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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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미니홈페지
2009년 08월 26일 17시 36분  조회:3130  추천:92  작성자: 강룡운

수필

손녀의 미니홈페지

강룡운

 

나와 마누라는 지난해 봄부터 손녀 지연의 미니홈페지를 구경하는 재미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며느리가 지연이에게 만들어준 미니홈페지다.

나의 중학교 동창생들 가운데 어떤 친구의 손녀는 금년에 벌써 시집을 간다고 하는데, 그리고 대학교 동창생들 가운데 어떤 친구의 손자 손녀들은 언녕 중학교나 고중에 다니는 애들도 많다고 하는데, 그런데 나는 작년에야 비로소 할아버지가 되였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손녀가 북경에서 태여났다는 희소식을 접하고 나는 너무 기뻐서 아들의 이메일주소로 태여난 손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지연아. 반갑다! 너의 출생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할아버지는 너에게 강지연(姜智渊)이란 이름을 지어놓고 기다렸단다. 너의 아빠 엄마는 이름이 이쁘단다. 너도 아마 이름을 좋아하게될것이다.

앞으로 니가 커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니가 태여날 너의 할아버지는 벌써 고희를 바라보는 백발로인이였단다. 그래서 너의 출생이 너무 너무 반가워 주름진 얼굴에 때늦게나마 함박꽃이 피였단다.

지연아, 너는 만물이 소생하는 춘삼월 호시절에 태여난 우리가문의 귀염둥이이고 보배둥이란다. 니가 아빠 엄마의 따뜻한 품속에서 어서어서 무럭무럭 자라서 하루 빨리 할아버지가 써보내는 이메일을 읽을수 있게된다면 얼마나 좋겠니! 더덩실. 춤이라도 출것만 같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날이 도래하기를 학수고대할것이다.”

태여난 아기가 이메일을 받을수도 없고 읽을수도 없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나는 그래도 손녀에게 평생을 두고 간직할수 있는 좋은 선물을 남겨주고싶은 심정으로 이렇게 이메일을 보냈던것이다.

태여난 아기에게 이메일을 보내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이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나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따로 있었다. 지연이가 지금은 이메일을 읽을수 없다는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지만 장차 커서 학교를 다닐 때가 되면 그때 어디에서 살든지를 막론하고 우리 말과 우리 글을  배우게 하여 할아버지가 써보내는 이메일을 읽을수 있도록 키워야한다는것이 바로 이메일속에 담겨진 나의 소망이였고 나의 진정한 속셈이였다.

나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큰아들더러 앞으로 지연의 출생일에 찍은 사진과 첫돐 사진 그리고 기타 성장과정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편집하여 CD 만들어 지연이에게 선물하면서 할아버지의 이메일도 함께 편집하여 기념으로 남겨주라고 부탁했었다.

이런 부탁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 나의 생각이 그래도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확신하고있었는데 아들과 며느리는 나보다 훨씬 앞서가고있었다. 그애들은 나로서는 전혀 상상도 할수 없었던 미니홈페지를 만들어 태여난 지연이에게 선물했던것이다. 그리고는 륙속 사진일기” ”백일기념” ”첫돐앨범등을 올려 지연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인터넷에 남겨놓고있었다. 손녀의 미니홈페지가 있음으로 하여 나와 마누라는 얼마나 편리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비록 북경에 있는 지연이와는 멀리 떨어진 타고장에서 살고있었지만 지연이가 보고싶을 때마다 아무 때든 상관없이 인터넷으로 손녀의 미니홈페지에 들어가 그애의 사진과 동영상을 볼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지연의 극성팬들이 남겨놓은 대글을 읽어보는 재미에 빠져보는것도 말그대로 금상첨화였다. “, 이쁘다!” “이거 완전히 예술이구나!” 손녀가 이쁘다고 극찬하는 이런 찬사를 읽으면서 어깨가 으쓱하지 않을 늙은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내가 직장을 떠나 집에 돌아와 편안한 백성 된지도 어언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는 10년사이에 내가 시도했던 여러가지 일들중에서 그래도 먼저 서둘러 컴맹의 모자를 벗어던진것을 제일 잘한 일이라고 손꼽는다. 만약 내가 아직도 적지않은 늙은이들처럼 컴퓨터를 다룰줄 모르는 컴맹이였다면 손녀에게 미니홈페지가 있다고한들 감히 들어가 구경할수나 있었겠는가!

