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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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보 임금님의 그림자(동화).....강길
2014년 11월 07일 19시 14분  조회:1487  추천:0  작성자: 강순길
  
뚱뚱보임금님의 그림자
 
                                               
 
 
선생님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고있는 귀여운 학생들을 둘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할 얘기는 _”
좀 뜸을 들이고나서
“‘뚱뚱보임금님의 그림자’란 이야기다.”
하고 말했습니다.     
“와_”
학생들은 한결같이 소리를 지르며 짝짝짝 손벽을 쳤습니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번은 꼭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든 해주겠다고 약속했었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어온  학생들은 은근히 그날이   기다려지군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먼저 동시  한수 읊겠다.”
 학생들은 곧 조용해졌습니다.          
  “ 제목은 ‘그림자동생’이다.  잘 들어봐.
 
            그림자동생
 
나의 그림자는
나의 동생
나만을 따르는
그림자동생
 
낮의 그림자는
나의 녀동생
해빛이 좋아서
낮에만 따르고
 
밤의 그림자는
나의 남동생
달빛이 좋아서
밤에만 따르고
      
                 빛이 없으면
                 보이잖는 동생
                 어데서 찾을가
                 그리운 동생
 
 
어때? 무슨 느낌이 드는지? 누가 말해볼래.”
선생님은  학생들을 둘려보았습니다.
한 학생이 벌떡 일어섰습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
“그래, 철이 말해봐.”
박철이가 외아들이라는것을 선생님은 알고있습니다.
“내 마음을 쓴것 같습니다. 영남이랑 민수랑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이 있는것을 보고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한번은 나의 그림자를 보고 이게 내 동생이였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박철이가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나두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나두.”
“나두.”
“나두.”
하는 소리로 술렁거렸습니다.
이 반에는 외아들, 외딸인 학생이 적지 않았지요.
“참 잘 말했다, 자기 느낌. 뭐나 마음에 와 닿을 때야 울림이 큰거야.”
선생님의 뜻깊은 말씀에 교실은 조용해졌습니다.
“방금 동시 ‘그림자동생’을 읊어준건  내가 하려는  이야기도 그림자로 벌어지기때문이지.”
모든 학생들은 선생님의 입을 쳐다보고있습니다.
“옛날 어느 한 나라에 뚱뚱보임금님이 있었단다. 얼마만큼 뚱뚱보인가 하면 배가 어떻게나 큰지 땅우에  서서는 자기 발끝도 볼수 없었지. 걸을 때면 큰 코끼리가 움직이는것 같이 엉-기-적 엉-기-적- ”
“하하하-:”
학생들의 웃음이 터졌어요. 선생님이, 없는 배를 두 팔을 쑥 내밀어 만들고 걸음걸이 흉내를 냈기때문이지요.
“뚱뚱보임금님은 행차할 때면 꼭 시종더러 양산을 받쳐들게 했단다. 살집이 많으니 시원한 그늘을 좋아하는가보다  생각하게 했지.
그런데 뚱뚱보임금님이 어디에 가든 가는 곳마다 죽는 사람이 있었단다.
뚱뚱보임금님이
‘저놈 죽여라!’
하고 호통만 치면 죽는 사람은 어째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야 하고 죽이는 사람도 어째서 죽이는지도 모르고 죽여야 했단다.
뚱뚱보임금님이 엉기적 엉기적 어느 곳이든 가는 날이면 어째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사람이 없는 날이  없었단다.
 따라서 이 나라 곳곳에서는 소곤소곤… 수군수군…이 입 저 입에서 새여나와   떠도는 말이 가을바람에 날려서 뒹구는 가랑잎처럼  많았지.
이번에 죽은 사람은 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짧아서 걸음걸이가 뒤뚱뒤뚱했는데 뚱뚱보임금님의 걸음걸이를 흉내냈다고 죽인거라는둥,     전번에 죽은 사람은 목소리가 어떠어떠해서 죽인거라는둥, 그 전번에 죽은 사람은 눈까풀이 어떠어떠해서, 귀바퀴가 어떠어떠해서 죽인거라는둥 별의별 말이 다 있었지.
