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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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돈지갑 (소설).....강길 댓글:  조회:2944  추천:0  2015-03-12
        돈지갑                                                               강 길   설이 지난지  며칠이 안된다.  거리바닥에는 터진 폭죽조각이 어지럽게 널린것이 발에 밟힌다.     “삥-탕-후-루–”     장사군의 웨침소리가 귀바퀴에 맞쳤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민수는 그것을 사먹고싶었다.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 큰귀를 닮아서 명도  길거라는 민수의 귀가 뻘쭉하다.     등산복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돈지갑을 꺼낸 민수는 돈지갑을 열어 잔돈을 찾는데 백원짜리 빨간 돈도 보인다.     “哎哟, 这小孩儿钱真多呀! 长得也挺帅! (아유, 이 애 돈 참 많구나! 나기두 잘 나구!)” 장사군의 입에 발린 소리는  많이 사달라는 속셈일것이다.     민수는 장사군에게 삥탕후루 하나 값을 치르고 돈지갑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수두룩이 꼽혀진 삥탕후루틀에서 부리부리한 눈길이 딱 멎은 한가치를 쏙 뽑아서 한알을 닁큼 빼먹었다.  민수의 옆에는 이마에 캡을 눌러 쓴 작달만한 키의 한 사람이 여기저기 눈길을 보내고있었다.     “你也要1个?- (당신도 하나 사겠소?)”     장사군은 삥탕후루에 눈길을 주기도 하는 캡에게 사주기를 바랐으나  캡은  벙어리인지  머리만 젓고 제 갈데로 가버렸다.     33선뻐스가 오자 민수는 다 먹은 삥탕후루 꼬챙이를 뻐스정류장의 쓰레기통에 넣고나서 얼른 뻐스를 올라 탔다.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한 웬 할머니가 어정버정 올라와 빈자리가 있나 여기저기 살펴본다. 민수는 데꺽 일어나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내드렸다.    “뉘 집 귀동자인지 잘 컸네.”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민수를 쳐다보며 대견스러워했다. 옆의 사람들도 민수를 기특하게 바라본다. 큰일을 한것도 아닌데…민수는 좀 쑥스러웠다.     딩동---댕동---딩딩동---    민수의 왼쪽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누가 찾는다고 알려주었다.    “응, 서점에 갔다구? 알았다. 나 지금 뻐스 타고 간다. 거기서 만나자.”     민수가 휴대폰을 끄자 누군가 등산복 뒤자락을 잡아당기는바람에 민수는  그만 물앉고말았다. 앉고보니 빈 자리였다. 다음 뻐스정류장에서 내리려고 한사람이 미리 일어나 자동문가에 나서서 자리가 났던것이다. 민수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민수에게 손짓으로 빈자리가 났으니 앉게 했다는 뜻을 알려준다. 맨뒤쪽 의자는  서너 사람이 앉을수 있었다. 어쨌든 고마웠다.  그런데 이마에 캡을 눌러 쓴걸 보니 삥탕후루를 살 때에 봤던 그 사람이 아닌가?    “함박백화점에서 알려드립니다. 다음 역은 길서시장, 길서시장. 내리실분 미리 준비하십시오."     뻐스가  멎자 민수옆에 앉았던 캡도 내렸다. 비좁던 자리가 널찍해져서 편안히 고쳐 앉던 민수는 불현듯 오른쪽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니. 이게 뭐야? 돈지갑이 만져지지 않는다. 민수는 오른쪽 왼쪽 두 호주머니를 뒤집어 보아도 휴대폰만 있을뿐 돈지갑은 없다. 캡이? 자동문이 스르르 닫힌다. “我也下车! (나도 내리겠어요!”)  벌떡 일어선  민수는 새된 소리를 질렀다. 뻐스가 움직이기 전이여서 자동문이 다시 열렸다. 뻐스에서 뛰여내린 민수는 주춤 서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아, 저기- 오고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속에서 캡이 보인다. 민수는 뛰였다. 한사람 또 한사람 스쳐가면서, 한사람 또 한사람 부딪칠번 하면서 그야말로  엎어지면 캡과 코 닿을만한 곳까지 뛰여가서 아닌게아니라 그만 웬 아가씨와 부딪치고말았다. “정신 빠졌잖아? 어디라구 뛰여다녀!” 하마터면 넘어질번한 아가씨가 째지는 소리를 질렀다. “미안해요… 돈지갑…” 민수는 숨이 차 할딱할딱 말을 잇지 못했다. 뒤돌아보던 캡이 민수와 눈길이 마주치자 대뜸 종종걸음을 치지 않겠는가? “이봐요!” 민수가 따라가며 소리쳐 불렀으나 캡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바삐바삐 종종걸음만 친다. 바빠맞은 민수는 씽하니 뒤쫓다가 그만 한쪽 발이 얼음에 미끌어 픽 넘어지고말았다. 일어나기는 했으나  절룩절룩  캡을 따라잡을수 없게 된 민수는  “抓小偷- (도적 붙잡아요-)”  하고 목이 터져라고 소리를 질렀다. 오고가던 길손들이 웬 일인가 해서 발을 멈추고 여기저기 둘러본다. 종종걸음을 치던 캡이 내뛰였다.     민수는 손가락질을 하며 “抓小偷- 抓小偷- (도적 붙잡아요-도적 붙잡아요)” 하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웨침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소름이 끼쳐질 지경이였다. 그래서인지 웬 키다리가 내뛰는 캡를 뒤쫓았다. 키다리여서인지 뜀질도 빨라   캡의 다리를 걷어찼다. 휘청대던 캡이 넘어지지 않고 바로 서자 키다리는 캡의 팔을 잡아 등뒤로 비틀었다. 캡은 비루 먹은 강아지처럼 할딱거리며 작은 눈으로 키다리를 쳐다본다. “놔요. 왜 남을 붙잡소?”   “你说什么? (뭐라구?)”   키다리는  조선말을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절룩거리며 다가온 민수에게  “这家伙偷你的什么? (이자식, 뭘 훔쳤니?)”하고 물었다.  “我丢了钱包. ( 나 돈지갑 잃어버렸어요.)”  “这家伙偷你的钱包了? (이자식이 네 돈지갑 훔쳤니?)” 민수는 머뭇머뭇하다가 “我丢了钱包. ( 나 돈지갑 잃어버렸어요.)”하고 했던 말을 곱씹었다. “快放手,我不是小偷! (빨리 손 놔. 난 도적 아냐!)” 캡은 손을 빼려고 했다.  키다리는 캡과  민수를 번갈아보더니 “俩个人都跟着我去派出所吧. (둘 다 나와 같이 파출소로 가자.)”라고 했다. “去就去吧。谁怕去那儿!(갈려면 가자, 무서울게 뭐야. )” 그리하여 키다리가 캡의 손목을 잡은채 앞에서 걷고 민수는 뒤에서 따라 걸었다. 캡의 키가 키다리 어깨높이만큼도 되지 않는다. 캡의 손목을 잡은 키다리의 손이 무척 억세여보였다.  민수는 빨리 자라서   힘있는 그런 키다리가  되고싶었다. 차들이 멈춰선 큰길을 건너 파출소 간판이 바로 보이는 길목에 들어서니 캡은 오줌 마렵다, 손목을 놔라, 앙탈을 부렸지만 키다리는 파출소 집안에 들어가서야 캡의 손을 놓아주었다. 민경 두사람이 무슨 일인지 서둘러 나간다. 사무실에 있는 민경은  전화로 대화하고있었다. 그러면서 들어온 사람들을 보고 걸상에 앉으라는  손시늉을 했다.      키다리가 그냥 한자리에 서있기에 캡도 그대로 서고 민수도 그대로  서있었다. “…예…예… 방금 두 사람 떠났습니다. 손님이 와서 끊겠습니다.” 몸집이 실팍한 민경이 전화기를 놓자마자 또 따르릉---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예, 그렇습니다… 아... 거기가 어디죠?...” 민경은 한 손으로 기록부를 펼쳐놓은 다음 원주필을 쥐고 뭘 적기 시작했다.    “等不了啦. (못 기다리겠군.)” 이렇게 중얼거리던 키다리는 목소리를 높여   “民警同志,我有急事走了。把这俩个人的事交给你处理吧。  (민경동지, 난 급한 사정 있어 가야겠습니다. 이 두 사람 일을  처리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민경은 적던것을 멈추고 “知道了,你走吧。 (알았습니다, 가보세요.)”라고 대답하고는   “아닙니다. 계속 말씀하세요.”라고 했다.    키다리는 민수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목소리를 죽여   “民警叔叔在,用不着怕。 (민경아저씨가 계시니 무서울게 없다.)”하고는 파출소에서 나갔다.  키다리가 가자 캡은 민수의 얼굴을  째려보았다. 쥐새끼같이 보기 싫은 작은  눈이 도끼눈이 됐다. 아까는 오줌이 마렵다더니 그새 오줌깨가 커졌나보다. 민수는 캡이 무섭기보다는 보기가 싫어서 머리를  돌려 창밖에 눈길을 보냈다. 잎이 없는 앙상한 나무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민경은 전화 번호판을 꾹꾹꾹 누르더니 이윽고 말을 했다.  “오동무, 방금 안로인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소. 한사람은 거기 가오. ”  민경은 기록부를 보면서  “원공가 교원사구 민춘거 29조 3단원 4층 서쪽 집이요… 알았다구?  끊소.”하고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다음에야 민경은 두 사람을 보며 “무슨 일이요?”하고 물었다. 하나는 아이고 하나는 어른이니 캡에게 먼저 말하라는것 같았다. “얘가 어디서 돈지갑 잃어먹구 날 훔쳤다는게 아님까. 허참, 생사람 잡아두 분수가 있지비. 재수없자니  별 꼴 다 보잼까!” 캡은 말하면서  푸푸- 씩씩- 그리고 민수에게 작은 눈알을 굴려보이기까지 했다. “그만.” 민경는 손짓하며 캡의 말을 끊고나서 민수에게 물었다. “이 사람 니 돈지갑 훔쳤니?” “삥탕후루 사 먹구 돈지갑 호주머니에 넣었는데…음…뻐스에서 이 사람이 날 자기 옆자리에 앉혔는데…이 사람이 뻐스에서 내리고   호주머니에 손이 가서 만졌는데 돈지갑 없길래…나도 따라 내려서  이봐요 하고 불렀는데 서지 않고 막 달아나서…”  “아니, 내가 도적 아닌데 왜 달아나?” 캡이 작은 눈은 부라리며 민수의 말을 꺾었다. “우릴 여기로 데려온 키큰 사람이 그래서 붙잡지 않았어요!” 민수는 대들듯이 말했다. “이 앨 봐라, 니가 ‘抓小偷- (도적 붙잡아요-)’하고 소리치니 나두 도적을 붙잡자고 두리번거리다 옆의  골목으로  뛰는 놈이 있어 뒤쫓아갔던거야.” 캡은  바지가랑이를 걷어올려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이것 보십쇼, 퍼렇게 이문걸. 키다리가 내 다리를 걷어차는바람에 하마터면 코방아를 찧을번 했슴지. 하두 날쌔길래 넘어지지는 않았슴다. 그놈이 할 말이 없으니 먼저 내빼고만게 아니고 뭠까. 좋은 일 했으문사 칭찬을 받자구  이름 석자 남기구 갈 놈이. 흥!” 캡은 코방귀까지 뀌였다. 따르릉---따르릉---따르릉--- 전화벨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린다. 때마침 민수의 휴대폰도  딩동---댕동---딩딩동--- 따라서 울렸다. 민경은 얼른 전화기를 집어 귀에 가져갔다. “예, 그렇습니다. 예…예…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수도 얼른 휴대폰을 꺼내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나 지금 파출소에 와 있어…아니, 걱정마. 좀 있다 얘기해줄게. 끊자.” 민경이 번호판을 꾹꾹꾹 누르고나서 무슨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마침 민경 세사람이 들어왔다. 민경은 걸려던 전화를 그만두고 말했다. “ 방금 길남공원 정자뒤에서 칼싸움이 벌어졌다는 보고가 들어왔소. 빨리 거기로 가보오.”  민경은 그들이 나가자 캡과 민수를 바라보며 뒤머리를 슬슬 긁는다. “파출소는 맨날  맨 골치 아픈 일이겠슴다. 친구가 차에 치여 병원에 실려 갔대서 보러 가던 참인데…나두 빨리 가봐야 함다.” 캡이 투덜거렸다. 민수는 진작부터 캡의 몸을 훑어보고있었다. 웃옷 호주머니가  불룩하게 보이는것이 훔친 돈지갑이 감춰진것 같다. 빨리 캡의 몸을 샅샅이 뒤져봐줘야 할텐데…  손에 철컥 수쇄를 채워 도적놈을 붙잡아주던 민경도 있던데… 민수는 소설책에서 읽은 멋진 형상이 생각났다. 캡이 웃옷 호주머니에서 뭔지 꺼낸다. 돈지갑이 감춰져있을것 같던 호주머니에서 꺼낸것은 담배곽이였다.  “한대 붙입쇼. 골치 아픈 일이 많을 땐 담배가 애인보다 났습지.” 캡은 담배 한가치 뽑아 민경에게 건넸다. 민경은 담배를 받을 대신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흡연금지란 알림글이 붙어있었다. “아차, 흡연금지구역인지두 모르구.” 캡은 담배곽을 호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민수의 눈에 그 호주머니가 더는 돈지갑이 숨어있을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집이 어디요?”  민경이 캡에게 물었다. “왕청에 있습다. 안민가 동동사구 민신거 10조 1단원 2층 서쪽 집입다.” 캡은 얼음우에 박밀듯 거침없이  외워댔다.   “난 빨리 병원에 가보고 왕청으로 돌아가야 함다.” 캡이 들볶아댔다. “그럼 가보오.” 민경은  손짓까지 하였다. “감사함다. 공명정대함다.” 캡은 허리 꺾어 꿉실 민경에게 인사하고나서 민수를 찍 흘겨보고는 휭하니 나가버렸다.    ‘내 돈지갑…’ 민수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캡이 파출소에서 나감과 함께 자기 돈지갑도 캡을 따라서 사라지는것 같았다.  몸도 들춰보지 않고 캡을 그냥 가도록 놓아준 민경이 미워진다.     “이름이 뭐지?”      “김민수.”       퉁명스런  대답이다. 민경은  기록부에다 받아썼다.     “어느 학교 몇학년 몇반이냐?”      “싱싱소학교 4학년 1반.”        역시 퉁명스런 대답이다.      “돈지갑에 돈이 얼마 있었느냐?”       “2백원하구 몇십원.”       “소학생이 다 돈지갑 챙겨갖고 다녀?”        민경은 글을 쓰면서 나무람하는듯이  중얼거렸다. 뭐 소학생이 돈지갑 가지면 안된다는 법도 있나? 체, 도적도 못잡고 놓아주는 주제에… 민수는 입술을 씰룩했다. 민수가 돈지갑을 사게 된데는 한 학급의  성팔이가 돈지갑을 보이며 ‘우리 삼촌이, 사내라면 돈지갑에 항상 5백원쯤은 있어야 해! 그리구 큰돈은 마구 구겨가지고 다니는게 아냐 했어.’하며 자랑해서였다. 고까짓 돈 갖고 뻐기고 있네! 민수에게는 5백원이 아니라 3천원이 넘는 저금통장이 있다. 세배돈이며 어른들한테서 이렇게 저렇게 가진 돈을 엄마가 민수의 이름으로 저금한것이다. 민수도 어떤 때는 백원이나 2백원쯤 마구 접어가지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적이 있었다. 큰돈을 마구 구겨가지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말만은 옳은것 같아서 민수도 돈지갑을 챙겼던것이다. “이 민경아저씨가 그 사람의 몸을  들춰보지도 않고 보냈다고  밉겠지?” “네? 예!” 민수는 남의 속을 꿰뚫어본듯 딱 찍어 말하니 저으기 놀라웠다. “돈지갑 훔친걸 본것도 아니잖아? 바꾸어 말해서, 그 사람이 네가 그 사람의 돈지갑을 훔친것 같다고 해도 난 네 몸을 마구 들출수 없어. 아이라도 당당한 인격이 있는만큼 인민경찰은 근거없이 남을 무시해선 안돼.”        딩동---댕동---딩딩동---       “니 핸드폰 울린다, 받아봐.”       “응…집에 간다구?…알았어. 나도 가서 사겠어. 끊자.”       “친구야? 어디서 뭘 맛있는걸 샀는가 보구나.”       “먹는게 아니구 ‘새빨간 거짓말’.”       “뭐, ‘새빨간 거짓말’을 사?”       “아동소설집  이름이얘요.”      “오, 그런걸 난… 무척 재밌는 책인가 보구나. 너도 사겠다니.”      “난 진작 샀어요.”      “방금 니가, 나도 가서 사겠어 했잖아?”       민경은 민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 그건요. 이런 일이예요. 걔 집에 놀러 가보니 책장에 1학년때부터의 교과서가 쭉 꽂혀있고 한국 어린이책이 꽉 차있지 않겠어요. 연변서 나온 책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난 얼마전에 읽은 ‘새빨간 거짓말’을 아야기해주고나서 너의 책장엔 맨 한국책이구나 했더니 서점으로 책 사러 가자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난 내 집으로 돈지갑 가지러 가고, 나도 새로 나온 책이 있으면 사려고요. 엄마가 별일없인 돈지갑 집에 두고 다녀라 하셨기에 책상서랍에 두었거든요.” “오- 너희들 책읽기를 좋아하는구나. 그래, 좋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속에 길이 있다고 했네라.”      민수는 담임선생님이 하시던 말과 같은 말을 민경도 하기에 듣기가 싫지 않았다. 그래서 아까 할가말가하다 못한 말을 꺼냈다.     “책에요, 뻐스에서 한 도적놈이 돈지갑을 훔쳐서 짝패에게 넘겨주고 뻐스에서 내렸지 뭐에요.  도적놈을 발견한 녀자애가 휴대폰으로 외삼촌을 불러와 저 사람이 도적놈이라고 알려주자 사복차림을 한 외삼촌이란 민경은 다짜고짜 그 사람의 손에 철컥 수쇄를 채웠지요.”          남은 이렇게까지도 하는데 민경은 왜 호주머니 하나 뒤집어보지도 않고 도적놈을 그냥 가겠했느냐 하는 민수의 말속의 말이였다.     “외국의 소설책이냐?”      “아니요. 연변에서 나온 아동소설집에서요.”      민경의 눈살이 조금 찌푸러지는듯 했다.     “그래? 사민복을 입었든 경찰복을 입었든 인민경찰은 근거없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붙잡아선 안돼. 나도 그 책 좀 읽어봐야겠다. 너만한 조카 있는데 사오라고 해서.”      민수는 자기 한 말이 거짓말인가 해서 민경이  읽어보려는것 같았다.     “읽어봐요, 제가 거짓말 했는가.”      “아니아니, 너야 믿고말고. 새빨간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걸.”      그 말에 민수는 코등이 시큼,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눈물을 보여서는 안되지, 못나게…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민경은 민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야, 아까 적어둔건 말이야, 어떤 도적은  붙잡혀서 제입으로 딴곳에서 훔쳤던 일을 불기도 해. 잘못을 뉘우쳐서겠지. 혹시 너의 돈지갑 나질수도 있어, 그러면 너한테 알리려고 이름과 학교를 적은거야. 알았지? 어둡기전에 빨리 서점에 가봐.”     그러며 등을 토닥여주는바람에 민수는 그만 눈물이 솟구쳤다. 꾹 참던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서 꼬치꼬치 캐묻고 적어두기까지 한것도 모르고…   “울기는, 돈지갑 찾지 못했으니 아깝겠지. 그러나 사회라는 큰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못본 한시간 수업을 그 돈 팔고 봤다고 생각해라.”     민경은 호주머니의 휴지를 꺼내 민수에게 건넸다.    따르릉--- 따르릉---따르릉---    갑자기 자지러진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예, 그렇습니다. 말씀하세요.”    민수는 눈물을 닦고 힝 코까지 풀고 손에 쥔 휴지를 버리려고 나들문곁의 쓰레기통께로  갔다.  뚜껑을 뒤로 밀면 입을 하 벌리게 된 참대곰모양의 쓰레기통이다.    뚜껑을 연 민수는  “아,  돈지갑 여기 있어요!” 하고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잇달아 쓰레기우에 보이는  자고있는듯한 돈지갑을 답싹 거머쥐였다.  “정말 네것이 옳으냐?” 민경이 전화를 놓고  민수에게로 다가왔다. “옳아요. 2백원이 그대로 있어요.” 민수는 돈을 꺼내보이기까지 했다. “소매치기놈, 감쪽같이 돈지갑을 쓰레기통에 버렸었구나. 그래서 떳떳한체 엉너리두 치구. ” 민수는 캡의 뒤에 쓰레기통이 있던 생각이 났다. 자기가 창밖에 한눈을 팔고있을 때  훔친 돈지갑을 그속에 감춰버린것 같았다. “빨리 그놈 잡아요.” 민수는 민경의 손을 잡아끌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민경은 신바닥이 붙어버린듯 움직이지 않는다. “이젠 멀리 달아났으니깐 못 붙잡아. 병원에 가야한다던것도 믿을수 없고 왕청 어디에 있다는것도 믿을수 없어. 그놈이 오늘은 뺑소니쳤지만 소매치기 나쁜버릇 고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든지  꼭 붙잡히고말거야.”  민수는 도망치는 캡을 다리를 걷어차 붙잡고  그리고 또 캡의 손목을 꽉 잡고  파출소에 끌고왔던 그 이름 모른 키 큰 사람이 생각났다. 보고싶다. 다시 만나고싶다.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먼저 가야만 하셨을가?...  민수의 부리부리한 두 눈은 뭘 보아낸듯 빛나고있었다.              2015. 2. 25.                                 3.15. 植树节 날에 조글로에 올림.                   
34    책머리에......강길 댓글:  조회:2994  추천:1  2015-03-01
   책머리에    나의 첫 아동소설집 “코꿰운 ‘송아지’”는 1993년 5월, 연변인민출판사에서 펴냈었다. “어깨동무 내동무”는 나의 두번째 아동소설집인데 속내를 보면 20편 소설가운데 무려 16편이나 첫 소설집의 작품이 세월의 때도 씻지 않은 얼굴로 버젓이 자리를 틀고 앉았으니 새 작품집이 아니라 낡은 작품집의 이름바꾸기라고 해야 할것 같다.  아무튼   다시 읽어보았는데 괜찮은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할지라도 나의 느낌만은 그랬다. 나의 첫 아동소설집은 워낙 1991년에 나오기로 되였다, 그런데 당신은 그래도 작품집이 있잖소? 당신 소설집의 책임편집은 아직 한권도 없는데 당신 좀 양보 못하겠소? 하는 소리에 나는 그럼 그러라고 했다. 그의 작품집이 1991년에 나오고 나의 소설집은 1992년도 지나 1993년 5월에야 시들어버린 늦동이로 세상에 태여났다.  누구를 탓하랴, 내가 고개를 끄덕인 일인데… 그러나 오늘 이때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던 한가지 일만은 나 스스로 풀어야 하겠다. 두번째 아동소설집의 책 이름을  “어깨동무 내동무”로 짓는것이다. 내가 지은 나의 첫 아동소설집의 책이름은 워낙 “코궤운 ‘송아지’”가 아니라 “어깨동무 내동무”였다. 내가 앞으로 세번째 아동소설집을 낸다 할지라도 그래서 또“책머리에”라는 글을 쓴다해도 첫번째 아동소설집에 썼던 그 글보다는 죽어도 더 낫게는 쓰지 못할것이다. 읽어봐달라고  여기에 그대로 옮겨놓는다. 나는 아이로 되고싶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살고싶다. 그래서 꿈에는 가끔 발가숭이 몸뚱이에다 개흙을 까맣게 게바른, 부끄러움도 모르고 누나들의 빨래터 시내물에 풍덩 뛰여드는 개구쟁이로 되기도 한다. 그러나 꿈을 깨고보면 벌써 머리카락이 희슥희슥하고 턱수염이 꺼칠한 어른임을 어쩔수 없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는것으로써 아이로 되여 보려고 애쓴다.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기도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두루 살펴도 보며 글을 쓰고있노라면 마음만은 어쩐지 아이로 된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편의 소설을 한채의 집에다 비긴다면 나의 이 집들은 거개 지었다헐었다 다시 고쳐 지은 집들이다. 그나마 기둥이 바로 섰는지, 벽에 금이 가지 않았는지, 더구나 귀여운 꽃봉오리들을 위해 지은 집인데 파란 꿈 하얀 꿈을 꿀수 있는 보금자리로 될수나 있겠는지… 나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가 긁어준 노란 좁쌀가마치가 별맛이였다. 그러나 지금의 어린이들은 이름도 번지기 바쁜 쵸콜레트를 별맛이라고 한다. 나는 나의 이 자그마한 선물이 곱게 자라나는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한순간이나마 참다운 “어깨동무 내동무”가 되여진다면 더 바랄것이 없겠다.                                        지은이로부터                                             1990. 10. 21. 첫번째 아동소설집을 낸뒤부터 이제까지 동화집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1998), 동시집 “엄마의 꿈꽃”(1999), 동화집“꿈나라 무우집”(2002), 동화집 “눈아이”(2011)를 두루 펴내기는 했지만 (이보다도 썩 먼저 동시집 “꽃바니구”(1982)도 펴내기는 했지만)  제2의  소설집을 묶어내지 못한것이 어린이들에게 무슨  빚이라도 진것 같았다.  “어깨동무 내동무”로 조금은 갚음이 되겠는지?...                         2015. 3. 1.   망향봉아래 시골집에서                                                                강길
33    斑点狗和大母鸡-----李安 译 댓글:  조회:2879  추천:0  2015-02-16
   斑点狗和大母鸡          味道1 一个是拼了命地跑…… 一个是玩了命地追…… 谁跑得更快呢? 斑点狗长了四条腿,当然比两条腿的大母鸡跑得更快。只见斑点狗一下子挡在大母鸡前面,大母鸡急忙掉头向后跑去。   斑点狗悄悄地跟在去集市的驼背奶奶后面,但被老奶奶发现后立刻就被撵回了家。 眼前这个破旧的小草房,正是驼背奶奶的家,这里也是斑点狗看家护院的地方。 斑点狗一进门,就看见大母鸡正用两只爪子扒拉着草堆,不知在啄些什么。 斑点狗实在闷得慌,就冲大母鸡说道: “喂,一起玩会儿吧!” “不行。我还得多吃食下蛋呢。” 大母鸡连眼皮都没抬一下,依旧埋头吃食。 没办法,斑点狗只好自己玩了。于是,他转着圈圈追着自己的尾巴咬。可总是差那么一点点,就是咬不到。 没过多久,斑点狗这个游戏也玩腻了。 “喂,陪我玩玩吧。” 斑点狗悄悄来到大母鸡旁边,轻轻咬了一下她的尾巴。 “哎呦,我的妈呀!” 大母鸡吓了一大跳,扑腾着跑开了。 斑点狗觉得很有趣,急忙去追。 一个是拼了命地跑…… 一个是玩了命地追…… 谁跑的更快呢? 斑点狗长了四条腿,当然比两条腿的大母鸡跑得更快。只见斑点狗一下子挡在大母鸡前面,大母鸡急忙掉头向后跑去。 斑点狗一蹦一跳地紧追其后。 眼看就要被追上了,大母鸡急得扑腾着翅膀,一下子飞到了房顶上。 “咕咕咕,你个坏蛋!咕咕咕,你个坏蛋!……” 大母鸡扯着脖子生气地喊道。 小草房非常低矮,可斑点狗就是够不着大母鸡,只能眼巴巴地看着房顶。 “谁呀?坏蛋!” 邻居的金毛大公鸡风风火火地跑了过来。 “斑点狗?原来是你这家伙?” 金毛大公鸡竖起脖子上的毛,一副马上就要扑过来的架势。 金毛大公鸡块头跟斑点狗一样大,鲜红的鸡冠子就像是熊熊燃烧的火焰。金毛大公鸡在村子里可是出了名的凶悍,是公鸡中的老大。 斑点狗虽然也有点怕他,不过自己要是逃跑也太没面子了。只好仰着脑袋,龇着牙嚷道: “我哪里坏了?就是想一起玩,怎么了!” 斑点狗一对着干,金毛大公鸡反倒畏缩了。 “狗和狗一起玩,鸡和鸡一起玩才对啊。”金毛大公鸡嘟囔了几句就离开了。 斑点狗这下可神气了,绕着院子狂奔了好几圈。把号称公鸡王的金毛大公鸡都吓走了,他当然开心了。   味道2 “哎呦,我的眼睛!” 斑点狗还以为眼睛被啄瞎了呢。进灰的另一只眼睛也睁不开了,什么也看不清。斑点狗急忙夹着尾巴,踉踉跄跄地逃走了。   大母鸡正趴在草篓上孵小鸡呢。 二十一天后,小鸡儿用嘴巴啄破了蛋壳来到了外面的世界。 “唧唧唧,唧唧唧……” 这下大母鸡变成许多小鸡儿的妈妈了。 斑点狗打量着变成妈妈的大母鸡,瘦得干巴巴的,毛也稀稀松松,真难看。 不过,那些小鸡儿都好看极了,走起路来像个滚动的毛线球,不知道有多可爱! 一,二,三……斑点狗在心里暗自数着。 总共是十二只。 “呀,这么多啊!漂亮的小家伙们,和我一起玩吧。” 斑点狗一下子冲进了小鸡群里。 “咕咕咕咕—快到这儿来。” 一听到大母鸡焦急的呼喊声,小鸡儿们立刻躲到了妈妈的怀里。 “那家伙叫斑点狗,被他咬住就死定了。所以千万不能靠近他,记住了吗?” “瞎说,我什么时候说要吃小鸡儿啦?” 这话斑点狗不爱听了,皱着眉往前靠近了一步。 “别过来,你再过来我就不客气了!” 大母鸡竖着毛,尖声喊道。 “真是好笑。你能把我怎么样?哼!” 斑点狗冷笑了一声,心想你可真会说大话,上次我要跟你玩,你不被吓跑了吗? 斑点狗顿时心里不痛快了,讥讽地说道:  “看你瘦巴巴的,浑身的腥味,我今天就放你一马。不过作为回报,你得送我一只小鸡崽儿。总共有十二只呢,就算给我一只,还剩十一只嘛。” 说罢,就要咬住一只屁股还没藏进去的鸡宝宝。 “滚开,别用你那臭嘴碰我的孩子!” 大母鸡立刻扑腾着翅膀,朝斑点狗扑了过去。 掀起的尘土一下子把斑点狗的一只眼睛给迷住了,怎么也睁不开。 “该死,真要打一架吗?” 斑点狗用一只眼狠狠地瞪着大母鸡,龇着牙说道。 “唧唧唧唧,妈妈,快看他的牙!” “唧唧唧唧,妈妈,我好怕。” “唧唧唧唧,妈妈,我们快跑吧!” 小鸡儿们躲在大母鸡身后吓得直哆嗦。 “不要怕!你越怕他,他就越嚣张。有妈妈在呢,妈妈会保护你们的……” 大母鸡对小鸡儿们说道。 “今天不是你死就是我死,来吧!” 大母鸡两只爪子紧紧抓着地,浑身的毛都竖起来了,一副视死如归的架势。 但斑点狗可不会怕,就连公鸡王金毛大公鸡都是自己的手下败将,何况是弱不禁风的大母鸡呢。 斑点狗本打算一口咬住大母鸡的细脖子,哪料大母鸡先扑腾着翅膀腾空扑了过来,一把挠在斑点狗的鼻子上。 斑点狗的鼻子上立刻出现了三条血道子。 斑点狗肺都要气炸了,张着大嘴朝大母鸡扑去。 大母鸡扑腾着翅膀正面迎击,这次用锥子般的尖嘴狠狠啄了一下斑点狗的眼睛。 “哎呦,我的眼睛!” 斑点狗还以为眼睛被啄瞎了呢。进灰的另一只眼睛也睁不开了,什么也看不清。斑点狗急忙夹着尾巴,踉踉跄跄地逃走了。 “唧唧唧唧,斑点狗逃跑了!” “唧唧唧唧,妈妈好厉害!” “唧唧唧唧,斑点狗输了耶!” “唧唧唧唧,妈妈赢喽!” 小鸡儿们围在大母鸡身旁,高兴得手舞足蹈。 斑点狗一个人跑到角落里,摸了摸受伤的眼睛,还好眼珠子没掉。只不过眼睛肿了一大圈,连睁都睁不开。幸好没啄到眼珠子,不然就变成独眼龙了。 斑点狗怕大母鸡再追过来,强睁开一只眼睛四下张望,只见大母鸡带着小鸡儿们往那边走远了。 从前那个被自己撵到房顶上的大母鸡,那个孵完小鸡儿后骨瘦如柴的大母鸡哪来这么大的力气呢?斑点狗怎么想也想不通。   味道3 啊,把这群不懂事的小家伙一个不落地护在羽翼下,呵护着他们强壮,拉扯着他们长大,鸡妈妈这伟大的母爱才真是震慑我的力量啊! 恍然大悟的斑点狗内心突然涌起一阵感动。          几天过后,斑点狗鼻子上的伤口愈合了,眼睛也消肿了。 可大母鸡留下的阴影仍旧挥之不去,斑点狗经常在半夜被吓出一身冷汗。 斑点狗再也不敢轻易去招惹大母鸡了。 只是远远地看着小鸡儿们围着大母鸡边吃边玩。 从前不可一世的斑点狗突然间变安静了,总是一个人静静地发呆。 孤零零地躺在烟囱旁的斑点狗闭着眼睛不知不觉地咂起嘴巴。他想起了趴在妈妈怀里吃奶的日子。 “妈妈的乳汁真甜啊……现在妈妈在做什么呢?会想我吗?我的那些兄弟姐妹们还好吗?我从小就被驼背奶奶抱到这里,都不知道他们过得怎么样?……真怀念妈妈的怀抱……好想妈妈啊……妈妈……” 沉浸在回忆中的斑点狗忽然听到“唧唧唧”“咕咕咕”的叫声,一下子睁开了眼睛。 声音是从驼背奶奶草房前的菜园子传来的。菜园子里种满了黄瓜、辣椒和白菜,为了防止别人进去,驼背奶奶特意筑起了一圈篱笆。 一只淘气的小鸡儿不知怎么钻了进去。进去后却找不到出口,在篱笆里急得团团转,唧唧唧地求救着,喊得嗓子都要哑了。大母鸡眼巴巴地看着小鸡儿被困却束手无策,只能焦急地在篱笆外来回徘徊咕咕咕地叫着。 如果斑点狗念过书,会写诗的话,他可能写一首题目叫《篱笆》的童诗。   小鸡儿宝宝 找不到出去的路 唧唧唧唧 唧唧唧唧 在篱笆里转啊转 呼救不停   小鸡儿妈妈 找不到出来的路 咕咕咕咕 咕咕咕咕 在篱笆外转啊转 心焦不已   但是,旁边其他的小鸡儿们却一脸的若无其事,用小爪子扒拉着土找吃的,有两个家伙还扑腾扑腾打架呢。 不一会儿,大母鸡终于找到了篱笆间的缝隙,让小鸡儿钻了出来。 啊,把这群不懂事的小家伙一个不落地护在羽翼下,呵护着他们强壮,拉扯着他们长大,鸡妈妈这伟大的母爱才真是震慑我的力量啊! 恍然大悟的斑点狗内心突然涌起一阵感动。他更加想念遗忘了好久的妈妈,不由红了眼眶,泪水顺着脸颊流了下来。       바둑이와 씨암탉          맛보기1 하나는 잡히지 않으려고 뛰고... 하나는 잡으려고 뛰고 ... 누가 더 빠를가요? 네발 가진 바둑이가 두발 가진 씨암탉보다 더 빨라서 앞을 척 막아서면 씨암탉은  뒤돌아 뛰였어요.     바둑이는 장보러 가는 꼬부랑할머니뒤를 살금살금 따르다가 쫓기여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찌그러진 초가집. 바둑이가 지켜야 할 꼬부랑할머니의 집. 초가집울안에 들어서니 씨암탉이 검부레기를 허비적거리며 뭘 쪼아먹고있었어요.    바둑이는 괜히 심심하기만 했어요. 그래서 씨암탉에게 말했어요.     “야, 같이 놀자.”
