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산아래에 난쟁이할아버지가 살고있었습니다.
키가 얼마만큼이나 작은 난쟁이냐구요?
글쎄...
그건 딱히 말할수 없지만 동화를 쓰기때문인지 몸은 비록 늙었으나 마음만은 항상 어린이 같았답니다.
어느해인가 난쟁이할아버지는 글을 쓰는 한편 무우농사를 지어보려고 생각했습니다. 이따금 책상머리를 떠나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싶었던것이지요.
난쟁이할아버지는 집뒤의 낮다란 언덕우에 가서 괭이로 땅을 팠습니다. 돌멩이를 하나하나 주어내고 풀뿌리따위를 갈퀴로 긁어내여 농부의 눈에는 손바닥만큼 작게 보일 밭 한뙈기를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거름을 내고 이랑을 짓고 무우씨를 뿌렸지요.
며칠뒤 온 밭에 단 하나의 무우싹만이 흙덩이를 밀치고 나와 파랗게 머리를 쳐들지 않았겠어요?
난쟁이할아버지는 그 하나의 무우싹이라도 잘 키워내려고 때때로 물도 꼴깍꼴깍 먹여주고 때때로 김도 싹싹 매주고 때때로 벌레도 하나하나 잡아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일가말가 하던 씨앗이 흙에 묻혀 싹트고 자라난것이 어느덧 큰 무우가 되였답니다.
얼마만큼이나 큰 무우냐구요?
글쎄...
난쟁이할아버지는 무우를 뽑으려고 잎사귀를 잡아쥐고 힘껏 당겼습니다.
그러나 무우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불렀습니다.
할머니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를 불렀습니다.
손녀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손녀는 바둑이를 불렀습니다.
바둑이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바둑이는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고양이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불렀습니다.
쥐는 와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고양이는 바둑이의 꼬리를 잡고 바둑이는 손녀의 치마자락을 잡고 손녀는 할머니의 허리를 잡고 할머니는 난쟁이할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난쟁이할아버지는 무우잎사귀를 잡아쥐고 모두가 한결같이 영차- 영차- 하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야 드디여 무우가 쑥 뽑혀나왔습니다.
그바람에 모두들 뒤로 벌렁 넘어지면서 쥐는 고양이한테 깔리고 고양이는 바둑이한테 깔리고 바둑이는 손녀한테 깔리고 손녀는 할머니한테 깔리고 할머니는 난쟁이할아버지한테 깔렸습니다.
조금 아프기는 했으나 재미있어서 저마다 찌찌찌, 키키키, 킁킁킁, 호호호, 히히히, 하하하... 배꼽을 끌어안고 웃었습니다.
“할아버지, 무우를 좀 주세요. 먹고싶어요.”
손녀가 말했습니다.
“나도 먹고싶어요.”
“나도요.”
“나도요.”
바둑이도 고양이도 쥐도 잇달아 말했습니다.
모두들 무우를 뽑느라 힘을 빼고 또 한바탕 웃어대더니 이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가봅니다.
“오냐, 그래그래.”
대가리가 밑에 놓여진 무우는 마치도 지붕이 뾰족한 집 같았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허리에 찼던 작은칼을 꺼내쥐고 무우를 아래쯤에서 한쪼각 한 쪼각 도려내여 그것을 손녀에게 주고 바둑이에게 주고 고양이에게 주고 쥐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주고 자신도 한쪼각 먹었습니다.
사각사각... 와작와작... 우적우적... 오작오작... 짭짭... 쩝쩝...
저마다 먹는 소리와 모습이 달랐습니다.
무우는 물이 많고 시원하고 달큼했습니다.
“할아버지, 참 맛있어요. 더 주세요.”
손녀가 어느새 다 먹고나서 입맛을 다시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냐, 그래그래, 실컷 먹어라.”
먼저 도려낸 곳은 마치도 문 같아 보이였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그 안쪽으로 무우를 또 한쪼각 한쪼각 도려내여 그것을 손녀에게 주고 바둑이에게 주고 고양이에게 주고 쥐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주고 자신도 한쪼각 먹었습니다.
이 무우는 먹을수록 사과보다도 더 맛있었습니다.
모두들 먹고 또 먹다나니 어느새 속은 다 파먹어서 무우가 덩그런 겉모양만 남았습니다.
그제야 모두들 먹기를 그만두고 배가 불러서 끄르륵 트림을 하였습니다.
“우르릉-”
갑자기 하늘이 울면서 소나기가 쏟아져내렸습니다.
쥐가 먼저 쪼르르 무우집안으로 달려들어갔습니다.
