 이처럼  어렵고 힘든 금연이기는 하지만  일단 결심을 했으면 기어이 성공하고야말것이다.


2005년 5월 27일 연변일보 7면 해란강 제123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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