32    "딸라배" 허물보기 (평론)......강길 댓글:  조회:2816  추천:0  2015-02-11
 평론                     《딸라배》의 허물보기                                                                                                            강 길                           들어가는 말      《아동문학연구소》 편집으로 된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 2》에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신헌재의 아동문학연구 《김영의 〈딸라배〉에 담긴 가족 파탄과 민족적 비애상 표현 고》가 실렸다.    이는 한국인이 중국조선족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으로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딸라배》에 대한 그의 분석은 작자의 주관적 의도에 따른 《겉핥기》에 그쳤을 뿐 작자가 설정한 환경과 인물이기는 하지만 작자 자신도 좌우지 할 수 없는 (그럴 수밖에 없는) 《속 보기》는 하지 못했다.      일찍 아동소설 《딸라배》에 대해 김만석은 《〈딸라배〉가 성공한 비결》이란 문장을  《별나라》(1998-5, 총 72)에 내고 나는 한 세미나에서 김만석과 다른 나의 관점을 밝힌바 있다.     김만석은 김만석 편저로 된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 1》에 《딸라배》를 실음으로써 자기  주장에 변함이 없음을 나타냈다.    도서출판 시와사람에서 펴낸《김만석아동문학연구》에도 《〈딸라배〉가 성공한 비결》이 실렸다. 신헌재의《딸라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김만석의 관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물론 나의 관점과는 하늘땅 차이라고나 할까.    구경 어느 관점이 옳고 어느 관점이 그르냐는 오직 논쟁 속에서 갈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딸라배》에 대한 나의 관점을 아래에 밝히려 한다.                 첫째. 사건의 발단- 생활논리를 떠난 《딸라배》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소학교 6학년인 오빠 철이와 유치원생인 일곱 살짜리 누이동생인 분이, 단 두 사람뿐이다... 이 남매를 동정적으로 보는 전지적 3인칭 시점의 화자가 이 두 남매의 부모를 소개하고 그들의 문제 상황을 소개하는데, 그 소개되는 부모의 문제야말로 바로 이 작품의 갈등을 낳는 전원지가 되는 셈이다.》1)    신헌재의 이 견해에 좇아 내가 찾은 이 작품의  《전원지》는 다음과 같다.    1. 《4년 전》《한국으로 떠나간 어머니》는 《일 년에 전화 한두 번 오면 고작...그나마 아버지가 현성에 가 전화를 받을 뿐》이라는 것.     2. 《요즘 아버지의 기색이 이상... 몇 달 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돌아와서부터 매일 술주정하며 어머니를 욕하니... 철이는 어딘가 모르게 위협을 느끼였》다는 것.    3. 오늘 어머니의 편지가 왔는데 《편지를 받자마자 아버지는 〈쌍년, 누가 까짓 딸라를 보내라 했어?!〉하고 욕하면서 현성으로 급히 떠났》고 분이가 《아버지를 따라 현성에 가 어머니한테 전화하자고 막 발버둥 치니깐》 아버지는 분이에게 《100딸라》를 줬으며  《아버지가 맏아매 하고 그러는데 어머니는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라는 것.    이것이 바로 《화자》가  소개한 《부모의 문제》이며  철이와 분이의 사유의 바탕이 되는 사실이다. 철이에게  2는 체험이고 3은 들은 것이라면 분이에게 3은 체험이고 2도 역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위협》이란 전화로 한 어머니의 이혼제기에 따른 철이의 심리상태이다. 그 《위협》의 인식 깊이는 나이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분이도 그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아버지가 맏아매 하고 그러는데 어머니는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 치자고 나도 가자는데》라고 했다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엄마에게 전화치자고》 했다는 행위는 어머니의 이혼제기는 물론 재혼에 대한 분이의 반대태도를 말해줄 뿐이다. 이런 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오빠를 만나면 울음이 앞서면서 《어머니는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가 우선이겠지 어떻게 《오빠, 요거 봐꽁!》하고 《100딸라》를 자랑할 수 있겠는가?  또한 《분이는 사람들만 만나면 부질없이 달러를 내흔들며 ‘봐꽁, 봐꽁, 울 엄마 보냈거든’하고 종알대였어요.》했는데 이는 분이의 감정에 대한 무시가 아닐 수 없다.  신헌재는 《가정의 파탄상황을 눈치 채고 있는 철이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분이와의 대조적인 인물설정》2)이라 했는데 《어머니는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 치자고 나도 가자는데》, 이처럼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적인 분이가 어떻게 《철부지》일수 있겠는가? 신헌재의 관점대로 분이가 진정《철부지》라면 뒤에서의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 네가 싫고, 엄마가 좋다야》라는 인식변화는 더구나 성립될 수 없다.    철이로 말하면 《위협》은 철이의 현재 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관건적인 단어이다. (《위협》-위력으로 으르고 협박함-은 《위험》-위태함, 안전하지 못함-을 잘못 쓴것이다- 필자 주) 철이가 분이의 손을 쥐고 맏아매를 찾아가는 길에  마을 사람들이 《웬일인지 측은한 눈길로 그들을 보며 다가와 정답게 머리만 쓰다듬어 주고는 한숨만 쉬는 것이였어요.》라고 한 것은 그들도 분이 어머니가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아버지가 《몇 달 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돌아와서부터 매일 술주정하며 어머니를 욕하니... 철이는 어딘가 모르게 위협을 느끼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한 것인가? 《쌍년, 이혼하겠다구? 이혼해 달라구? 못해. 아니 해. 누굴 좋아하라구!》 이러루한 말밖에는 되지 않을것이다. 철이가 느끼고 있다는 《위협》은 어머니의 이혼제기에 따른 가정파탄일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성격으로 보아 온 동네가 다 알고도 남을 부모의 이혼문제가 철이에게 《어딘가 모르게》라고 표현해야 할 일이 아니며 그것조차《몇 달 전...부터 매일 술주정하며 어머니를 욕》했다는 아버지이니 《요즘...기색이 이상》해졌을 수도 없다.  그리고 《아버지가 맏아매 하고 그러는데 어머니는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라고 알려준 분이의 말을 듣고 《거짓부리!》라고 한 철이의 말은  철이가 할 말이 못된다. 이혼과 재혼은 연계된 문제이며 이혼의 가능성을 알았다면 재혼의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제 계모가 들어오면〉 하고  아버지의 재혼문제까지도 생각한 철이므로) 그것을 부정할 이유도 없거니와 《청천벽력》일 수도 없다. 철이가 《씨, 맏아매 찾아가 똑똑히 물어보자!》라고 했는데 철이에게 뭐가 똑똑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철이를 《강변》으로 가게 한 것은 분이의 말이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작자가 인물의 성격논리를 떠나 무턱대고 철이를 죽이려고 한 주관적 의도의 표현에 불과하다.     작품 서두의 배경묘사에 대한 신헌재나 김만석의 관점 역시 《속보기》가 아니라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낙엽》과 《편지장》은 오늘 어머니한테서 편지가 왔다는 것을 끌어내지 위해 필요할 뿐이지 인물의 내심세계를 잘 보여주기 위해 장치된 것은 아니다. 《일 년에 전화 한두 번 오면 고작...그나마 아버지가 현성에 가 전화를 받을 뿐》인 철이에게 우선 어머니의 전화가 자주 오고 자기도 직접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면 소원이겠지 《날리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어머니한테서 편지가 이처럼 많이 날아왔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혹시 《일 년에 전화 한두 번》이 아니라 《일 년에 편지 한두 번》 오는 것으로 되였다면 몰라도. 이는 등이 가려운데 배를 긁어준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는 편지로 남편에게 결혼한다는 것을 알릴 여자가 있을까? 중국 혼인법에 따르면 이혼하지 않고 재혼하는 것은 《중혼죄》에 속한다. 가만히 시집가는 어머니는 있을 수 있어도 편지로 시집간다고 알릴 어머니는 있을 수 없다. 《일 년에 전화 한두 번 오면 고작》이라는 어머니라면  편지를 할 당연성은 더구나 없다. 편지 속에 100딸라를 몇 장 넣어보냈소, 아버지가 한장을 분이에게 주었소, 분이는 그것으로 딸라배를 만들었소, 철이는 딸라 돈을 건지려다고 물에 빠져 죽었소, 이러루한 작자의 설계에 맞춰져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일 년에 전화 한두 번 오면 고작》은 그럴 수 있어도《그나마 ...현성에 가 전화를 받을 뿐 》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 상상해 보라. 상식적이면서도 관건적인 문제에서부터 진실성을 상실한 이런 작품을 어떻게 작자가 《소설의 이야기를 생활의 논리에 맞게 짜고 들었다》3)(김만석)고 할 수 있겠는가?   《딸라배》는 사건의 발단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미여 나갔기에 진실성이 없다. 억지투성이다. 신헌재나 김만석은 작자의 주관의도에 따른 분석을 했을 뿐 생활논리와 인물성격논리에 따른 분석은 하지 못했다.                  둘째.사건의발전-인물성격을떠난《딸라배》                       이 작품에서 철이가 《강변》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억지로 등 밀어 그리로 가게 한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혹은 똑똑히 알려고 맏아매를 찾아갈 수 있다 치더라도) 더 문제로 되는 것은 분이가 딸라로 《딸라배》를 만든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그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환경과 교육을 떠날 수 없다. 분이는 유치원생이다. 그리고 두만강을 낀 농촌마을의 아이다. 나는 한번 반나절이나 버스를 타고 연길에서 훈춘을 걸쳐 두만강을 낀 경신촌의 김영 집에 놀러 간적이 있는데 《딸라배》는 작자가 자기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쓴 작품인 것 같다. 작품에는 교대되지 않았지만 분이 어머니는 우선 버스를 타고 집을 떠나 기차도 갈아타고 배편으로 혹은 비행기 편으로 한국에 갔을 것이다. 그러니 분이는 엄마가 타고 떠난 버스를 타고 엄마를 찾아갈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새처럼 날아서 찾아갈 환상적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오빠, 저기가 조선이냐?》라고 묻는 지리상식도 없는 깜깜부지의 머리에 어떻게 《강을 넘어 곧게 엄마한테 못가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 두만강은 조선과 중국의 국경선이란다. 또 조선에 가면 북조선과 남조선 국경이 있단다. 국경을 어떻게 함부로 넘나드니?》 라고 한 철이의 말은 쇠귀에 경 읽기로서 유치원생이  근본 이해할 수 없다. 땅위로 걸어갈 수 없다니 분이는 《여기서 배를 타고 갈수 없나?》라고 묻고 철이가 《될 수 있어. 두만강을 따라 방천을 지나면 바다야》라고 대답하니 《야- 좋다! 나는 배를 만들래!》하더니 《오빠, 봐꽁, 딸라배!》라고 제법 《딸라배》란 이름까지 짓는다. 분이에게 《방천》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바다》란 분이에게 어떻게 어머니에게로 갈수 있는 도경이 되는지?  작품에는 분이가 딸라로 《딸라배》를 만든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분이더러 생뚱같이 《딸라배》를 만들게 했을 뿐이다. 그것조차 처음에는 배를 타고 엄마한테 가고 싶어 《딸라배》를 만들었다면 현실(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를 떠난 《딸라를 많이많이 벌어가지고 오자고 안 오는 거야》라는 철이의 말에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 네가 싫고 엄마가 좋다야》라고 노래까지 스스로 지어 부른다.  유치원생이 상징적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를 지어 부를 수 있을까? 이는 작자의 사유이지 결코 유치원생 분이의 사유가 아니다. 이렇게 세부처리가 틀리면 합리성이 구성되지 않아 작품의 비진실성을 낳게 되는 것이다.    《작자는 주인공 두 남매를 두만강 변 모래밭으로 몰고 간다... 이곳은 바로 조선과 중국의 국경선이기도 한 두만강이다... 왜 사람은 넘나들 수 없는가 하고 안타깝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4) (신헌재)    신헌재는 자기가 상식적으로 아는 《조선》, 《북조선》,《남조선》,《국경선》, 《국경》... 이런 이데올로기 개념을 《철부지》 분이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다 조선사람인데두?!》, 《새들은 마음대로 넘나드는데》,《새는 일없구? 사람은 안되구?! 누가 그렇게 만들었지?!》, 《어른들은 참 바보야.》 유치원생이 이런 질문과 인식을 할수 있겠는가?   《철이는 100딸라의 가치를 너무나 잘 아는 것으로 규정해놓았다. 즉 〈자전거 두 대를 살 수 있는 돈〉, 〈유치원전자풍금을 살 수 있는 돈〉그런 돈 가치를 너무나 잘 아는 철이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철이는 몇 번이고 딸라를 자기가 보관하자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철이는 엄마가 딸라를 벌어가지고 올 걸 바라는데 분이는 딸라보다 엄마가 좋다면서 그렇게 가치가 〈큰〉 100딸라로 〈딸라배〉를 만들어 두만강에 띄워 보낸다. 이처럼 철이와 분이의 성격충돌로 이야기는 소설의 절정에 치달아 오르게 된다.》5) (김만석)   《울 유치원 전자풍금도 살수 있대...》는 분이의 말로서 철이 뿐만 아니라 분이도 《100딸라》의 가치를 모르지는 않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철이와 분이의 성격충돌》이란 《딸라를 버느라고 안 오지. 딸라를 많이많이 벌어가지고 오자고 안 오는 거야》와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 네가 싫고 엄마가 좋다야》로 표현된 것을 말한 것인데 이는 말도 되지 않는 성격충돌이 아닐 수 없다. 《위협》을 느끼었다는 철이가 어떻게 어머니가 《딸라를 버느라고 안 오지. 딸라를 많이많이 벌어가지고 오자고 안 오는 거야》라고 현실을 떠난 인식을 할 수 있겠고 《어머니는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를 알고 있는 분이가 어떻게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 네가 싫고 엄마가 좋다야》란 인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아동소설가 김영은 이 소설에서 성격의 논리에 맞게 이야기를 짜면서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을 예술적으로 처리하는데 성공하였다.》6) (김만석)고 한 것은 인물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틀린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김만석은 《이 소설이 성공한 비결은 소설적이야기를 생활의 논리에 충실하면서 면밀히 짜고 든데 있을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죽게 되는 당위성을 성격의 논리에 밀착시킨데 있다고 본다.》7) 고 해놓고는 《물론, 철이가 물에 뛰여들게 된 원인은 100딸라의 ‘중요성’에서 찾아야 할뿐만 아니라 그의 성격에서도 마땅히 찾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파고들지 못한것은 미흡한 점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8) 라고 자가당착- 앞뒤가 어긋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소설에서는 인물성격논리에 맞게 이야기를 펼쳐가야 하며 그 이야기의 세부들은 진실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딸라배》는 그렇지 못하다. 이야기는 인물성격논리에 맞지 않게 엮어졌기에 이야기와 성격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소학교 6학년생인 철이는 《위협》을 느끼었다 하면서도 조금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바보》같은 인물로 그려지고 유치원생 분이는 《요거 봐꽁?!》 하던 《철부지》가  몇 시간 사이에 《난 딸라가 싫단 말야!》라고 상징적의미를 창조한 《어른》같은 인물로 그려졌다. 인물의 인식이 꼭 나이와 정비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생활에서 유치원생은 《보고 싶은 엄마를 못 오게 만드는 원흉이 바로 그 달러 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9) (신헌재)《딸라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소학교 6학년생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100딸라》를 건지려다 물에 빠져죽었다고 한다면 그것을 곧이들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이처럼 《딸라배》는 철이와 분이의 성격충돌이 아니라 철이와 분이의 성격논리를 위반한 모순을 안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셋째.  주제-  누가 철이를  죽였는가       《딸라배》는 생활논리와 인물성격논리에 맞지 않게 씌어 진 작품이기에 그 주제에 대해서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신헌재나 김만석은 도랑물에서 고래를 잡은 듯 얼마나 황당한 주제를 발굴해 냈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김만석의 관점은 어머니의 머리에 《배금주의가 팽창》되였기에 철이를 죽였다는 것이다. 《배금주의》란 돈을 최고의 것으로 여기는 주의를 말한다. 이 작품에서 《4년 전 …철이와 분이를 끌어안고 남 부럽지 않게 살기 위해 너희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키기 위해 떠난다고 하시면서 돌아올 때까지 꼭 기다리라고 》했다는 어머니가  4-5년간 딸러를 얼마나 벌었는가? 집에 딸러를 보냈는가 말았는가 하는것은 문제도 되지 않고있다. 《한국에서 시집간대》가 가령 돈 많은 한국 영감한테 시집간대 로나 되었다면 몰라도 《 '5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달러 돈만 부쳐 왔다는》10) (신헌재) 어머니에게 《배금주의》모자를 씌워서 맞겠는가?     실생활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한국에 돈 벌러 갔다면 집에 남은 다른 한쪽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상년, 누가 까짓 달러를 보내라 했어?!》라고 했다는 아버지의 욕이, 오늘 어머니가 편지 봉투 속에 딸을 주라고 100딸라 몇 장을 넣어보냈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이기는 하지만 신헌재처럼 어머니는《 '5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달러 돈만 부쳐 왔다》고 상상하지 않을수 밖에 없다. 그럼 《딸라에 대하여 지대한 염오감을 느끼는 아버지》11)(김만석) 는 4-5년간 아내가 보낸 달러를 어디에 썼단 말인가? 《몇 달 전》부터 《매일 술주정》하고 분이에게 《100딸라》도 돈 1원 주듯 주었으니 어떻게 써버렸겠는가 하는 것은 이렇게 저렇게 상상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작품 속의 아버지는 생활력도 보이지 않고 머리도 단순한 인물로 그려졌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나 하겠는가?   현성에 가서 뭘 하려는 건가?  진짜로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라는 어머니라면 전화를 받아주겠는가? 아니면 비행기라도 잡아타고 한국으로 아내 찾으러 날아갈 셈이란 말인가? 실제로 이런 남편이라면 아이들 보고 산다면 몰라도 어느 여자가 그냥 붙어 살자 하겠는가? 《어떤 이들은 아버지가 분이한테 100딸라(인민폐 800원좌우, 당시 입쌀을 산다면 400키로그람 쯤은 살수 있는 가치- 필자 주)를 준 것이 진실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아버지의 성격을 도외시하지 않았는가 짐작된다.》12) 라고 한 김만석의 견해에 따르면 이것(급히 현성으로 떠난 것)을 나무람 하는 것도  아버지의 성격을 도외시한 것으로 풀이할지는 몰라도 생활논리를 떠난 성격은 진실성이 있을 수 없다.  김만석은 《분이가〈엄마〉를 부르는 여기서 독자들은 우리의 주인공 철이가 〈엄마〉 때문에 죽는구나 하고 저저마다 스스로 느끼게끔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13)라고 감탄했는데 김만석 자신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은 말이 돼도 《저저마다》라니? 그것도 《스스로 느끼게끔 되는 것》이라니? 《스스로》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나더러 굳이 누구 때문인가 고 말하라면 엄마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고 아버지 때문이라기보다는 생활논리와 인물성격논리에 맞지 않게 작품을 쓴 작자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신헌재의 주제파악은 더욱 엉뚱하다. 김만석이  어머니에게 《배금주의》란 모자를  씌웠다면 신헌재는  《금전만능》이란 자대로 맞지도 않는 옷을 지어 입혔다. 그리고 《달러를 제거시켜야만》 《가정의 파탄》을 《해소할 수 있》단다. 《가정의 파탄》은 꼭 외국에 돈벌러간 가정에서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고 중국 국내의 일반 가정에서도 생기고 있는 현상이기도 한데   딸라가 아닌 인민폐도《제거시켜야만》《가정의 파탄》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보다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달러배를 주우러 강물로 뛰어드는 철이의 행위는 자본주의에 현혹된 현대의 세태를 상징하는 것》이란다. 《달러를 주우려다 결국 실패하고 물에 빠져 죽고 만다는 이 작품의 귀결은 또한 자본주의에 현혹되어 자멸해가는 이 시대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14)이란다.    노무송출, 외화벌이는 중국의 개혁개방의 산물로 연변만 놓고 보아도 한국행 돈벌이는 연변의 국민경제 발전에 커다란 몫을 담당하고 있다. 노무송출은 오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사기, 위장결혼, 가정파탄 등 부산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외화벌이가 곧 가정파탄을 낳고 노무송출로 중국은 자본주의에 현혹되어 기필코 자멸해 갈 것이라는 신헌재의 황당한 관점은 중국 공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나오는 말      김영은 농업에 종사하는 한편 글 농사도 지어 아동소설집 《'딱곰'과 그의 벗들》을 펴내는 등  성과가 있는 작가이다.   《김영아동소설연구모임》에서 나는 《딸라배》와  《금목걸이》두 편에 한해서 김만석과 다른 나의 관점을 밝힌바 있다. 김영의 앞으로의 창작에 도움이 되겠는가 해서였다.   《리영식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김만석이 《〈딸라배〉가 성공한 비결》이란 평론을 쓰기도 한 작품에 대해 내가 《〈딸라배〉의 허물보기》를 했으니 김영이 어떻게 받아 들었겠는가 하는 것은 알 수 없다.   《밝히지 않으면 안될 사실》이란 《조사보고》는 이에 대해   《김만석 교수는  " '딸라배'가 성공한 비결" 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때 강길은 농민작가 김영의 앞에서 " '딸라배'는 패작"이라면서 김영을 내리 깠다. "농민작가 김영은 분개해서 직방 강길의 관점을 반박하였다"고 그 번 회의 참석자들이 공동히 말하였다... 강길이 아무리 김영의 아동소설을 내리 깠지만 김영의 아동소설 '딸라배'는 이번 '중국조선족아동문학총서' 제1권( 나온 책을 보니 총서가 대계로 고쳐졌음- 필자 주)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동소설로서 한국에 선참 소개되는 영광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15)라고 쓰고 있다.   《딸라배》가 제1권에 나간다는 것만 빼고는 이 글이 얼마만큼이나 사실인가 하는 것은 글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것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실 이것은 강길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김영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딸라배》에 대한 강길의 관점이 김만석과 같지 않다 하여 《김영은 분개해서 직방 강길의 관점을 반박했다》?  소설편집에게서 《딸라배》를 새까맣게 수개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강길이, 편집들이 탈고시간의 촉박으로 작자와 의논 없이 작품을 마구 수개해 발표하는 현상에 대해 언급했을 때 김영은 자기 작품이 나온 것을 보니  토 몇 개만  고쳐졌더라고 밝혔을 뿐이다.   《그번 회의 참석자들이 공동히 말하였다》?  연변인민출판사 작은 회의실에서 있은 《김영아동소설연구모임》에는  30명좌우의 사람이 참석했었는데 그 한 사람 한사람을다 찾아 다녔거나 모아놓고 조사했다는 말이 된다.   소설가 우광훈이 연변작가협회를 대표하여 자리를 같이 했고 마지막 초대 발언 시,  논쟁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탐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의 말을 했었는데 그도 《공동히 말하였다》에 속하지 않을 수없겠다.    《밝히지 않으면 안 될 사실》이란 이른바 《조사보고》가 누구의 창작품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밝히지 않으면 안 될 사실》을 밝힌다는 사람이 담이 작기로 쥐새끼만도 못하여 제 이름 석자도 밝히지 못하고 《한동문 문아동》이란 가명을 썼으니 자기 글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밖에 뭐가 더 있겠는가? 그런데도 당시 연변작가협회 주석님은   그 《조사보고》를  받아 보았다면서 마치도 무슨《보배》라도 얻은 듯한 들뜬 기분이었으니?.......    가짜 상품 생산과 그것을 팔아주는 시장은 문단에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전성호가  《아동문학연구소》이론조 조장이요,  또한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편집부 성원이라서 나는 그에게 《〈딸라배〉의 허물보기》를 주었다. 물론 편집부에 원고를 투고한 셈이다. 한국 신헌재의 평론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버젓이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거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이 지나서 전 씨가 전화로 하는 말이, 《딸라배》를 부정한 평론이면 김만석이 싣지 않겠다고 했단다. 김만석이  내 평론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전 씨는 자기에게 그대로 있다고 대답했다.    진정한 학자라면 자기와 부동한 관점의 존재를 무서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술문제는 탐구와 논쟁을 거쳐《진리》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문제일 뿐 자존심의 대결이 아니다. 또한 어느 관점을 받아주는 시장이 있다하여 곧 그 관점이 《진리》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작품에 대한 논쟁은 자유로워야 하고 활발하게 벌려져야 누구나 새로운 깨우침을 얻을수 있고 문학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릇된 관점을 고친다는 것은 탐구와 학자적 태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만석은  1998년에《〈딸라배〉가 성공한 비결》 이란 평론에서 《이 소설은 주인공 철이의 비극적 운명을 우리의 아동소설에서 처음으로 대담하게 취급했다는데 그 문학사적의의를 가지게 된다.》16) 라고 주장했지만 1999년 《20세기중국조선족 아동문학선집1》에 실린  《중국조선족아동문학에서의 단편소설에 대하여》에서는 《김영의 '딸라배'에서는 새로운 시기의 인간비극을 우리의 아동소설에서 대담히 취급》17)하였다고 주장을 바꾸고있다. 새로운 탐구를 거쳐 《처음》이 아님을 깨달은 것 같다.   이는 《딸라배》에 대한 김만석의 전면적인 관점 변화는 아니지만 그만큼이라도 스스로 자기 관점을 부정한다는 것은 용기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2006년에 펴낸 전성호의 《아동문학연구문집》을 펼쳐보면 《아동문학연구에서의 김만석의 시각고찰》이란 문장에, 김만석이 《김영의 아동소설 '딸라배'를 평한 글에서도 그 서두부분에서 '이 소설은 주인공 철이의 비극적 운명을 우리의 아동소설에서 처음으로 대담하게 취급했다는데 그 문학사적의의를 가지게 된다.'(p.179)고 함으로써 우선 문학사적자리매김으로부터 시작하여 의론을 펼쳐나갔다.》18)고 오발하고 있다.    눈 먼 망아지 워낭소리 듣고 따라간다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생겨나지 않았는가 싶다. 폭넓은 문학사적고찰은 말고라도  무게 있는 책  한권 쯤 참답게 읽어보았더라도 이런 웃음거리는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주해:    1).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04    2).   동상                          p. 205    3). 《별나라》(1998-5, 총 72)       p. 110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4).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04     5). 《별나라》(1998-5, 총 72)       p. 111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6). 《별나라》(1998-5, 총 72)       p. 110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7).  《별나라》(1998-5, 총 72)      p. 109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79     8). 《별나라》(1998-5, 총 72)       p. 112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2     9).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14      10).   동상                          p. 205     11). 《별나라》(1998-5, 총 72)       p. 111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12). 《별나라》(1998-5, 총 72)       p. 111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13). 《별나라》(1998-5, 총 72)       p. 111-112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2     14).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14  15). 《밝히지 않으면 안될 사실》      p. 7 16). 《별나라》(1998-5, 총 72)        p. 109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79 17).《20세기중국조선족아동문학선집1》 p.6 18). 《아동문학연구문집》전성호 지음   p.228        
31    무우집 萝卜房子 -----李安 译 댓글:  조회:2266  추천:1  2015-02-04
