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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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아이(동화).....강길
2014년 12월 06일 17시 09분  조회:1609  추천:0  작성자: 강순길
 풍선아이
 
 
                      “엄마, 내 양말!”
                      “예이, 왕자님. 여기 있사옵니다.”
              엄마는 아들의 부름소리를 듣자마자 곧 왕실의 시녀같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그래서 하늘같이 받들려고 이름도 아예 김하늘이라고 지었답니다.
                   엄마는 하늘이에게 양말을 신기고나서 아주 깍듯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묻습니다 
“왕자님, 또 무슨 분부가 있사옵니까?”
                      “오늘 시간표대로 내 책가방 챙겨줘. 그리고 쵸콜레트 사탕도 몇줌 넣어줘.”
                         하늘이의 말소리는 젖내가 납니다.
                        “예이, 알겠나이다. 왕자님!”
                        엄마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찰랑입니다. 하늘이의 모든 시킴이 싫지 않고 달가운가봅니다.
엄마의 손놀림이 날랩니다. 어느새 하늘이의 시킴대로 척척 해치웁니다.
                      한 미용원의 원장인 엄마는 돈도 잘 벌어서인지 10원짜리 두장을 용돈으로 하늘이의 호주머니에 넣어줍니다.    
                       “빵- 빵-”
                   밖에서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울렸습니다. 하늘이의 아빠가 학교로 가자고 알리는것이랍니다.
                    아빠는 한 광고회사의 사장인데 자가용승용차를 갖고있습니다.
                   하늘이는 아침에는 아빠의 승용차에 앉아 학교로 가고 저녁에는 택시를 잡아타고 돈 팔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과 학교가 엎디면 코 닿을 거리이지만  걸어다닐줄 모르는 아이랍니다.
              하늘이는 맨몸으로 집을 나오고 엄마는 책가방을 들고 뒤따라 나옵니다.
                   승용차에서 내린 아빠는 차문을 열어주며
                   “왕자님, 어서 오르세요.”   하고 허리를 굽혔습니다.
                   아빠도 하늘이를 왕자님이라 부릅니다. 눈치를 살피며 외아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마음을 씁니다.
               아빠는 하늘이가 차에 오르니 얼른 차문을 닫고 안해에게서 책가방을 받아가지고 운전석 차문으로 오릅니다.
                    “왕자님, 빠이빠이!”
                     엄마는 차창안을 들여다보며 손을 흔듭니다.
                    “빨리 가자, 아빠.”
                 하늘이는 엄마의 인사에는 아무 대꾸도 없이 짜증스레 말했습니다.
                     “예이, 왕자님!”
                      아빠도 엄마와 다를바없이 하늘이에게  굽실거립니다.
                       부르릉...  승용차는  씽- 달립니다.
                       김하늘의 4학년 4반은 학생이 모두  42명. 김하늘은  여느 애보다 몸이 부풀어서 뚱보입니다. 학습성적은 반장인 민수와 큰 차이가 없고요.
                     민수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강의를  귀담아듣고 제 머리를 써서  숙제도 참답게 하기에 성적이 좋습니다.
               하늘이는 선생님의 강의를 귀등으로 들으며  옆에 앉은 동팔이와  쏘곤쏘곤 장난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요일이나   방학이면 돈을 팔아 여러 학원을 다니기에  그런대로     학습성적이 괜찮습니다.
                   점심에는 모든 학생이 학교식당의 밥을 먹습니다. 대개 입쌀밥에 남새에다 고기나 닭알을 볶은 반찬입니다.
                     그러나 하늘이는 자기 몫은  먹보인 동팔이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심부름을 시켜  학교밖 상점의 빵과 우유를 사다 먹습니다.
                     “옜다, 쵸콜레트사탕이다. 혼자 먹지 말고 내가 준거라고 하면서 여러 애들에게 나눠줘.”
