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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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동화).....강길
2014년 12월 06일 16시 32분  조회:1802  추천:0  작성자: 강순길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
          
 
어스름  달밤.
   쥐돌이는  시장네 집 뒤골목 쓰레기통에 왔습니다. 흠, 흠, 맛갈스러운 먹이 냄새가 코를 간질렀습니다. 구겨진 신문이며 버려진 책 따위도 눈에 띄웁니다.
    쥐돌이는 만화책을 하나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쥐돌이는 뒤에 고양이 페페가 온줄도 몰랐습니다.
    쥐돌이는 그만 페페에게 목덜미를 잡히고말았지요.
   “이놈, 너 쥐가 옳지?”
   페페는 눈을 딱 부릅뜨고 물었습니다. 쥐돌이는 저도 모르게 몸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그러나 곧 뛰는 가슴을 다잡고 떳떳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맞아. 내 이름은 쥐돌이야.”
   “쥐돌이? 쥐도 이름이  있니?”
   “왜 없겠니. 넌 없을지 몰라도.”
   “내 이름은 페페다.”
   “페페?”
   “그래. 널 잡아먹기전에 먼저 네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찬찬히 보기나 하자.”
    페페는 쥐돌이를 이리저리 뜯어보았습니다.
    며칠전 일입니다.
   페페가 자기 방 쏘파에 누워 살폿이 수잠이 들었는데 먼 친척이 된다는 시골할머니가 주인집할머니를 따라 들어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유, 집두 커라. 아들 방, 며느리 방, 손자 방, 손녀 방, 할머니 방, 그리구 고양이까지 독방에다 텔레비죤두 있구만.”
   “어디 가 말 마오. 아들이 받는 로임 갖고야 어림두 있겠소? 뒤문으로 가만히 들어오는것이 하두 많은 덕에 이만큼 하고 산다오.”
    주인할머니는 늘 아들에게 주책없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또 버릇처럼 아니할 말을 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주인집할머니의 아들은 시장이란 권력으로 남에게 무슨 편리를 주고 뢰물을 받아먹고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두 벼슬 높은 주인집을 만났으니 팔자가 늘어져 독방을 차지하구 고이 낮잠만 자는구만. 우리 시골에서는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라구 하는데 이 고양이는 쥐를 한마리라두 잡기나 했는지?”
   “쥐를 잡다니요?   쥐구경도 못했다오. 이런 집에 어디 쥐가 살수 있겠소? 우리 집 고양이는 곱다고 기르는 페르샤고양이라오.”
   주인집할머니의 입에서 이제는 페르샤고양이란 말이 술술 나오지만 처음엔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페, 페, 뭐더라?” 한것이 그만 이 페르샤고양이의 이름이 되고말았습니다. 그러니까 “페페”란 이름은 주인집할머니가 지은것이지요.
   “퍼렇다? 고양이...”
   시골할머니는 처음 듣는 이름이 귀에 설어 다시 물었습니다.
   “퍼렇다가  아니구 페르샤고양이. 외국 고양이라오.”
   “퍼렇든지 페롭든지 쥐구경두 못했다는 고양이가 무슨 고양인감.쯧쯧-”
   시골할머니는 혀를 찼습니다.
   그때 페페는 시골할머니의 말이 고깝게 들렸습니다.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라고? 내가 뭐 고까짓 쥐를 잡지 못할줄 아는가보지?
   그러나 페페는 주인집할머니의 말과 같이 이날이때까지 쥐는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살아왔었습니다.
   “으음, 네놈도 수염이 있고 꼬리가 있구나.”
   페페는 쥐돌이를 찬찬히 뜯어보고나서 알았다는듯 고개를 까닥였습니다.
   “그래 너만 수염이 있고 꼬리가 있는줄 알았니? 아마 내 꼬리가 네 꼬리보다 더  길걸?”
   쥐돌이는 페페를 말똥말똥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맞아.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지.)