 무우집                                                   무지개산아래에 난쟁이할아버지가 살고있었습니다.      키가 얼마만큼이나 작은 난쟁이냐구요?      글쎄...     그건 딱히 말할수 없지만 동화를 쓰기때문인지 몸은 비록 늙었으나 마음만은 항상 어린이 같았답니다. 어느해인가 난쟁이할아버지는 글을 쓰는 한편 무우농사를 지 어보려고 생각했습니다. 이따금  책상머리를 떠나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싶었던것이지요. 난쟁이할아버지는 집뒤의 낮다란 언덕우에 가서 괭이로 땅을 팠습니다.    돌멩이를 하나하나 주어내고 풀뿌리따위를 갈퀴로 긁어내여 농부의 눈에는 손바닥만큼 작게 보일 밭 한뙈기를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거름을 내고 이랑을 짓고 무우씨를 뿌렸지요.     며칠뒤 온 밭에 단 하나의 무우싹만이 흙덩이를 밀치고 나와 파랗게 머리를 쳐들지 않았겠어요?     난쟁이할아버지는 그 하나의 무우싹이라도 잘 키워내려고 때때로 물도 꼴깍꼴깍 먹여주고 때때로 김도 싹싹 매주고 때때로 벌레도 하나하나 잡아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일가말가 하던 씨앗이 흙에 묻혀 싹트고 자라난것이 어느덧 큰 무우가 되였답니다.     얼마만큼이나 큰 무우냐구요?     글쎄...       난쟁이할아버지는 무우를 뽑으려고 잎사귀를 잡아쥐고 힘껏 당겼습니다.     그러나 무우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불렀습니다.     할머니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를 불렀습니다.     손녀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손녀는 바둑이를 불렀습니다.     바둑이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바둑이는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고양이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불렀습니다.    쥐는 와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고양이는 바둑이의 꼬리를 잡고 바둑이는 손녀의 치마자락을 잡고 손녀는 할머니의 허리를 잡고 할머니는 난쟁이할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난쟁이할아버지는 무우잎사귀를 잡아쥐고 모두가 한결같이 영차- 영차- 하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야 드디여 무우가 쑥 뽑혀나왔습니다.    그바람에 모두들 뒤로 벌렁 넘어지면서 쥐는 고양이한테 깔리고 고양이는 바둑이한테 깔리고 바둑이는 손녀한테 깔리고 손녀는 할머니한테 깔리고 할머니는 난쟁이할아버지한테 깔렸습니다.     조금 아프기는 했으나 재미있어서 저마다 찌찌찌, 키키키, 킁킁킁, 호호호, 히히히, 하하하。。。배꼽을 끌어안고 웃었습니다.     “할아버지, 무우를 좀 주세요. 먹고싶어요.”     손녀가 말했습니다.     “나도 먹고싶어요.”     “나도요.”     “나도요.”      바둑이도 고양이도 쥐도 잇달아 말했습니다.     모두들 무우를 뽑느라 힘을 빼고 또 한바탕 웃어대더니 이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가봅니다.     “오냐, 그래그래.”     대가리가 밑에 놓여진 무우는 마치도 지붕이 뾰족한 집 같았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허리에 찼던 작은칼을 꺼내쥐고 무우를 아래쯤에서 한쪼각 한 쪼각 도려내여 그것을 손녀에게 주고 바둑이에게 주고 고양이에게 주고 쥐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주고 자신도 한쪼각 먹었습니다. 사각사각.。。 와작와작。。。 우적우적。。。 오작오작。。。 짭짭。。。 쩝쩝。。。 저마다 먹는 소리와 모습이 달랐습니다.     무우는  물이 많고 시원하고 달큼했습니다.     “할아버지, 참 맛있어요. 더 주세요.”     손녀가 어느새 다 먹고나서 입맛을 다시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냐, 그래그래, 실컷 먹어라.”      먼저 도려낸 곳은 마치도 문 같아보이였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그 안쪽으로 무우를 또 한쪼각 한쪼각 도려내여 그것을 손녀에게 주고 바둑이에게 주고 고양이에게 주고 쥐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주고 자신도 한쪼각 먹었습니다.             이 무우는 먹을수록 사과보다도 더 맛있었습니다. 모두들 먹고 또 먹다나니 어느새 속은 다 파먹어서 무우가 덩그런 겉모양만 남았습니다.     그제야 모두들 먹기를 그만두고 배가 불러서 끄르륵 트림을 하였습니다.     “우르릉-”     갑자기 하늘이 울면서 소나기가 쏟아져내렸습니다.     쥐가 먼저 쪼르르 무우집안으로 달려들어갔습니다.     뒤이어 고양이가 씽하니 뛰여들어갔습니다.     바둑이도 뒤질세라 깡충깡충 뛰여들어갔습니다.    손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가고 난쟁이할아버지는 맨 마지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우집안이 조금 비좁기는 했으나 고양이와 쥐가 손녀의 무릎우에 올라앉아서 난쟁이할아버지도 자리를 잡을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무우집은 비 한방울 새지 않아 근심될것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옛말을 해주세요. 비가 그칠 때까지요.”     손녀가 졸랐습니다.     “재미있는걸로요.”     고양이도 말했습니다.     바둑이가 “난 무시무시한 얘기가 좋아요.”라고 하자 쥐는     “무서운 얘긴 난 싫어.” 하고 몸을 옹크렸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빙그레 웃고나서 팔꿈치로 옆에 앉은 할머니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습니다.     “여보,  당신이 옛말 한컬레 해봐요.” “내게 무슨 할 옛말이 있겠어요. 령감이야 없는것도 만들어서 글을 줄줄 쓰니까 당신이나 애들한테 해주시구려.” 할머니는 할끗 눈을 흘겼습니다.     “허허, 정말 그런가? 그럼 내가 또 얘기 한컬레 엮어본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턱수염을 쓱 쓰다듬고나서 이야기꼭지를 뗐습니다.     “옛날옛적에...” 손녀며 바둑이며 고양이와 쥐는 눈이 말똥말똥해서 난쟁이할아버지의 입을 쳐다보았습니다. “음… 그런데 오늘 이 큰 무우를 뽑지 못했더라면 무우집도 못 만들고   모두 소낙비를 흠뻑 맞아  물병아리가 됐을거야. 그럼 옛날옛적 얘기 들을 기분이 나겠어?”    “맞아요. 제가 와서 당기지 않았더라면 무우가 안 뽑혀나왔겠죠?” 쥐가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뭐야? 네가 와서 당겼기에 무우가 뽑혔다구? 힘이 쥐뿔도 없어가지구.”: 고양이가 당치않다는듯 야죽거렸습니다. “내가 왜 힘이 쥐뿔도 없어? 그럼 넌 왜  나를 불렀니?” 쥐가 볼똑해서 대들었습니다. 고양이는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다가      “바둑이가 날 불렀으니까 나두 널 불렀지.” 하고 바둑이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맞아, 맞아. 손녀가 날 불렀으니까 나도 고양이를 불렀지.”     바둑이도 손녀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는 쥐, 고양이. 바둑이를  보며 난쟁이할아버지는 허허 웃었습니다. “그래, 그렇지. 난 할머니를 부르고 할머니는 손녀를 부르고 손녀는 바둑이를 부르고 바둑이는 고양이를 부르고 고양이는 쥐를 불렀지. 왜 불렀겠어? 힘을 보태려고 불렀던거야. 할머니는 할머니만큼한 힘이 있고 손녀는 손녀만큼한 힘이 있고 바둑이는 바둑이만큼한 힘이 있고 고양이는 고양이만큼한 힘이 있고 쥐는 쥐만큼한 힘이 있다는걸 안거지. 그것이 큰 힘이든 작은 힘이든 힘과 힘을 모으면 더 큰 힘이 되잖겠어?”       “쩌쩌, 할 얘기가 밑굽이 났으면 입이나 닫아매고있을거지, 도리를 캐기는…”     할머니는 혀를 차며 할아버지를 나무람했습니다.     “야, 무지개가 섰다!” 손녀가 소리치며 무우집밖으로 나갔습니다. 언제 비가 그쳤는지 한줄기 소나기가 씻고 지나간 하늘에 색동저고리 같이 고운 빛갈의 무지개가 둥그렇게 비꼈습니다. 바둑이도 따라 나갔습니다. 고양이도 따라 나갔습니다. 쥐도 따라 나갔습니다.          할아버지도  무우집밖에 나섰습니다. 일곱 빛갈의 고운 무지개가 한쪽끝은 무지개산에 박히고 다른 한쪽끝은 하늘에 박혔습니다. 하늘나라로 오르는 다리 같습니다. 손녀가 주먹을 쥐고 뛰여가고있습니다. 바둑이도 고양이도 쥐도 손녀를 뒤따라 뛰여가고있습니다.     “그래, 무지개는 아이들의 꿈인거지!”     난쟁이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무우집안에서 꾸물거리고있는 할머니에게  “여보, 빨리 밖에 나와봐요. 애들이 무지개 잡으려고 뛰여가는걸。。。” 하고 웨쳤습니다. ♡       萝卜房子                       李安 译   在彩虹山脚下,住着一位矮子爷爷。 矮子爷爷到底有多矮呢? 这个嘛…… 不太好说,也许是矮子爷爷写童话故事的缘故,人虽老了,但心总是和孩子一样。 某一年,矮子爷爷想去地里种萝卜,不是为了好收成,而是想离开书桌旁,到外面吹吹风,透透气。 于是,矮子爷爷来到房后的小山坡上。他用镐头刨土,然后把地里的石块一个个捡起来扔出去,再用耙子搂草根,在农夫看来仅是一块巴掌大小的菜地就被开垦出来了。 矮子爷爷接着施肥、打垄,再撒上一粒粒萝卜种子。 可是几天过后,整块地只冒出一颗芽,昂着翠绿的小脑袋。 矮子爷爷精心呵护这颗小芽,按时给它咕咚咕咚喝水,按时给它干干净净地除草,按时给它一个不留地杀虫。 一天天过去了,原本米粒般大小的种子在地里生了根,抽出嫩绿的新芽,转眼间长成了一棵大萝卜。 这棵大萝卜到底有多大呢? 这个嘛…… 矮子爷爷紧紧地抓住大萝卜的叶子使劲儿拽,想把大萝卜拔出来,可萝卜却纹丝不动。 矮子爷爷叫老婆婆过来一块儿拔,还是没拔出来。 老婆婆叫孙女儿过来一块儿拔,还是没拔出来。 孙女儿叫小狗儿过来一块儿拔,还是没拔出来。 小狗儿叫小花猫过来一块儿拔,还是没拔出来。 小花猫叫小老鼠过来一块儿拔。 小老鼠拉小花猫,小花猫拉小狗儿,小狗儿拉孙女儿,孙女儿拉老婆婆,老婆婆拉矮子爷爷,矮子爷爷拽萝卜叶子。他们使劲拔啊,拔啊,“嗨吆”一声,终于把大萝卜拔出来了。 与此同时,大家全都扑通一声倒在了地上,小花猫压着小老鼠,小狗儿压着小花猫,孙女儿压着小狗儿,老婆婆压着孙女儿,矮子爷爷压着老婆婆。 虽然摔得有点疼,但大家你看看我,我看看你,忍不住嘻嘻嘻、哈哈哈、咯咯咯笑个不停。 “爷爷,我想吃萝卜。” 孙女儿嚷着说道。 “我也想吃。” “我也是。”     “还有我。” 小狗儿、小花猫和小老鼠紧接着随声说道。 大家为了拔萝卜都累得筋疲力尽,刚才还笑了好半天,现在都又饿又渴。 “好好好。” 大头朝下倒在地上的大萝卜,仿佛是一幢屋顶尖尖的房子。 矮子爷爷拿出别在腰间的小刀,从下面把萝卜一块一块抠出来,给孙女儿,给小狗儿,给小花猫,给小老鼠,给老婆婆,然后自己也吃了一块。 咔哧咔哧,吧唧吧唧,嘎嘣嘎嘣,咯吱咯吱,滋滋,啧啧…… 每个人吃东西的声音和样子都不一样。 萝卜汁多味美,味道清甜爽口。 “爷爷太好吃了,我还要!” 孙女儿一眨眼已经吃光了,意犹未尽地咂着嘴,伸着手还要吃。 “好,还多的是呢。大家尽情吃个够。” 大萝卜被掏出一个洞,看起来就像一道门。 矮子爷爷继续往里面挖,把抠出来的一块块萝卜给孙女儿,给小狗儿,给小花猫,给小老鼠,给老婆婆,然后自己也吃了一块。 这萝卜味道真不错,吃起来感觉比苹果还清甜可口。 大家就这么吃啊吃啊,不一会儿大萝卜里面都被掏空了,只剩下了外皮。 大家这才停下来,每个人肚子都圆鼓鼓的,撑得“咯咯”直打嗝。 “轰隆隆!” 天空一下子电闪雷鸣,忽然下起了大雨。 小老鼠一溜烟跑进了萝卜房子里。 小花猫也跟着“嗖”地跑了进去。 小狗儿也蹦蹦跳跳跑进去躲雨。 孙女儿拉着老婆婆的手一起躲进了萝卜房子里,矮子爷爷最后才进去。 里面挤是挤了点,不过小花猫和小老鼠都坐在孙女儿膝盖上,才给矮子爷爷腾出了一处容身的地方。 加之,萝卜房子连一滴水也不漏,大家用不着担心淋雨。 “爷爷,你讲个故事给我们听吧,一直到雨停了为止。” 孙女儿拉着矮子爷爷的胳膊说道。 “我要听好玩的故事。” 小花猫说道。 “我喜欢听吓人的故事。” 小狗儿的话音一落,小老鼠立刻蜷缩着身子说道:“我可不要听吓人的故事。” 矮子爷爷用胳膊轻轻撞了撞身旁的老婆婆,笑眯眯地说道:“老伴,你讲个故事吧。” “我哪会讲什么故事!你才是专门编故事的人,还是你给孩子们讲吧。” 老婆婆瞥了矮子爷爷一眼,难为情地说道。 “呵呵,真的吗?那我来讲个故事?” 矮子爷爷轻轻捋了捋胡子,开始讲故事。 “从前呀……” 孙女儿、小狗儿、小花猫和小老鼠都目不转睛地盯着矮子爷爷张张合合的嘴。 “唉……要是今天没拔出来这颗大萝卜的话,也就不会有这个萝卜房子,那现在我们都得被大雨淋成落汤鸡喽。还有什么心情听故事呀?” “是啊。要不是我过来帮忙,萝卜怎么能拔出来呢?” 小老鼠得意地说道。 “什么啊?因为你萝卜才拔出来的吗?一点力气都没有的家伙。” 小花猫不服气地揶揄道。 “谁说我没有力气?那你干嘛叫我帮忙呀?” 小老鼠气鼓鼓地反问道。 小花猫一时语塞,犹豫了一下说道:“因为小狗儿叫了我,所以我才叫你的呀!” 说完就转头看小狗儿。 “我也是。因为孙女儿叫了我,所以我才叫小花猫呀。” 小狗儿说完也转头看孙女儿。 矮子爷爷看着小老鼠、小花猫和小狗儿,不由呵呵呵笑了起来。 “对,你们都没错。我叫老婆婆来帮忙,老婆婆又叫来了孙女儿,孙女儿又叫来了小狗儿,小狗儿又叫来了小花猫,小花猫又把小老鼠叫来了。为什么叫大伙儿来呢?是为了凝聚力气!老婆婆有老婆婆的力气,孙女儿有孙女儿的力气,小狗儿有小狗儿的力气,小花猫有小花猫的力气,小老鼠有小老鼠的力气,不管力气是大还是小,只要聚集在一起,那不就能形成更大的力量吗?” “啧啧,编不出故事就闭上嘴,讲什么大道理……” 老婆婆咂着嘴,嫌矮子爷爷啰嗦。 “呀,彩虹出来了!” 孙女儿边喊边急忙从萝卜房子里跑了出来。 雨不知什么时候停了,一场大雨过后,湛蓝的天空上挂着一道七彩斑斓的彩虹。 小狗儿也跟着跑了出来。 小花猫也跟着跑了出来。 小老鼠也跟着跑了出来。 矮子爷爷也从萝卜房子里走了出来。 光彩夺目的七色彩虹一头连着彩虹山,一头连着蓝天,仿佛一座通向天堂的小桥。 孙女儿握着小拳头欢快地奔跑着。 小狗儿、小花猫和小老鼠也跟着孙女儿飞快地跑着。 “是啊,彩虹是孩子们的梦!” 矮子爷爷笑着喃喃自语道。 矮子爷爷冲着还在萝卜房子里磨蹭的老婆婆喊道:“老伴,快出来看啊。孩子们正追着彩虹跑呢……”            
30    물감항아리(동화).....강길 댓글:  조회:1780  추천:0  2015-01-02
 물감항아리       시장 한 귀퉁이에서 장사군들이 올망졸망 앉아서 닭알을 팔고있습니다.  흰 수탉은 흰 닭알이 담긴  바구니를 앞에 놓고 장군들을 부릅니다.  “싸구려, 싸구려, 은전 한잎에 닭알 열알이요 -”   좀 떨어진 옆에는 금빛수탉이 노란 닭알이 담긴 바구니를 앞에 놓고 장군들을 부릅니다.  “싸구려, 싸구려, 은전 한잎에 닭알 열알이요 -”  장군들은 여기저기 기웃기웃 돌아보다가 노란 닭알을 얼마간씩 사갔습니다.  빨강머리아가씨가 사푼사푼 걸어오더니 흰 수탉앞에 와 멈춰섭니다.  “은전 두잎어치 주세요.”  흰 수탉은 마수걸이라 못내 기뻐서 비닐주머니에 닭알 스무알을 세여담으면서  “빨강머리가 참 곱구만.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진짜 서양아가씨로 보았겠네.”하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돈을 치르려던 빨강머리아가씨는 노란 닭알을 보더니  “미안해요, 안 사겠어요.” 하고는 그리로 가버렸습니다.   부아가 난 흰 수탉은  “남을 놀리나? 사겠다 안 사겠다. 까만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쏘다니는것처럼 변덕도 많네.” 하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날 금빛수탉의 한바구니 닭알은 다 팔렸는데 흰 수탉의 한바구니 닭알은 절반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흰 수탉이 집으로 돌아오니 그사이 암탉들이 또 알을 한바구니나 낳아놓았습니다.  흰 수탉은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투덜투덜 털어놓았습니다.   그 말을 듣던 한 암탉이  “우리 흰 닭알이 노란 닭알보다 장시세가 못하니 남들이 은전 한잎에 열알씩 팔 때 우리는 열한알씩 팔아봐요.” 하고 일러주었습니다.  “왜 남보다 못하게 팔아? 닭알을 깨고 보면 노란 닭알이든 흰 닭알이든 똑같이 노랑자위와 흰자위뿐이잖아?”  흰 수탉은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그날 밤, 흰 수탉은 이 생각 저 생각에 엎치락뒤치락 잠들지 못했습니다.  (장군들이 왜 흰 닭알보다 노란 닭알을 더 좋아하는걸가?)  닭알껍질의 빛갈이 다르다는 리유로 홀대를 받는것이 분했습니다.  흰 수탉은 머리에 빨간 물감을 들인 아가씨가 흰 닭알을 사겠다고 하고선 노란 닭알을 사간것이 괘씸했습니다. 다시 눈앞에 나타난다면 그 가짜머리를 막 쥐여 뜯어놓고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흰 수탉은 문뜩 한 꾀가 떠올랐습니다.  (그렇지.흰 닭알에 노란 물감을 들이면 노란 닭알이 되잖겠나?)  미운 아가씨가 까만 머리에 빨간 물감을 들인것처럼 말입니다.  이튿날, 흰 수탉은 장에서 항아리 하나와 노란 물감을  사왔습니다.  그리고 항아리에 물을 넣고 물감을 푼 다음 흰 닭알을 하나하나 항아리속에 넣었습니다.  얼마뒤 닭알을 하나하나 꺼내 바람에 말리웠더니 금빛수탉이 파는 노란 닭알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흰 수탉은 시장에 나가 노란 닭알이 담긴 바구니를 앞에 놓고 장군들을 불렀습니다.  “싸구려, 싸구려, 은전 한잎에 닭알 열알이요 -”   좀 떨어진 옆에는  금빛수탉이 노란 닭알이 담긴 바구니를 앞에 놓고 장군들을 부릅니다.  “싸구려, 싸구려, 은전 한잎에 닭알 열알이요 -”  장군들은 여기저기 기웃기웃 돌아보다가 흰 수탉의 노란 닭알이든 금빛수탉의 노란 닭알이든 사고싶은것을 얼마간씩 사갑니다.  저녁에 장을 파할 때 보니 흰 수탉은 금빛수탉 못지 않게 닭알을 거의다 팔았습니다.   흰 수탉은 속으로 못내 기뻤습니다. 전에는 남의 절반도 팔지 못했었는데 이게 다 물감을 들인 덕이 아니고 뭡니까.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금빛수탉이 눈치를 채고  “싸구려, 싸구려, 진짜 노란 닭알이요. 은전 한잎에 열알이요 -” 하고 장군들을 불렀습니다.  그리하여 흰 수탉도  “싸구려, 싸구려, 진짜 노란 닭알이요. 은전 한잎에 열알이요-” 하고 웨칠수밖에 없었습니다.  장군들은 그 소리를 듣고 저으기 신경을 살렸습니다. “진짜 노란 닭알”이라는 소리는 가짜도 있다는 말이 아니고 뭡니까.      어느것이 진짜이고 어느것이 가짜일가요?  장군들은 눈을 크게 뜨고 이것저것 돌아보다가 금빛수탉의 노란 닭알을 사갔습니다. 흰 수탉의 노란 닭알은 어딘가 믿음이 가지 않는가봅니다.  그리하여 흰 수탉은 또 닭알을 절반도 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흰 수탉은 또 이 생각 저 생각에  엎치락뒤치락 잠들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빛수탉이 미워집니다. 동업자가 원쑤라고 금빛수탉이 훼방을 노니까 말입니다. “진짜 노란 닭알이요.”란 말은 말속에 말이 있다고 “흰 수탉이 어떻게 노란 닭알을 팔수 있느냐? 저 노란 닭알은 가짜다.”라는 말이 아니고 뭡니까.  흰 수탉은 금빛수탉이 미워지다 못해 흰옷을 입고있는 자기조차 미워졌습니다.      (내가 흰옷을 벗어버리고 금빛수탉처럼 금빛옷을 입는다면 손님들이 딴눈으로 보지는 않겠지?  그런데 한뉘 입고 벗고 해도 가진것은 흰옷 한벌뿐이니… 제기랄!)  이런 생각이 드니 쫙쫙 찢어버리고싶도록 미워지는 흰옷입니다.  그러던 흰 수탉은 문득 머리속에 또 한 꾀가  떠올랐습니다.  (그렇지! 흰 닭알을 물감 들여 노란 닭알로 탈바꿈시켰을라니 흰옷도 물감 들여 금빛옷으로 만들면 되잖아? 얼씨구, 그렇구말구!!!)    흰 수탉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감항아리속에 거꾸로 풍덩 뛰여들었습니다.  그리나 스스로 뛰여들기는 했으나 스스로 나오지는 못했습니다.  흰 암탉들이 물감항아리속에서 흰 수탉을 건져냈을 때엔 흰 수탉은 이미 숨져있었습니다. 비록 흰옷이 금빛옷으로 물들여졌지마는... ♡                                                       
29    꼬부랑할머니 그리고 차돌배기와 노랑이(동화).....강길 댓글:  조회:1770  추천:0  2015-01-02
 꼬부랑할머니 그리고 차돌배기와 노랑이      어느 마을 외딴집에 꼬부랑할머니가 홀로 살고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꼬부랑할머니는 시장에 가서 암탉을 두마리 사왔습니다.   “구– 구구- 구구구-”   꼬부랑할머니는 바가지로 강냉이쌀을 퍼내다 마당에 뿌렸습니다.   “이젠 여기가 너희들 집이다. 모이를 많이많이 주어먹고 알을 낳아주렴.  이발 없는 이 할매는 닭알을 삶아 밥  반찬해  먹으면서 오래오래 살란다. 알겠느냐?”   꼬부랑할머니의 중얼거림소리를 듣고  털빛이 한결같은 암탉 - 노랑이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꾸꾸- 꾸꾸꾸- 꾸꾸- 알겠어요, 알았어.” 하고 대댭했습니다.   “......”   그러나 털빛이 얼룩덜룩한 암탉 - 차돌배기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무 말 없이 똑 똑똑 모이만 쪼아먹습니다.   “저기 저게 알받이둥우리란다.”   꼬부랑할머니는 헛간구석에 매단 벼짚둥우리를 가리켰습니다. 새끼줄을 감아놓은 막대기가 둥우리에 닿아있습니다.   “밑알을 넣어두었으니까 딴데다 말구 저기에 올라앉아 알을 낳아야 한다. 알았느냐?”   말을 마치고 꼬부랑할머니는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가마목에 눕자마자 살폿이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동안 모이를 쪼아먹고난 차돌배기는 헛간에 들어가 막대기를 딛고 올라 둥우리에 들어앉았습니다.   하루에 알을 하나씩  꼭꼭 낳는 차돌배기랍니다. 오늘은 그만 붙잡혀 시장돌림을 하다나니 미처 낳지 못한 알이 궁둥이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누구한테 밑질세라 넋없이 모이를 쪼아먹던 노랑이는 차돌배기가 어느새 둥우리안에 들어앉아있는것을 보고 자기도 부랴부랴 둥우리에 뛰여올라 비집고 들어앉았습니다.   차돌배기가 얼른 일어났습니다 “왜 일어나? 못마땅해서? 이 둥우리는 너 혼자 쓰라는게 아니잖아?”   “골골...”   차돌배기는 이 한마디를 얼버무리고 둥우리에서 뛰여내렸습니다. 노랑이가 밀치는 바람에 궁둥이에서 알이 뽁 빠져나왔으므로 더 앉아있지 않아도 되였던것이지요.   차돌배기는 몸을 부르르 털고나서 발로 땅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았습니다.   노랑이는 둥우리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눈이 소르르 감겼습니다. 깜박 조는 사이에 알을 낳는 꿈을 꾸고나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정말 내 알이잖아?”   둥우리안에는 곯아빠진 밑알 말고 새노란 알이 하나 자기를 보고 해쭉 웃어줍니다.   노랑이는 좋아라  활개를 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내가 낳은 알 금덩이 알                        할머니 할머니 꼬부랑할머니                        어서 빨리 와 받아가세요     꼬꼬댁소리를 듣고 일어난 꼬부랑할머니는 코신도 신을 새 없이 맨발로 달려나와  닭알을 하나 손에 쥐였습니다.   “요것아. 네가 먼저 알을 낳아줬구나.”   꼬부랑할머니는 꼬꼬댁거리는 노랑이가 대견해서 침을 튕기며 칭찬을 했습니다.   그러고나서 땅을 헤집으며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있는 차돌배기를 보더니 “너두 먹새가 좋으니 꼭 알을 낳아줄거지?  이 할매가 오늘 너희들을 참 잘 골라 사왔구나.” 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골골... 꼬부랑할머니가 왜 알을 하나만 갖고 들어가지?...)   차돌배기는 아직도 꼬꼬댁거리는 노랑이에게 한번 눈길을 보내고나서 또다시 땅을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이튿날, 꼬부랑할머니는  바가지로 강냉이쌀을 퍼내다 마당에 뿌렸습니다.   차돌배기와 노랑이는 내기라도 하는듯 서로 앞다투어 똑똑똑 똑똑똑 모이를 쪼아먹었습니다.   반나절이 지나서 차돌배기는 헛간의 둥우리안에 들어앉았습니다. 그러자 노랑이도 뒤따라 올라와 들어앉으려고 밀치였습니다.   (골골... 내가 알을 낳은 다음에 올라올거지, 원. 그럼 네가 먼저 낳아라.)   차돌배기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둥우리에서 뛰여내렸습니다.   “아니, 넌 골골거릴줄밖에 모르는 벙어리잖아? 같이 앉아있으면 어떻기에 뛰여내려?”   노랑이도 곧 둥우리에서 뛰여내렸습니다.   (골골... 참 웃기는 년이야. 내가 오르면 따라 오르구 내가 내리면 따라 내리구…)   한동안 땅을 헤집으며 뭘 쪼아먹고난 차돌배기는 궁둥이속의 알이 금방 빠져나갈 것 같아서 부랴부랴 둥우리에 올랐습니다. 둥우리에 들어앉자마자 알이 뽁 빠져 나왔습니다.   노랑이가 또 뒤따라 둥우리에 올라왔습니다.   (골골... 난 낳았으니까 이젠 네 차례야.)   차돌배기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둥우리에서 푸드득 뛰여내렸습니다.   노랑이가 보니 둥우리안에는 곯아빠진 밑알 말고 금덩이 같은 알이 하나 해쭉 웃어줍니다. 방금 차돌배기가 낳은것이였지요.     (금덩이알 낳고도 자랑 한마디 할줄 모르는 바보잖아? 저건 진짜 벙어리로구나.)   이렇게 생각한 노랑이는  저도 모르게 홰를 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내가 낳은 알 금덩이알                        할머니 할머니 꼬부랑할머니                        어서 빨리 와 받아가세요     꼬부랑할머니는 코신도 신을 새 없이 맨발로 뛰여나와 닭알 하나를 손에 쥐였습니다.   “요것아, 네가 또 알을 낳아줬구나. 그런데 저 차돌배긴 왜 아직 소식 없을가?”   꼬부랑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차돌배기에게 보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건 내가 낳은 알인데? 잰 알을 낳지도 않고  꼬꼬댁거리기만 하잖아?) 차돌배기는 노랑이가 얄밉고 그리고 자기가  알 낳은것을 몰라주는 꼬부랑할머니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고 닷새가 지났습니다.   꼬부랑할머니는 날마다 둥우리에서 닭알 하나만을 꺼내갔을뿐입니다. “하나는 잘못 사왔어. 알도 못 낳는  둘치구나, 둘치.  제구실도 못하는 병신.쯔쯔-” 꼬부랑할머니는 혀를 차기까지 했습니다. “둘치”란 새끼를 낳지 못하는 동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꼬부랑할머니는 닁큼 차돌배기를 붙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아버렸습니다. 차돌배기가 눈물을 흘리며 발버둥질했으나 아랑곳하지도 않고요...   그날, 먼길을 걷다나니 지쳐서 가마목에 누워 굳잠이 들었던 꼬부랑할머니는 꼬꼬댁소리에 깨여났습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내가 낳은 알 금덩이알                        할머니 할머니 꼬부랑할머니                        어서 빨리 와 받아가세요     꼬부랑할머니는 코신을 끌고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왔습니다. 둥우리에서 노랑이가 홰를 치며 그냥 꼬꼬댁거리고있었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요것아, 그만 꼬꼬댁거려. 하루에 닭알 하나면 돼. 너와 나 한집에서 오래오래 살자꾸나.”   그런데 둥우리안에는 곯아빠진 밑알만 있을뿐 새로 낳은 닭알은 보이지 않습니다.   꼬부랑할머니는 마당에서 그냥 꼬꼬댁거리는 노랑이에게   “차돌배기를 팔아버렸으니 놀랐는가보구나. 너는 안 팔아, 넌 알을 잘 낳아줬잖아.”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튿날도  사흗날도  나흗날도  노랑이가 꼬꼬댁거려 나갔더니 역시 밑알만 있는 빈 둥우리였습니다.   땅우에 내려서도 그냥 꼬꼬댁거리는 노랑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꼬부랑할머니는 채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습니다.   “그 차돌배기는  잡아먹어야 했을건데... ‘알 잘 낳느냐?’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팔아버렸으니 아마 그 거짓말값을 내가 톡톡히 받는가봐. 알 잘 낳아주던 노랑이까지 이젠 딱 그쳐버렸으니… 어이구, 나두 이젠 죽을 때가 되였나보다.” ♡  
28    엄마고양이의 낚시질(동화).....강길 댓글:  조회:1805  추천:0  2015-01-02
 엄마고양이의 낚시질       1                       “엄마, 물고기 먹고싶어. 으응-”                      아기고양이 첫째가 엄마고양이의 치마자락을 잡고 졸랐습니다.              그러자 아기고양이 둘째도 뒤따라 엄마고양이의 손을 잡고 칭얼거립니다.                      “엄마, 나도 물고기 먹고싶어. 으응-”                       엄마고양이는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돈이 있어야 물고기 사오지. 아빠한테 말해라.”                       아빠고양이는 구들에 누워서 신문을 보고있었습니다.                       “아빠, 물고기 먹고싶어.”                       “으응, 나도 물고기 먹고싶다.”                       첫째와 둘째는 아빠고양이의 팔을 잡아흔듭니다.                      “그리두 물고기가 먹고싶으냐? 몇마리?”                       아빠고양이는 일어나 앉으며 물었습니다.                      “난 세마리.”                       아기고양이 첫째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난 다섯마리.”                       아기고양이 둘째도 뒤따라 대답했습니다.                    “넌 왜 다섯마리야? 넌 내 동생이니까 나보다 적게 먹어야지.”                   “왜 적게 먹어? 난 형만큼 빨리 커야 하니까 형보다 더 많이 먹어야지.”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는 아옹다옹 다투었습니다.                       “왜 싸워? 물고기가 코앞에 있기라도 한것처럼。쯧쯧-”                        엄마고양이가 와서 아기고양이들을 말렸습니다.                        아빠고양이는 재미있다는듯 허허 웃었습니다.                      “걱정 말아. 아빠가 오늘 너희들에게 배가 터지도록 물고기를 먹여주마.”                        “야- 좋아라!”                        “우리 아빠 최고야!”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는 언제 다투었나싶게 서로 손잡고 깡총깡총 뛰였습니다.                         엄마고양이는 그런 애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말았습니다.                           2                           하늘의 해님이 땅을 굽어보며 환하고도 따뜻한 빛을 뿌려줍니다.                        땅우에는 한줄기 맑은 시내물이 졸졸졸 노래하면서 남실남실 어깨춤을 추며 흘러갑니다.                      아빠고양이는 시내물이 굽이 져 잔잔히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반나절이 지나도록 물고기를 한마리도 낚지 못했습니다.                        “엄마, 배고파.”                         아기고양이 둘째가 기다리다 못해 엄마고양이의 품에 감겨듭니다.                        “아빠, 빨리 물고기 잡아줘.”                         아기고양이 첫째는 아빠고양이곁에서 졸라댑니다.                  “장에 가서 물고기 몇마리 샀더라면 애들이 진작 배불리 먹었을텐데... 당신 재간으로는 물고기는커녕 물고기꼬리도 낚지 못하겠어요.”                          엄마고양이는 보다 못해 한마디 푸념을 했습니다.                          아빠고양이는 엄마고양이를  마뜩잖게  흘겨봅니다.                      “방정맞은 소리만 하고있네. 내가 뒤를 보고 올테니까 그동안 낚시대나 붙잡고있어요. 눈 먼 물고기라도 걸리겠는지.”                       엄마고양이는 할수없이 낚시대를 받아쥐고 내가에 앉았습니다.                          “엄마, 눈 먼 물고기두 있나? 잡으면 나 먼저 줘. 응?”                          “그래 잡으면 주구말구.”                           엄마고양이의 이 말에 첫째는 둘째에게 두덜거립니다.                     “엄마는 아빠가 올 때까지 그저 쥐고있는거야. 아빠도 못 잡는데 엄마가 어떻게 잡니?”                          “아니야. 엄만 잡아.”                          “못 잡아.”                          “잡아.”                          “못 잡아.”                        바로 이때 엄마고양이는 낚시줄이 팽팽히 당기는 바람에 얼결에 낚시대를 번쩍 쳐들었습니다. 그러자 물고기가 물우까지 끌려나왔다가 푸드덕 몸부림치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서 낚시대가 끊어질듯 휘여들었습니다.                          “아, 큰 물고기 잡혔다!”                           엄마고양이는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했습니다.                          “봐라, 내 말이 맞지! 저건 내거다!”                           아기고양이 둘째는 우쭐해서 소리를 쳤습니다.                          “엄마가 큰걸 잡았어. 아빠-”                           아기고양이 첫째도 들떠서 아빠를 불렀습니다.                             3                                      “어유, 고놈의 물고기 힘도 세다. 나를 되려 물속에 끌어넣자 하네. 얘들아, 빨리 아빠를 불러라.”                           엄마고양이는 물속에 한쪽발이 빠졌습니다.                           “아빠, 빨리 와.”                           “엄마가 물에 끌려들어가.”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낚시대를 놓지 말구 꽉 잡고있어.”                          아빠고양이는 뒤를 다 보지 못한채 엉금엉금 뛰여와 물안에 들어서서 낚시대를 덥석 잡았습니다. “꽤 큰 놈인가보네.” “그래요.힘이 무지무지 센 놈이예요.” 아빠고양이가 엄마고양이와 함께 낚시대를 잡아당겼으나 물고기는 끌려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아기고양이 첫째가 물에 들어가서 아빠의 허리를 잡고 같이 당기자 아기고양이 둘째도 얼른 물에 들어가서  엄마의 허리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러자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는 물론 아빠고양이와 엄마고양이도 물에서 나와 땅을 밟게 되였습니다. “제따위놈이 우리 힘 당해낼가!” 아빠고양이가 큰소리쳤습니다.                         긴 낚시줄이 물속에서 다 나오자 큰 물고기가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죽었는지 처음처럼 몸부림치지 않고 순순히 끌려나옵니다. 몸뚱이가 어찌나 긴 놈인지 꼬리가 보이지 않고 자꾸 나옵니다.                            “아니, 저건 기다란 뱀장어가 아니야?”                           아빠고양이가 놀라와했습니다. 시내물에서 뱀장어 말고는 그렇게 허리띠 같이 길고긴 물고기는 본적이 없었습니다.                           “무슨 뱀장어라구 그래요? 물고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군요. 아유, 끔찍해라.”                             그래도 엄마고양이의 눈썰미가 빨랐습니다.                           아닌게아니라 낚시에는 큰 물고기가 하나 물렸는데 많은 물고기들이 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딸려나오고있습니다. 모두다 하나같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고만고만한것들입니다.                        “야, 정말 그렇군. 물고기가 한드럼이나 걸렸네. 당신 낚시질솜씨가 나보다 낫구려.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걸 봐선 죄다 눈 먼 물고기인것 같소.”                       아빠고양이는 마침내 낚시에 걸린 큰 물고기를 손에 쥐였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작은 물고기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첫째야, 얼른 다래끼를 가져와.”                      아빠고양이가 큰 물고기의 입에 걸린 낚시를 빼내며 말했습니다.                    아기고양이 첫째가 곁에 빈채로 놓여있던 다래끼를 가져왔습니다.                                4                                “큰 물고기는 내거다.”                              아기고양이 둘째가 첫째에게 말했습니다.                             “왜 네거니? 내거다!”                              아기고양이 첫째도 지려하지 않았습니다.                              “다투지 말아.”                            아빠고양이가 큰 물고기를  다래끼안에 넣고 뒤이어 작은 물고기도 하나하나 넣으며 타일렀습니다.                            “물고기가 어디 한두마리냐? 아마 이 다래끼에 차고    넘칠거다. 너희들이 다 먹어. 다 못 먹으면 말려두었다가 먹고싶을 때 나눠먹어. 여보, 안 그렇소?”                        엄마고양이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무 대답도 없이 다래끼안만 들여다보고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딸려나온 작은 물고기들은 다래끼안에 넣어지자 저마다 팔딱팔딱 뛰였습니다. 그러나 뛰여봤자 다래끼안을 벗어날수 없습니다. 큰 물고기는 진작 그것을 알고 있는듯 뛰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나 큰 물고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엄마고양이의 머리속에는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큰 물고기는 엄마물고기이고  작은 물고기는 그의 새끼일거다. 엄마물고기가 물에서 끌려나가 죽게 되면 자기들은 엄마 없는 고아가 된다고 엄마를 가지 못하게 꼬리에 꼬리를 문게 아닐가?... 그렇다면 물고기가족과 우리 고양이가족이 죽기살기로 한판  줄당기기를 한 셈이구나...)                              “여보, 멍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소?”                              “예?”                            그제야 엄마고양이는 아빠고양이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아빠고양이는 그냥 작은 물고기를 하나씩 떼내여 다래끼에 넣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물고기는 끝도 없이 줄줄이 나오기만 합니다.                               “당신은 이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다 먹나 걱정하고 있는게 아니오? 내가 방금 애들에게 말했소.  오늘 먹고 나머지는 말려두었다가 먹고싶을 때 나눠 먹으라구. 기쁜 걱정 그만하오!”                                “안돼요! 그래선 안돼요!”                                 엄마고양이가 소리쳤습니다.                          “어허, 내 생각을 말해본건데 발끈하기는? 당신이 잡은거니까 당신 마음대로 하시구려.”                                 아빠고양이는 허허 웃었습니다.                               순간 엄마고양이는 아빠고양이가 마지막으로 쥐고있는 작은 물고기를 빼앗아 시내물에 덤벙 놓아주고 뒤이어 다래끼마저 시내물 한가운데다 휙 던져버렸습니다.                                   참으로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였습니다.                                   “아니, 당신 미치지 않았소?”                         아빠고양이는 눈이 휘둥그래서 엄마고양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엄마, 왜 다 버려?”                                   “엄마, 내 큰 물고기!”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는 울상이 되여 엄마고양이에게 다가섰습니다.                                  엄마고양이는 아기고양이 둘을 품에 그러안은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한자리에 서서 눈물어린 눈길로 시내물만 바라보고있었습니다.                               다래끼는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센 물살을 타고 둥실둥실 떠내려갑니다.                                    5                                  이윽고 낚시질하던 고요한 물우에 큰 물고기 한마리가 불쑥 솟구쳐올랐습니다.                                  “아, 큰 물고기다!”                                  “내 큰 물고기다. 엄마!”                               갑자기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뛰여올랐던 큰 물고기가 다시 물속에 쑥 들어가자 뒤이어 작은 물고기들이 여기저기서 팔딱팔딱 물우로 뛰여올랐습니다.                                   “아, 작은 물고기다!”                                   “야, 많구나!”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가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렇게 큰 물고기가 세번 물우로 뛰여오르고 작은 물고기들도 세번 물우로 뛰여오르더니 다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기들의 목숨을 살려준 엄마고양이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인사였습니다.                                그러니 낚시를 물었던 큰 물고기와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작은 물고기들 모두가 눈 먼 물고기는 아니였습니다.                               이 정경을 바라보던 아빠고양이는 낚시대를 뚝뚝 꺾어 시내물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엄마고양이에게 힘있게 말했습니다.                                  “여보, 집으로 가기오!”                                  엄마고양이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아빠고양이가 미더워 생긋 웃음을 지었습니다.                                  “아빠, 물고기는?”                                  “엄마, 난 물고기가 먹고싶어. 으응...”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는 아직 엄마와 아빠의   마음깊이를  알수 없는 나이였습니다.                                  엄마고양이는 아기고양이 첫째와 둘째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습니다.                                 “요 내 새끼야, 배가 몹시 고프겠구나. 엄마가 집에 가서 물고기보다 더 맛있는걸 해주마. 알았지.응?”                              엄마고양이의 목소리는 사탕보다도 더 달콤했습니다.♡    
