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연구소》 편집으로 된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 2》에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신헌재의 아동문학연구 《김영의 〈딸라배〉에담긴가족파탄과민족적비애상표현고》가 실렸다.
이는 한국인이 중국조선족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으로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딸라배》에 대한 그의 분석은 작자의 주관적 의도에 따른 《겉핥기》에 그쳤을 뿐 작자가 설정한 환경과 인물이기는 하지만 작자 자신도 좌우지 할 수 없는 (그럴 수밖에 없는) 《속 보기》는 하지 못했다.
일찍 아동소설 《딸라배》에 대해 김만석은 《〈딸라배〉가성공한비결》이란 문장을 《별나라》(1998-5, 총 72)에 내고 나는 한 세미나에서 김만석과 다른 나의 관점을 밝힌바 있다.
김만석은 김만석 편저로 된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 1》에 《딸라배》를 실음으로써 자기 주장에 변함이 없음을 나타냈다.
도서출판 시와사람에서 펴낸《김만석아동문학연구》에도 《〈딸라배〉가성공한비결》이 실렸다.
신헌재의《딸라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김만석의 관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물론 나의 관점과는 하늘땅 차이라고나 할까.
구경 어느 관점이 옳고 어느 관점이 그르냐는 오직 논쟁 속에서 갈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딸라배》에 대한 나의 관점을 아래에 밝히려 한다.
첫째. 사건의 발단- 생활논리를 떠난 《딸라배》
《이작품에나오는주인공은소학교 6학년인오빠철이와유치원생인일곱살짜리누이동생인분이, 단두사람뿐이다... 이남매를동정적으로보는전지적 3인칭시점의화자가이두남매의부모를소개하고그들의문제상황을소개하는데, 그소개되는부모의문제야말로바로이작품의갈등을낳는전원지가되는셈이다.》1)
신헌재의 이 견해에 좇아 내가 찾은 이 작품의 《전원지》는 다음과 같다.
1. 《4년전》《한국으로떠나간어머니》는 《일년에전화한두번오면고작...그나마아버지가현성에가전화를받을뿐》이라는 것.
2. 《요즘아버지의기색이이상... 몇달전어머니의전화를받고돌아와서부터매일술주정하며어머니를욕하니... 철이는어딘가모르게위협을느끼였》다는 것.
3. 오늘 어머니의 편지가 왔는데 《편지를받자마자아버지는 〈쌍년, 누가까짓딸라를보내라했어?!〉하고욕하면서현성으로급히떠났》고 분이가 《아버지를따라현성에가어머니한테전화하자고막발버둥치니깐》 아버지는 분이에게 《100딸라》를 줬으며 《아버지가맏아매하고그러는데어머니는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라는 것.
이것이 바로 《화자》가 소개한 《부모의문제》이며 철이와 분이의 사유의 바탕이 되는 사실이다. 철이에게 2는 체험이고 3은 들은 것이라면 분이에게 3은 체험이고 2도 역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위협》이란 전화로 한 어머니의 이혼제기에 따른 철이의 심리상태이다. 그 《위협》의 인식 깊이는 나이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분이도 그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아버지가맏아매하고그러는데어머니는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그래서엄마에게전화치자고나도가자는데》라고 했다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엄마에게전화치자고》 했다는 행위는 어머니의 이혼제기는 물론 재혼에 대한 분이의 반대태도를 말해줄 뿐이다. 이런 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오빠를 만나면 울음이 앞서면서 《어머니는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가 우선이겠지 어떻게 《오빠, 요거봐꽁!》하고 《100딸라》를 자랑할 수 있겠는가? 또한 《분이는사람들만만나면부질없이달러를내흔들며‘봐꽁, 봐꽁, 울엄마보냈거든’하고종알대였어요.》했는데 이는 분이의 감정에 대한 무시가 아닐 수 없다.