   페페는 언젠가 주인집 아들과 며느리가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도적이 꼬리가 길면 밟힌다느니 뭐니 하며 백원짜리 돈을 별스럽게 이불솜안에 골고루 펴넣기도 하고 돈뭉치를 베개속에 감추기도 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놈, 넌 도적놈이니까 꼬리가 긴거다.”
   페페는 쥐돌이의 꼬리를 툭 쳤습니다.
   “난 도적이 아니야.”
   쥐돌이의 목소리는 옹골찼습니다.
   “뭐, 도적이 아니라고? 쥐가 거리를 지나가면 보는 사람마다 때려잡으라고 소리를 친다는데 이 자식, 꽤 웃기는 놈이다?”
   “내가 도적질하는걸 네 눈으로 봤니? 난 쓰레기통에 버려진 찌꺼기를 주어먹고 책따위를 주어다보려고 여기에 찾아온거야. 옛날 우리 할아버지네는 도적질을 해서 살았다지만 지금은 쓰레기통에 주어먹을것이 쌔고버렸는데 왜 하필 두근두근 가슴 뛰는짓을 하겠니?”
    페페는 그만 할 말을 잊고 한동안 쥐돌이를 멍청히 굽어보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옛날 자기네 할아버지네들도 쥐를 잡아먹고 살았다던데 자기는 지금 쌀밥이나 소젖을 싫도록 먹고 사니 쥐돌이의 말이 그럴듯도 했습니다.
   그러나 페페는 눈섭을 찌프리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놈, 네 할아버지가 도적이였으니까 너도 갈데없는 도적씨알머리다. 난 네놈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릴테니 너무 섭섭하다 생각 말아.”
    페페가 입을 쩍 벌리는데 쥐돌이는 피씩 웃으며
   “그럼 난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있으마. 쥐고기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단다. 난 죽어도 쥐약 먹고 죽기보다는 멋쟁이인 너한테 찢겨죽는것이 소원이야. 그런데...” 하고 말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어떻단 말이냐?”
   페페는 귀구멍이 껄끄러워 다그쳐물었습니다.
   “너도 사람들이 만두를 빚는걸 봤지. 만두는 소를 잘 넣어야 맛좋은거야. 나도 그래. 지금 굶어서 속이 텅 비였으니까 여기 있는 찌꺼기로 배속을 가득 채운 다음에 네가 잡아먹으렴. 그래야 만두처럼 더 맛있을게 아니야?”
   “옳거니.”
   야옹이는 움켜쥐였던 쥐돌이의 덜미를 놓고 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이구, 그 손아귀. 숨이 넘어갈번했네.)
   쥐돌이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조금 앞으로 가서 페페를 돌아보았습니다.
   “여기 갈비찜 있구나. 먹으래?”
   “먹어.”
   쥐돌이는 갈비찜을 다 먹고나서 또 물었습니다.
   “이쪽에 이밥도 있구나. 먹으래?”
   “처먹어.”
   “이봐, 한입 떼여먹고 버린 사과도 있네. 먹으래?”
   “다 먹어. 아직도 속이 안 찼어?”
   페페는 기다리다 못해 짜증을 냈습니다.
   “됐다, 됐어. 이젠 배가 다 불렀다. 그런데 방정맞게도  요때에 에잇!”
   쥐돌이가 두덜거렸습니다.
   “또 뭐가 어떻단 말이냐?”
   페페는 입술을 감빨며 눈을 부라렸습니다.
   “당장 너한테 먹혀야겠는데 뒤가 마렵지 뭐야.”
   “에그, 그렇기에 어디서 구린내나는것 같았지. 빨리 저쪽으로 가 응아 해.”
   페페는 코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럼 저기 뒤간에 갔다 곧 올테니까 잠간만 기다리고있어.”
   “알았다, 알았어. 빨리 갔다오기나 해.”
   쥐돌이는  바지춤을 거머쥐고 앙금앙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꼴을 보고 페페는 버럭 고함을 질렀습니다.
   “빨리 뛰여갔다오지 못하겠어?”
   “그래, 그럴게.”
   쥐돌이는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냅다 뛰였습니다.