                      하늘이는 아침에 집에서 가져온 쵸콜레트사탕을 동팔이에게 줍니다. 반 애들의 마음을 끌어  다음번 반장뽑기에서  민수를 이기려는 속셈이 있기때문이죠.
                      하늘이의 엄마는 한때 외아들을 음악가로 키운다면서 그에게 값비싼 피아노를 사주기도 했었습니다.
             월드컵을 맞아 온 나라에 축구열이 높아지니 그를 마라도나 같은  10번 공격수로 키운다면서 꼬마축구학원에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뭐나 시작하면 얼마 안가 싫증을 느끼고마는 하늘이고 또한 그러다나니 뭐나 조금은 하는듯한 하늘입니다.
                      이제 와서 또 하늘이의 엄마는 아들이 공부도 괜찮고 휩쓸려 다니는 친구도 많으니 이담 커서 남을 다스리는 큰 인물 - 지도자가 될 감이라면서 꼭 민수를 밀어내치고 반장이 되라고 부추기고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이는 날마다 쵸콜레트사탕을 몇줌 갖고 와서 학급 애들의 마음을 달콤하게 녹여주는 일을 항상 잊지 않고 있는것이랍니다.
                         6월 1일이 되였습니다.
                     “어린이날” 00돌을 맞아 새세기광장에서 전 시 여러 학교 학생들의 행진이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구경군이 되여 거의 관람석을 꽉 메웠는데 그속에는 하늘이의 엄마아빠도 끼여있습니다.
                     김하늘이네 학교 학생들은 저마다 두손에 고운 풍선을 하나씩 쥐고 행진합니다.
                   빨간 풍선, 노란 풍선, 파란 풍선, 하얀 풍선... 그야말로 아롱다롱한 풍선바다입니다.
                       4학년 4반 행렬에는 반장인 민수가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하늘이는 동팔이와 어깨 나란히 걸어가면서 속으로
                 (민수의 저 자리가 내 자리인데... 반장 바꾸기가 진작 있었더라면 엄마아빠는 내가 앞장에 서서 걸어가는것을 손벽치며 보고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만 오른발이 왼발에 걸려 몸이 기우뚱했습니다.
                       “왜 그래?”
                        동팔이가 눈치 빠르게 물었습니다.
                  “몸이 뜨는것 같애.  발밑에 용수철이 붙어있는것처럼 말이야.”
                    “웃기고있네. 풍선을 쥐였으니까 몸이 뜨는 느낌이 드는거겠지. 풍선을 놓아버리면 괜찮을거야.”
                          동팔이는 씨익 웃습니다.
                         4학년 4반이 사열대앞을 지날 때 와아-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풍선이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빨간 풍선…
노란 풍선…
파란 풍선…
하얀 풍선...
가지각색의 풍선바다…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이가  풍선과 함께 하늘로 둥둥 떠오르고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엄마, 날 살려줘...아빠, 날 살려줘…”
                            하늘이는 겁먹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광장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삼켜버려져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마나, 저걸 어쩌나? ”
“어어어, 저걸 어쩌지? ”
                            동팔이는 물론 4학년 4반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사열대에 높이 앉은  어르신들도 놀라서 눈이 빠져나올듯 휘둥그래졌습니다. 
                    광장에 모인 학부모들도 마음이 조마조마, 걱정스레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게 뉘 집 아인가?”
“아이구, 기차라. 별일도 다 있네...”
                            “저 애 부모도 지금 보고있는지?” 
                     하늘이는 공중으로 떠오르는 풍선무더기속에서 진짜풍선아이가 되여  높이높이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가슴속에 “들뜬 바람”이 들어찰대로  들어찬 하늘이는 겉보기엔 뚱보여서 무게가 있는듯했으나 기실은 속이 텅 비고 마음이 풍선처럼 가벼운 아이였던것이지요.
                         하늘이의 엄마아빠도 풍선아이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올려다보고있었지만 그 애가 자기들의 외아들 - 김하늘인줄은 아직 모르고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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