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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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등모기(동화).....강길
2014년 11월 07일 19시 47분  조회:1666  추천:0  작성자: 강순길
 코등모기
                                      
                       
 
어느 작은 섬나라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나라에는 별난 모기가 생겨나 온 나라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게 되였습니다.
   모기라 하면 사람들은 살가죽이 내놓여진  곳 -  팔이든 다리든 눈등이든 감쪽같이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그런 나쁜 모기를 떠올리게 되지요.
    그런데 이 모기는 아무데나 앉는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의 코등에만 달라붙는 모기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 모기에게 한결같이 “코등모기”란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코등모기!
    그러나 이 모기는 사람의 빨간 피를 빨아먹는 그런 모기가 아니였습니다. 그와는 달리 사람의 코등에 감쪽같이  달라붙어 자기의  파란 피를  넣어주고는 그만 죽어버리고마는 그런 모기입니다. 스스로 죽음을 찾는다고 할가?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눈물겨운 모기이지요. 
    코등모기에게 코등이 물린 사람은 코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런것은 아니였습니다.
    이 작은 섬나라의 20대 대통령은 국민들앞에서 “깨끗한 정치”를 하겠노라고 연설을 하다가 코등모기에게 물렸는데 코가 대뜸 입아래에까지 처져서 그만 말을 더 못하고 물러나고말았습니다.
    21대 대통령, 22대 대통령, 23대 대통령, 24대 대통령도 모두 같은 꼴이 되여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들은 취임연설에서 한결같이 모기, 파리, 쥐가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겠노라고 부르짖었는데 얼마 못 가 코등모기에게 물려서 코가 한뽐이나 처지는 바람에 대통령질을 더는 할수 없게 되였던것이지요.
    대통령뿐만 아니였습니다. 이 섬나라의 경찰청장도 얼마나 많이 바뀌였는지 모릅니다. 코등모기에게 물린 그들의 코가 그들이  감옥에 잡아넣은 죄수들의 코보다도 더  엄청나게 커졌던것이지요.
   이 작은 섬나라에는 코등모기에게 코가 물리여 코가 별스럽게 커진 사람이 날따라 늘어났습니다. 어느 도시이든 어느 산골이든 사람이 있는 곳이면 코가 커진 사람이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하다나니 이 작은 섬나라에서 제일 흥행한것이 미용원이였습니다. 코등모기에게 물려 코가 커진 사람들은 미용원에 가서 커진 코를 베여내 제 모양 비슷하게 만들었지요.
    그러면 얼마동안은 체면을 지킬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등모기에게 물리면 또 코가 그만큼 커졌습니다. 그러면 또 미용원에 가서 코를 베여내야 하고 그 아픔을  겪은것만큼 코등모기를 죽도록 미워했습니다.
    오른 나무가 높을수록 떨어지는 아픔은 그만큼 더 크다고 하지요. 그래서인지 대통령자리가 이 작은 섬나라에서는  한동안 비여있게 되였습니다. 자나깨나 대통령자리를 욕심내던 어르신님들이 더는 내노라고 나서지 못했던것이지요.
    한 나라에 대통령이 없어서야 어디 될 말입니까?
    드디여 한 어린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성은 이쟁이요, 이름은 구개, 이쟁구개란 아이였습니다. 코수염도 나지 않은 햇내기가 말입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먼저 한결같이 반대하였습니다. 저마다 코웃음을 치며 비꼬기까지 했지요.  이마에 피도 채 마르지 않은 녀석이 배짱도 크다느니,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느니 뭐니 하면서 말입니다. “정치란 아무나 하나? ”그런 뜻이겠지요.
   그런데 국민들이 들고나섰습니다.  어린이라고 덮어놓고 얕잡아보아서야 되겠느냐?  한번 시켜보고 말하자는것이였습니다.
    그리하여 이쟁구개는 제25대 대통령이 되여 취임연설을 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섬나라는 작더라도 대통령이 없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왜 한동안 대통령자리가 비여있어야 했겠습니까? 그것은 전임 대통령들이 국민앞에  서있을 체면이 없었기때문입니다.
    그들은 저마다 모기,파리,쥐가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부르짖었지만 결국은 모두들  코등모기에게 코등이 물려서 코가 입을 가리도록 커지는 바람에 대통령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제25대 대통령으로서 코등모기는 좋은 모기라는것을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싶습니다. 코등모기에게 물린 모든 사람이 다 코가 커지는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코등모기에게 물렸지만  코가 커진 어린이는 이 나라에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왜?
    왜서일가요?