27    사람이 된 새끼쥐(동화).....강길 댓글:  조회:1809  추천:0  2015-01-02
 사람이 된 새끼쥐                                                            1             옛날, 어느 깊고깊은 산골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손도손 살고있었습니다.       “아유, 잔등이 가렵네. 좀 긁어줘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등을 돌리고 저고리의 뒤자락을  걷어올립니다.       “조금 웃쪽…”       “여기요?”       “아니, 조금 옆으로…”       “여기요?”       “그래그래, 빡빡 긁어요. 허, 시원하다.”        등을 다 긁고나서 할머니는 푸념을 합니다.       “부처님도 무정하지. 왜 우리에겐 한뉘 자식 하나 점지해주지 않는지...”       “글쎄 말이요. 아마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보오.”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간밤 꿈에는 내가  새끼쥐같이 조그만 아기를  낳아서 품에 안고 젖을 먹였어요. 고 작은 입으로 쪽쪽 얼마나 잘 파먹던지…”      “나도 꿈을 꾸었지. 내가 나무짐을 해지고 집마당에 들어서는데 당신이 낳았다는 아기가 나를 보더니 아장아장 걸어오지 않겠소? 안아달라고  두팔을 벌리면서 말이요.”       “그래 안아줬어요?”      “안아는 줬는데 안고보니 헛것이였어. 그러다 잠을 깼는데  당신이 내 품에 안겨있더구만.”         “휴, 하다못해 우리에게 새끼쥐라도 있었으면 ...”        “그러게 말이요. 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땅이 꺼지도록 긴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2        이 집에 숨어 살고있는 쥐부부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한숨소리를 듣고있었습니다.                        “여보, 이 집 내외간이 참 불쌍하지? 늘그막에 자식 하나없이 얼마나 외롭겠소?”         “그러게 말이예요. 두분 다 마음씨 곱고 금슬도 좋은데 왜 바라는 자식은 하나도 생겨나지 않는건지…”         “그러고보니 우린 자식이 많은것이 복이요. 하나도 아니고 줄줄이 열이나 되니 말이요.”         “누가 아니래요. 좀 먹여 살리기는 힘들어두…”          그런데 아빠쥐가 불쑥 엉뚱한 말을 합니다.        “여보, 입 하나 줄일 셈 주인집에 우리 아기 하나 줘볼가? 새끼쥐라도 있었으면 하지 않소? 잘 키워줄거요.”         “아니, 당신 미치지 않았어요? 제 자식 남 주다니? 그것도 사람에게… 말 같잖은 소리 하지도 말아요.”         “글쎄 당신이 안된다면 안되는거지.  그런데 말이요, 딴 애들은 울어도 ‘찍-찍-’ 하고 쥐울음을  우는데 막둥이만은  ‘응애- 응애-’ 사람아기      울음소리를 내니 느낌이 좀 께름하단 말이요.”         “안돼요.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병신이든 아니든 다 내가 배 아프게 낳은 자식들이예요.”          “그거야 나도 잘 알지. 하지만 새끼쥐 같은 자식조차 하나 없이 사는 주인집 내외간이 너무 불쌍하단 말이요. 까놓고 말해서 우린 이 집 신세를 지며 오늘까지 살아온게 아니오? 그러니 은혜를 갚는 셈치고 막둥이를 줍시다. 하나를 준다 해도 남은 애가 아홉이나 되잖소? ”               엄마쥐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 생각대로 하겠으면  난 이 집을 떠나겠어요.”           “그건 왜?”           “제 자식 남한테 줬으면 안 보고 살아야지 난 보고는  못살아요.”          그리하여 엄마쥐와 아빠쥐는 막내둥이를 이 집에 주고 멀리 가서 살기로 하였습니다.              3             “응애- 응애-”.           어느날 새벽,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난데없는 아기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여났습니다.           “여보 령감, 이게 무슨 소리요?  아기가 우는것 같지 않아요?”           “글쎄... 그런것 같구만.”        살펴보니 이불자락에서 엄지손가락만한 빨간 아기가 몸을 옹송그리고 울고있겠지요.           “아유, 추운가보구나.”          할머니는 얼른 머리수건으로 아기를 싸서 품에 안았습니다. 그러자 아기가 울음을 딱 그쳤습니다.           “여보, 부처님이 우리한테 준 아기가 아닐가요?”           “나도 그런 생각이 드오. 우리  잘 키워봅시다.”            할머니는 인차 좁쌀미음을 쑤어 아기에게 먹이였습니다.          아기는 쪽쪽 잘 받아먹습니다. 배불리 먹고난 아기는 쌔근쌔근 잠도 잘 잠니다.          할머니는 반짇고리에서  천쪼각을 찾아내  옷을 곱게 지어 아기에게 입혔습니다.              아기는 작게 낳아 크게  키우랬다고 할머니는 날마다 아기의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고 팔다리를 조몰락조몰락 주물러주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면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아기는 세살을 먹도록 말 한마디 번질줄 모르고 엉덩이에는 꼬리까지 달려있어 사람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더없이 귀한 자식이였습니다. 이름이 따로 없이 그저 “아가야”, “아가야” 하고 부르고 “내가 네 엄마다”, “내가  네 아빠다”라고 말하면서 손목을 잡고 걸음마도 익혀주었습니다.               아가는 대여섯살을 먹자 어디라 없이 쪼르르 잘도 뛰여다니고 산토끼며 다람쥐와 친구가 되여 놀았습니다.                  할머니는 아가에게 터밭의 일년감이랑 오이를  친구들과 나눠먹으라 주고 할아버지는 아가에게 개암 같은 산열매를 뜯어와 친구들과 나눠먹으라 주군 했습니다.                      4                  아가는 친구들과 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눠먹으라 줘보낸 그만큼이나 손에 뭔가 갖고 왔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처음에는 그저 그러니 하고 여겼었는데 엄마토끼와 엄마다람쥐에게서  아가의 손버릇이 어떻지 않느냐고 물어온 뒤부터는 바싹 신경을 쓰게  되였습니다. 아닌게아니라 아가는 남의것을 마치 제것처럼 가져오는 나쁜 버릇이 있었습니다.                  “남의것을 슬쩍 가져오면 도적이 되는거야. 알았어? 다신 가져오지 마.”                      할머니는 손시늉을 해가면서  타일러주었습니다.                 “집에 먹을게 없는것도 아니잖아. 없다면 아빠가 얻어서라도 줄테니까 다신 그래선 안돼.”                      할아버지도 손시늉에 몸짓까지 해가면서 타일러주었습니다.                     그러나 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해서인지 남의것을 훔쳐오는 버릇을 그냥 고치지 못했습니다.                       엄마토끼와 엄마다람쥐는 아가를 도적놈이라고 욕하면서 제집 아이와 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안타깝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가의 좀도적버릇을 뚝 떼버릴가?              할아버지는 회초리를 꺾어쥐고 아가의 손바닥을 멍이 들도록  때렸습니다.                     할머니는 마치도 자기가 맞는듯  가슴이 아팠으나 말리지 않았습니다.                      매를 맞고난 아가는 눈치만 살필뿐  도적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못갔습니다. 아가는 손바닥의 퍼런 멍이 사라지기 바쁘게 아픔도 잊어지는지 또 좀도적질을 시작하군 했습니다.                           엄마토끼와 엄마다람쥐는 이번에는 아가를 “도적놈새끼”라고 욕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곱지 않게 보았습니다. 말속에 말이 있다고 그것은 “도적놈아비”, “도적놈어미”란 말과 다를바 없는것이지요. 그러니 아가는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도  도적놈취급을 하고있는게 아니고 뭡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가 막혔습니다.  자식, 자식하다가 늘그막에 겨우 얻은  자식인데 그래 이런 꼴을 보려고 자식을  바랐단 말입니까? 아니, 아니지요.                     자식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기쁨도 많으리라고 여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잘못 둔 자식으로 하여 도적감투까지 쓰고나니 속이 타다 못해 살고픈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가와 함께 모두 죽어버리려고 집문을 꽁꽁 닫아걸고  음식은커녕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가기도전에 아가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엉엉 울었습니다. 밥을 달라고, 물을 달라고  손을 싹싹 비비며 빌었습니다.    그래도 누구나 본체만체하니 손시늉, 몸짓을 해가면서 다시 도적질을 하면 목을 따라고 했습니다.                        “여보 령감, 속는 셈 치고  다시한번 아가를 믿어보자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도 마음을 돌려 아가에게 밥과 물을 주었습니다.                         아가는 그뒤부터 한달이 아니라 한해가 지나도록 좀도적질을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맘속깊이 잘못을 깨닫고 뉘우쳐서 나쁜 버릇을 뿌리채 쑥 뽑아버렸던것이지요.                          그러자 아가의 궁둥이에 달려있던 꼬리도 언제 떨어졌는지 가뭇없이 사라진것이 아니겠습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꼬리때문에 마음 한구석은 늘 서운함이 자리하고있었는데 이젠 자기들 아가도  남들 아이와 생김새가 다를바 없으니 말입니다.                          5                         그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뻐만 하지 않았습니다.                    겉모양만 사람과 같아선 뭘 합니까? 마음가짐도 사람다와야 사람인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까지 스스로 베풀줄은 조금도 모르고 살아온 아가에게는  아직 사랑의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가짐도 사람답게 키워줘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먼저 밥 떠주는것부터 바꾸었습니다. 전에는 아가 밥부터 떠주었었는데 지금은 령감의 밥부터 떴습니다.                         숭늉물도 아가더러 아빠에게 먼저 드리게 했습니다. 어른을 섬길줄 알게 가르쳤던것이지요.                      그리고 아가가 밖으로 놀러 나갈 때면 꼭 “다녀오겠습니다.”, 집으로 들어올 때는 꼭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게 했습니다.  물론 말할줄은 모르지만 손시늉과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것으로 뜻을 나타냈던것이지요.                      할아버지는 아가와 함께 놀아주었을뿐만아니라 아가에게 알맞은 일을 시키군 했습니다. 아가에게 작은 비자루를 매주어 마당을  쓸게 하고 터밭의  김을 맬 때면 아가더러 풀을 뽑게 했습니다. 아가는 자그마한 일이나마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사랑이라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가가 더없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느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산으로 땔나무를 하러 가면서 아가를 데리고 갔습니다.                         할아버지는 낫으로 풋나무를 베고 할머니는 아가를 데리고 그 나무를 주어모아  묶었습니다.                      나무를 여라문단 묶어놓았을 때 할아버지가 갑자기 기쁜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 마누라,  여기 산삼이 있소. 산삼이요, 산삼!”                   할머니도 그 산삼을 보고나서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산삼은 눈에 잘 띄우지 않는다던데… 아마 산신령님이 우리 가족을 좋게 보시고 주셨는가봐요. 어서 잔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잘 파내세요.”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파낸 산삼은 백년 묵은 산삼이였습니다.                          “집에 가서 아가에게 이걸 달여 먹이기오.”                    “그럼요. 우리 아가가 산삼을 먹으면 무병하게 잘 커줄거예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시늉을 해가면서 아가에게 산삼이 사람몸에 무지무지 좋다는 그런 뜻을 알려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게에 나무단을 차곡차곡 얹고 바줄로 꽉 묶은  다음 등에 지고 언덕을 내렸습니다. 자그마한 산 같은 나무짐은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다른 때보다 마음이 급해진 할아버지는 걸음을 다그치다가 그만 발목을 접질러 넘어지면서 가파른 골짜기아래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할머니와 아가는 울면서 그리로 달려내려갔습니다.                          얼굴이 피투성이로 된 할아버지는 까무러쳐서 마치도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아이구, 여보 -”                                         할머니는 나무지게에 깔린 할아버지를 꺼내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습니다.                          아가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할머니는 아가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를 등에 엎고 겨우겨우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칠대로 지친  할머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탕개가 풀린듯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말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누군가가 “아빠! 엄마!” 하고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마치도 꿈을 꾸다 깨여난듯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럴수가?... 벙어리였던 아가가  아빠엄마를 부르고있는것이 아니겠어요? 더욱 놀라운것은 자기네가 늙은 티를 싹 벗고 시집장가를 방금 가던 때처럼 새파란 젊은이로  된것이였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니 이젠 아빠와 엄마라고 해야 옳겠군요. 아빠와  엄마는  너무도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아가의 손에는 사발이 쥐여져있었습니다.                      아가는 산삼을 달여서 그 약물을 까무러친 아빠와 엄마의  입에 한숟가락 한숟가락 떠넣었던것이지요.                                                   6                            그 이듬해.                         쥐부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던 집에 다시 이사와 살게 되였습니다.                        막둥이를 자식 없는 주인집에 주고 떠났다가 보고싶어서 다시 온것일가요?                         아니, 아니랍니다.                       주인집 내외간이 사람이 된 새끼쥐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사를 가서 집이 비여있다는 소문을 듣고 다시 찾아온것이였지요.                          그럼 그들은 어디로  갔을가요?                          엄마토끼와 엄마다람쥐는 한입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큰 도시를 찾아  떠나간댔어요.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글공부를 시켜야 한다면서요.”                       엄마토끼와 엄마다람쥐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쥐부부의 막둥이는 지금 엄마아빠의 사랑을 받으면서 큰 도시의 어느 학교를 다니고있을것입니다.                      (혹시 우리  반의 저 못생긴 친구가 그 새끼쥐가 아니였을가?) 하고 생각할 어린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 어린이가 있다면  남을 넘겨짚기 먼저 제 엉덩이 가운데를 가만히 만져보세요.                          그럼 꼬리가 떨어져나간 뼈마디가 만져질것입니다.♡                                       
26    똥돌이와 구렁이(동화).....강길 댓글:  조회:1991  추천:0  2015-01-02
 똥돌이와 구렁이      옛날 한 마을뒤산 바위동굴에 큰 구렁이가 살고있었습니다.  길이가 열발 남짓하고 몸뚱이가 절구통만큼 굵다란 놈이였지요.      구렁이는 해마다 아가씨를 하나 잡아먹고나서야 한해동안 동 굴안에서 고스란히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봄이면 아가씨를 하나 골라 구렁이에게 바쳐야 했습니다. 그래야 한해를 무사히 보낼수 있었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구렁이는 마을로 내려와 그 기다란 꼬리를 휘둘러 집들을 마구 무너뜨리고 마을의 촌장어른을 죽여버렸습니다.     한해 또 한해...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얼마나 많은 아가씨들이 죽었는지 모릅니다.     엄마들은 아기가 긴 울음을 울면 입버릇처럼 “울지 마, 구렁이가 온다.” 하고 으름장을 놓군 했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이 좀 심하면 어른들은 꾸짖는다는것이  “구렁이가 눈이 멀었나? 이런 장난꾸러기나 잡아갈게지.” 하고 푸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구렁이는 동굴안에서 자면서도 마을에서 하는 사람들의 말을 다 듣고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말들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내보냈었는데 오랜 세월  심심찮게 들어오다나니 나중에는 구렁이의 귀에 그만 못이 되여 박히고말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아가씨 말고 아이나 잡아먹어볼가? 아이고기가  더 만만할거야. 아가씨고기는 너무 먹어서 이젠 지겨우니까 입맛을 바꿔봐야지. 그러면 눈이 멀었다는  말도 안 들을거구...)     이런 생각을 한 구렁이는  마을의 촌장어른을  불러    “올해부터는 아가씨 대신 제일 장난꾸러기인 아이를 하나 골라 바치게. 알았어?” 하고 을러멨습니다.     그리하여 마을사람들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구렁이에게 아가씨를 골라 바칠 때에는 나이가 제일 많은 아가씨를 뽑으면 그만이였습니다. 태여난 해를 따져보고 달을 따져보고 날을 따져보고 그래도 안되면 태여난 시간까지 따져보면 아퀴를 짓기가 어렵지가 않았지요.     그런데 마을에서 제일 장난꾸러기인 아이를 뽑자니 하늘의 별따기와  같이 어려웠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제 아이만은  착하고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다고들 하였습니다.    “구렁이가 눈이 멀었나? 이런 장난꾸러기나 잡아갈게지.” 하고 푸념하던 사람까지도 말입니다.     그러니 제 피와 제 살과 같은 자식을  구렁이밥으로 선뜻이 내놓으려는 부모는 하나도 없었던것이지요.     구렁이에게 아이 하나를 바쳐야 할 날은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때에 바치지 못하는 날이면 구렁이가 마을로 내려와 그 기다란 꼬리를 휘둘러 마을의 모든 집을 마구 무너뜨리고 마을의 촌장어른을 죽여버릴것입니다.     이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온 마을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숨이 한줌만해서 쩔쩔매고있을 때 한 아이가 불쑥 나섰습니다.     “제가 구렁이한테로 가겠어요.”     똥돌이라고 부르는 아이였습니다.     똥돌이는 형제 하나 없는 외아들입니다. 똥돌이 부모는 아기를 여럿 낳았으나 다 죽이고 똥돌이 하나만 살려냈지요. 귀한 자식 이름 천하게 지어주면 장수한다는 말을 믿고 똥돌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어서인지 참말로 똥돌이는 똥무지에 구을면서도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런데 죽으러 가겠다고 나선것입니다.     똥돌이  어머니는  펄쩍 뛰였습니다.    “얘야, 안된다 안돼. 니가 어쩌면 온 마을 애들중 제일 장난꾸러기 애란 말이냐? 넌 애비없이 자랐지만 에미한테 곰살궂고  에미의 일손도 잘 거들지 않았느냐? 구렁이한테 가면 죽는다는걸 니 어찌 모르느냐?”    “죄송합니다만 어머니, 제 자식을 아까와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다고  장난꾸러기든 아니든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다면 온 마을의 집이  무너지고 마을의 촌장어른도 아버지처럼 죽게 될거예요.”     똥돌이는 제 목숨보다 마을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먼저 생각한것입니다.     똥돌이 어머니는 더는 아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의 남편도 일찍 마을의 촌장 으로서 아가씨를 골라 바치는 일이 늦어져서 결국 구렁이에게 죽고말았던것입니다.    “그럼 똥돌이가 구렁이한테로 가는것으로 하자.”     마을의 촌장어른이 이내 아퀴를 지었습니다.    “저, 그런데요...”    똥돌이가 마을의 촌장어른에게  뭘 말하려고 했습니다.    “걱정 말아라.”    마을의 촌장어른은 듣지 않아도 알겠다는듯 똥돌이의 말을 가로챘습니다.    “온 마을사람들이 너의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릴거다.”    “그게 아니고…”    “그럼?...구렁이한테... 가지 않겠다는 말이야 아니겠지?”     촌장어른은 똥돌이의 마음이 바뀔가봐 걱정되였던것입니다. “그럼요.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겠으니  걱정 마세요.”     마을뒤산 바위동굴안에서 구렁이는 눈을 감고 졸면서도 똥돌이와 마을의 촌장 어른이  주고받는 말을 다 듣고있었습니다.    “똥돌이라는 고놈 옹골차기도 하네. 속이 땅땅 여문것만큼 고기맛도 좋을거야. 고놈 빨리 먹고싶다. 마을의  촌장어른은 속이 텅 비였어. 제가 살아날 생각밖엔 없군...” 구렁이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마을의 촌장어른은 “빨리 말해라. 하고싶은 말이 뭐냐?”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습니다.    “별거 아니고요,  아이들이 있는 집집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수자만큼 소쿠리에다 감자를 받아주세요.”     바위동굴속의 구렁이는 눈을 번쩍 뜨고 귀를 - 있으나마나 보이지도  않는 귀지만 -  쫑긋 세웠습니다.     “뭘 하려구 그러냐?”     마을의 촌장어른은  웬 영문인지 몰라 캐여물었습니다.    “제가 워낙 감자를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죽기전에 감자를 실컷 구워먹으려고 그래요. 그럼 구렁이님도 배가 더 부를게 아니겠어요? 아가씨를 잡아먹던  큰 배인데  작은 아이가 들어가면 더 썰썰할수도  있으니까요.”     바위동굴속 구렁이는 고놈의 생각이 기특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마을의 촌장어른은  아이들이 있는 집을  돌아다니면서 한 아이에 감자 한알씩 모두 스물하나의 감자를 소쿠리에 받아  똥돌이에게 주었습니다.    “또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뭔데? 어서 말해라. 할수 있는거면 다 들어주마.”     구렁이는 다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제가 혼자 구렁이님한테 갈테니까 누구도 시끄럽게 따라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오냐오냐,  꼭 그렇게 해주마.”     마을의 촌장어른은  고개까지 힘껏 끄덕여보였습니다.     똥돌이의 말을  들은 구렁이는    “고놈, 정말 듣기 좋은 말만 하고있네. 마을사람들이 몰려와 울고불고할 땐 정말 귀찮았었지.” 하고 중얼거리며 흐뭇해했습니다.   이튿날아침, 똥돌이는 까무러친 어머니를 이웃집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마을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등뒤로 들으며 바위동굴께로 혼자 갔습니다. 똥돌이는 감자를 담은 소쿠리를 내려놓고 “구렁이님, 마을에서 제일 장난꾸러기인 제가 구렁이님의 한끼 밥이 되려고  왔어요.” 하고 웨쳤습니다.     “그래그래,  어디 보자.”     구렁이는 바위동굴밖으로 커다란 대가리를 내밀고 기다란 혀를 날름거리며 작은 눈으로 똥돌이를 여겨보았습니다. 조그마한 녀석이 눈물코물도 없이 동굴앞에 서있습니다.     “암, 참새는 작아도 고기가 별맛이라 하던가? 너도 작은것만큼  고기가 참 맛좋을거야. 아가씨들은 눈물코물 범벅이여서 먹기가 더러웠었는데 넌 깨끗해서 그대로 삼킨다 해도  비린내조차 안 나겠구나. 좀 아쉬운건  배가 찰것 같지 않을것뿐이지.”     “구렁이님, 그래서 여기에 감자  스물하나를 갖고 왔어요.”     “그거야 네가 구워먹을 감자가 아니냐?”    “옳아요. 그러나 이 감자는 그저 감자가 아니라 마을에 있는 스물 하나의  아이와도 같습니다. 제가 이 감자를 구워먹고나서 구렁이님 배속으로 들어가면 구렁이님은 온 마을의 아이들을 다 먹은것으로 되잖겠어요?”    “옳거니! 그래, 그렇지. 네가 작아서 배 한구석도 차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네 말을 듣고보니 아직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부른것 같구나.”    “그렇지요? 그러니 제가 이 감자를 얼른 구워먹을테니까 구렁이님은 좀 기다려주세요.”    “오냐.  난 아가씨를 하나 잡아먹고 한해동안 줄곧 잠만 자다나니  사실은 한해동안 줄곧 굶고있은거나 다름없단다. 지금 배가 몹시 고프지만 네 마음이 기특해서 좀 참고있을테니까 얼른 서둘러라.”     똥돌이는  나무삭정이를 주어다 수북이 쌓아놓고  그우에 감자도 놓고 주먹만한 돌멩이도 많이 주어놓았습니다.      “감자만 놓을거지  돌멩이는 왜 놔? 돌멩이도 구워먹을 셈이냐?”    “구렁이님두, 돌멩이를 어떻게 구워먹어요? 불을 지펴 돌멩이를 달궈야 감자가 빨리 구워지거든요.”    “알았다. 빨리 불을 지펴 굽기나 해라.”     구렁이는 짜증스레 말했습니다.    “예예, 시장하겠지만 좀 참아주세요.”    똥돌이는 얼른 부시돌을 쳐 불을 지펴놓았습니다. 나무삭정이가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윽고 감자가 굽히는 고소한 냄새가 났습니다.     똥돌이는 부지깽이로 익은 감자를 하나하나 파내서 껍질을 발라 감자를 먹는 한편 불덩이를 모아서 돌멩이를  따갑게  달궈놓았습니다.     “그 구운 감자냄새가 참 고소하다. 나도 먹고싶구나.”     구렁이의 날름거리는 기다란 혀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구렁이님두, 고기만 먹고 사시는분이 감자가 먹고싶다니요?  하지만 제가 감자를 다 먹은 다음 구렁이님이 저를  잡수시면 구렁이님도 감자를 먹은 셈이 되겠군요.”    “그래그래, 그렇지! 감자가 아직 몇개  남았느냐? 난 배가 고파 죽겠다. 빨리빨리 먹어치워.”     “예, 거의 다 먹었어요. 이제 네댓개만 더 먹으면 돼요.”    똥돌이는 마지막 한개의 감자까지 꿀떡 삼키고 일어나서 불룩한 배를 두드렸습니다.    “야, 배가 부르구나!”    “이놈아, 넌 배가 불러도 난 배가 고파 미치겠다. 얼른 내 입으로 들어오지 못할가?!”     “네,  당장 달음박질해 들어가겠어요.”     똥돌이는  주먹을 쥐고 뛰여가는체하다가 뚝 멈춰섰습니다.    “왜 그래?”     구렁이는 작은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았습니다.    “저... 구렁이님이 혀를 날름거리시기에 뛰여들다가 걸릴가봐서요. 혀를 좀 입안으로 거두어들이면 얼른 뛰여들어가겠는데... 그리고 눈을  뚝 부릅뜨고 보니까  무서워지네요. 제발 제가 마음놓고 구렁이님 배속으로 들어갈수 있게  잠간동안이라도 눈을 꼭 감고계셨으면 고맙겠어요.”     “알았다. 눈을 감아줄테니까 빨리  뛰여들기나 해라.”     구렁이는 눈을 감고 입을 쫙  벌렸습니다. 혀도 입바닥에 사려서 목구멍이 훤히 들여다보이였습니다.      바로 이때, 이때였습니다. 참으로 눈 깜짝할 새였습니다.     똥돌이는 번개같이 소쿠리에다 불에 달군 돌멩이를  담아가지고 구렁이한테로 달려갔습니다. 달려가서 곧바로 환히 들여다보이는 구렁이목구멍안에  가슴속의 분노까지 함께 확 쏟아넣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구렁이는 아이가 입안에 들어오는줄로 알고 그것을 꿀떡 삼켜버렸습니다.     “앗,  따가와! 이 애가?”     눈을 번쩍 뜬 구렁이는 아이가 소쿠리를 든채 코앞에 서있는것을 보고서야  속은 줄 알았습니다.    “아, 살려줘. 제발!”     구렁이는 이리 꿈틀 저리  꿈틀  몸부림을 쳤습니다. 분노에 달궈진 돌멩이가 구렁이의 배속에서 뿌지직뿌지직 타들어가고있었던것이지요.     “너 같은 놈은 일찍 죽어 없어져야 했던거야! 오늘은 끝장인줄 알아라!”     똥돌이의 야무진 목소리가 바위동굴속에서 메아리쳤습니다.    구렁이는 죽겠다고 뒹굴었습니다. 꼬리가 동굴의 이쪽벽에  쾅 부딪치고 저쪽 벽에  쾅 부딪치군  했습니다.     바위돌이 부서져 여기저기 날리고 살이 찢겨져 바위돌에 붙었습니다.       드디여 바위동굴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구렁이가 그속에 묻히고 뻘건 피가 내물처럼 좔좔 흘러내렸습니다.    그 뻘건 피는 구렁이의 피가 아니였습니다. 몇백년동안 구렁이에게 억울하게 죽은 숱한 아가씨들의 피눈물이였지요.     똥돌이는 휘파람을 휘휘 불며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똥돌이가 살아서 돌아오다니?”    “아니, 저건 똥돌이의 귀신일거야. 귀신이다!”    똥돌이가 구렁이에게 잡혀먹힌줄로만 알고있던 마을사람들은 똥돌이를 보자마자 귀신이라고 모두들 도망을 쳤습니다.     다만 까무러쳤던  똥돌이  어머니만은 달랐습니다.    “어디 보자, 내 아들이  살아오다니?”    똥돌이 어머니는 신도 신을 새 없이  달려가 똥돌이를  품안에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얼마뒤 마을사람들은  바위돌에 깔려죽은 구렁이를  제눈으로  보고나서야 똥돌이가 구렁이를 죽이고 살아왔다는것을 알게 되였답니다. ♡                                                                                                      