신헌재는 《가정의파탄상황을눈치채고있는철이와아무것도모르는철부지분이와의대조적인인물설정》2)이라 했는데 《어머니는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그래서엄마에게전화치자고나도가자는데》, 이처럼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적인 분이가 어떻게 《철부지》일수 있겠는가? 신헌재의 관점대로 분이가 진정《철부지》라면 뒤에서의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네가싫고, 엄마가좋다야》라는 인식변화는 더구나 성립될 수 없다.
철이로 말하면 《위협》은 철이의 현재 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관건적인 단어이다. (《위협》-위력으로 으르고 협박함-은 《위험》-위태함, 안전하지 못함-을 잘못 쓴것이다- 필자 주)
철이가 분이의 손을 쥐고 맏아매를 찾아가는 길에 마을 사람들이 《웬일인지 측은한 눈길로 그들을 보며 다가와 정답게 머리만 쓰다듬어 주고는 한숨만 쉬는 것이였어요.》라고 한 것은 그들도 분이 어머니가 《인젠 안 온대. 한국에서 시집간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아버지가 《몇달전어머니의전화를받고돌아와서부터매일술주정하며어머니를욕하니... 철이는어딘가모르게위협을느끼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한 것인가? 《쌍년, 이혼하겠다구? 이혼해 달라구? 못해. 아니 해. 누굴 좋아하라구!》 이러루한 말밖에는 되지 않을것이다. 철이가 느끼고 있다는 《위협》은 어머니의 이혼제기에 따른 가정파탄일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성격으로 보아 온 동네가 다 알고도 남을 부모의 이혼문제가 철이에게 《어딘가모르게》라고 표현해야 할 일이 아니며 그것조차《몇달전...부터매일술주정하며어머니를욕》했다는 아버지이니 《요즘...기색이이상》해졌을 수도 없다. 그리고 《아버지가맏아매하고그러는데어머니는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라고 알려준 분이의 말을 듣고 《거짓부리!》라고 한 철이의 말은 철이가 할 말이 못된다. 이혼과 재혼은 연계된 문제이며 이혼의 가능성을 알았다면 재혼의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제계모가들어오면〉 하고 아버지의 재혼문제까지도 생각한 철이므로) 그것을 부정할 이유도 없거니와 《청천벽력》일 수도 없다. 철이가 《씨, 맏아매찾아가똑똑히물어보자!》라고 했는데 철이에게 뭐가 똑똑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철이를 《강변》으로 가게 한 것은 분이의 말이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작자가 인물의 성격논리를 떠나 무턱대고 철이를 죽이려고 한 주관적 의도의 표현에 불과하다.
작품 서두의 배경묘사에 대한 신헌재나 김만석의 관점 역시 《속보기》가 아니라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낙엽》과 《편지장》은 오늘 어머니한테서 편지가 왔다는 것을 끌어내지 위해 필요할 뿐이지 인물의 내심세계를 잘 보여주기 위해 장치된 것은 아니다. 《일년에전화한두번오면고작...그나마아버지가현성에가전화를받을뿐》인 철이에게 우선 어머니의 전화가 자주 오고 자기도 직접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면 소원이겠지 《날리는낙엽들을바라보》며 《어머니한테서편지가이처럼많이날아왔으면얼마나좋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혹시 《일년에전화한두번》이 아니라 《일 년에 편지 한두 번》 오는 것으로 되였다면 몰라도. 이는 등이 가려운데 배를 긁어준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는 편지로 남편에게 결혼한다는 것을 알릴 여자가 있을까? 중국 혼인법에 따르면 이혼하지 않고 재혼하는 것은 《중혼죄》에 속한다. 가만히 시집가는 어머니는 있을 수 있어도 편지로 시집간다고 알릴 어머니는 있을 수 없다. 《일년에전화한두번오면고작》이라는 어머니라면 편지를 할 당연성은 더구나 없다. 편지 속에 100딸라를 몇 장 넣어보냈소, 아버지가 한장을 분이에게 주었소, 분이는 그것으로 딸라배를 만들었소, 철이는 딸라 돈을 건지려다고 물에 빠져 죽었소, 이러루한 작자의 설계에 맞춰져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일년에전화한두번오면고작》은 그럴 수 있어도《그나마 ...현성에가전화를받을뿐 》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 상상해 보라. 상식적이면서도 관건적인 문제에서부터 진실성을 상실한 이런 작품을 어떻게 작자가 《소설의이야기를생활의논리에맞게짜고들었다》3)(김만석)고 할 수 있겠는가?