    저는  그 까닭을 밝혀내려고 대통령이 되였습니다. 
    꼭 밝혀내고야말것입니다.
    꼭 밝혀지고야 말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그리고 온 나라의 국민들, 저의 취임연설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땅이 떠나갈듯한 손벽소리가 그칠줄 몰랐습니다.
   이쟁구개가 대통령이 된 며칠뒤  이 작은 섬나라 곳곳에는 “국민들에게 알리는 글”이 나붙었습니다. 코등모기가 어디에서 생겨 나오는지 그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억의 억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억의 억만원!
    그것은 1원짜리 동전을  차곡차곡 올리쌓으면 땅에서 달에 닿을수 있을만큼 그렇게 많은 돈이라고나 할가요?
    그리하여 작은 섬나라 곳곳에서 날마다 대통령관저로 제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들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고 생물학자들이 깐깐히 조사해보면 그 모든 곳에 코등모기가 있기는 해도 생겨나오는 곳은 아니였습니다.
    날이 감에 따라 제보가 드물어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뚝 끊어져 한달 내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끝난단 말인가?)
    이쟁구개대통령은 좀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섬나라 제일 높은  구름산의 범골짜기에서 한 나무군이 코등모기가 생겨나오는 곳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생물학자들과 함께 그곳으로  갔습니다. 구름산아래 범골짜기는 아름드리나무가 숲을 이루어서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가
신비로운 숨을 쉬고있는 별유천지였습니다.
나무군이 길잡이가 되여 골짜기안으로 한참 들어가서 그가 가리키는 곳을 망원경으로 보니 아닌게아니라 골짜기막바지에 반쯤 열려진 돌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코등모기가 끝없이 떼지어 나와 뿔뿔이 흩어지고있었습니다.
    “바로 저기였구나!”
    이쟁구개대통령은 자못 기뻤습니다.
    이윽고 모두들 돌문앞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돌문이 닫혀있고 코등모기도 더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통령각하, 명령만 내리십시오. 제가 경찰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경찰청장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쟁구개대통령의 명에 따라  경찰청장이 돌문을 쾅쾅 두드리며
   “안에 뉘 없느냐? 문 열어라!” 하고 한참동안 웨쳤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찰들이 달라붙어 힘으로 돌문을 열려고 했으나 돌문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각하, 돌문을 부셔야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열어봅시다.”
   이쟁구개대통령은 돌문께로 가서 손으로 쓰다듬으며
   “돌문아, 분명 열려있던 문이니 다시 열리지 않을수야 없지 않느냐? 코등모기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대통령이 왔다. 문 좀 열어다오.” 하고 속삭이였습니다.   
   그러자 돌문이 마치 말귀를 알아들은듯 스르르 한사람이 비집고 들어갈만큼 열리였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이 돌문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경찰청장이 앞을 막았습니다.
   “위험합니다. 저희들이 앞에 서겠습니다.”
    그리하여 경찰들이 먼저 들어가고 경찰청장이 들어가고 대통령과 학자들이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서니 또  닫힌 돌문이 나졌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이 또 돌문께로 가서 손으로 쓰다듬으며  속삭이니  돌문이 스르르 저절로 열리기는 했지만 안에 들어서니 또 닫힌 돌문이 나졌습니다.
   이제는 끝이겠지 하고 돌문을 열두개나 열었는데도 안에 또 닫힌 돌문이 나졌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혼자 돌문안으로 들어가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위험합니다. 경찰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경찰청장이 또 앞을 막아나섰습니다.
   “비키시오.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을거요.”
   그러고나서 이쟁구개대통령은 돌문안으로 혼자  들어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돌문이 스르르 저절로 닫혔습니다.
   경찰들과 경찰청장, 학자들은 닫혀버린 돌문밖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되나 마음을 조이며 기다릴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 돌문안에 들어선 이쟁구개대통령은  무엇을 보았을가요?
   머리가 하얗고 턱수염이 배꼽까지 드리운 양코배기할아버지가 이쟁구개대통령을 맞아주었습니다. 몸이 바짝 마르고 얼굴이 하얀것이 마치도 종이로 만들어놓은 사람 같습니다. 그의 말소리는 들릴듯말듯 낮았습니다.
   “반갑다. 난 네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려 오늘 이때까지 죽지 못하고  있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쟁구개대통령은 황당하고 의아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하겠지, 암. 넌  발명왕이 누군지  알고있겠지?”
   “에디슨 말입니까?”
   “그래. 에디슨과 나는 동창생이란다.”
   “뭐라구요?”