25    풍선아이(동화).....강길 댓글:  조회:1608  추천:0  2014-12-06
 풍선아이                           “엄마, 내 양말!”                       “예이, 왕자님. 여기 있사옵니다.”               엄마는 아들의 부름소리를 듣자마자 곧 왕실의 시녀같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그래서 하늘같이 받들려고 이름도 아예 김하늘이라고 지었답니다.                    엄마는 하늘이에게 양말을 신기고나서 아주 깍듯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묻습니다  “왕자님, 또 무슨 분부가 있사옵니까?”                       “오늘 시간표대로 내 책가방 챙겨줘. 그리고 쵸콜레트 사탕도 몇줌 넣어줘.”                          하늘이의 말소리는 젖내가 납니다.                         “예이, 알겠나이다. 왕자님!”                         엄마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찰랑입니다. 하늘이의 모든 시킴이 싫지 않고 달가운가봅니다. 엄마의 손놀림이 날랩니다. 어느새 하늘이의 시킴대로 척척 해치웁니다.                       한 미용원의 원장인 엄마는 돈도 잘 벌어서인지 10원짜리 두장을 용돈으로 하늘이의 호주머니에 넣어줍니다.                            “빵- 빵-”                    밖에서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울렸습니다. 하늘이의 아빠가 학교로 가자고 알리는것이랍니다.                     아빠는 한 광고회사의 사장인데 자가용승용차를 갖고있습니다.                    하늘이는 아침에는 아빠의 승용차에 앉아 학교로 가고 저녁에는 택시를 잡아타고 돈 팔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과 학교가 엎디면 코 닿을 거리이지만  걸어다닐줄 모르는 아이랍니다.               하늘이는 맨몸으로 집을 나오고 엄마는 책가방을 들고 뒤따라 나옵니다.                    승용차에서 내린 아빠는 차문을 열어주며                    “왕자님, 어서 오르세요.”   하고 허리를 굽혔습니다.                    아빠도 하늘이를 왕자님이라 부릅니다. 눈치를 살피며 외아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마음을 씁니다.                아빠는 하늘이가 차에 오르니 얼른 차문을 닫고 안해에게서 책가방을 받아가지고 운전석 차문으로 오릅니다.                     “왕자님, 빠이빠이!”                      엄마는 차창안을 들여다보며 손을 흔듭니다.                     “빨리 가자, 아빠.”                  하늘이는 엄마의 인사에는 아무 대꾸도 없이 짜증스레 말했습니다.                      “예이, 왕자님!”                       아빠도 엄마와 다를바없이 하늘이에게  굽실거립니다.                        부르릉...  승용차는  씽- 달립니다.                        김하늘의 4학년 4반은 학생이 모두  42명. 김하늘은  여느 애보다 몸이 부풀어서 뚱보입니다. 학습성적은 반장인 민수와 큰 차이가 없고요.                      민수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강의를  귀담아듣고 제 머리를 써서  숙제도 참답게 하기에 성적이 좋습니다.                하늘이는 선생님의 강의를 귀등으로 들으며  옆에 앉은 동팔이와  쏘곤쏘곤 장난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요일이나   방학이면 돈을 팔아 여러 학원을 다니기에  그런대로     학습성적이 괜찮습니다.                    점심에는 모든 학생이 학교식당의 밥을 먹습니다. 대개 입쌀밥에 남새에다 고기나 닭알을 볶은 반찬입니다.                      그러나 하늘이는 자기 몫은  먹보인 동팔이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심부름을 시켜  학교밖 상점의 빵과 우유를 사다 먹습니다.                      “옜다, 쵸콜레트사탕이다. 혼자 먹지 말고 내가 준거라고 하면서 여러 애들에게 나눠줘.”                       하늘이는 아침에 집에서 가져온 쵸콜레트사탕을 동팔이에게 줍니다. 반 애들의 마음을 끌어  다음번 반장뽑기에서  민수를 이기려는 속셈이 있기때문이죠.                       하늘이의 엄마는 한때 외아들을 음악가로 키운다면서 그에게 값비싼 피아노를 사주기도 했었습니다.              월드컵을 맞아 온 나라에 축구열이 높아지니 그를 마라도나 같은  10번 공격수로 키운다면서 꼬마축구학원에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뭐나 시작하면 얼마 안가 싫증을 느끼고마는 하늘이고 또한 그러다나니 뭐나 조금은 하는듯한 하늘입니다.                       이제 와서 또 하늘이의 엄마는 아들이 공부도 괜찮고 휩쓸려 다니는 친구도 많으니 이담 커서 남을 다스리는 큰 인물 - 지도자가 될 감이라면서 꼭 민수를 밀어내치고 반장이 되라고 부추기고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이는 날마다 쵸콜레트사탕을 몇줌 갖고 와서 학급 애들의 마음을 달콤하게 녹여주는 일을 항상 잊지 않고 있는것이랍니다.                          6월 1일이 되였습니다.                      “어린이날” 00돌을 맞아 새세기광장에서 전 시 여러 학교 학생들의 행진이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구경군이 되여 거의 관람석을 꽉 메웠는데 그속에는 하늘이의 엄마아빠도 끼여있습니다.                      김하늘이네 학교 학생들은 저마다 두손에 고운 풍선을 하나씩 쥐고 행진합니다.                    빨간 풍선, 노란 풍선, 파란 풍선, 하얀 풍선... 그야말로 아롱다롱한 풍선바다입니다.                        4학년 4반 행렬에는 반장인 민수가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하늘이는 동팔이와 어깨 나란히 걸어가면서 속으로                  (민수의 저 자리가 내 자리인데... 반장 바꾸기가 진작 있었더라면 엄마아빠는 내가 앞장에 서서 걸어가는것을 손벽치며 보고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만 오른발이 왼발에 걸려 몸이 기우뚱했습니다.                        “왜 그래?”                         동팔이가 눈치 빠르게 물었습니다.                   “몸이 뜨는것 같애.  발밑에 용수철이 붙어있는것처럼 말이야.”                     “웃기고있네. 풍선을 쥐였으니까 몸이 뜨는 느낌이 드는거겠지. 풍선을 놓아버리면 괜찮을거야.”                           동팔이는 씨익 웃습니다.                          4학년 4반이 사열대앞을 지날 때 와아-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풍선이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빨간 풍선… 노란 풍선… 파란 풍선… 하얀 풍선... 가지각색의 풍선바다…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이가  풍선과 함께 하늘로 둥둥 떠오르고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엄마, 날 살려줘...아빠, 날 살려줘…”                             하늘이는 겁먹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광장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삼켜버려져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마나, 저걸 어쩌나? ” “어어어, 저걸 어쩌지? ”                             동팔이는 물론 4학년 4반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사열대에 높이 앉은  어르신들도 놀라서 눈이 빠져나올듯 휘둥그래졌습니다.                      광장에 모인 학부모들도 마음이 조마조마, 걱정스레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게 뉘 집 아인가?” “아이구, 기차라. 별일도 다 있네...”                             “저 애 부모도 지금 보고있는지?”                       하늘이는 공중으로 떠오르는 풍선무더기속에서 진짜풍선아이가 되여  높이높이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가슴속에 “들뜬 바람”이 들어찰대로  들어찬 하늘이는 겉보기엔 뚱보여서 무게가 있는듯했으나 기실은 속이 텅 비고 마음이 풍선처럼 가벼운 아이였던것이지요.                          하늘이의 엄마아빠도 풍선아이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올려다보고있었지만 그 애가 자기들의 외아들 - 김하늘인줄은 아직 모르고있었습니다. ♡                 
24    서글픈 백만장자(동화).....강길 댓글:  조회:2093  추천:0  2014-12-06
       서글픈 백만장자                                  -20세기의 마지막 동화                                                               높고낮은 층집이 수풀처럼 빽빽이 들어선 어느 도시에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한 백만장자가 있었습니다. 그 도시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그의것이였고 몇백리밖의 천하명승지 해달산에는 멋진 별장도 있었습니다.          백만장자는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눈덩이를 굴리듯 굴려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뼈속에 아로새기고 통이 크면서도 깐지게 사업을 벌려 늘그막에 이르러서는 그 재산이 헤아릴수 없이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백만장자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재산에서 가끔 아들딸에게 돈을 손톱만큼 떼여주군 하면서 “눈덩이를 굴리듯 굴려라.” 하고 아버지가 하던대로 당부했습니다.             손톱만큼한 돈이란 백만장자에게는 적은것이였으나 평민으로 말하면 한뉘 벌어도 다 못 벌 그렇게 많은것입니다.              백만장자의 아들과 딸은 그 돈을 세계유람이나 다니며 물 쓰듯 써버리군 했습니다.              백만장자는 그런 아들과 딸을 나무람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다물은 쓰면 바닥이 날수 있을지언정 그의 호주머니의 돈은 쓰고써도  꼴딱꼴딱 채워지기때문이였습니다.            백만장자는 참으로 세상에 부러운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았습니다. 돈만 내밀면 모든것이 하고싶은대로 척척 되여졌습니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딱 한가지만은 돈으로 되지 않았으니 그것은 먹기 싫은 나이를 해마다 한살씩 주어먹는것이였습니다.             백만장자는 머리카락이 다 빠져 대머리가 되고 뒤통수에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였습니다. 이마에는 보기 싫게 주름살이 패이고 이발도 하나 둘 흔들리고 빠져버렸습니다. 그러니 백만장자는 이젠 늙은이가 된것이지요.          사람이란 엄마몸에서 아기로 태여나 젖 먹고 자라서 어린이가 되고 어린이가 젊은이로, 젊은이가 늙은이로 되여 나중에는 누구나 죽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백만장자는 죽고싶지 않았습니다. 아마 돈이 다 쓸수 없도록 그렇게 많고많았기때문에 영영 죽고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백만장자는 젊음을 되찾는데라면 돈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만장자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미국 뉴욕치과병원에 가 틀이를  특제해서 맞춰넣었습니다. 젊었을 때 멋으로 씌웠던 금이발까지 다 빼버리고 맞춰넣은 흰 틀이는 세상 어느 명배우의 이도 따를수 없이 고왔습니다.           백만장자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일본 도꾜머리방에 가서 머리도 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진 구멍 하나하나에 젊은이의 머리카락을 박아넣고 흰 머리카락도 싹 뽑고 그 자리에 검은 머리카락을 심었습니다. 그러니 이젠 머리가 숱이 많고 까마반지르했습니다.            백만장자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프랑스 빠리미용원에 가서 주름살을 없애는 정형수술도 했습니다. 수술칼이 아니라 무슨 빛을 얼굴에 쐬니 마치도  다리미로 구겨진 옷을 다린듯 눈가와 입가의 잔주름은 물론 밭고랑 같던 이마주름도 가뭇없이 사라져서 온 얼굴이 반반해졌습니다.            그리고 백만장자는 중국 어느 왕궁의 비방으로 만들었다는 장수보약을 사서 날마다 밥 먹듯하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아감각이 좋아진 백만장자는 거울을 보며 자기가 늙은이인것이 아니라 마흔안팎의 중년쯤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만장자는 뻔질나게 무도장에 다녔습니다. 그가 무도장에 나서면 숱한 아씨들이 그와 춤짝이 되려고 앞다투어 달라붙었습니다.            아씨들은 그가 자기 할아버지벌이 되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르다 못해 나중에는 “오빠, 오빠.” 하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백만장자가 자기 춤짝에게 팁을 두둑이 찔러준다는것을 잘 알고있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백만장자는 노래방에는 절대 다니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다가 틀이가 빠져나가는 날이면 허울이 벗겨질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백만장자는 아이들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길가에서 또는 공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천진한 아이들은 곧이곧대로 그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었기때문입니다.           그러니 백만장자의 딸과 아들이 이미 시집장가를 갔으나 아직 자식이 하나도 없는것이 그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백만장자는 비록 돈을 팔아 겉치레로 젊음을 꾸미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자기가 늙었다는것을 서글퍼할 때가 많았습니다.             백만장자는 이미 마음도 늙어있었던것입니다.       어느날 저녁무렵,  백만장자는 바람이나 쏘이려고 자가용승용차에 앉아  강뚝으로 나갔습니다. 강물은 거침없이 출렁출렁 흐르고있습니다. 세월은 류수와 같다더니 인생이 늙어가는것이 한스러웠습니다.           백만장자는 강뚝을 거닐다가 책가방을 메고 걸어오는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 애는 이따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고있었습니다.            (요 계집애 왜 우는걸가? 누구한테 맞아서? 아니면 뭘 사먹으려던 돈을 잃어버리구?... 내가 왜 이런걸 생각하는거지? 아무튼 우는 애를 보니 내 마음 더 슬퍼지네. 애들 울음은 지나가는 해비와 같지만 나의 슬픔은?... 내 나이도 이 애만 했으면... 혹시 내 나이와 이 애의 나이를 바꿀순 없을가?...)            백만장자는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굴리다가 저도 모르게 호주머니의 돈을 꺼내 소녀에게 쑥 내밀었습니다.            “옜다, 얘야. 이 돈을  가져라.”            주춤 멈춰선 소녀는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웬 낯모를 할아버지가 제일 큰돈인 백원짜리 한장을 내들었기때문입니다.              “저한테 주는거예요?”              “그래그래, 너한테 주는거다.”              “이렇게 큰돈을요?”           소녀는 진짜로 큰돈을 보고 놀라와했으나 백만장자는 자기가 겨우 백원짜리 한장을 꺼냈다는것을 알고 당황해졌습니다.               “아니, 여기 또 있다. 나한테 돈은 얼마든지 있어.”                백만장자는 부랴부랴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몇장을 더 꺼냈습니다.             “고마와요, 할아버지. 하지만 저의 엄마아빠는 남이 주는 돈을 함부로 받지 말라고 했어요.”                소녀는 감장눈을 깜빡이며 살래살래 머리를 저었습니다.                “엉? 어어어, 그래그래 참...”             백만장자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말을 얼버무리였습니다. 돈으로 나이를 바꾼다는것은 있을수도 없는 일이고 또한 남에게 돈을 주려다가 퉁을 맞아보기는 처음이였기때문입니다.                “너 왜 울었지?”               백만장자는 슬그머니 돈을 호주머니에 도로 넣으며 딴전을 부렸습니다.                  그 물음에 소녀는 손등으로 눈을 한번 문지르고 “저의 짝꿍 미경이가 몹쓸 백혈병에 걸려 지금    A시 큰 병원에 가있는데 그만 돈이 다 떨어져 치료를 중지하게 됐대요. 이 소식을 듣고 우리 반 애들은 앞다투어 돈을 내놓았는데 저도 돼지저금통까지 다 깨서 그속의 돈 86원을 몽땅 바쳤어요. 이렇게 우리 반에서 모은 돈이 겨우 1천4백 99원밖에 안되니 요까짓 돈으로 어떻게 미경이를 살리겠어요? 그래서 안타까운 생각에 눈물이 나서...” 하고 울먹울먹해 대답했습니다.                백만장자는 그제야 이 소녀가  남을 위해서 울었다는것을  알았습니다.                   “그럼... 이 돈도 받아서 거기에 보태거라.”                  백만장자는 호주머니에 넣었던 그 백원짜리 몇장을 또 꺼냈습니다.                 “고마와요, 할아버지. 그럼 할아버지께서  래일 우리 학교에 오셔서 내놓으세요. 우리 반 애들이 모두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릴거예요. 우리 학교는 남산소학교, 우리 학급은 5학년 6반, 저의 이름은 꽃분이구요.”               꽃분이는 고운 눈을 깜박이며 백만장자에게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나서 깡충깡충 집으로  뛰여갔습니다.                    그날 밤, 백만장자는 쉬이 잠들지 못했습니다. 딴 때는 어떻게 하면 남의 호주머니속 돈을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오게 하겠느냐 하는 속셈으로 하여 잠을 설치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자기 호주머니속 돈을 남에게 줄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있었습니다.                  백만장자에게 있어서 그 백원짜리 몇장은 그의 손톱만큼한 돈에서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겨우 보일가말가할 티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꽃분이라는 소녀가 곱다랗게 백원짜리 몇장을 받아갔더라면 그는 꽃분이와 있었던 일을 진작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을것입니다.                  그런데 꽃분이가 래일 자기 학교에 와달라고 했기에 안 가면 몰라도 가기만 하면 “나한테 돈은 얼마든지 있어.” 하고 큰소리까지 빵빵 쳤던 자신이니 백원짜리 몇장으로는 백만장자의 체면이 설것 같지 않았습니다.               백만장자는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미경이란 애의 치료비를 아예 자기가 다 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 치료비가 백만장자에게 있어서는 손톱만큼도 안될 돈일지는 모르지마는 그가 이처럼 뜻있는 일에 돈을 내려고 마음먹기는 난생처음이였습니다.               이튿날, 백만장자는 먼저 남산소학교에 전화를 친 다음 자가용승용차에 앉아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문앞에 이르니 벌써 한떼의 학생들이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있습니다. 맨앞에 선 애가 어제 만났던 꽃분이입니다.              백만장자는 승용차에서 내려 꽃분이에게 2만원의 수표를 넘겨주었습니다.                     “먼저 2만원을 그 백혈병에 걸린 미경이의 치료에 쓰도록 해라. 그리고 이것은 내 명함장인데 전화번호가 적혀있으니 돈이 모자라면 아무때든 나한테 전화를 쳐라.”                  백만장자는 꽃분이에게  명함장까지 주고나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가지 마세요, 할아버지!”                    꽃분이는 백만장자의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꽃분이네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을 비집고 나와 백만장자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 교실에 모시고싶습니다. 바쁘시더라고 좀 앉았다 가주세요.”  백만장자는 그 고운 목소리에 끌려 어쩔수 없이 꽃분이네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흑판에는 두줄의 글자가 큼직하게 씌여져있습니다.                                                할아버지, 반갑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백만장자는 할아버지란 글자가 마음에 거슬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눈에 자기가 분명 할아버지로밖에 보이지 않을것이니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꽃분이네 담임선생님이 미경이와 미경이의 부모를 대신하여 그리고 학급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여 한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큰돈을 선뜻 내놓으신 할아버지의 고상한 정신을 찬양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꽃분이가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어렸을 때의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예?”                       뒤따라 모든 학생들이  짝짝짝-  손벽을 쳤습니다.                  백만장자는 저으기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제까지 자나깨나 돈벌이에만 골머리를 썩이다나니 자기의 어린 시절을 한번도 돌이켜볼 겨를이 없었던 그였습니다. 백만장자는 마치도 자기에게는 어린 시절이 있은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담 얘기하지. 오늘은 시간이 없어요.”                       백만장자는 이렇게 핑게를 대고 교실을 나섰습니다.                    꽃분이네 담임선생님은 백만장자를 학교문밖까지 바래면서 그에게 자기 학급의 명예학부모가 되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백만장자는 어정쩡해서 고개를 끄떡이였습니다. 그날 밤, 백만장자는 또 쉬이 잠들수 없었습니다. 꽃분이네 학급 명예학부모로 추대된것은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나 이미 새까맣게 까먹은 자기의 어린 시절이 어슴푸레 떠올랐기때문입니다.                   아마 백만장자가 꽃분이 나이만 할 때의 일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줄타기를 노는 계집애들의 고무줄을 심술궂게 채가지고 씽 내뛰다가 그만 넘어져서 무릎을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빨간 피가 방울방울 맺힌 무릎은 아리고 쓰렸습니다.                       뒤쫓아온 한 계집애는 고무줄을 확 빼앗고 “쌘통맨통”하면서 고소해하였는데 다른 한 계집애는 얼른 하얀 손수건을 꺼내 피나는 무릎을 싸주면서 “몹시 아프지?” 하고 같이 아파해주었습니다.                        백만장자는 누나같이 여겨지던 그때의 그 하얀 손수건 임자의 얼굴을 눈앞에 떠올려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랜 때의 일이여서 도무지 눈에 잡히지를 않습니다.                          백만장자는 그 하얀 손수건의 임자를 지금 만날수만 있다면 그때의 그 고마움을 톡톡히 보상해주고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늙어서 할머니가 됐을 그 하얀 손수건 임자를 어디 가서 찾는단 말입니까?                           백만장자의 눈앞에는 왜서인지 꽃분이와 그의 담임선생님 얼굴이 얼른거립니다. 마치도 그들의 얼굴이 그 하얀 손수건 임자의 얼굴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하얀 손수건 임자에게 이제는 갚으려 해도 갚을수 없는 그 보상을 그들에게 하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백만장자는 오늘 본 꽃분이네 학교 5층 건물이 콩크리트 “옷”을 입고있어서 거무튀튀한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하얀 타일로 산뜻하게 “새옷”을 입혀주어 그들을 기쁘게 해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만한 일은 자기의 재산에서 돈을 손톱만큼도 안되게  내놓아도 쉽게 될수 있는 일이였습니다.                      꽃분이네 학교에서는 백만장자의 고마운 마음을 받아들여 여름방학동안에 학교를 새 모습으로 단장해놓았습니다.                         개학식날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 백만장자를 명예교장으로 추대하는 의식을 가졌습니다.                  꽃분이가 전교 학생들을 대표하여 감사문을 읽었는데 가끔가끔 “할아버지께서는” 하는 말이 튀여나왔으나 백만장자는 할아버지란 부름이 더는 듣기 싫지가 않았습니다.                    명예교장이 되여 주석단에 자리한 백만장자는 학생들이 앉아있는 학교운동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에는 운동장이 무척 비좁습니다. 운동장이 벽돌담으로 둘러싸이고 담밖에는 높은 아빠트가 솟아있어 더구나 손바닥같이 작아보였는지 모릅니다.                    백만장자는 어릴 때 자기가 다니던, 키높은 백양나무가 운동장을 둘러싼 아담한 학교가 떠올랐습니다. 넓은 운동장밖에는 풀밭이 있고 풀밭을 지나면 개울이 있어 무더운 한여름에는 물속에 풍덩 뛰여들어 물장구를 치며 재미나게 놀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벽돌담안에 갇혀 무슨 재미가 있을가?                   “다음은 명예교장할아버지께서 보귀한 말씀이 있겠습니다.”                백만장자는 교장선생님의 부름을 듣고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습니다. 운동장에 줄을 맞춰 앉은 어린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힘껏 손벽을 치고있습니다.                     (무엇을 말해야 할가?...)                  연단에 나선 백만장자는 한동안 말머리를 찾지 못하고있다가 드디여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이 학교의 명예교장이 된 이상 앞으로 진정 명예교장답게  학생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한두가지 하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학교둘레에 있는 아빠트를 사서 허물어버리고 운동장을 넓히려 합니다. 동쪽에는 체육관을 지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을 할수 있게 하고 서쪽에는 수영장을 만들어 학생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수 있도록 해주겠습니다...”                운동장이 떠나갈듯한 박수소리, 환호소리가 하늘에 메아리쳐갔습니다.              학교로 말하면 이는 엄두도 못낼  일이 아닐수 없었으나 백만장자에게는 자그마한 한두가지 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재산에서 새끼손가락만큼한 돈이면 다 될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빠트를 내놓아야 할 임자들과 도시건설을 주관하는 시장님과의 협상이 있어야 하는 일이므로 두고봐야 했습니다.                     그뒤 백만장자는 틈만 있으면 학교에 와서 이것저것 살펴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수건돌리기놀이를 하거나 공차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공차기를 할 때에는 백만장자가 문지기를 섰는데 움직임이 느리여  공을 잡기보다는 몸에 맞아 틩겨나갈 때가 더 많았습니다.                    어느덧 한해가 다 흘러 섣달 그믐날이 되였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백만장자에게 새해맞이모임에 모시려는 전화나 초대장이 왔습니다.               그가운데서 몇가지를 살펴보면 시장님이 청한것은 정부차원의 모임이고 무도협회에서 청한것은 민간단체의 모임이고 꽃분이네가 청한것은 어린이들의 학급모임이였습니다.                한날한시에 갖게 되는 모임인지라 몸이 하나뿐인 백만장자는 한곳밖에 갈수 없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가? ...) 백만장자의 마음은 왜서인지 어린이들에게로 기울어졌습니다. 꽃분이가 보낸 글쪽지에는 “나이 한살 더 먹기 새해맞이모임”이란  주제가 똑똑히 밝혀져있었습니다. 나이 한살 더 먹는다는것이 아이들에게는 자란다는 뜻에서 기쁨이 되겠지만 늙은이에게는 죽음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백만장자는 이제는 나이 한살 더 먹는것이 무섭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것을 기쁘게 지켜보면서 먹게 되는 나이였기때문입니다.                    백만장자는 시장님과 무도협회 회장에게 미안하다는 전화를 치고는 꽃분이네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에는 꽃분이네 학급만 불이 켜져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꽃분이가 교문에서 백만장자를 맞아주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기전에 꽃분이는 고운 눈을 깜빡이며 백만장자에게 “할아버지, 오늘밤만은 뭐든지 우리 말을 들어야 해요. 어때요?” 하고 속살거렸습니다.                         “그래, 그러구말구. 오늘밤만이 아니라 아무때든…” 백만장자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도 얼굴에 웃음을 띠였습니다.                         그러자 꽃분이는 수건으로 백만장자의 두눈을 싸맸습니다.                         “잠간 눈을 감고계셔야 돼요.”                         “그래,  알았어.”                      백만장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든 이제는 그저 그냥 흐뭇해지는 마음입니다. 아니, 백만장자는 진작 아이들 마음이 되여져있었습니다.                   “이제 할아버진 ‘심봉사’가 된거예요. 제가 ‘심봉사’의 지팽이가 되여 할아버지를 교실로 모시겠어요. 자, 들어갑시다.”                         꽃분이는 백만장자의 손을 잡고 앞에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백만장자는 꽃분이가 무슨 놀이를 하려나 궁금하게 생각하면서 이끄는대로 걸었습니다. 꽃분이가 “심봉사”를 모시고 교실에 들어서자 하하하- 호호호-  웃음소리가 터졌습니다.                         꽃분이는 “심봉사”를 이미 마련해놓은 걸상에 앉혔습니다.                 이윽고 교실안이 조용해지자 꽃분이의  챙챙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오늘 우리는 백만장자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이 한살 더 먹기 새해맞이모임’을 갖게 됩니다. 언젠가 할아버지께서는 저한테 가만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돈으로 나이를 서로 바꿀순 없을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셨다고요. 아이들은 웃으면서 나이를 먹고 늙은이는 울면서 나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 우리가 웃으면서 먹는 나이를 마음씨 좋은 백만장자할아버지의 나이에서 한살씩 떼여가져 우리의 할아버지를 우리와 동갑으로 만들어드리고싶습니다.                     지금 막 묵은해가 물러가고 새해가 다가옵니다.                    새해 종소리가 땡땡 울릴 때까지 할아버지께서는 어린이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첫번째 종목은 ‘심봉사’와 ‘심청이’의 만남으로 막을 열겠습니다.”                  꽃분이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속에서 “심청이”가 나와 “심봉사”의 품에 안겼습니다.                    “할아버지...”                     “심청이”는 목이 메여 어깨를 들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얘야, 넌 왜 이 기쁜 날에 우는거냐?”                      백만장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다그쳐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고마와요... 전, 전, 백혈병이 다 나아 오늘 비행기로 돌아왔어요...”                     “아니, 그럼 너 미경이가 아니냐? 어, 어디 보자!”                    백만장자는 눈을 싸맨 수건을 와락 벗어내치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 바람에 백만장자의 입에서 틀이가 튕겨나가고 머리에 오리오리 심어놓은 머리카락이 날아나고 반반하게 다려놓은 얼굴 살가죽도 쫙 찢겨져나갔습니다.                 아울러 서로 손을 잡고 마주 쳐다보며 선것은 “심봉사”와 “심청이”인것이 아니라 죽다 살아난 미경이와 아이로 탈바꿈한 백만장자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이며 담임선생님이며 꽃분이와 모든 학생들의 눈은 놀라움과 기쁨에 휘둥그래졌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앞으로 기자가 되겠다는 한 아이가 얼른 카메라의 샤타를 눌러 찰칵-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튿날, 그 도시《저녁신문》 일면에는 “20세기의 마지막 동화”란 제목의 톱기사가 실렸습니다.                     옛날옛적 심봉사는 죽었다던 딸 청이를 만나는 순간 멀었던 눈을 번쩍 떴다면 오늘날 한 백만장자할아버지는 어린이들을 너무너무 좋아해 섣달 그믐날에 허울을 벗고 아이로 다시 태여났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한가운데에는 백혈병에서 살아난 미경이와 어린이로 탈바꿈한 백만장자가 두손을 꼭 잡고 선 사진까지 곁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신문이 21세기 첫해 첫날부터 또 거짓말을 한다고 머리를 흔들었답니다. ♡           