이런 뚱뚱보임금님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달 두달도 아니고 한해 또 한해, 한해 또 한해, 긴긴 세월  이 나라를 다스려 오다나니 백성들의 삶이 어떠했겠니? 모두들 언제 자기에게도 불똥이 튈지 몰라 가슴이 두근두근 ,마음이 조마조마, 밤낮으로 .숨을 죽이고 살다보니  피가 마르고 살이 빠질수밖에. 없었지.
그리하여 이 나라는 임금님 하나만이 살이 피둥피둥 쪄서 뚱뚱보였고 모든 백성들은  하나같이  말라꽹이였단다.
백성들이 누구나 내놓고는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그 배때기 콱 터져 죽어라.’
‘그 돌대가리 빵 깨져 죽어라.’ 
하고 별별 저주를 다 보냈단다.
천년만년 오래 살것 같던 뚱뚱보임금님은 백성들의 저주가 많았던 탓인지 아니면 곱덩이로 된 몸뚱이라 머리의 피줄이 터졌는지 어느날 갑자기
‘아이구, 머리야!’
하더니 뒤로 휘딱 넘어지고 말았지. 넘어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지. 죽은거였단다…”
“온 나라가 춤을 췄겠다.”
“그런 놈은  빨리 죽어야 해.”
“어째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지.”
“무슨 까닭에 사람을 마구 죽였을가?”
교실 여기저기서 이런 말이 튀여나왔습니다.
선생님은 그러는 학생들을 둘려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뚱뚱보임금님이 죽자 그의 여덟살난 아들이 임금이 되였단다. 봉건사회는 세습제였으니까. 세습이란 아버지가 임금이면 그 아들이 임금자리를 물려받고 또 그 아들의 아들이 임금자리를 물려받고 이렇게 끝없이 물려받는것을 말하는거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뚱뚱보임금님의 아들은 신통히도 아버지를 똑 떼 닮아서 똥똥보였단다. 그러니 똥똥보임금님이라고 불러야겠지?”
“하하하-”
웃음소리가 터졌습니다. 똥똥보임금님이라니 우스운가봐요.
“그만 웃어. 웃기는 일은 아래에 있어.”
선생님의 말에 웃음소리는 뚝 그쳤습니다.
“여덟살난 임금이 뭘 알겠니? 나이로 말하면 너희들 동생벌이잖아?”
 “정말 그렇네.”
.   “너도 임금님 아들로 태여났더라면 임금님이 되겠다.”
“너는 아니구?”
“흥, 임금님 좋아하네.”
몇몇 학생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 들렸습니다.
선생님은 컵의 물을 한모금 마시고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똥똥보임금님은 임금자리에 앉고보니 아바마마가 자기를 품에 안고 하고 또 하던 말이, 그때는 귀등으로 듣던 말이 새록새록 생각났지.”
“아바마마란 뭡니까?”
어느 학생이 묻자
“.아버지를 그래.”
하고 누군가 앞질러 말했습니다.
“맞아. 아바마마란 봉건사회에서 임금의 아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말이야.  아바마마는 늘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군 했었지.
‘해가 난 날이면 어디에 가든지 시종더러 양산을 받쳐들게 하는거야. 그러다 눈에 거슬리는 놈이 있으면 양산밑에서 나와 임금님의 그림자를 만드는거야. 그놈이 임금님의 그림자를 밟기만 하면 그놈은 아무때든  꼭 임금님을 해치려는 놈이니까 다짜고짜 죽여버리는거야.’
 똥똥보임금님은 아바마마가 일러주던 말을 생각하며 자기도 꼭 아바마마가 하던대로 하리라 다짐했단다.
그런데 똥똥보임금님이 아직은 분명 아이였던거야. 해빛을 받으며 뛰놀고싶은데 시종들이 양산을 받쳐들고 졸졸 따라다니는것이 싫었지. 어쩌면 좋을가? 무척 고민하던끝에  퍼뜩 한 꾀가 떠올랐어.
 해빛 좋은 어느날, 똥똥보임금님은 궁앞의 넓은 뜰에 나섰단다. 시종들이 저마다 양산을 받쳐들고 따라나서고.
 ‘양산을 좀 거둬치우라 하지 않았느냐!’
 똥똥보임금님이 짜증스레 호통쳤지.
시종들은 하나 둘 양산을 거두고는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를 밟을세라 조심조심 따라다녔단다. 제자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있는 시종들이였으니 하물며 임금님의 그림자임에랴.
 똥똥보임금님은 한곳에 가서 걸음을 멈추더니 자기의 그림자를 가리키며
‘여기다 못을 박거라!’
하고 명을 내렸단다.
시종들은 부들부들 떨며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데 한 늙은 시종이 허리를 꺾어질듯 굽히며
 ‘상감마마,  어찌 그런 장난을…’
하고 겨우 입을 열었단다.
‘뭐? 짐을 보고 장난이라고 했는냐?!’
똥똥보임금님은 대뜸 눈을 부라렸지.
   늙은 시중은 부들부들 떨며
   ‘아, 아니옵니다. 떼꺽 못을 갖고오겠나이다.’
하고는 부랴부랴 작은 못을 하나 가져다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에 조심스럽게 박을수밖에 없었지.   ;
  늙은 시중이 못을 다 박자 한자리에 서있던 똥똥보임금님은 다시 자리를 뜨고 똥똥보임금님이 자리를 뜨니 그림자도 똥똥보임금님을 따라서 자리를  떠서 박아놓은 작은 못에서 벗어난거야.
자기를 따라온 그림자를  본 똥똥보임금님이
‘작은 못 안되겠다. 큰 못을 가져다 박거라!’.