   페페가 쥐돌이를 얼마동안이나 기다리고있었는지는 아마 페페만이 알수 있겠지요?
 
 * * *   * * *   * * *
 
며칠뒤.
    어스름  달밤.
   쥐돌이는 시장네 집 뒤골목 쓰레기통에 왔습니다. 흠, 흠, 맛갈스러운 먹이냄새가 코를  간질렀습니다. 구겨진 신문이며 버려진 책 따위도 눈에 띄웁니다.
    쥐돌이는 동화책을 하나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쥐돌이는 뒤에 페페가 온줄도 몰랐습니다.
    쥐돌이는 그만 또 페페에게 덜미를 잡히고말았지요.
    “이놈, 내가 얼마나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페페는 이를 바드득 갈았습니다. 접때 바보같이 속은것을 생각하면 갈기갈기 살을 찢어놓고 마디마디 뼈를 부셔놓고싶습니다.
    “또 종알거려봐, 또!”
    “......”
     그런데 쥐돌이는 아예 까무러치고말았는지  찍소리 한마디 없습니다.
     (겁을 집어먹고 진작 죽어버렸나?)
     이런 생각이 든 페페는 움켜쥐였던 손을 풀고 쥐돌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쥐돌이가 눈물을 흘리고있습니다.
  “흥, 죽을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겠지.”
     페페는 쥐돌이의 코등을 살짝 건드리며 비양거렸습니다.
     그래도 쥐돌이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줄줄 흘릴뿐입니다.
    “왜 눈물만 흘리는거냐? 말하지 않으면 당장 잡아먹어치울테다.”
    페페는 쥐돌이가 한마디 대꾸도 없으니 되려 궁금증이 나서 쥐돌이를 마구 흔들어댔습니다.
    그제야 쥐돌이는 눈물을 그치고 입을 열었습니다.
   “나를 조용히 죽게 가만 나둬. 난 쥐약을 주어먹고 지금 죽어가고있는중이야.”
   “뭐, 쥐약을 먹었다구? 거짓말.”
    “넌 TV도 안 보는가보구나. 샘골마을 개서방이 쥐약 먹고 죽은 쥐를 게걸스레 처먹고 중독되여 죽었다는 소식도 못 들었니?”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인데?”
    “넌 정말 깜깜부지구나. 세상사람  놀래운 눈물겨운 이야기까지 있는데.”
    “그게 무슨 이야긴데?”
     페페는 귀가 솔깃해났습니다.
    “샘골마을 한 가난한 농부가 죽을 때 물려줄 재산이란 닭알 두알뿐이라며 두 아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게으름뱅이형은 그것을 돌멩이에 툭 깨여 후르륵 먹어버리고 부지런한 동생은 그 닭알로 병아리를 깨우고 그 병아리가 암탉이 돼서 알을 낳으니 또 병아리를 깨우고 해서 나중엔 큰 닭농장을 꾸렸다지 뭐야.
    게으름뱅이형은 심술이 나서 그 닭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강냉이알속에 쥐약을 넣어 닭우리에 가만히 뿌려놓았는데 샘골마을 쥐들이 그것을 알고 쥐약은 마땅히 자기네가 먹어야 한다면서 닭 대신 쥐약을 모조리 집어먹었다는거야.
    닭농장의 문지기개서방은 재수가 옴붙듯하여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게걸스레 처먹고 중독되여 죽고...”
    “그게 정말이야?”
    페페는 미덥지 않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정말일뿐만아니라 더 똑똑하게 말해서 나도 샘골마을 사촌형네 집에 놀러 갔다가 닭 대신 쥐약을 한알 집어먹었다는거다.
    쥐약 먹고 죽은 쥐를 게걸스레 처먹고 덩치 큰 개서방도 다 폴싹 쓰러져 죽는데 덩치 작은 내가 쥐약 먹고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 죽을수  없었기때문이야.”
    “너 그게 무슨 소리지?”
     페페는 말귀가 이상하게 들려서 따지듯 물었습니다.