뒤이어 고양이가 씽하니 뛰여들어갔습니다.
바둑이도 뒤질세라 깡충깡충 뛰여들어갔습니다.
손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가고 난쟁이할아버지는 맨 마지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우집안이 조금 비좁기는 했으나 고양이와 쥐가 손녀의 무릎우에 올라앉아서 난쟁이할아버지도 자리를 잡을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무우집은 비 한방울 새지 않아 근심될것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옛말을 해주세요. 비가 그칠 때까지요.”
손녀가 졸랐습니다.
“재미있는걸로요.”
고양이도 말했습니다.
바둑이가
“난 무시무시한 얘기가 좋아요.”라고 하자 쥐는
“무서운 얘긴 난 싫어.” 하고 몸을 옹크렸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빙그레 웃고나서 팔꿈치로 옆에 앉은 할머니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습니다.
“여보, 당신이 옛말 한컬레 해봐요.”
“내게 무슨 할 옛말이 있겠어요. 령감이야 없는것도 만들어서 글을 줄줄 쓰니까 당신이나 애들한테 해주시구려.”
할머니는 할끗 눈을 흘겼습니다.
“허허, 정말 그런가? 그럼 내가 또 얘기 한컬레 엮어본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턱수염을 쓱 쓰다듬고나서 이야기꼭지를 뗐습니다.
“옛날옛적에...”
손녀며 바둑이며 고양이와 쥐는 눈이 말똥말똥해서 난쟁이할아버지의 입을 쳐다보았습니다.
“음… 그런데 오늘 이 큰 무우를 뽑지 못했더라면 무우집도 못 만들고 모두 소낙비를 흠뻑 맞아 물병아리가 됐을거야. 그럼 옛날옛적 얘기 들을 기분이 나겠어?”
“맞아요. 제가 와서 당기지 않았더라면 무우가 안 뽑혀나왔겠죠?”
쥐가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뭐야? 네가 와서 당겼기에 무우가 뽑혔다구? 힘이 쥐뿔도 없어가지구.”:
고양이가 당치않다는듯 야죽거렸습니다.
“내가 왜 힘이 쥐뿔도 없어? 그럼 넌 왜 나를 불렀니?”
쥐가 볼똑해서 대들었습니다.
고양이는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다가
“바둑이가 날 불렀으니까 나두 널 불렀지.” 하고 바둑이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맞아, 맞아. 손녀가 날 불렀으니까 나도 고양이를 불렀지.”
바둑이도 손녀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는 쥐, 고양이. 바둑이를 보며 난쟁이할아버지는 허허 웃었습니다.
“그래, 그렇지. 난 할머니를 부르고 할머니는 손녀를 부르고 손녀는 바둑이를 부르고 바둑이는 고양이를 부르고 고양이는 쥐를 불렀지. 왜 불렀겠어? 힘을 보태려고 불렀던거야. 할머니는 할머니만큼한 힘이 있고 손녀는 손녀만큼한 힘이 있고 바둑이는 바둑이만큼한 힘이 있고 고양이는 고양이만큼한 힘이 있고 쥐는 쥐만큼한 힘이 있다는걸 안거지. 그것이 큰 힘이든 작은 힘이든 힘과 힘을 모으면 더 큰 힘이 되잖겠어?”
“쩌쩌, 할 얘기가 밑굽이 났으면 입이나 닫아매고있을거지, 도리를 캐기는…”
할머니는 혀를 차며 할아버지를 나무람했습니다.
“야, 무지개가 섰다!”
손녀가 소리치며 무우집밖으로 나갔습니다.
언제 비가 그쳤는지 한줄기 소나기가 씻고 지나간 하늘에 색동저고리 같이 고운 빛갈의 무지개가 둥그렇게 비꼈습니다.
바둑이도 따라 나갔습니다.
고양이도 따라 나갔습니다.
쥐도 따라 나갔습니다.
할아버지도 무우집밖에 나섰습니다.
일곱 빛갈의 고운 무지개가 한쪽끝은 무지개산에 박히고 다른 한쪽끝은 하늘에 박혔습니다. 하늘나라로 오르는 다리 같습니다.
손녀가 주먹을 쥐고 뛰여가고있습니다.
바둑이도 고양이도 쥐도 손녀를 뒤따라 뛰여가고있습니다.
“그래, 무지개는 아이들의 꿈인거지!”
난쟁이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무우집안에서 꾸물거리고있는 할머니에게
“여보, 빨리 밖에 나와봐요. 애들이 무지개 잡으려고 뛰여가는걸...” 하고 웨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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