컴맹의 모자를 벗는다는것은 문맹의 모자를 벗는다는것과는 차원적으로 보아 천양지차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컴맹탈출과 문맹탈출은 비슷한 점도 많은것 같다.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던 문맹이 가갸거겨의 식자관(识字关) 넘어 글을 쓰고 글을 읽을수 있게 되면 문맹의 행렬에서 탈출할수 있게되는것처럼 내가 컴맹의 모자를 벗었다는것은 컴퓨터의 ABC 초보적으로 장악하고 컴퓨터로 글을 쓰고 인터넷에 들어가 정보를 찾고 열람할수 있고 자기가 글도 인터넷에 올릴수 있는 초보수준에 이르렀다는것이다. 이것은 무소불능의 컴퓨터기능으로 놓고 말하면  천만분의 , 아니 억만분의 일에 불과한 수준일지도 모르지만 그저 식자관을 넘은지 얼마 안되는 소학생수준과 비슷하다고 하면 어불성설은 아닐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시대 컴퓨터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동행하고있는 중학생이나 대학생수준에 도달하자면 아직도 갈길이 아득히 멀고도 멀다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짬만 있으면 홀로 컴퓨터에 마주 앉아 이것저것 작업을 하며 공부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TV에만 매달려 시간을 보내던 마누라도 손녀 지연의 미니홈페지를 보고난 다음부터는 차츰 저절로 컴퓨터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더러 지연의 미니홈페지를 열게하여 손녀의 사진을 보자고 졸라대던것이 어느날부터인가 자기도 인제는 컴퓨터를 배우겠다는것이였다. 아마 지연이가 보고싶을 때마다 남편의 손을 빈다는게 장구지책이 아니라는걸 뒤늦게나마 각성하게 되였던 모양이다.

컴퓨터를 아주 신비한 물건으로 간주하고 감히 손을 대지도 못하던 마누라였는데 차츰 지연의 미니홈페지가 열려있는걸 보기만해도 자기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사진을 찾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감상하던 단계를 넘어서 지금은 야후 같은 사이트에서 자기가 보고싶은 기사들을 찾아 읽으면서 좀처럼 컴퓨터에서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할망구가 되여버렸다. 지연이가 돐전부터 아장아장 걸음마를 타기 시작하더니 지연의 할머니도 인제는 컴퓨터앞에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타기 시작하였다고나 할가.

나는 손녀의 미니홈페지를 접촉하면서부터 마누라의 신상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하면서 시대의 락오자가 되지 않으려는 모지름도 읽을수 있었다. 븐명한것은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물젖은 우리 늙은 세대들로 말하면 디지털시대를 맞아 앞장서 달려가고있는 젊은 세대들을 보고 너무 빨리 달린다고  짜증만 낼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생신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수용하면서 되도록이면 시대의 발전에 맞추어 그들을 따라가는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바람직한 자세라는 그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흘러간 옛노래를 좋아한다고 해도 계속 트로트만 고집할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즐기는 발라드나 댄스 그리고 랩이나 같은 현대음악도 수용하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갖추어나가는것이 세대간의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할수 있는 지름길이라는것이 나의 새로운 인생체험이다.

아무튼 손녀의 미니홈페지가 이순의 나이를 넘긴 나의 마누라로 하여금 차츰 컴퓨터에 다가서게 하였으니 그야말로 대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이제 나의 마누라도 컴맹의 모자를 벗어던질 가망이 환히 내다보이는것 같다. 그래서 손녀 지연이가 더욱 예쁘기도 하고 지연의 미니홈페지가 더욱 고마운지도 모른다.

이제 마누라도 컴맹의 모자를 벗어던지고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지연이도 몇해 지나서 우리의 말과 글을 배우고 컴퓨터도 다룰수 있게 된다면, 그때가 되면 지연이는 할아버지가 작년봄에 써보낸 출생축하 이메일도 읽을수 있게 될것이고 고향에 있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메신저로 채팅도 할수 있게 될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이고 행복의 미소가 저절로 주름진 로안을 헤가르며 피여오르는것만 같다..

 

 

2009 4 청도에서 초고

2009 8 연길에서 수정
   
    2009년 8월 21일 연변일보/해란강 제13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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