    순간 쥐돌이의 눈은 무서운 살기를 띠였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쥐와 고양이는 워낙 철천지원쑤가 아니냐. 난 네놈을 살려두고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겠다. 그래서 네놈이 나를 잡아먹고 네놈도 중독되여 나와 함께 죽기를 기다리고있어.”
     쥐돌이는 말하면서 고양이의 입에 머리를 들이밀었습니다.
    (이놈이 쥐약 먹었다? 그럼 이놈을 잡아먹으면 나도 덩치 큰 개서방꼴이 되겠지?)
     페페는 생각만 해도 오싹 몸서리 나서 얼른 쥐돌이를 놓고 한걸음 두걸음 뒤걸음을 쳤습니다.
    “빨리 나를 잡아먹어라!”
    쥐돌이는 두팔을 허우적거리며 부르짖었습니다. 마치도 미쳐버린것 같습니다.
    “아, 아니아니. 돈을 주며 먹으래도 안 먹을래.”
     페페는 몸을 홱 돌려 꼬리 빳빳이 뺑소니를 치고말았습니다.
 
 * * *   * * *   * * *
 
또 며칠뒤.
    어스름  달밤.
   쥐돌이는 시장네 집 뒤골목 쓰레기통에 왔습니다. 흠, 흠, 맛갈스러운 먹이냄새가 코를 간질렀습니다. 구겨진 신문이며 내버린 책 따위도 눈에 띄웁니다.
    쥐돌이는 소설책을 하나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 좋아하는 쥐돌이는 뒤에 페페가 온줄도 몰랐습니다.
    쥐돌이는 그만 또 페페에게 덜미를 잡히고말았지요.
   “아니, 너 쥐돌이지?”
    페페는 눈이 휘딱 뒤집힐 지경이였습니다.
   “응, 넌 페페구나.”
    쥐돌이는 눈곱만치도 겁이 없습니다.
    “너, 너, 쥐약 먹고 죽는다더니? 날 속였구나?”
    페페는 분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그래, 난 죽지 않고 살아있어. 몰랐지?”
    쥐돌이는 약을 올리는듯했습니다.
    페페는 악이 북받쳤습니다.
    “이놈, 이번엔 잡아먹고말테다. 꼭!”
    “그래라. 나도 빨리 죽어버리는게 소원이다. 내 소원을 풀어줄건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
    “뭐라구? 또 나를 속이려구? 이번에도 내가 속을줄 아니? 두번 다시는 , 아니 세번 다시는 속지 않아.흥!”
    페페는 이를 악물고  코방귀까지 뀌였습니다.
   “옳다. 나도 네가 나한테 세번 다시는 속지 말기를 바란다.”
   페페는 눈을 크게 뜨고 쥐돌이의 기색을 살펴보았습니다. 첫번째 만남처럼 떳떳하지도 않고 두번째 만남처럼 가련하지도 않습니다. 세번째 만남은 어떻다 종잡을수 없습니다.
    (이 자식, 정말 알다가도 모를 놈이야?)
    이러나저러나 이젠 세번 다시는 속을수 없는 페페였습니다.
    “내 손에 죽어봐라!”
    페페는 먼저 쥐돌이의 꼬리를 꽉 깨물어뜯었습니다. 꼬리가 뭉텅 끊어지면서 빨간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으핫하하!”
    페페는 너털웃음을 쳤습니다. 마치도 두번 속은 분을 다 털어내는상싶습니다.
   그런데 쥐돌이는 아파서 울 대신 두눈을 꼭 감고 두손을 가슴에 모아붙이고 입으로 뭐라 중얼거리고있습니다.
    (이 자식, 당장 죽겠는데 왜 이러는거지?)
    페페는 저으기 의아했습니다.
    쥐돌이는 가슴에 모아붙이였던 손을 내리고 눈을 떴습니다.
    “난 방금 하느님을 만나뵈였어.”
    “하느님?”
   페페는 하느님이란 말에 대뜸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잠꼬대하면서도 “하느님”, “하느님”하고 부르는  하느님을 자기도 한번 만나 뵙고싶었지만 이제까지 하느님은 그림자도 보지 못한 페페였으니까요.