23    다시 뜬 눈(동화).....강길 댓글:  조회:1661  추천:0  2014-12-06
 다시 뜬 눈      자전거를 타고 가던 강아지 아아와 고양이 양양이는 골목길 모퉁이에서 맞부딪쳐 그만 둘 다 넘어지고말았습니다.     아아는 손바닥에 생채기가 생기고 양양이는 무릎에 퍼런 멍이 들었습니다.     “눈이 멀었니?”     아아는 일어서면서 발끈 화를 냈습니다.    “네가 눈이 멀었어!”     양양이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아아와 양양이는 목에 피대를 세워가지고 “네가 눈이 멀었다!”, “네가 눈이 멀었어!”, “너다!”, “너야!” 하며 아옹다옹 다투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려서야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제가끔 제 집으로 돌아간 아아와 양양이는 온밤 꿈에서까지도 “네가 눈이 멀었다!”, “네가 눈이 멀었어!”, “너다!”, “너야!” 하며 옥신각신하였지요.     이튿날, 꼬꼬수탉이  꼬끼오- 하고 새날을 알리는 나팔을 불자 붉은 해님이 동산 우에 둥실 솟아올라 온 세상이 환해졌습니다.     아아는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죠? 눈은 떠도 캄캄, 감아도 캄캄, 눈앞은 밤처럼 새까맣기만 합니다.     하품을 하면서 눈을 뜬 양양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은 있으나마나  뜨나마나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였지요. 아아와 양양이는 하루밤새에 눈이 멀고말았던것이랍니다.     “내 눈이 보이지 않아요.”      아아는 눈이 안 보인다고 눈을 쥐여뜯으며 엉엉 울었습니다.     “내 눈이 보이지 않아요.”      양양이도 눈이 안 보인다고 눈을 비비며 앙앙 울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속이 타고 바빠맞은것은 그 두집의 엄마와 아빠였습니다. 몸이 천냥이라면 눈이 팔백냥이 된다고 합니다. 눈은 그만큼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멀쩡하던 자식의 눈이 갑작스레 멀어버렸으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입니까.                        * * *   * * *   * * *   아아의 엄마아빠는 집까지 다 팔아가지고 우주비행선을 타고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별나라의 새별눈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선생님, 우리 애의 눈이 갑자기 멀어버렸어요. 다시 볼수 있게 고쳐주세요.”     “근심 마십시오. 우리 병원은 고치지 못하는 눈병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설사 눈이 곯아빠졌다 하더라도 별을 바꿔넣으면 항상 새별처럼 반짝이는 눈이 된답니다.”     이마가 닭알처럼 쭉 벗어진 의사선생님이 자신만만해서 하는 말이였지요.     (이젠 내 눈이 낫겠구나.)     아아는 못내 기뻐서 저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피여났습니다.     그런데 새별만능기계로 아아의 눈을 찬찬히 검사하고난 의사선생님은 대머리를 살살 긁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참 모를 일이야. 눈엔 아무런 이상도 없잖아?”     그러다가  음- 하고 알았다는듯 아아의 이마를 톡 튕기며  말을 이었습니다.    “이 애는 꾀병을 하고있어요.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가십시오.”     “뭐, 뭐라구요?”     아아는 너무도 억울하여 갑자기 눈물을 좌르르 쏟고말았습니다.     * * *   * * *   * * * “오늘 내리는 비는 왜 이리 뜨스할가?”     엄마아빠와 함께 높고높은 구름산에 올라 하느님께 치성을 드리고있던 양양이는 그 눈물을 비물인줄로 알고 중얼거렸습니다. “얘야,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있니?” “한맘한뜻으로 하느님께 빌고빌어야 눈이 보인다고 하잖아?”      양양이의 엄마아빠가 양양이를 나무랐습니다.     “예,  알았어요.”      양양이는 또다시 무릎을 꿇고 손을 싹싹 비비였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께 비나이다. 멀어버린 저의 눈에 해살 한오리를 뽑아다 넣어주옵소서. 별빛 한오리를 뽑아다 넣어주옵소서. 다시다시 밝은 세상 보게 하여주옵소서...”    양양이가 갑자기 눈이 멀자 의학보다는 팔자를 더 잘 믿고있는 양양이의 엄마아빠는  점쟁이할미를 찾아갔었습니다.   점쟁이할미는 양양이의 나이와 태여난 시간을 물어보고나서 입속으로 중얼중얼하더니 양양이는 날을 잘못 받고 태여난 아이기에 그런 화를 입었다는고 하는것이였습니다. 그러니 구름산에 올라 하느님만 믿고 하느님께 빌어야 눈이 보일것이라고 눈이 보이는 그날이면 양양이가 다시 태여나게 되는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점쟁이할미의 말을 곧이듣고 구름산에  오른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틀이 지났습니다. 사흘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보이겠지.”, “오늘은 보이겠지.” 하고 되뇌이며 손이 닳도록 -하느님께 빌고빌었으나 정성이 모자라서인지 나흘이 지나고 닷새가 지나도 눈은 그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갖고 갔던 쌀도 다 떨어져서 굶고있느라니 배에서는 밥을 달라고 꼬르륵꼬르륵 잇달아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보지 못하고는 살아도 굶고는 못살겠어요.”     양양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고 졸랐습니다.     엄마아빠는 하는수 없이 양양이를 데리고 구름산을 내렸습니다.    * * *   * * *   * * *    별나라에 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아아네는  세집살이를 했습니다.     엄마아빠가 돈벌이를 나가면 아아는 혼자 방안에 꾹 박혀있었습니다. 워낙 바깥에서 뛰놀기 좋아했던 아아는 이렇게 눈이 멀어 사느니 죽기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맛도 잃어져 먹는둥마는둥했습니다. 양양이도 만날 집안에 꾹 박혀있었습니다. 그러나 밥만은 잘 먹고 잠도 잘 잤습니다.     어느날이였습니다.     혼자 집을 지키고있던 아아는 죽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빨래줄에 목 매 죽을가? 아니, 주검을 찾지 못하게 강에 빠져 죽어야지...)     아아는 이렇게 생각하고 집을 나와 더듬더듬 길을 걸었습니다. 하늘에는 해가 떴으련만 해가 보이지 않고 거리의 집들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오리의 바람만 살랑살랑 불어와 달아오른 아아의 이마를 조금씩 식혀줄뿐입니다.     아아의 눈앞에는 잊혀지지 않는 갖가지 일들이 언뜻언뜻 스쳐갔습니다. 재미있던 일… 괴로왔던 일...     아, 이 길이 아니였을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마주오는 자전거와 부딪쳐 넘어졌을 때 “눈이 멀었니?” 하고 남부터 탓했던 일이 새삼스레 떠올랐습니다.     (그 애야 나처럼 눈은 멀지 않았겠지?...)     이제 생각하니 남에게 못할 말을 던진 그때의 자기가 미워졌습니다.     이때 양양이도 이 길을 더듬더듬 걸어오고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낮잠만 콜콜 자던 양양이는 오늘따라 웬 일인지 잠이 오지 않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마치도 누가 부르기라도 하는듯 바깥으로 나왔던것이지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등을 밀어줍니다. 한걸음 두걸음... 그러나 지금 자기가 어디로 가고있는지 몰랐습니다. 양양이도 자기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마주오는 자전거와 부딪쳐 넘어졌을 때 “네가 눈이 멀었어!” 하고 남에게 못할 말을 던진 그 일이 문득 생각나 저도 몰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땐 내가 왜 그리도 매정했을가?...)     이런 생각을 굴리며 더듬더듬 걷던 양양이는 뭔가에 탁 이마를 부딪고 흠칫 놀랐습니다. 얼결에 “아차!” 하는 소리가 입에서 튀여나왔습니다.     그때 앞에서 누군가     “미안해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제야 양양이는 자기가 전선 대거나 돌담에 부딪친게 아니라는것을 알았습니다.     “미안해요! 참으로 미안해요!”     양양이도 얼른 사과를 했습니다.     순간 양양이는 눈앞이  밝아졌습니다.     아아도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습니다.      “아, 보인다!”     아아와 양양이는 둘 다 똑같이 기쁨의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시 눈을 뜬 아아가 맨처음 본것은 언젠가 골목길 모퉁이에서 “네가 눈이 멀었다!”, “네가 눈이 멀었어!”, “너다!”, “너야!” 하며 아옹다옹 다투었던 그 양양이였습니다.     양양이의 눈에 맨처음 다시 보인것도 언젠가 꿈에서까지도 “네가 눈이 멀었다!”, “네가 눈이 멀었어!”, “너다!”, “너야!” 하며 옥신각신 다투었던 그 아아였습니다.     “미안해, 참 미안했어...”      아아는 그때에 하지 못한 사과까지 했습니다.      “미안해, 참 미안했어...”      양양이도 그때에 하지 못한 사과까지 했습니다.      뒤이어 그들은  벙그레 방그레 웃어버렸습니다.      높은 하늘에서는 해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 정경을 굽어보고있었습니다. 땅우에서는 발이 없이도 잘 가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그들의 고운 목소리를 멀리멀리 날라갔습니다. ♡                  
22    알락연필과 살살지우개(동화).....강길 댓글:  조회:1836  추천:0  2014-12-06
 알락연필과 살살지우개         글씨를 잘 쓴다는 칭찬이 자자해지자 알락연필은 어깨가 으쓱 올라갔습니다.        “암, 그렇구말구. 누가 날 따라와? 내가 이거지!” 하고 우쭐해서 엄지손가락을 뽑아들었습니다.           “형, 뽐내지 말아. 남들이 칭찬할수록 흠집을 찾고 더 잘 써야지.”            살살지우개가 일깨워줍니다.           “뭐라구?”            알락연필은 귀에 거슬리는  말에 눈을 치떴습니다.           “보자보자 하니 너 형 꼭뒤에 올라앉아 똥 싸자 하더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문대고 지우고 하는 살살지우개를 진작부터 눈꼴사납게 여겨오던 알락연필입니다. 머리우에 혹처럼 달려있어 거치장스러운것은 둘째로 치고 남들의 칭찬을 독차지하지 못하고 살살지우개와 똑같이 나눈다고 생각하니 여간 밸이 꼬이지 않았지요.            “넌 내 동생이 아니다.  이젠 너 갈데로 가거라.”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땡종선생님이 시험치러 오라던걸 잊었어?”         “흥, 재간이 있으면 너 혼자 가란 말이다. 난 다신 너와 같이 다니지 않겠다.”           알락연필은 머리에 힘을 주어 살살지우개를 떠받았습니다. 그바람에 조그마한 살살지우개는 저쯤 나가 떨어져 몇번 통통 튕겨오르다가 또르르 뒹굴었습니다.            (형을 잘 만난 덕에 남들의 칭찬을 받는줄도 모르구 뭐, 뽐내지 말아? 퉤.)            알락연필은 두덜거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추 걸어갔습니다.           학교운동장은 시험치러 온 가지각색의 연필들로 꽉 붐비였습니다. 실로 발을 옮겨디딜 자리조차 없었어요.           살살지우개를 따버리고 혼자 시험치러 온 알락연필은 발꿈치를 들며 꺽다리키를 더 높이였습니다. 시험치러 온 모두가 제 눈아래에 보이는것만 같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또  1등을 할테니 남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한몸에 독차지하게 될게 아닌가!)             알락연필은 생각만 해도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려 히쭉 웃었습니다.              옆에 서있던 노랑연필이 알락연필의 속내도 모르고           “왜 목을 빼드는거냐? 오, 이제 보니 머리에 이였던 지우개가 없구나. 어디다 잃어버렸어? 이 북새판에 어떻게 찾겠니?” 하고 걱정했습니다. “찾기는 뭘 찾아. 일부러 떼여버리고 왔는데.”            “아니, 시험치는 날에 왜?”            “난 자신이 만만하거든.”             알락연필은  뾰족한 턱을 쳐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때 땡종선생이 나와 운동장의 누구나 다 들을수 있게  높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모두들 들어요. 우리 학교에 글짓기시험을 치러 온 학생들이 많기에 먼저 받아쓰기시험에서 합격돼야 교실에 들어가 다시 글짓기시험을 칠수 있습니다. 알았지요?”              “예-” 운동장이 떠나갈듯한 대답소리였습니다. 땡종선생이 시험지를 휙 뿌리니 알락연필에게도 한장 날아왔습니다.           “모두들 받아써요. 어- 머- 니-” 하고 땡종선생이 천천히 부르자 삽시간에 여기저기에서 사각사각 글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랑연필은 고개를 갸우듬하고 곰곰히 생각하고나서 “어머니”라고 또박또박 박아썼어요. 그랬더니 시험지가 얼른 노랑연필을 태워가지고 교실로 둥둥 떠갔습니다.               “알락연필아,  왜 우두커니 서고만 있니? 빨리 들어가자.”                노랑연필이 둥둥 떠가면서 하는 말입니다.           알락연필은 얼떨결에 시험지를 후- 불었습니다. 그러면 뜰것 갈아서였지요. 그래도 알락연필의 시험지는 붙어버리기나 한듯 까딱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시험지들이 연필을 태우고 둥둥 떠올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알락연필은 막 안달아났습니다. 시험지를 다시 들여다보던 그는 그만            “어마나!” 하고 소리질렀습니다. “어머니”라고 써야 할것을 막 덤벙이다나니 글쎄 “어마나”라고 틀리게 써놓은게 아니겠어요?               알락연필은 그제야 알았다는듯 머리를 툭 치고 홱 곤두박질하였습니다. 틀린 글자를  지워버리고 다시 옳게 쓰려는것이지요.                그런데 웬걸, 몽글몽글한 살살지우개가 없었습니다.                (이걸 어쩐담?)               알락연필은 속이 빠작빠작 타들고 이마에선 땀이 송골송골 내돋았어요. 틀린 글자를 눈  뜨고 빤히 보면서도 고쳐쓸수 없으니 말입니다. 울음이 터질것만 같습니다. 살살지우개동생을 내동댕이친것이 가슴이 저리도록 후회되였습니다.                알락연필은 그만 머리를 부둥켜쥐고 고개를 푹 떨구었습니다.                이때입니다.                “형!”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알락연필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글쎄 언제 왔는지 살살지우개가 숨이 차서 할딱거리고있는게 아니겠어요?              땅우에 뿌리워나가 한참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살살지우개는 시험장에서 덤벙댈 알락연필이 근심되여 아픈 다리를 절며 뛰여왔던것이랍니다.                 “동생아, 난 정말 ... 널 보기 ... 부끄럽구나 ...”                  알락연필은 북받치는 눈물에 목이 꽉 메였습니다.                 “형, 울고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틀린걸 지우고 바로 써야지.”                 “응, 알았어.”                알락연필은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쓱 훔치고 살살지우개를 다시 머리에 이였습니다. 그리곤 살랑 곤두박질하여 “어마나”를 지워버리고  “어머니”라고 바로 썼습니다.            그랬더니 시험지는 마치 맛있는 밥을 먹고 힘이 부쩍 나는듯 알락연필을  얼른 태워가지고 교실로 둥둥 떠가겠지요.                  “형, 교실에 들어가 글짓기시험을 칠 때엔 남들의 앞장에 서자.”                   살살지우개가 다정히 속삭이는 말입니다.                   알락연필은 살살지우개를 정겹게 쳐다보며                 “응, 그래. 우리 힘을 모아 꼭 글짓기에서 1등을 따내자꾸나.” 하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알락연필의 말에 살살지우개는 해쭉 웃었습니다. ♡                    
21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동화).....강길 댓글:  조회:1801  추천:0  2014-12-06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              어스름  달밤.    쥐돌이는  시장네 집 뒤골목 쓰레기통에 왔습니다. 흠, 흠, 맛갈스러운 먹이 냄새가 코를 간질렀습니다. 구겨진 신문이며 버려진 책 따위도 눈에 띄웁니다.     쥐돌이는 만화책을 하나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쥐돌이는 뒤에 고양이 페페가 온줄도 몰랐습니다.     쥐돌이는 그만 페페에게 목덜미를 잡히고말았지요.    “이놈, 너 쥐가 옳지?”    페페는 눈을 딱 부릅뜨고 물었습니다. 쥐돌이는 저도 모르게 몸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그러나 곧 뛰는 가슴을 다잡고 떳떳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맞아. 내 이름은 쥐돌이야.”    “쥐돌이? 쥐도 이름이  있니?”    “왜 없겠니. 넌 없을지 몰라도.”    “내 이름은 페페다.”    “페페?”    “그래. 널 잡아먹기전에 먼저 네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찬찬히 보기나 하자.”     페페는 쥐돌이를 이리저리 뜯어보았습니다.     며칠전 일입니다.    페페가 자기 방 쏘파에 누워 살폿이 수잠이 들었는데 먼 친척이 된다는 시골할머니가 주인집할머니를 따라 들어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유, 집두 커라. 아들 방, 며느리 방, 손자 방, 손녀 방, 할머니 방, 그리구 고양이까지 독방에다 텔레비죤두 있구만.”    “어디 가 말 마오. 아들이 받는 로임 갖고야 어림두 있겠소? 뒤문으로 가만히 들어오는것이 하두 많은 덕에 이만큼 하고 산다오.”     주인할머니는 늘 아들에게 주책없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또 버릇처럼 아니할 말을 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주인집할머니의 아들은 시장이란 권력으로 남에게 무슨 편리를 주고 뢰물을 받아먹고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두 벼슬 높은 주인집을 만났으니 팔자가 늘어져 독방을 차지하구 고이 낮잠만 자는구만. 우리 시골에서는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라구 하는데 이 고양이는 쥐를 한마리라두 잡기나 했는지?”    “쥐를 잡다니요?   쥐구경도 못했다오. 이런 집에 어디 쥐가 살수 있겠소? 우리 집 고양이는 곱다고 기르는 페르샤고양이라오.”    주인집할머니의 입에서 이제는 페르샤고양이란 말이 술술 나오지만 처음엔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페, 페, 뭐더라?” 한것이 그만 이 페르샤고양이의 이름이 되고말았습니다. 그러니까 “페페”란 이름은 주인집할머니가 지은것이지요.    “퍼렇다? 고양이...”    시골할머니는 처음 듣는 이름이 귀에 설어 다시 물었습니다.    “퍼렇다가  아니구 페르샤고양이. 외국 고양이라오.”    “퍼렇든지 페롭든지 쥐구경두 못했다는 고양이가 무슨 고양인감.쯧쯧-”    시골할머니는 혀를 찼습니다.    그때 페페는 시골할머니의 말이 고깝게 들렸습니다.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라고? 내가 뭐 고까짓 쥐를 잡지 못할줄 아는가보지?    그러나 페페는 주인집할머니의 말과 같이 이날이때까지 쥐는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살아왔었습니다.    “으음, 네놈도 수염이 있고 꼬리가 있구나.”    페페는 쥐돌이를 찬찬히 뜯어보고나서 알았다는듯 고개를 까닥였습니다.    “그래 너만 수염이 있고 꼬리가 있는줄 알았니? 아마 내 꼬리가 네 꼬리보다 더  길걸?”    쥐돌이는 페페를 말똥말똥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맞아.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지.)    페페는 언젠가 주인집 아들과 며느리가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도적이 꼬리가 길면 밟힌다느니 뭐니 하며 백원짜리 돈을 별스럽게 이불솜안에 골고루 펴넣기도 하고 돈뭉치를 베개속에 감추기도 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놈, 넌 도적놈이니까 꼬리가 긴거다.”    페페는 쥐돌이의 꼬리를 툭 쳤습니다.    “난 도적이 아니야.”    쥐돌이의 목소리는 옹골찼습니다.    “뭐, 도적이 아니라고? 쥐가 거리를 지나가면 보는 사람마다 때려잡으라고 소리를 친다는데 이 자식, 꽤 웃기는 놈이다?”    “내가 도적질하는걸 네 눈으로 봤니? 난 쓰레기통에 버려진 찌꺼기를 주어먹고 책따위를 주어다보려고 여기에 찾아온거야. 옛날 우리 할아버지네는 도적질을 해서 살았다지만 지금은 쓰레기통에 주어먹을것이 쌔고버렸는데 왜 하필 두근두근 가슴 뛰는짓을 하겠니?”     페페는 그만 할 말을 잊고 한동안 쥐돌이를 멍청히 굽어보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옛날 자기네 할아버지네들도 쥐를 잡아먹고 살았다던데 자기는 지금 쌀밥이나 소젖을 싫도록 먹고 사니 쥐돌이의 말이 그럴듯도 했습니다.    그러나 페페는 눈섭을 찌프리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놈, 네 할아버지가 도적이였으니까 너도 갈데없는 도적씨알머리다. 난 네놈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릴테니 너무 섭섭하다 생각 말아.”     페페가 입을 쩍 벌리는데 쥐돌이는 피씩 웃으며    “그럼 난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있으마. 쥐고기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단다. 난 죽어도 쥐약 먹고 죽기보다는 멋쟁이인 너한테 찢겨죽는것이 소원이야. 그런데...” 하고 말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어떻단 말이냐?”    페페는 귀구멍이 껄끄러워 다그쳐물었습니다.    “너도 사람들이 만두를 빚는걸 봤지. 만두는 소를 잘 넣어야 맛좋은거야. 나도 그래. 지금 굶어서 속이 텅 비였으니까 여기 있는 찌꺼기로 배속을 가득 채운 다음에 네가 잡아먹으렴. 그래야 만두처럼 더 맛있을게 아니야?”    “옳거니.”    야옹이는 움켜쥐였던 쥐돌이의 덜미를 놓고 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이구, 그 손아귀. 숨이 넘어갈번했네.)    쥐돌이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조금 앞으로 가서 페페를 돌아보았습니다.    “여기 갈비찜 있구나. 먹으래?”    “먹어.”    쥐돌이는 갈비찜을 다 먹고나서 또 물었습니다.    “이쪽에 이밥도 있구나. 먹으래?”    “처먹어.”    “이봐, 한입 떼여먹고 버린 사과도 있네. 먹으래?”    “다 먹어. 아직도 속이 안 찼어?”    페페는 기다리다 못해 짜증을 냈습니다.    “됐다, 됐어. 이젠 배가 다 불렀다. 그런데 방정맞게도  요때에 에잇!”    쥐돌이가 두덜거렸습니다.    “또 뭐가 어떻단 말이냐?”    페페는 입술을 감빨며 눈을 부라렸습니다.    “당장 너한테 먹혀야겠는데 뒤가 마렵지 뭐야.”    “에그, 그렇기에 어디서 구린내나는것 같았지. 빨리 저쪽으로 가 응아 해.”    페페는 코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럼 저기 뒤간에 갔다 곧 올테니까 잠간만 기다리고있어.”    “알았다, 알았어. 빨리 갔다오기나 해.”    쥐돌이는  바지춤을 거머쥐고 앙금앙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꼴을 보고 페페는 버럭 고함을 질렀습니다.    “빨리 뛰여갔다오지 못하겠어?”    “그래, 그럴게.”    쥐돌이는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냅다 뛰였습니다.    페페가 쥐돌이를 얼마동안이나 기다리고있었는지는 아마 페페만이 알수 있겠지요?    * * *   * * *   * * *   며칠뒤.     어스름  달밤.    쥐돌이는 시장네 집 뒤골목 쓰레기통에 왔습니다. 흠, 흠, 맛갈스러운 먹이냄새가 코를  간질렀습니다. 구겨진 신문이며 버려진 책 따위도 눈에 띄웁니다.     쥐돌이는 동화책을 하나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쥐돌이는 뒤에 페페가 온줄도 몰랐습니다.     쥐돌이는 그만 또 페페에게 덜미를 잡히고말았지요.     “이놈, 내가 얼마나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페페는 이를 바드득 갈았습니다. 접때 바보같이 속은것을 생각하면 갈기갈기 살을 찢어놓고 마디마디 뼈를 부셔놓고싶습니다.     “또 종알거려봐, 또!”     “......”      그런데 쥐돌이는 아예 까무러치고말았는지  찍소리 한마디 없습니다.      (겁을 집어먹고 진작 죽어버렸나?)      이런 생각이 든 페페는 움켜쥐였던 손을 풀고 쥐돌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쥐돌이가 눈물을 흘리고있습니다.   “흥, 죽을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겠지.”      페페는 쥐돌이의 코등을 살짝 건드리며 비양거렸습니다.      그래도 쥐돌이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줄줄 흘릴뿐입니다.     “왜 눈물만 흘리는거냐? 말하지 않으면 당장 잡아먹어치울테다.”     페페는 쥐돌이가 한마디 대꾸도 없으니 되려 궁금증이 나서 쥐돌이를 마구 흔들어댔습니다.     그제야 쥐돌이는 눈물을 그치고 입을 열었습니다.    “나를 조용히 죽게 가만 나둬. 난 쥐약을 주어먹고 지금 죽어가고있는중이야.”    “뭐, 쥐약을 먹었다구? 거짓말.”     “넌 TV도 안 보는가보구나. 샘골마을 개서방이 쥐약 먹고 죽은 쥐를 게걸스레 처먹고 중독되여 죽었다는 소식도 못 들었니?”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인데?”     “넌 정말 깜깜부지구나. 세상사람  놀래운 눈물겨운 이야기까지 있는데.”     “그게 무슨 이야긴데?”      페페는 귀가 솔깃해났습니다.     “샘골마을 한 가난한 농부가 죽을 때 물려줄 재산이란 닭알 두알뿐이라며 두 아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게으름뱅이형은 그것을 돌멩이에 툭 깨여 후르륵 먹어버리고 부지런한 동생은 그 닭알로 병아리를 깨우고 그 병아리가 암탉이 돼서 알을 낳으니 또 병아리를 깨우고 해서 나중엔 큰 닭농장을 꾸렸다지 뭐야.     게으름뱅이형은 심술이 나서 그 닭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강냉이알속에 쥐약을 넣어 닭우리에 가만히 뿌려놓았는데 샘골마을 쥐들이 그것을 알고 쥐약은 마땅히 자기네가 먹어야 한다면서 닭 대신 쥐약을 모조리 집어먹었다는거야.     닭농장의 문지기개서방은 재수가 옴붙듯하여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게걸스레 처먹고 중독되여 죽고...”     “그게 정말이야?”     페페는 미덥지 않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정말일뿐만아니라 더 똑똑하게 말해서 나도 샘골마을 사촌형네 집에 놀러 갔다가 닭 대신 쥐약을 한알 집어먹었다는거다.     쥐약 먹고 죽은 쥐를 게걸스레 처먹고 덩치 큰 개서방도 다 폴싹 쓰러져 죽는데 덩치 작은 내가 쥐약 먹고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 죽을수  없었기때문이야.”     “너 그게 무슨 소리지?”      페페는 말귀가 이상하게 들려서 따지듯 물었습니다.     순간 쥐돌이의 눈은 무서운 살기를 띠였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쥐와 고양이는 워낙 철천지원쑤가 아니냐. 난 네놈을 살려두고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겠다. 그래서 네놈이 나를 잡아먹고 네놈도 중독되여 나와 함께 죽기를 기다리고있어.”      쥐돌이는 말하면서 고양이의 입에 머리를 들이밀었습니다.     (이놈이 쥐약 먹었다? 그럼 이놈을 잡아먹으면 나도 덩치 큰 개서방꼴이 되겠지?)      페페는 생각만 해도 오싹 몸서리 나서 얼른 쥐돌이를 놓고 한걸음 두걸음 뒤걸음을 쳤습니다.     “빨리 나를 잡아먹어라!”     쥐돌이는 두팔을 허우적거리며 부르짖었습니다. 마치도 미쳐버린것 같습니다.     “아, 아니아니. 돈을 주며 먹으래도 안 먹을래.”      페페는 몸을 홱 돌려 꼬리 빳빳이 뺑소니를 치고말았습니다.    * * *   * * *   * * *   또 며칠뒤.     어스름  달밤.    쥐돌이는 시장네 집 뒤골목 쓰레기통에 왔습니다. 흠, 흠, 맛갈스러운 먹이냄새가 코를 간질렀습니다. 구겨진 신문이며 내버린 책 따위도 눈에 띄웁니다.     쥐돌이는 소설책을 하나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쥐돌이는 뒤에 페페가 온줄도 몰랐습니다.     쥐돌이는 그만 또 페페에게 덜미를 잡히고말았지요.    “아니, 너 쥐돌이지?”     페페는 눈이 휘딱 뒤집힐 지경이였습니다.    “응, 넌 페페구나.”     쥐돌이는 눈곱만치도 겁이 없습니다.     “너, 너, 쥐약 먹고 죽는다더니? 날 속였구나?”     페페는 분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그래, 난 죽지 않고 살아있어. 몰랐지?”     쥐돌이는 약을 올리는듯했습니다.     페페는 악이 북받쳤습니다.     “이놈, 이번엔 잡아먹고말테다. 꼭!”     “그래라. 나도 빨리 죽어버리는게 소원이다. 내 소원을 풀어줄건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     “뭐라구? 또 나를 속이려구? 이번에도 내가 속을줄 아니? 두번 다시는 , 아니 세번 다시는 속지 않아.흥!”     페페는 이를 악물고  코방귀까지 뀌였습니다.    “옳다. 나도 네가 나한테 세번 다시는 속지 말기를 바란다.”    페페는 눈을 크게 뜨고 쥐돌이의 기색을 살펴보았습니다. 첫번째 만남처럼 떳떳하지도 않고 두번째 만남처럼 가련하지도 않습니다. 세번째 만남은 어떻다 종잡을수 없습니다.     (이 자식, 정말 알다가도 모를 놈이야?)     이러나저러나 이젠 세번 다시는 속을수 없는 페페였습니다.     “내 손에 죽어봐라!”     페페는 먼저 쥐돌이의 꼬리를 꽉 깨물어뜯었습니다. 꼬리가 뭉텅 끊어지면서 빨간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으핫하하!”     페페는 너털웃음을 쳤습니다. 마치도 두번 속은 분을 다 털어내는상싶습니다.    그런데 쥐돌이는 아파서 울 대신 두눈을 꼭 감고 두손을 가슴에 모아붙이고 입으로 뭐라 중얼거리고있습니다.     (이 자식, 당장 죽겠는데 왜 이러는거지?)     페페는 저으기 의아했습니다.     쥐돌이는 가슴에 모아붙이였던 손을 내리고 눈을 떴습니다.     “난 방금 하느님을 만나뵈였어.”     “하느님?”    페페는 하느님이란 말에 대뜸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잠꼬대하면서도 “하느님”, “하느님”하고 부르는  하느님을 자기도 한번 만나 뵙고싶었지만 이제까지 하느님은 그림자도 보지 못한 페페였으니까요.     “하느님이 어디에 계시던?”     페페는 다그쳐 물었습니다.    “하느님은 랑심속에 계셔.”     쥐돌이는 량심이란 말을 힘주어했습니다.    “량심속? 먼곳이니 가까운 곳이니?”     페페는 량심이란 말을 무슨 곳인줄로  듣고있었습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야.”     쥐돌이는 량심도 모르는 페페가 어처구니없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너 거짓말 하고있지?”     “안 믿어도 좋아. 나는 하느님께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죽을 암병에 걸렸다는 걸 여쭈었어.”     “뭐, 뭐,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지?”     페페는 천만뜻밖이여서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페페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갑자기 암이란  사형선고를 받고 지금 죽기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주인집은 담장이 사람키 넘게 둘러지고  뜰안이 콩크리트로 땅땅 다져진데다 집안에  한오리 바람조차 스며들 틈이 없으니 쥐돌이가 귀신이 아니고는 얼씬도 할수 없는 곳이였습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잖아?”     “그럼 밤에 들었단 말이냐?”     “듣기는 낮에 들었어. 제대로 말해서 난 파리한테서 들었다.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자기가 죽거들랑 제발 지옥에 보내지 말고 천당에 보내달라고 잠꼬대를 하고있다는것도 다 알고있어.”     쥐돌이는 비꼬는듯 말했습니다.     그제야 페페는 주인집할머니가 낮에 창문을 열고 집안의 파리를 쫓아내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음, 그래서 안거구나. 그런데 하느님이 뭐라던?”     “하느님은 그것을 다 알고있었다면서 나도 죽을 암병에 걸렸다고 하시더라.”     “너도 암병에?”      페페는 잘못 듣지 않았나 해서 귀를 벌쭉 세웠습니다.     “그래. 하지만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 암병은 그 사람이 남 모르게 나쁜짓을 해서 스스로 얻은 암병이고 나의 암병은 내 할아버지네의 나쁜 유전자가 심술을 부려 내 몸에서 생겨난  암병이라고 하셨어.”     “오, 하느님은 정말 모르시는게 없구나.”     페페는 김이 빠진듯 몸을 옹송그렸습니다.     “그렇구말구!”     쥐돌이는 그루를 박았습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죽는것은 시간문제일따름인데 나와 한날에 죽을거라고 하시더라.”     “둘이 한날에 죽는다구?”     “그래. 그런데 천당에는 송곳 꽂을 자리조차 없이 착한 사람들로 빼곡하니 하느님은 나보고 천당으로 오겠으면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보다 몇초라도 먼저 죽으라 하시더라. 먼저 죽은 사람만 천당에 받아주고 후에 죽은 사람은 지옥으로 보내겠다면서...”     “안돼. 우리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먼저 천당에 가야 돼. 내가 얼마나 그 사람 신세로 팔자 좋게 산다구. 우리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너보다 먼저 죽어야 해.”     페페는 마치도  넉두리를 하는듯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됐으면 한다마는...”     쥐돌이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페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마간 머뭇거렸습니다.    (어떻게 한다? 이놈을 죽여치우면 이놈이 먼저 천당으로 갈거구… 아무래도 집에 갔다와야겠어.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죽은걸 보고 와서 이놈을 잡아먹어도 늦지 않겠지?)     페페는 몇발자국 달리다가 뚝 멈춰서서 쥐돌이를 돌아다보았습니다.    “다시 보자.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있어.”     페페는 이 한마디 말을 남기고 부랴부랴 집으로 뛰여갔습니다.     페페의 뒤모습이 어둠속에 사라지자 쥐돌이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어스름 달이 구름속으로 숨어들어 밤은 더욱 캄캄해졌습니다. 그제야 쥐돌이는 꼬리가 뭉텅 끊어진것이 아파나 눈물 두방울을 똑 떨구었습니다. ♡