하고 다시 명을 내렸단다.
늙은 시중은 똥똥보임금님이 장난기가 나서 자기를 놀리는거라고 생각했단다.
    이러나저러나 이번에는 대못을 가져다 부들부들 떨며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에 겨우 박았놓았지.
그러자 똥똥보임금님은 또 자리를 뜨고 똥똥보임금님이 자리를 뜨니 그림자도 똥똥보임금님을 따라서 자리를  떠 박아놓은 대못에서 벗어난거야.
‘하나론 안되겠다. 많이 가져다 촘촘히 박거라! 다들 뭘해?’
똥똥보임금님은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는 젊은 시종들에게 바락 소리를 질렸어.
그제야 젊은 시종들도 늙은 시종을 따라 부랴부랴 대못을 가져다 똥똥보임금님의 그림자에 빼곡이 박아놓았지.
똥똥보임금님은  두주먹 꽈악 쥐고 힘을 모아 옆으로 팔딱 뛰였는데 그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서 넘어지고말았단다.
시종들이  깜짝 놀라
‘상감마마- 상감마마-’
하고 부르며 똥똥보임금님을 둘러샀어.
똥똥보임금님은 발딱 일어나서 팔을 휘두르며
‘비켜! 모두 썩썩 비켜!’
하고는 자기의 그림자를 보더니
‘고놈 떨어지지도 않고 검질기게 달라붙네.’
하고 투덜댔단다.
늙은 시종은 물론 젊은 시종들은 그제야 똥똥보임금님이 자기 그림자를 떼여버리려고 그림자에다 못을 박게 했다는것을 알게 되였지.”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 말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하하, 바보라구야.”
“저런 돌대가리를  가지고  임금이  되다니?”
“세습을 하니까 그렇지 뭐야.” 
 선생님은 떠들어대고있는 학생들을 둘려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늙은 사부님이 이 일을 알았지. ‘사부’란  임금이나 왕세자, 왕세손의 교육을 맡은 벼슬이란다.
사부님이  똥똥보임금님을 만나
  ‘상감마마, 왜 그림자를 떼여버리려 하셨나이까?’
하고 물으니
  똥똥보임금님은 사부님에게 아바마마의 말을 하고나서 자기는 어른이 되면 아바마마의 가르침대로 하겠으나 지금 아이때는 많이 뛰여놀고싶어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그림자를 한동안 떼여두려고 그랬다 했단다.
 사부님이, 그림자는 해빛이 비치여 생기며 빛이 있는한 떼여버릴수 없고 빛이 없어야 그림자도 없어지는것이라고 아뢰니 똥똥보임금님은
‘짐앞에서 당장 꺼져! 임금님이 되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아바마마가 그랬어!’ 
하며 늙은 사부님을 쫓아버렸단다.
어느날, 똥똥보임금님은 숱한 시종들을 거느리고 아바마마 무덤집으로 갔단다.
아바마마 무덤집이란 뚱뚱보임금님이 자기가 죽으면 들어가려고 여러해동안 숱한 백성들을 부려 돌을 쌓아 만든것인데 아닌게아니라 뚱뚱보임금님은 죽어서 그속에 들어가 있었지.
 ‘돌문을 열거라!’
  똥똥보임금님의 명에  늙은 시종이 이내 머리를 쪼아리며
  ‘아니되옵니다. 이 돌문은 한번 닫히면 다시 열어서는 아니되는 돌문이옵니다’라고 아뢰니 똥똥보임금님은
  ‘간밤 꿈에 아바마마가 나타나 짐을 보고  급히 오다나니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서 꼭 찾아오라고 하셨느니라. 아바마마와  짐의 만남을 막는 놈이면 누구든 살지 못할줄 알아라!’
하고 부르짖었단다.
시종들은 죽지 않기 위해 돌문을 열지 않을수 없었지. 그래서 모두 모여들어 젖먹던 힘까지 다 내서야 겨우 똥똥보임금님이 비집고 들어갈만큼 열어놓을수 있었단다.
       돌문안으로  들어가던 똥똥보임금님은 뒤를 돌아보더니
      ‘짐이 들어가거든 돌문을 꼭 닫거라! 아바마마의  얘기를 엿들었단 죽을줄 알아라!’ 했단다.
      똥똥보임금님이 뚱뚱보임금님 무덤집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시종들은 얼른 돌문을 닫아버렸단다. 열 때는 오래동안 안깐힘을 써서야 겨우 열었는데 닫을 때는 어디에서 그런 큰 힘이 생겼는지 눈 깜짝할 새에 닫아버렸어. 틈이 조금도 없게 말이야. 아마 말소리가 새여나올가봐서 그랬을거야.  아무튼   그렇게 닫긴  돌문이 다시는 영영 열리지 않았단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마치자 교실 여기저기에서 이런 말 저런 말이 튀여나왔습니다.
 “제발로 무덤속으로 들어갔구나.”
       “더는 그림자를 떼여버리려 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래, 무덤속은 빛이 없겠으니까.”
        “저런 나라에서 산 백성은 너무나도 불행했겠다. ”
        “그러니 우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잖아?”
 “그래그래, 우린 저런 나라에서 태여나지 않은게 다행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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