    “하느님이 어디에 계시던?”
    페페는 다그쳐 물었습니다.
   “하느님은 랑심속에 계셔.”
    쥐돌이는 량심이란 말을 힘주어했습니다.
   “량심속? 먼곳이니 가까운 곳이니?”
    페페는 량심이란 말을 무슨 곳인줄로  듣고있었습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야.”
    쥐돌이는 량심도 모르는 페페가 어처구니없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너 거짓말 하고있지?”
    “안 믿어도 좋아. 나는 하느님께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죽을 암병에 걸렸다는 걸 여쭈었어.”
    “뭐, 뭐,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지?”
    페페는 천만뜻밖이여서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페페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갑자기 암이란  사형선고를 받고 지금 죽기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주인집은 담장이 사람키 넘게 둘러지고  뜰안이 콩크리트로 땅땅 다져진데다 집안에  한오리 바람조차 스며들 틈이 없으니 쥐돌이가 귀신이 아니고는 얼씬도 할수 없는 곳이였습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잖아?”
    “그럼 밤에 들었단 말이냐?”
    “듣기는 낮에 들었어. 제대로 말해서 난 파리한테서 들었다.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자기가 죽거들랑 제발 지옥에 보내지 말고 천당에 보내달라고 잠꼬대를 하고있다는것도 다 알고있어.”
    쥐돌이는 비꼬는듯 말했습니다.
    그제야 페페는 주인집할머니가 낮에 창문을 열고 집안의 파리를 쫓아내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음, 그래서 안거구나. 그런데 하느님이 뭐라던?”
    “하느님은 그것을 다 알고있었다면서 나도 죽을 암병에 걸렸다고 하시더라.”
    “너도 암병에?”
     페페는 잘못 듣지 않았나 해서 귀를 벌쭉 세웠습니다.
    “그래. 하지만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 암병은 그 사람이 남 모르게 나쁜짓을 해서 스스로 얻은 암병이고 나의 암병은 내 할아버지네의 나쁜 유전자가 심술을 부려 내 몸에서 생겨난  암병이라고 하셨어.”
    “오, 하느님은 정말 모르시는게 없구나.”
    페페는 김이 빠진듯 몸을 옹송그렸습니다.
    “그렇구말구!”
    쥐돌이는 그루를 박았습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죽는것은 시간문제일따름인데 나와 한날에 죽을거라고 하시더라.”
    “둘이 한날에 죽는다구?”
    “그래. 그런데 천당에는 송곳 꽂을 자리조차 없이 착한 사람들로 빼곡하니 하느님은 나보고 천당으로 오겠으면 네 주인집할머니 아들보다 몇초라도 먼저 죽으라 하시더라. 먼저 죽은 사람만 천당에 받아주고 후에 죽은 사람은 지옥으로 보내겠다면서...”
    “안돼. 우리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먼저 천당에 가야 돼. 내가 얼마나 그 사람 신세로 팔자 좋게 산다구. 우리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너보다 먼저 죽어야 해.”
    페페는 마치도  넉두리를 하는듯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됐으면 한다마는...”
    쥐돌이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페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마간 머뭇거렸습니다.
   (어떻게 한다? 이놈을 죽여치우면 이놈이 먼저 천당으로 갈거구… 아무래도 집에 갔다와야겠어. 주인집할머니 아들이 죽은걸 보고 와서 이놈을 잡아먹어도 늦지 않겠지?)
    페페는 몇발자국 달리다가 뚝 멈춰서서 쥐돌이를 돌아다보았습니다.
   “다시 보자.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있어.”
    페페는 이 한마디 말을 남기고 부랴부랴 집으로 뛰여갔습니다.
    페페의 뒤모습이 어둠속에 사라지자 쥐돌이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어스름 달이 구름속으로 숨어들어 밤은 더욱 캄캄해졌습니다.
그제야 쥐돌이는 꼬리가 뭉텅 끊어진것이 아파나 눈물 두방울을 똑 떨구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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