20    뚱보곰의 엉덩방아(동화).....강길 댓글:  조회:2024  추천:0  2014-11-07
 뚱보곰의 엉덩방아     1             가을입니다.           산과 들에 갖가지 열매가 익어서 먹을것이 많은 계절입니다.           오늘도 알락다람쥐는 동산우에  해님이 방긋 솟아오르자 바구니를 들고 뚱보곰을 찾아갑니다. 그와 같이 산열매를 뜯으러 가려고 말입니다. 뚱보곰이 좀 굼떠서 언짢을 때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산에 가면 말동무가 되여서  좋습니다           알락다람쥐는 구새먹은 통나무집앞에 와서 뚱보곰을 불렀습니다.          “곰형-”          “......”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곰-형-” 알락다람쥐는 목소리를  더 높여 불렀습니다.          “으응, 다람이냐. 이렇게 일찌기...”           그제야 뚱보곰은 쫘악 하품을  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뭐가 일러. 해가 벌써 꼭뒤에 솟았는데!”           알락다람쥐는  뚱보곰을  할긋  흘겨보았습니다.           “아-하-”           뚱보곰은 또 입을 쫘악 벌리고 하품을 하였습니다.           “아니, 하품만 하네. 지난밤엔 자지 않았어?”           “뒤가 무직해서 몇번이나 뒤간에 갔다왔는지 모르겠다.”           “그랬어? 이불을 잘 덮지 않아 바람을 맞은게로구나.”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아두. 똥물을 쫙 싸게.”           “뭐야? 똥물을 쫙 싸는게 좋다구?”            알락다람쥐는 어이없다는듯 두눈이  올롱해졌습니다.          “정말이다. 금방 나갈것 같아서 뒤간에 가 쭈크리고 앉아도 어디 나가줘야지. 아무리 낑낑 안깐힘을 다 써도 말아야. 씨-”             뚱보곰은 울상이 되여 두덜거렸습니다.             “웃긴다. 호호호... 난 큰일 났다구.”             알락다람쥐는 배를 그러안고 죽겠다고 웃었습니다.            “큰일이 아니구. 너도 똥 못 눠봐.”             뚱보곰은 저으기 화를 냈습니다.           “누가 똥 못 눠. 넌 배가 커서 너무 많이 먹으니까 그런거지. 서둘지 말구 기다리고있어. 나갈 때면 나가고말테니까. 그러나 정 바쁘면 염소의사를  찾아가보던지.”          알락다람쥐는 뚱보곰의 말이 정말인것을 알고 더는 우스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글쎄, 오늘은 너 혼자 산으로 가거라. 난 못 가겠어.”             알락다람쥐를 보내고난 뚱보곰은  또 금방 뒤가 나갈것 같아서 부랴부랴 뒤간에 들어가 쭈크리고 앉았습니다.              “끙, 끙.”            그러나 아무리 안깐힘을 써도 나갈듯나갈듯하면서도 나가주지를 않습니다. 똥구멍이 어떻게나 아픈지 눈물만 찔끔 솟아납니다.             “어이구, 나 죽는다. 다람의 말대로 염소의사를  찾아가봐야겠어...”            뚱보곰은 바지를  추켜입고나서 어기적어기적 의사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2               염소의사네 집은 앞에는 맑은 시내물이 졸졸 흐르고 뒤에는 푸른 다복솔이 숲을 이룬 언덕밑에 있습니다. 지붕이 삿갓처럼 뾰족하고 창문이 자그마한 집입니다.          창문우에는 “척척뚝뚝”이란 간판이 걸렸습니다. 무슨 병이나 척척 알아맞추고 뚝뚝 뗀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꽃방석우에 앉아서 돋보기를 코등에 얹고 《동의보감》을 보고있던 염소의사는 문소리가 삐꺽하자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뚱보곰이 어기적어기적 걸어들어와 염소의사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앓음소리부터 내였습니다.             “아이구...”             “어디가 아프시오?”              염소의사는 돋보기너머로 뚱보곰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 뒤, 뒤가 영 나가지 않아서요.”              뚱보곰은 엉덩이를 한번 들썩하며 대답했습니다.              “언제부터요?”              “어제 밤부터입니다.”              염소의사는 뚱보곰의 맥을 짚어보고나서 또 물었습니다.             “어제 뭘 자셨지요?”           “별거 먹은게 없는데요. 때마다 먹는 그런 음식이지요. 도토리랑 주어먹고 가재도 잡아먹고 음... 그저 그런것뿐인데요.”             뚱보곰은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며 기억을 더듬는듯했습니다.             “요즘 몸이 달고 목이 말랐었지요?”             “네, 네, 그랬습니다.”           뚱보곰은 용케 알아맞추는 염소의사가 대견해서 거듭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음, 알겠어요. 속열이 높아서 먹은 음식이 쉬이 내려가지 못하고 한데 엉키여 뒤가 돌덩이처럼 땅땅 굳어진거죠. 약 한첩 지어드릴테니 자셔보세요. 대번에 뒤가 활 풀릴겁니다.”            염소의사는 뚱보곰에게  여러가지 약종을 섞어 약 한첩을 지어주었습니다. 염소의사네 집을 나선 뚱보곰은 아픔이 대뜸 절반쯤 나아진 기분이였습니다.     3                 뚱보곰은 집에 돌아와서 약을 달여먹었습니다. 약물은 소태같이 쓰거웠으나 눈을 딱 감고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뒤이어 몸이 나른해지며 잠이 소르르 왔습니다. 아마 지난밤에 설친 잠이 밀려든것이겠지요.                …뚱보곰은  금방 뒤가 나갈것 같아서 뒤간으로 종종걸음쳐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허리띠를 풀려고 해도 풀리지를 않습니다. 허리띠를 풀려고 애쓰는 사이 뒤가 뿌지직 나가기 시작합니다.                  (아이, 이걸 어쩌나? 바지에다 그만...)              뚱보곰은 남이 알가봐 걱정되였습니다. 그러나 어디에 싸든 낑낑 안깐힘을 쓰지 않아서 좋습니다. 뒤는 끝없이 나가고나갑니다.                 (염소의사가 용하기는 용하구나! 싹 나가라, 싹 나가!)                  뒤가 나가지 않아 눈물을 짜던 일을 생각하니 저도 몰래 빙그레 웃음꽃이 피여났습니다.그런데 뒤간에 한나절이나 쭈크리고 앉았는데도 끝이 나지를 않습니다. 차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밑을 굽어보니 아니 글쎄, 밸까지 줄줄 빠져나가고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엉?)                    뚱보곰은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습니다.                    깨고보니 꿈입니다.                    뚱보곰은 또 뒤가 무직한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꿈을 꾸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뚱보곰은 부랴부랴 뒤간에 가서 쭈크리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끙끙 안깐힘을 썼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써도 뒤가 나갈듯나갈듯하면서도 나가주지를 않습니다. 힘을 쓸수록 똥구멍은 터질듯이 아프기만 하고 나가라는것은 안 나가고 되려 눈물만 찔끔 솟아납니다.                  “염소의사는 ‘척척뚝뚝’의사가 아니라 엉터리의사야. 약 한첩 먹으면 뒤가 활 풀린다더니. 아이구...”                     뚱보곰은  두덜거렸습니다.   4                 뚱보곰은 반나절 끙끙 앓다가 또 하는수 없이 염소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이 골안에 의사란 그분뿐이니까 말입니다.                      “아이구,  의사님. 절 살려주십시오...”                    뚱보곰은 염소의사네 집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먼저번보다 더 죽는 소리를 했습니다.                      “아니, 이게 곰씨어른이 아니시오?”                염소의사는 돋보기너머로 뚱보곰을 알아보고나서 되려 흠칫 놀라는것이였습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염소의사네 집에 한가지 병으로 두번 찾아온 병자는 아직까지 없었답니다.                       “안 나았어요?”                       “약은 달여먹었습니다만...아이구, 뒤가 영...”                       뚱보곰은 말끝을 흐리며 몹시 괴로운듯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염소의사는 턱수염을 매만지며                        “약은 제대로 달여먹었다? 그런데도 낫지 않았으니 음... 약으로는 고칠수 없는 병에 걸린거로군...” 하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가로저었습니다.                    뚱보곰은 이젠 글렀다는줄로 알고  속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뭐랍니까? 약으론 고칠수 없다구요? 그럼 죽기를 기다려야 합니까? 아이구,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른 약을 한첩이라도 더 지어주십시오. 당신은 못 떼는 병이 없는 ‘척척뚝뚝’명의가 아니십니까. 제발 살려주십시오...”                         뚱보곰은 눈물코물을 훔치며 손이 닳도록 빌었습니다.                      “약을 다시 짓는다 해도 그 약뿐이니 쓸데없어요. 병증세에 따라 지은 약이니까요. 별다른 음식은 먹지 않았다지 몸이 좀 달았을뿐인데 그렇게까지 뒤가 굳을수가...”   염소의사는 턱수염을 비비꼬며 말했습니다.                     그제야 뚱보곰은 어제 알락다람쥐와 함께 산열매를 뜯으러 갔다가 혼자 가만히 돌배를 뜯어먹었던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돌배를 먹었다구요?”                        “예, 먹어도 배 터지게 많이 먹었습니다.”                       뚱보곰은 의사를 속여서는 병을 뗄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말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어제 뚱보곰은 알락다람쥐와 같이 산에 가서 열매를 땄습니다. 잣이랑 도토리랑 아주 많았습니다.                       바구니에 주어담기도 하고 따담기도 한 열매가 절반쯤 되였을 때 뚱보곰은 목이 말라 물을 먹고싶었습니다.                      그래서 바구니를 알락다람쥐에게 맡기고 물을 먹으러 골짜기로 내려갔습니다.                        뚱보곰은 수풀을 헤치며 한동안 내려가다 열매가  싯누렇게 익은 돌배나무를 한그루 만났습니다.                          뚱보곰은 돌배를 하나 뚝 따서 입에 넣었습니다.              시원!  달콤! 혀가 다 넘어갈듯 맛있습니다. 물기가 많아서  골짜기로  물을 먹으러 내려가지 않아도 되였습니다.                       뚱보곰은 알락다람쥐를 소리쳐 부르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둘이 나눠먹자면 배가 찰것 같지 않아서 혼자 먹을 욕심이 굴뚝같이 솟아났던것이지요.                      뚱보곰은 돌배를 와락와락 뜯어서 볼이 미여지게 입안에 밀어넣었습니다. 입가로는 돌배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이렇게 한참 먹고있는데                         “곰형-” 하고 알락다람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알락다람쥐는 물을 먹으러 간 뚱보곰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였던것입니다.                         “오- 곧 가마.”                       뚱보곰은 마지막 한알의 돌배마저 꿀꺽 삼키고는 입을 쓱 닦고 알락다람쥐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왜 이리 오래 있었니?”                          “물을 먹고 음... 뒤까지 보고 오다나니 그랬어.” 뚱보곰은 슬쩍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뚱보곰의 얘기를 듣고난 염소의사는                “으흠, 그러니까 유명한 〈동의보감〉의 약처방도 쓸데없는거였군.”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아니, 그럼 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뚱보곰은 겁에 질려 눈이 뒤집힐듯했습니다.                       “허허, 그렇기야. 〈동의보감〉에는 없는 비방이 딱 한가지가 있기는 한데...”                          염소의사는 긴 수염을 내리쓸었습니다.                   “제발 알려주십시오. 살수만 있다면 별의별짓이라도 다 하겠습니다.”                           뚱보곰은 땅에다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하였습니다.                          “정말이시오?”                          “네, 네. 죽게 된 놈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알려드리지요.”                     염소의사는 돋보기너머로 뚱보곰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습니다.                    “곰씨의 병은 약이 쓸데없어요. 욕심을 부리고 게다가 거짓말까지 해서 생겨난 탈이니까 그 비뚤어진 마음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에? 예, 알겠습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고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욕심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거짓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뚱보곰은 넋이 절반이나 나간것 같았습니다.                            염소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고치려면 말로서가 아니라 실제행동이 있어야 하는데... 곰씨네는 천생 나무를 잘 타지요? 그러니까 나무에 올라가서, 높은 나무일수록 더욱 좋습니다. ‘내 욕심이 깨여져라! 내 욕심이 깨여져라!’ 하고 외우면서 땅에 뚝 떨어지시오. 먼저 엉덩이가 땅에 부딪쳐야 합니다. 그렇게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떨어지느라면 비뚤어졌던 마음이 바르게 고쳐짐과 아울러 돌같이 굳어졌던것이 깨지면서 뒤가 활 풀릴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래요? 아파서...”                         뚱보곰은 듣기만 해도 몸서리가 나서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염소의사는 어험 헛기침을 하고나서 말했습니다.                          “아픔을 참지 못하겠으면 그만두시오. 그럼 죽는수밖엔 다른 길이 없어요.”                              “아, 아니, 하겠습니다. 어이구, 내 팔자야...”                               뚱보곰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5                               혼자 산으로  갔던 알락다람쥐는 저녁해가 꼴깍 서산에 지고 오솔길에 어둠이 한자욱 두자욱 짙어갈 때에야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알락다람쥐의 바구니에는 잣이며 도토리가 담겼습니다. 그리고 그우에 빨간 사과가 한알 얹혀있습니다.                         오늘 알락다람쥐는 혼자 산으로 갔다가 난생처음 사과나무를 한그루 만났습니다. 사과나무에는 별나게도 사과가 딱 한알 달려있었습니다.                            그 사과는 빨간 빛과 노란 빛이 한데 어울려서 보기 좋게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야- 사과!”                           알락다람쥐는 단숨에 사과나무우로 쪼르르 올라가 사과를 똑 땄습니다. 그리고 한입 꼭 깨물었습니다.                              사각사각... 달콤한 맛! 향긋한 냄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별맛이였습니다.                              알락다람쥐는 또 한입 떼여먹으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오늘 산에 오지 못한 뚱보곰이 생각났던것이지요.                            (집으로 갖고 가서 곰형과 나눠먹으면 더 맛있을거야!)                    이리하여 바구니에 얹혀진 사과에는 입자국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알락다람쥐는 코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산길을 내려오다가 갑자기 걸음을 뚝 멈추었습니다.                               (아니, 저게 곰형이 아니야?)                               산기슭에 있는 키높은 떡갈나무우로 뚱보곰이 기여오르고있었습니다.                             (아침엔 뒤가 막혀 울상이더니 이젠 뒤를 보고나서 배가 고프니까 도토리를 뜯어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는가보지?)                          이렇게 생각한 알락다람쥐는 뚱보곰을 놀래워주려고 살금살금 떡갈나무밑으로 다가갔습니다.                               “앗!” 그러나 새된 소리를 지르며 놀라고만것은 도리여 알락다람쥐였습니다. 뚱보곰이 나무우에서 뚝 떨어졌으니까요. 뚱보곰의 엉덩이가 땅에 부딪쳐 쿵 하고 뼈가 부서지는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알락다람쥐는 그만 쥐고있던 바구니를 땅에 떨구고 뚱보곰에게로 씽 달려갔습니다.                                “곰형, 세게 다치지 않았어?”                                “아, 아니. 괜찮아...”                               뚱보곰은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얼굴에 어설픈 웃음을 지었습니다.                            “다치지 않았으면 됐어. 나무에 오르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난 놀라서 간이 다 떨어질번했어.”                               알락다람쥐는 뚱보곰을 살짝 흘겨보고나서 갑자기                            “아, 내가 사과를 따왔어!”하고 잊었던것이 생각나서 기뻐했습니다.                              “우리 같이 나눠먹자꾸나. 참 맛있어.”                          알락다람쥐는 저쯤 땅우에 떨어진 바구니를 들고 와서 사과를 한알 꺼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 어두워졌는데도 그 사과는 마치 해빛을 받고있는것처럼 빨간 빛과 노란  빛이 한데 어울러져있어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것을 본 뚱보곰의 두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 * *   * * *   * * *                                가을이면 곰씨네들은 높은 나무에 올라가 땅우에 뚝 떨어지면서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는답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은 곰씨네들이 겨울잠을 자기전에 살이 많이 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런다고 말합니다. 떨어져봐서 엉덩이가 아프면 살이 덜 찐것으로 여겨 다시 더 먹이를 주어먹고 만약 아프지 않으면 살이 잘 찐것으로 여겨 구새먹은 나무통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잔답니다.                       그러나 내가 염소의사에게서 들은것은 그래서가 아니였습니다.                           구경 어느 말이 옳은가는 아마 곰씨네들을 찾아가 물어봐야 똑똑하겠지요? 안 그래요? ♡    
19    코등모기(동화).....강길 댓글:  조회:1665  추천:0  2014-11-07
 코등모기                                                                  어느 작은 섬나라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나라에는 별난 모기가 생겨나 온 나라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게 되였습니다.    모기라 하면 사람들은 살가죽이 내놓여진  곳 -  팔이든 다리든 눈등이든 감쪽같이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그런 나쁜 모기를 떠올리게 되지요.     그런데 이 모기는 아무데나 앉는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의 코등에만 달라붙는 모기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 모기에게 한결같이 “코등모기”란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코등모기!     그러나 이 모기는 사람의 빨간 피를 빨아먹는 그런 모기가 아니였습니다. 그와는 달리 사람의 코등에 감쪽같이  달라붙어 자기의  파란 피를  넣어주고는 그만 죽어버리고마는 그런 모기입니다. 스스로 죽음을 찾는다고 할가?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눈물겨운 모기이지요.      코등모기에게 코등이 물린 사람은 코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런것은 아니였습니다.     이 작은 섬나라의 20대 대통령은 국민들앞에서 “깨끗한 정치”를 하겠노라고 연설을 하다가 코등모기에게 물렸는데 코가 대뜸 입아래에까지 처져서 그만 말을 더 못하고 물러나고말았습니다.     21대 대통령, 22대 대통령, 23대 대통령, 24대 대통령도 모두 같은 꼴이 되여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들은 취임연설에서 한결같이 모기, 파리, 쥐가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겠노라고 부르짖었는데 얼마 못 가 코등모기에게 물려서 코가 한뽐이나 처지는 바람에 대통령질을 더는 할수 없게 되였던것이지요.     대통령뿐만 아니였습니다. 이 섬나라의 경찰청장도 얼마나 많이 바뀌였는지 모릅니다. 코등모기에게 물린 그들의 코가 그들이  감옥에 잡아넣은 죄수들의 코보다도 더  엄청나게 커졌던것이지요.    이 작은 섬나라에는 코등모기에게 코가 물리여 코가 별스럽게 커진 사람이 날따라 늘어났습니다. 어느 도시이든 어느 산골이든 사람이 있는 곳이면 코가 커진 사람이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하다나니 이 작은 섬나라에서 제일 흥행한것이 미용원이였습니다. 코등모기에게 물려 코가 커진 사람들은 미용원에 가서 커진 코를 베여내 제 모양 비슷하게 만들었지요.     그러면 얼마동안은 체면을 지킬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등모기에게 물리면 또 코가 그만큼 커졌습니다. 그러면 또 미용원에 가서 코를 베여내야 하고 그 아픔을  겪은것만큼 코등모기를 죽도록 미워했습니다.     오른 나무가 높을수록 떨어지는 아픔은 그만큼 더 크다고 하지요. 그래서인지 대통령자리가 이 작은 섬나라에서는  한동안 비여있게 되였습니다. 자나깨나 대통령자리를 욕심내던 어르신님들이 더는 내노라고 나서지 못했던것이지요.     한 나라에 대통령이 없어서야 어디 될 말입니까?     드디여 한 어린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성은 이쟁이요, 이름은 구개, 이쟁구개란 아이였습니다. 코수염도 나지 않은 햇내기가 말입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먼저 한결같이 반대하였습니다. 저마다 코웃음을 치며 비꼬기까지 했지요.  이마에 피도 채 마르지 않은 녀석이 배짱도 크다느니,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느니 뭐니 하면서 말입니다. “정치란 아무나 하나? ”그런 뜻이겠지요.    그런데 국민들이 들고나섰습니다.  어린이라고 덮어놓고 얕잡아보아서야 되겠느냐?  한번 시켜보고 말하자는것이였습니다.     그리하여 이쟁구개는 제25대 대통령이 되여 취임연설을 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섬나라는 작더라도 대통령이 없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왜 한동안 대통령자리가 비여있어야 했겠습니까? 그것은 전임 대통령들이 국민앞에  서있을 체면이 없었기때문입니다.     그들은 저마다 모기,파리,쥐가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부르짖었지만 결국은 모두들  코등모기에게 코등이 물려서 코가 입을 가리도록 커지는 바람에 대통령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제25대 대통령으로서 코등모기는 좋은 모기라는것을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싶습니다. 코등모기에게 물린 모든 사람이 다 코가 커지는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코등모기에게 물렸지만  코가 커진 어린이는 이 나라에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왜?     왜서일가요?     저는  그 까닭을 밝혀내려고 대통령이 되였습니다.      꼭 밝혀내고야말것입니다.     꼭 밝혀지고야 말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그리고 온 나라의 국민들, 저의 취임연설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땅이 떠나갈듯한 손벽소리가 그칠줄 몰랐습니다.    이쟁구개가 대통령이 된 며칠뒤  이 작은 섬나라 곳곳에는 “국민들에게 알리는 글”이 나붙었습니다. 코등모기가 어디에서 생겨 나오는지 그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억의 억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억의 억만원!     그것은 1원짜리 동전을  차곡차곡 올리쌓으면 땅에서 달에 닿을수 있을만큼 그렇게 많은 돈이라고나 할가요?     그리하여 작은 섬나라 곳곳에서 날마다 대통령관저로 제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들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고 생물학자들이 깐깐히 조사해보면 그 모든 곳에 코등모기가 있기는 해도 생겨나오는 곳은 아니였습니다.     날이 감에 따라 제보가 드물어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뚝 끊어져 한달 내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끝난단 말인가?)     이쟁구개대통령은 좀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섬나라 제일 높은  구름산의 범골짜기에서 한 나무군이 코등모기가 생겨나오는 곳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생물학자들과 함께 그곳으로  갔습니다. 구름산아래 범골짜기는 아름드리나무가 숲을 이루어서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가 신비로운 숨을 쉬고있는 별유천지였습니다. 나무군이 길잡이가 되여 골짜기안으로 한참 들어가서 그가 가리키는 곳을 망원경으로 보니 아닌게아니라 골짜기막바지에 반쯤 열려진 돌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코등모기가 끝없이 떼지어 나와 뿔뿔이 흩어지고있었습니다.     “바로 저기였구나!”     이쟁구개대통령은 자못 기뻤습니다.     이윽고 모두들 돌문앞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돌문이 닫혀있고 코등모기도 더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통령각하, 명령만 내리십시오. 제가 경찰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경찰청장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쟁구개대통령의 명에 따라  경찰청장이 돌문을 쾅쾅 두드리며    “안에 뉘 없느냐? 문 열어라!” 하고 한참동안 웨쳤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찰들이 달라붙어 힘으로 돌문을 열려고 했으나 돌문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각하, 돌문을 부셔야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열어봅시다.”    이쟁구개대통령은 돌문께로 가서 손으로 쓰다듬으며    “돌문아, 분명 열려있던 문이니 다시 열리지 않을수야 없지 않느냐? 코등모기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대통령이 왔다. 문 좀 열어다오.” 하고 속삭이였습니다.       그러자 돌문이 마치 말귀를 알아들은듯 스르르 한사람이 비집고 들어갈만큼 열리였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이 돌문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경찰청장이 앞을 막았습니다.    “위험합니다. 저희들이 앞에 서겠습니다.”     그리하여 경찰들이 먼저 들어가고 경찰청장이 들어가고 대통령과 학자들이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서니 또  닫힌 돌문이 나졌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이 또 돌문께로 가서 손으로 쓰다듬으며  속삭이니  돌문이 스르르 저절로 열리기는 했지만 안에 들어서니 또 닫힌 돌문이 나졌습니다.    이제는 끝이겠지 하고 돌문을 열두개나 열었는데도 안에 또 닫힌 돌문이 나졌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혼자 돌문안으로 들어가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위험합니다. 경찰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경찰청장이 또 앞을 막아나섰습니다.    “비키시오.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을거요.”    그러고나서 이쟁구개대통령은 돌문안으로 혼자  들어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돌문이 스르르 저절로 닫혔습니다.    경찰들과 경찰청장, 학자들은 닫혀버린 돌문밖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되나 마음을 조이며 기다릴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 돌문안에 들어선 이쟁구개대통령은  무엇을 보았을가요?    머리가 하얗고 턱수염이 배꼽까지 드리운 양코배기할아버지가 이쟁구개대통령을 맞아주었습니다. 몸이 바짝 마르고 얼굴이 하얀것이 마치도 종이로 만들어놓은 사람 같습니다. 그의 말소리는 들릴듯말듯 낮았습니다.    “반갑다. 난 네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려 오늘 이때까지 죽지 못하고  있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쟁구개대통령은 황당하고 의아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하겠지, 암. 넌  발명왕이 누군지  알고있겠지?”    “에디슨 말입니까?”    “그래. 에디슨과 나는 동창생이란다.”    “뭐라구요?”    “아마 거짓말같이 들리겠지.  그러나 진짜란다. 그때 에디슨은 공부를 못해서 저능아로 몰리고 난 공부를 잘해서 천재로 받들렸었지.”    “에디슨은 저능아취급을 받아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지만 어머니의 꾸준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머리가 텄다잖아요? 책에서 읽었는데요.”    양코배기할아버지가 에디슨을 얕잡아보는것 같아서 이쟁구개대통령은 한마디 올리 받쳤습니다.    “네 말이 옳다. 에디슨은 학교공부는 많이 못했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가 일하면서 독서를 열심히 했기에 마침내 기술자로 되였단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인류에게 물질문명을 창조해주겠는가 하는것을 자기의 연구과제로 삼고 인류에게 빛과 힘을 주는 백열전등과 발전기 등 무려 1300개 넘는 발명을 함으로써 자기의 평생 연구과제를 완성하였다고 느끼고 여든세살에 눈을 감고 죽을수 있었지.”     양코배기할아버지가 에디슨을 제대로 평가하고있었으므로 이쟁구개대통령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나는 대학공부까지 하고나서 박사가 되여 어떻게 하면 인류의 령혼이 자연과 같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하겠느냐 하는것을 나의 연구과제로 삼았단다. 그러나  나는 나의 연구과제를 세기를 넘도록 완수하지 못했기에 죽지 못하고 긴긴 세월 오늘 이때까지 살아왔단다.”     이쟁구개대통령은  양코배기할아버지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래서 발명하신것이 코등모기겠지요? 어린이는 왜 코등모기에게 물려도 코가 커지지 않는지 이제야 좀 알것 같네요.”    이쟁구개대통령의 눈은  반짝 빛났습니다.    “그래, 맞다. 넌 참 똑똑한 어린이구나!  코등모기의 파란 피에는 자연의 순수함, 어린이의 순수함이 들어있단다. 하기에 순수치 못한 사람이 코등모기에게 물렸을 때 그의 더러움이 순수함과 죽기살기로 싸우기에 싸우는것만큼 코가 커지는거란다.”    “참으로 위대한 발명, 세기적인 발명입니다. 코등모기가 이젠 우리 나라에서  순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거짓으로 발붙일 곳을 하나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주인공이 될수 있는 나라입니다.  고맙습니다. 명함은 어떻게 부르시는지요?”    “이름까지는 알것 없고 고마움만 알면 돼. 오늘날 인류는 전등과 발전기를 떠나서는 한시도 살아갈수 없지만 진정으로 에디슨의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나는 나의 고국을 떠나 여기 코가 낮고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작은 섬나라에 와서야 나의 평생과제를 연구, 완수할수 있었다.  이 깊은 숲속 나의 실험실엔 아무나 들어올수 없단다. 나의 연구기록을 없애버릴수도 있으니까. 티없이 깨끗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만 돌문이 저절로 열리게 돼있지. 내가 너한테 바라는것은 내가 떠나온 나의 그리운 고국에도 코등모기가…”  “대통령각하!” “대통령각하!”    기다림에 조바심이 난 경찰청장과 경찰들이 돌문을 쾅쾅쾅 두드리며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그런 경찰들이 언짢아서 돌문을 열고    “좀 조용하시오!” 하고 한마디 꾸짖었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 경찰청장과 경찰들이 돌문안으로 우르르 쓸어들어 왔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난감해서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양코배기할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고 꼭 닫혀진  돌문이 또 하나 보일뿐이였습니다.    “대통령각하, 대포로 저 돌문을 부시고 들어갑시다. 명령만 내리옵소서.”     경찰청장의 열띤 말이였습니다.    “아니야. 저건 대포가 아니라 원자탄으로도 열수 없는 돌문이야.”     이쟁구개대통령은 혼자소리로 중얼거리고나서    “돌아갑시다.” 하고 앞장서 걸었습니다.     모두들 대통령뒤를 따를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이 집권한 5년동안 이 작은 섬나라는 우로부터 맑고 깨끗한 정치가 펼쳐져 나라살림이 곱으로 늘고 모든 국민이 잘살았답니다.     국민들은 제25대 대통령이 정치도 잘하고 나이도 어리니 그 다음 대통령직을 련임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쟁구개대통령은 굳이 자리를 내놓고 구름산 범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이에 작은 섬나라의 국민들이 뒤말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쟁구개대통령이 조용한 곳에 가서 편안히 살려고 그런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마 이쟁구개대통령이 무슨 더 큰일을 하려고 그럴것이라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            