   “아마 거짓말같이 들리겠지.  그러나 진짜란다. 그때 에디슨은 공부를 못해서 저능아로 몰리고 난 공부를 잘해서 천재로 받들렸었지.”
   “에디슨은 저능아취급을 받아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지만 어머니의 꾸준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머리가 텄다잖아요? 책에서 읽었는데요.”
   양코배기할아버지가 에디슨을 얕잡아보는것 같아서 이쟁구개대통령은 한마디 올리 받쳤습니다.
   “네 말이 옳다. 에디슨은 학교공부는 많이 못했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가 일하면서 독서를 열심히 했기에 마침내 기술자로 되였단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인류에게 물질문명을 창조해주겠는가 하는것을 자기의 연구과제로 삼고 인류에게 빛과 힘을 주는 백열전등과 발전기 등 무려 1300개 넘는 발명을 함으로써 자기의 평생 연구과제를 완성하였다고 느끼고 여든세살에 눈을 감고 죽을수 있었지.”
    양코배기할아버지가 에디슨을 제대로 평가하고있었으므로 이쟁구개대통령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나는 대학공부까지 하고나서 박사가 되여 어떻게 하면 인류의 령혼이 자연과 같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하겠느냐 하는것을 나의 연구과제로 삼았단다. 그러나  나는 나의 연구과제를 세기를 넘도록 완수하지 못했기에 죽지 못하고 긴긴 세월 오늘 이때까지 살아왔단다.”
    이쟁구개대통령은  양코배기할아버지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래서 발명하신것이 코등모기겠지요? 어린이는 왜 코등모기에게 물려도 코가 커지지 않는지 이제야 좀 알것 같네요.”
   이쟁구개대통령의 눈은  반짝 빛났습니다.
   “그래, 맞다. 넌 참 똑똑한 어린이구나!  코등모기의 파란 피에는 자연의 순수함, 어린이의 순수함이 들어있단다. 하기에 순수치 못한 사람이 코등모기에게 물렸을 때 그의 더러움이 순수함과 죽기살기로 싸우기에 싸우는것만큼 코가 커지는거란다.”
   “참으로 위대한 발명, 세기적인 발명입니다. 코등모기가 이젠 우리 나라에서  순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거짓으로 발붙일 곳을 하나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주인공이 될수 있는 나라입니다.  고맙습니다. 명함은 어떻게 부르시는지요?”
   “이름까지는 알것 없고 고마움만 알면 돼. 오늘날 인류는 전등과 발전기를 떠나서는 한시도 살아갈수 없지만 진정으로 에디슨의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나는 나의 고국을 떠나 여기 코가 낮고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작은 섬나라에 와서야 나의 평생과제를 연구, 완수할수 있었다.  이 깊은 숲속 나의 실험실엔 아무나 들어올수 없단다. 나의 연구기록을 없애버릴수도 있으니까. 티없이 깨끗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만 돌문이 저절로 열리게 돼있지. 내가 너한테 바라는것은 내가 떠나온 나의 그리운 고국에도 코등모기가…” 
“대통령각하!”
“대통령각하!”
   기다림에 조바심이 난 경찰청장과 경찰들이 돌문을 쾅쾅쾅 두드리며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그런 경찰들이 언짢아서 돌문을 열고   
“좀 조용하시오!” 하고 한마디 꾸짖었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 경찰청장과 경찰들이 돌문안으로 우르르 쓸어들어 왔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은 난감해서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양코배기할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고 꼭 닫혀진  돌문이 또 하나 보일뿐이였습니다.
   “대통령각하, 대포로 저 돌문을 부시고 들어갑시다. 명령만 내리옵소서.”
    경찰청장의 열띤 말이였습니다.
   “아니야. 저건 대포가 아니라 원자탄으로도 열수 없는 돌문이야.”
    이쟁구개대통령은 혼자소리로 중얼거리고나서
   “돌아갑시다.” 하고 앞장서 걸었습니다.
    모두들 대통령뒤를 따를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쟁구개대통령이 집권한 5년동안 이 작은 섬나라는 우로부터 맑고 깨끗한 정치가 펼쳐져 나라살림이 곱으로 늘고 모든 국민이 잘살았답니다.
    국민들은 제25대 대통령이 정치도 잘하고 나이도 어리니 그 다음 대통령직을 련임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쟁구개대통령은 굳이 자리를 내놓고 구름산 범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이에 작은 섬나라의 국민들이 뒤말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쟁구개대통령이 조용한 곳에 가서 편안히 살려고 그런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마 이쟁구개대통령이 무슨 더 큰일을 하려고 그럴것이라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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