18    한 농촌참새의 마지막 한마디(동화).....강길 댓글:  조회:1541  추천:0  2014-11-07
 한 농촌참새의 마지막 한마디                                                                                                추운 겨울입니다. 한 농촌참새가 눈덮힌 촌마을을 떠나 층집이 빼곡한 도시에 사는 한 도시참새를 찾아갔어요. “아니, 이게 누구야? 몰라볼번 했네. 참으로 오랜만이야.” 도시참새는 무척 반가와했어요. “그래. 만났던 날이 까마아득해…헉…헉…” 농촌참새는 숨이 차서 할딱거렸어요. 그러니까 농촌참새와 도시참새의 처음 만남은 인간들이 무슨 ‘4해’를 없앤다고 날치던 세월이였습니다.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어린이건 늙은이건 모두 나와 깨진 솥뚜껑이나 녹슨 양철통따위를 두드려대고 소래기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바람에 깜짝깜짝 놀란 참새들이 어디에도 내려 앉지 못하고 쫓기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힘이 다 빠져 땅에 떨어져서 죽기도 했었지요.   그때 쫓기고 쫓기던 도시참새와 농촌참새는 어느 한 산우에서 만났어요. “야, 이게 다 너희들때문이다. 곡식밭에 들어가 낟알을 훔쳐먹을건 뭐야?” 도시참새는 농촌참새를 타박했어요. 농촌참새는 그만 발끈하며 쏘아붙였어요 “뭐라구? 그래도 우리 농촌참새는 곡식밭의 벌레를 더 많이 잡아먹고 산다는걸 몰라서 그래?  농촌에 살든 도시에 살든 우리 참새들은 한겨레잖아? 인간들은 우리를 몰라줘도 한겨레인 도시참새가 농촌참새를 몰라주니 참말로 섭섭하다.”  “미안해. 화풀이할데가 없다보니 그만 너보고 그랬던거야.  도시에서 살다보니 인간들이 세균을 퍼뜨리는 파리나 피를 빨아먹는 모기를 없애버리겠다는건 너무나도 옳겠으나 쓰레기장 같은데서  주어먹고 사는 우리까지 잡자고드는건 틀려도 너무나도 틀린짓이야. 휴-” 도시참새는 한숨까지 내쉬였어요. 농촌참새는 도시참새의 말을 이어 받았어요. “그렇구말구. 농촌의 쥐들은 농민들이 한해동안 땀흘려 가꾼 곡식을  가만히 훔쳐서 쥐굴로 끌어가니까 쥐잡이하는건 억천만번이라도  옳다고 해야겠지. 그런데 우리까지 잡지 못해 날치는것을 보면 인간이란 똑똑한것 같으면서도 바보스러운데가 있어.”         도시참새는 그만 흥분해서 “그 말 잘했다.  인간이란 똑똑한 바보야.”        하고 맞장구를 쳤어요. “아무튼 똑똑한 바보든 뭐든 우리는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야 할 운명으로 태여났으니까 눈치보면서라도 살아가야지.” “그렇기는 하다마는… 이봐, 살아가자면 그래도 농촌보다 도시가 낫지 않을가? 쓰레기장 같은데서 주어먹으며 살기는 해도 곡식밭의 낟알을 훔쳐먹는다는 말따위는 더는 듣지 않을게  아냐? 그까짓 농촌 버리고 도시서  살자. ”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어떻게 버려? 살아도 거기서 살고 죽어도 거기서 죽어야지.” 농촌참새의 고향사랑은 그야말로 천년바위마냥 조금도 드놀임이  없었어요…    도시참새는 거의 잊혀진 옛일을 떠올려보노라니  문득 찾아온 농촌참새가 반갑기는 해도 그 모습이 판판 달라보여서 걱정이 앞섰어요.    “어디 아픈게 아냐? 그땐 몸이 통통했었는데 지금은 바싹 야위였잖아.”    “그저 그럭저럭 살아오다보니 이 꼴이 됐어…헉…헉…”    농촌참새는 몇마디를 못하고는 할딱거렸어요.    “모진 세월 살다보니 가끔가끔 화들짝 놀라 간이 콩알만 해져서 그런게 아니구? 아니면 간…”    도시참새는 목구멍까지 나온 ‘암’이란 뒤말을 삼켜버렸어요. “간이고 뭐고 아픈데는 하나도 없어…헉…헉… 그저 입맛이 똑 떨어져서 뭐든 먹고싶지 않을뿐이야…헉…헉… 좀 지나면 괜찮겠지, 좀 지나면 괜찮겠지 이러며 살았는데 …헉…헉…하루가 지나도 그냥 그렇고 또 하루가 지나도 그냥 그렇고…헉…헉… 먹은 놈이 똥 싼다는 말도 있듯이 먹어야 살이 찌지…헉…헉… 뭐든지 먹고싶지 않으니 이 꼴이 될수밖에…헉…헉…“   농촌참새는 숨가삐 할딱거렸어요.   “의사는 좀 보여봤어?” “의사? 뼈다귀라도 부러지면 의사를 보일가…헉…헉… 입맛이 떨어지는것쯤은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단 말이야…헉…헉…” “모두들이라니?” 도시참새는 이상해서 물었어요. “농촌참새란 농촌참새는 누구라없이 몽땅 입맛이 떨어졌거던…헉…헉…”  “그럼  그게 더 큰 골치거리가 아냐?” 도시참새는 자못 놀라와했어요. “그래서 마을밖 커다란 느티나무우에 모두 모여서…헉…헉…입맛이 떨어지는 까닭은 도대체 뭐냐 의논했었지…헉…헉… 별소리가 다 나와. 늙으면 죽을때가  돼서 입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는둥…헉…헉…뭐나 먹기 싫어하던 아이도 장난이 심해지면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게 된다는둥…헉…헉…참새겨레는 워낙 돼지겨레처럼 먹새가 좋은 겨레가 아니라는둥…헉…헉… 나도 한마디 했지. 농민들이 벌레를 잡는다고 밭에다 무슨 농약인지 친 뒤부터 입맛이 떨어진것 같다구…헉…헉…”   마른 입술을 다시는 농촌참새에게 도시참새는 얼른 일어나 물을 떠다주었어요. 농촌참새는 물도 마시는지 마는지 했어요. “그래 어떻게 매듭지어졌나?” ”말도 말아. 남의 말은 귀담아들으려고도 하지 않구 …헉…헉…저마다 짹짹짹 짹짹짹 제 말만 제 말이라 떠들어대다 흐지부지하고 말았지…헉…헉…”  “우리 참새겨레는 워낙 제 말만 제 말이라고 떠드는 못쓸 병집이  있지, 있어. ” “농민들이 밭에다 무슨 농약인지 치면 벌레가 많이 없어져…헉…헉… 그래서 우리는 적어진 벌레를 잡아먹느라고 더 바삐 날아다녀야 하고…헉…헉… 누군가는 먹거리가 적어졌으니 입맛이 떨어져야 적게 먹고도 살지 않겠느냐 하더라만은…헉…헉… 적게든 많이든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으니 탈이 아냐?...헉…헉… 농민들이 무슨 농약인지 치면 곡식 잎이나 대를 갉아먹던 벌레들이 먹기를 그만두지...헉…헉… 먹기를 그만두니까 굶어서 죽게 되는거겠지…헉…헉… 그런 죽어가는 벌레를 우리가 잡아먹으니 우리 또한 입맛이 떨어지는것 같애…헉…헉… 한해 두해도 아니구 언제부터더라?...헉…헉… 농민들은 줄곧 냄내도 맡기 싫은 무슨 농약인지 뿌리며 농사를 지어왔어…헉…헉…”   도시참새는 바쁜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농촌참새를 보며 .   “그런데 그 몸으로 어째서 날 찾아왔지?”   하고 걱정되여 물었어요.   순간 농촌참새의 피기없는 까만 얼굴에는 알릴듯말듯한 웃음이 스쳐갔어요.    “ ‘4해’를 없앤다던 세월에 네가 나보고 도시서 같이 살자 했었잖아…헉…헉…”   도시참새의 머리속에는 그때 농촌참새보고 ‘그까짓 농촌 버리고 도시서  살자’고 했던 일이 새삼스럽게 떠올랐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어떻게 버려? 살아도 거기서 살고 죽어도 거기서 죽어야지’하던 농촌참새의 옹골차던 모습도 눈앞에 보이는듯 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자기를 찾아온 농촌참새의 꼴은?...   농촌참새는 할딱할딱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어요.   “우리가 느티나무우에 모여 의논할 때…헉…헉… 배낭 지고 도시서 등산하러 온 여라문 젊은 인간들이 지나가는데…헉…헉… 한 인간이 뒤에 떨어져서 느티나무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더니…헉…헉…        이렇게 읊지 않겠어.    겨울참새   꽁꽁 추위 이겨내며 정든 고향  떠나잖는 농촌마을  겨울참새   흰눈우를 퐁퐁 뛰며 새싹을랑 그려보고   나무우에 모여앉아 이파리가 되여보고   오는 새봄 품고 사는 참새참새 겨울참새 고향사랑 지킴이         남의 사정 알기는? 꼬물만큼도 모르면서 말이야. 으억-  ”        이름할수 없는 쓴웃음이 입가에 보이는듯 하더니 갑자기 입을 싸쥐며 농촌참새의 얼굴은 괴로움에 일그러졌어요.         “메스껍니? 게우겠어?”         도시참새는 얼른 대야를 가져다 앞에 놓아주었어요.  농촌참새는 곧 입을 싸쥐였던 손을 내리웠으나 게우지도 않고 게우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목구멍에서 가르랑가르랑 가래가 끓는 소리만  고요를 흔들며  도시참새의 가슴을 아프게 긁었어요.         점도록 대답이 없으니 “좀 괜찮아? 안 게워도 되겠어?”         하고 도시참새 다시 물었어요.         그제야 농촌참새는 한마디 한마디 겨우겨우 목구명에서 뽑아내듯 말했어요         “먹…은…게 있…어…야 게…우…기…라…도 하…지. 이…따…금  헛…구…역…질…이…나…서…”        할딱할딱 숨쉬면서도 할 말은 다 쏟아내고야 말던 얼마전과는 너무나도 달랐어요.        “안되겠다. 병원 가자. 도시병원엔 유명 의사가 많아. 데꺽  업혀.”       도시참새는 농촌참새앞에 등을 들이댔어요.   그런데 도시참새의 등에 닿던 농촌참새의 손이 스르르 미끄려져 내렸어요. 싫다고 등을 밀쳐버린것인지 아니면 업히려다 맥이 빠져버린것인지 알수 없었어요.  돌아다보니 농촌참새는 쓰려져있었어요. “왜 이래? 왜???” 도시참새는 얼른 농촌참새를 품에 껴안았어요. “할딱할딱...할딱할딱…할딱할딱…” 가늘어지는, 숨을 모으는 소리. “가르랑가르랑…가르랑가르랑…가르랑가르랑…” 끊겼다 이어지는, 가래 끓는 소리. 그 소리에 도시참새의 목숨도 옥죄여지는것 같았어요. 이윽고 농촌참새는 흐리멍덩해진 동그란 눈으로 도시참새를 보면서 들릴듯말듯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난, 난 살…고…싶…어…” 하면서 고개를 뚝 떨구었어요. “안돼- 죽어선 안돼- 죽지 마- 같이 살자구 찾아왔잖아- 죽지 마- 죽지 마- 죽지 마- 안돼- 안돼- 안돼…“ 도시참새는 굳어지는 주검을 부둥켜안고 막 흔들어대면서 끝없는 넋두리를 했어요. ♡      
17    뚱뚱보 임금님의 그림자(동화).....강길 댓글:  조회:1485  추천:0  2014-11-07
   뚱뚱보임금님의 그림자                                                       선생님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고있는 귀여운 학생들을 둘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할 얘기는 _” 좀 뜸을 들이고나서 “‘뚱뚱보임금님의 그림자’란 이야기다.” 하고 말했습니다.      “와_” 학생들은 한결같이 소리를 지르며 짝짝짝 손벽을 쳤습니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번은 꼭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든 해주겠다고 약속했었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어온  학생들은 은근히 그날이   기다려지군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먼저 동시  한수 읊겠다.”  학생들은 곧 조용해졌습니다.             “ 제목은 ‘그림자동생’이다.  잘 들어봐.               그림자동생   나의 그림자는 나의 동생 나만을 따르는 그림자동생   낮의 그림자는 나의 녀동생 해빛이 좋아서 낮에만 따르고   밤의 그림자는 나의 남동생 달빛이 좋아서 밤에만 따르고                         빛이 없으면                  보이잖는 동생                  어데서 찾을가                  그리운 동생     어때? 무슨 느낌이 드는지? 누가 말해볼래.” 선생님은  학생들을 둘려보았습니다. 한 학생이 벌떡 일어섰습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 “그래, 철이 말해봐.” 박철이가 외아들이라는것을 선생님은 알고있습니다. “내 마음을 쓴것 같습니다. 영남이랑 민수랑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이 있는것을 보고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한번은 나의 그림자를 보고 이게 내 동생이였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박철이가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나두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나두.” “나두.” “나두.” 하는 소리로 술렁거렸습니다. 이 반에는 외아들, 외딸인 학생이 적지 않았지요. “참 잘 말했다, 자기 느낌. 뭐나 마음에 와 닿을 때야 울림이 큰거야.” 선생님의 뜻깊은 말씀에 교실은 조용해졌습니다. “방금 동시 ‘그림자동생’을 읊어준건  내가 하려는  이야기도 그림자로 벌어지기때문이지.” 모든 학생들은 선생님의 입을 쳐다보고있습니다. “옛날 어느 한 나라에 뚱뚱보임금님이 있었단다. 얼마만큼 뚱뚱보인가 하면 배가 어떻게나 큰지 땅우에  서서는 자기 발끝도 볼수 없었지. 걸을 때면 큰 코끼리가 움직이는것 같이 엉-기-적 엉-기-적- ” “하하하-:” 학생들의 웃음이 터졌어요. 선생님이, 없는 배를 두 팔을 쑥 내밀어 만들고 걸음걸이 흉내를 냈기때문이지요. “뚱뚱보임금님은 행차할 때면 꼭 시종더러 양산을 받쳐들게 했단다. 살집이 많으니 시원한 그늘을 좋아하는가보다  생각하게 했지. 그런데 뚱뚱보임금님이 어디에 가든 가는 곳마다 죽는 사람이 있었단다. 뚱뚱보임금님이 ‘저놈 죽여라!’ 하고 호통만 치면 죽는 사람은 어째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야 하고 죽이는 사람도 어째서 죽이는지도 모르고 죽여야 했단다. 뚱뚱보임금님이 엉기적 엉기적 어느 곳이든 가는 날이면 어째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사람이 없는 날이  없었단다.  따라서 이 나라 곳곳에서는 소곤소곤… 수군수군…이 입 저 입에서 새여나와   떠도는 말이 가을바람에 날려서 뒹구는 가랑잎처럼  많았지. 이번에 죽은 사람은 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짧아서 걸음걸이가 뒤뚱뒤뚱했는데 뚱뚱보임금님의 걸음걸이를 흉내냈다고 죽인거라는둥,     전번에 죽은 사람은 목소리가 어떠어떠해서 죽인거라는둥, 그 전번에 죽은 사람은 눈까풀이 어떠어떠해서, 귀바퀴가 어떠어떠해서 죽인거라는둥 별의별 말이 다 있었지. 이런 뚱뚱보임금님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달 두달도 아니고 한해 또 한해, 한해 또 한해, 긴긴 세월  이 나라를 다스려 오다나니 백성들의 삶이 어떠했겠니? 모두들 언제 자기에게도 불똥이 튈지 몰라 가슴이 두근두근 ,마음이 조마조마, 밤낮으로 .숨을 죽이고 살다보니  피가 마르고 살이 빠질수밖에. 없었지. 그리하여 이 나라는 임금님 하나만이 살이 피둥피둥 쪄서 뚱뚱보였고 모든 백성들은  하나같이  말라꽹이였단다. 백성들이 누구나 내놓고는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그 배때기 콱 터져 죽어라.’ ‘그 돌대가리 빵 깨져 죽어라.’  하고 별별 저주를 다 보냈단다. 천년만년 오래 살것 같던 뚱뚱보임금님은 백성들의 저주가 많았던 탓인지 아니면 곱덩이로 된 몸뚱이라 머리의 피줄이 터졌는지 어느날 갑자기 ‘아이구, 머리야!’ 하더니 뒤로 휘딱 넘어지고 말았지. 넘어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지. 죽은거였단다…” “온 나라가 춤을 췄겠다.” “그런 놈은  빨리 죽어야 해.” “어째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지.” “무슨 까닭에 사람을 마구 죽였을가?” 교실 여기저기서 이런 말이 튀여나왔습니다. 선생님은 그러는 학생들을 둘려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뚱뚱보임금님이 죽자 그의 여덟살난 아들이 임금이 되였단다. 봉건사회는 세습제였으니까. 세습이란 아버지가 임금이면 그 아들이 임금자리를 물려받고 또 그 아들의 아들이 임금자리를 물려받고 이렇게 끝없이 물려받는것을 말하는거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뚱뚱보임금님의 아들은 신통히도 아버지를 똑 떼 닮아서 똥똥보였단다. 그러니 똥똥보임금님이라고 불러야겠지?” “하하하-” 웃음소리가 터졌습니다. 똥똥보임금님이라니 우스운가봐요. “그만 웃어. 웃기는 일은 아래에 있어.” 선생님의 말에 웃음소리는 뚝 그쳤습니다. “여덟살난 임금이 뭘 알겠니? 나이로 말하면 너희들 동생벌이잖아?”  “정말 그렇네.” .   “너도 임금님 아들로 태여났더라면 임금님이 되겠다.” “너는 아니구?” “흥, 임금님 좋아하네.” 몇몇 학생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 들렸습니다. 선생님은 컵의 물을 한모금 마시고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똥똥보임금님은 임금자리에 앉고보니 아바마마가 자기를 품에 안고 하고 또 하던 말이, 그때는 귀등으로 듣던 말이 새록새록 생각났지.” “아바마마란 뭡니까?” 어느 학생이 묻자 “.아버지를 그래.” 하고 누군가 앞질러 말했습니다. “맞아. 아바마마란 봉건사회에서 임금의 아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말이야.  아바마마는 늘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군 했었지. ‘해가 난 날이면 어디에 가든지 시종더러 양산을 받쳐들게 하는거야. 그러다 눈에 거슬리는 놈이 있으면 양산밑에서 나와 임금님의 그림자를 만드는거야. 그놈이 임금님의 그림자를 밟기만 하면 그놈은 아무때든  꼭 임금님을 해치려는 놈이니까 다짜고짜 죽여버리는거야.’  똥똥보임금님은 아바마마가 일러주던 말을 생각하며 자기도 꼭 아바마마가 하던대로 하리라 다짐했단다. 그런데 똥똥보임금님이 아직은 분명 아이였던거야. 해빛을 받으며 뛰놀고싶은데 시종들이 양산을 받쳐들고 졸졸 따라다니는것이 싫었지. 어쩌면 좋을가? 무척 고민하던끝에  퍼뜩 한 꾀가 떠올랐어.  해빛 좋은 어느날, 똥똥보임금님은 궁앞의 넓은 뜰에 나섰단다. 시종들이 저마다 양산을 받쳐들고 따라나서고.  ‘양산을 좀 거둬치우라 하지 않았느냐!’  똥똥보임금님이 짜증스레 호통쳤지. 시종들은 하나 둘 양산을 거두고는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를 밟을세라 조심조심 따라다녔단다. 제자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있는 시종들이였으니 하물며 임금님의 그림자임에랴.  똥똥보임금님은 한곳에 가서 걸음을 멈추더니 자기의 그림자를 가리키며 ‘여기다 못을 박거라!’ 하고 명을 내렸단다. 시종들은 부들부들 떨며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데 한 늙은 시종이 허리를 꺾어질듯 굽히며  ‘상감마마,  어찌 그런 장난을…’ 하고 겨우 입을 열었단다. ‘뭐? 짐을 보고 장난이라고 했는냐?!’ 똥똥보임금님은 대뜸 눈을 부라렸지.    늙은 시중은 부들부들 떨며    ‘아, 아니옵니다. 떼꺽 못을 갖고오겠나이다.’ 하고는 부랴부랴 작은 못을 하나 가져다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에 조심스럽게 박을수밖에 없었지.   ;   늙은 시중이 못을 다 박자 한자리에 서있던 똥똥보임금님은 다시 자리를 뜨고 똥똥보임금님이 자리를 뜨니 그림자도 똥똥보임금님을 따라서 자리를  떠서 박아놓은 작은 못에서 벗어난거야. 자기를 따라온 그림자를  본 똥똥보임금님이 ‘작은 못 안되겠다. 큰 못을 가져다 박거라!’. 하고 다시 명을 내렸단다. 늙은 시중은 똥똥보임금님이 장난기가 나서 자기를 놀리는거라고 생각했단다.     이러나저러나 이번에는 대못을 가져다 부들부들 떨며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에 겨우 박았놓았지. 그러자 똥똥보임금님은 또 자리를 뜨고 똥똥보임금님이 자리를 뜨니 그림자도 똥똥보임금님을 따라서 자리를  떠 박아놓은 대못에서 벗어난거야. ‘하나론 안되겠다. 많이 가져다 촘촘히 박거라! 다들 뭘해?’ 똥똥보임금님은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는 젊은 시종들에게 바락 소리를 질렸어. 그제야 젊은 시종들도 늙은 시종을 따라 부랴부랴 대못을 가져다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에 빼곡이 박아놓았지. 똥똥보임금님은  두주먹 꽈악 쥐고 힘을 모아 옆으로 팔딱 뛰였는데 그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서 넘어지고말았단다. 시종들이  깜짝 놀라 ‘상감마마- 상감마마-’ 하고 부르며 똥똥보임금님을 둘러샀어. 똥똥보임금님은 발딱 일어나서 팔을 휘두르며 ‘비켜! 모두 썩썩 비켜!’ 하고는 자기의 그림자를 보더니 ‘고놈 떨어지지도 않고 검질기게 달라붙네.’ 하고 투덜댔단다. 늙은 시종은 물론 젊은 시종들은 그제야 똥똥보임금님이 자기 그림자를 떼여버리려고 그림자에다 못을 박게 했다는것을 알게 되였지.”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 말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하하, 바보라구야.” “저런 돌대가리를  가지고  임금이  되다니?” “세습을 하니까 그렇지 뭐야.”   선생님은 떠들어대고있는 학생들을 둘려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늙은 사부님이 이 일을 알았지. ‘사부’란  임금이나 왕세자, 왕세손의 교육을 맡은 벼슬이란다. 사부님이  똥똥보임금님을 만나   ‘상감마마, 왜 그림자를 떼여버리려 하셨나이까?’ 하고 물으니   똥똥보임금님은 사부님에게 아바마마의 말을 하고나서 자기는 어른이 되면 아바마마의 가르침대로 하겠으나 지금 아이때는 많이 뛰여놀고싶어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그림자를 한동안 떼여두려고 그랬다 했단다.  사부님이, 그림자는 해빛이 비치여 생기며 빛이 있는한 떼여버릴수 없고 빛이 없어야 그림자도 없어지는것이라고 아뢰니 똥똥보임금님은 ‘짐앞에서 당장 꺼져! 임금님이 되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아바마마가 그랬어!’  하며 늙은 사부님을 쫓아버렸단다. 어느날, 똥똥보임금님은 숱한 시종들을 거느리고 아바마마 무덤집으로 갔단다. 아바마마 무덤집이란 뚱뚱보임금님이 자기가 죽으면 들어가려고 여러해동안 숱한 백성들을 부려 돌을 쌓아 만든것인데 아닌게아니라 뚱뚱보임금님은 죽어서 그속에 들어가 있었지.  ‘돌문을 열거라!’   똥똥보임금님의 명에  늙은 시종이 이내 머리를 쪼아리며   ‘아니되옵니다. 이 돌문은 한번 닫히면 다시 열어서는 아니되는 돌문이옵니다’라고 아뢰니 똥똥보임금님은   ‘간밤 꿈에 아바마마가 나타나 짐을 보고  급히 오다나니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서 꼭 찾아오라고 하셨느니라. 아바마마와  짐의 만남을 막는 놈이면 누구든 살지 못할줄 알아라!’ 하고 부르짖었단다. 시종들은 죽지 않기 위해 돌문을 열지 않을수 없었지. 그래서 모두 모여들어 젖먹던 힘까지 다 내서야 겨우 똥똥보임금님이 비집고 들어갈만큼 열어놓을수 있었단다.        돌문안으로  들어가던 똥똥보임금님은 뒤를 돌아보더니       ‘짐이 들어가거든 돌문을 꼭 닫거라! 아바마마의  얘기를 엿들었단 죽을줄 알아라!’ 했단다.       똥똥보임금님이 뚱뚱보임금님 무덤집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시종들은 얼른 돌문을 닫아버렸단다. 열 때는 오래동안 안깐힘을 써서야 겨우 열었는데 닫을 때는 어디에서 그런 큰 힘이 생겼는지 눈 깜짝할 새에 닫아버렸어. 틈이 조금도 없게 말이야. 아마 말소리가 새여나올가봐서 그랬을거야.  아무튼   그렇게 닫긴  돌문이 다시는 영영 열리지 않았단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마치자 교실 여기저기에서 이런 말 저런 말이 튀여나왔습니다.  “제발로 무덤속으로 들어갔구나.”        “더는 그림자를 떼여버리려 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래, 무덤속은 빛이 없겠으니까.”         “저런 나라에서 산 백성은 너무나도 불행했겠다. ”         “그러니 우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잖아?”  “그래그래, 우린 저런 나라에서 태여나지 않은게 다행이지.” ♡            
16    무우집 (동화).....강길 댓글:  조회:1730  추천:0  2014-11-07
 무우집                                                        무지개산아래에 난쟁이할아버지가 살고있었습니다.      키가 얼마만큼이나 작은 난쟁이냐구요?      글쎄...     그건 딱히 말할수 없지만 동화를 쓰기때문인지 몸은 비록 늙었으나 마음만은 항상 어린이 같았답니다.     어느해인가 난쟁이할아버지는 글을 쓰는 한편 무우농사를 지어보려고 생각했습니다. 이따금  책상머리를 떠나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싶었던것이지요.    난쟁이할아버지는 집뒤의 낮다란 언덕우에 가서 괭이로 땅을 팠습니다.    돌멩이를 하나하나 주어내고 풀뿌리따위를 갈퀴로 긁어내여 농부의 눈에는 손바닥만큼 작게 보일 밭 한뙈기를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거름을 내고 이랑을 짓고 무우씨를 뿌렸지요.     며칠뒤 온 밭에 단 하나의 무우싹만이 흙덩이를 밀치고 나와 파랗게 머리를 쳐들지 않았겠어요?     난쟁이할아버지는 그 하나의 무우싹이라도 잘 키워내려고 때때로 물도 꼴깍꼴깍 먹여주고 때때로 김도 싹싹 매주고 때때로 벌레도 하나하나 잡아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일가말가 하던 씨앗이 흙에 묻혀 싹트고 자라난것이 어느덧 큰 무우가 되였답니다.     얼마만큼이나 큰 무우냐구요?     글쎄...       난쟁이할아버지는 무우를 뽑으려고 잎사귀를 잡아쥐고 힘껏 당겼습니다.     그러나 무우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불렀습니다.     할머니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를 불렀습니다.     손녀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손녀는 바둑이를 불렀습니다.     바둑이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바둑이는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고양이가 와서 함께 당겼으나 그래도 무우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불렀습니다.     쥐는 와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고양이는 바둑이의 꼬리를 잡고 바둑이는 손녀의 치마자락을 잡고 손녀는 할머니의 허리를 잡고 할머니는 난쟁이할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난쟁이할아버지는 무우잎사귀를 잡아쥐고 모두가 한결같이 영차- 영차- 하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야 드디여 무우가 쑥 뽑혀나왔습니다.     그바람에 모두들 뒤로 벌렁 넘어지면서 쥐는 고양이한테 깔리고 고양이는 바둑이한테 깔리고 바둑이는 손녀한테 깔리고 손녀는 할머니한테 깔리고 할머니는 난쟁이할아버지한테 깔렸습니다.     조금 아프기는 했으나 재미있어서 저마다 찌찌찌, 키키키, 킁킁킁, 호호호, 히히히, 하하하... 배꼽을 끌어안고 웃었습니다.     “할아버지, 무우를 좀 주세요. 먹고싶어요.”     손녀가 말했습니다.     “나도 먹고싶어요.”     “나도요.”     “나도요.”      바둑이도 고양이도 쥐도 잇달아 말했습니다.     모두들 무우를 뽑느라 힘을 빼고 또 한바탕 웃어대더니 이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가봅니다.     “오냐, 그래그래.”     대가리가 밑에 놓여진 무우는 마치도 지붕이 뾰족한 집 같았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허리에 찼던 작은칼을 꺼내쥐고 무우를 아래쯤에서 한쪼각 한 쪼각 도려내여 그것을 손녀에게 주고 바둑이에게 주고 고양이에게 주고 쥐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주고 자신도 한쪼각 먹었습니다.     사각사각... 와작와작... 우적우적... 오작오작... 짭짭... 쩝쩝...     저마다 먹는 소리와 모습이 달랐습니다.     무우는  물이 많고 시원하고 달큼했습니다.     “할아버지, 참 맛있어요. 더 주세요.”     손녀가 어느새 다 먹고나서 입맛을 다시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냐, 그래그래, 실컷 먹어라.”      먼저 도려낸 곳은 마치도 문 같아 보이였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그 안쪽으로 무우를 또 한쪼각 한쪼각 도려내여 그것을 손녀에게 주고 바둑이에게 주고 고양이에게 주고 쥐에게 주고 할머니에게 주고 자신도 한쪼각 먹었습니다.             이 무우는 먹을수록 사과보다도 더 맛있었습니다.     모두들 먹고 또 먹다나니 어느새 속은 다 파먹어서 무우가 덩그런 겉모양만 남았습니다.     그제야 모두들 먹기를 그만두고 배가 불러서 끄르륵 트림을 하였습니다.     “우르릉-”     갑자기 하늘이 울면서 소나기가 쏟아져내렸습니다.     쥐가 먼저 쪼르르 무우집안으로 달려들어갔습니다.     뒤이어 고양이가 씽하니 뛰여들어갔습니다.     바둑이도 뒤질세라 깡충깡충 뛰여들어갔습니다.    손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가고 난쟁이할아버지는 맨 마지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우집안이 조금 비좁기는 했으나 고양이와 쥐가 손녀의 무릎우에 올라앉아서 난쟁이할아버지도 자리를 잡을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무우집은 비 한방울 새지 않아 근심될것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옛말을 해주세요. 비가 그칠 때까지요.”     손녀가 졸랐습니다.     “재미있는걸로요.”     고양이도 말했습니다.     바둑이가     “난 무시무시한 얘기가 좋아요.”라고 하자 쥐는     “무서운 얘긴 난 싫어.” 하고 몸을 옹크렸습니다.     난쟁이할아버지는 빙그레 웃고나서 팔꿈치로 옆에 앉은 할머니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습니다.     “여보,  당신이 옛말 한컬레 해봐요.”     “내게 무슨 할 옛말이 있겠어요. 령감이야 없는것도 만들어서 글을 줄줄 쓰니까 당신이나 애들한테 해주시구려.”     할머니는 할끗 눈을 흘겼습니다.     “허허, 정말 그런가? 그럼 내가 또 얘기 한컬레 엮어본다?”     난쟁이할아버지는 턱수염을 쓱 쓰다듬고나서 이야기꼭지를 뗐습니다.        “옛날옛적에...”     손녀며 바둑이며 고양이와 쥐는 눈이 말똥말똥해서 난쟁이할아버지의 입을 쳐다보았습니다.     “음… 그런데 오늘 이 큰 무우를 뽑지 못했더라면 무우집도 못 만들고   모두 소낙비를 흠뻑 맞아  물병아리가 됐을거야. 그럼 옛날옛적 얘기 들을 기분이 나겠어?”    “맞아요. 제가 와서 당기지 않았더라면 무우가 안 뽑혀나왔겠죠?”     쥐가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뭐야? 네가 와서 당겼기에 무우가 뽑혔다구? 힘이 쥐뿔도 없어가지구.”:    고양이가 당치않다는듯 야죽거렸습니다.    “내가 왜 힘이 쥐뿔도 없어? 그럼 넌 왜  나를 불렀니?”    쥐가 볼똑해서 대들었습니다.    고양이는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다가    “바둑이가 날 불렀으니까 나두 널 불렀지.” 하고 바둑이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맞아, 맞아. 손녀가 날 불렀으니까 나도 고양이를 불렀지.”     바둑이도 손녀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는 쥐, 고양이. 바둑이를  보며 난쟁이할아버지는 허허 웃었습니다.     “그래, 그렇지. 난 할머니를 부르고 할머니는 손녀를 부르고 손녀는 바둑이를 부르고 바둑이는 고양이를 부르고 고양이는 쥐를 불렀지. 왜 불렀겠어? 힘을 보태려고 불렀던거야. 할머니는 할머니만큼한 힘이 있고 손녀는 손녀만큼한 힘이 있고 바둑이는 바둑이만큼한 힘이 있고 고양이는 고양이만큼한 힘이 있고 쥐는 쥐만큼한 힘이 있다는걸 안거지. 그것이 큰 힘이든 작은 힘이든 힘과 힘을 모으면 더 큰 힘이 되잖겠어?”       “쩌쩌, 할 얘기가 밑굽이 났으면 입이나 닫아매고있을거지, 도리를 캐기는…”     할머니는 혀를 차며 할아버지를 나무람했습니다.     “야, 무지개가 섰다!”     손녀가 소리치며 무우집밖으로 나갔습니다.     언제 비가 그쳤는지 한줄기 소나기가 씻고 지나간 하늘에 색동저고리 같이 고운 빛갈의 무지개가 둥그렇게 비꼈습니다.     바둑이도 따라 나갔습니다.     고양이도 따라 나갔습니다.     쥐도 따라 나갔습니다.         할아버지도  무우집밖에 나섰습니다.     일곱 빛갈의 고운 무지개가 한쪽끝은 무지개산에 박히고 다른 한쪽끝은 하늘에 박혔습니다. 하늘나라로 오르는 다리 같습니다.     손녀가 주먹을 쥐고 뛰여가고있습니다.     바둑이도 고양이도 쥐도 손녀를 뒤따라 뛰여가고있습니다.     “그래, 무지개는 아이들의 꿈인거지!”     난쟁이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무우집안에서 꾸물거리고있는 할머니에게      “여보, 빨리 밖에 나와봐요. 애들이 무지개 잡으려고 뛰여가는걸...” 하고 웨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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