《딸라배》는 사건의 발단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미여 나갔기에 진실성이 없다. 억지투성이다. 신헌재나 김만석은 작자의 주관의도에 따른 분석을 했을 뿐 생활논리와 인물성격논리에 따른 분석은 하지 못했다.
둘째.사건의발전-인물성격을떠난《딸라배》
이 작품에서 철이가 《강변》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억지로 등 밀어 그리로 가게 한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혹은 똑똑히 알려고 맏아매를 찾아갈 수 있다 치더라도) 더 문제로 되는 것은 분이가 딸라로 《딸라배》를 만든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그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환경과 교육을 떠날 수 없다. 분이는 유치원생이다. 그리고 두만강을 낀 농촌마을의 아이다. 나는 한번 반나절이나 버스를 타고 연길에서 훈춘을 걸쳐 두만강을 낀 경신촌의 김영 집에 놀러 간적이 있는데 《딸라배》는 작자가 자기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쓴 작품인 것 같다. 작품에는 교대되지 않았지만 분이 어머니는 우선 버스를 타고 집을 떠나 기차도 갈아타고 배편으로 혹은 비행기 편으로 한국에 갔을 것이다. 그러니 분이는 엄마가 타고 떠난 버스를 타고 엄마를 찾아갈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새처럼 날아서 찾아갈 환상적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오빠, 저기가조선이냐?》라고 묻는 지리상식도 없는 깜깜부지의 머리에 어떻게 《강을넘어곧게엄마한테못가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두만강은조선과중국의국경선이란다. 또조선에가면북조선과남조선국경이있단다. 국경을어떻게함부로넘나드니?》 라고 한 철이의 말은 쇠귀에 경 읽기로서 유치원생이 근본 이해할 수 없다. 땅위로 걸어갈 수 없다니 분이는 《여기서배를타고갈수없나?》라고 묻고 철이가 《될수있어. 두만강을따라방천을지나면바다야》라고 대답하니 《야- 좋다! 나는배를만들래!》하더니 《오빠, 봐꽁, 딸라배!》라고 제법 《딸라배》란 이름까지 짓는다. 분이에게 《방천》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바다》란 분이에게 어떻게 어머니에게로 갈수 있는 도경이 되는지? 작품에는 분이가 딸라로 《딸라배》를 만든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분이더러 생뚱같이 《딸라배》를 만들게 했을 뿐이다. 그것조차 처음에는 배를 타고 엄마한테 가고 싶어 《딸라배》를 만들었다면 현실(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를 떠난 《딸라를많이많이벌어가지고오자고안오는거야》라는 철이의 말에 《딸라배야딸라배야나는네가싫고엄마가좋다야》라고 노래까지 스스로 지어 부른다. 유치원생이 상징적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를 지어 부를 수 있을까? 이는 작자의 사유이지 결코 유치원생 분이의 사유가 아니다. 이렇게 세부처리가 틀리면 합리성이 구성되지 않아 작품의 비진실성을 낳게 되는 것이다. 《작자는주인공두남매를두만강변모래밭으로몰고간다... 이곳은바로조선과중국의국경선이기도한두만강이다... 왜사람은넘나들수없는가하고안타깝게만드는곳이기도하다.》4) (신헌재)
신헌재는 자기가 상식적으로 아는 《조선》, 《북조선》,《남조선》,《국경선》, 《국경》... 이런 이데올로기 개념을 《철부지》 분이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다조선사람인데두?!》, 《새들은마음대로넘나드는데》,《새는일없구? 사람은안되구?! 누가그렇게만들었지?!》, 《어른들은참바보야.》 유치원생이 이런 질문과 인식을 할수 있겠는가? 《철이는 100딸라의가치를너무나잘아는것으로규정해놓았다. 즉 〈자전거두대를 살수있는돈〉, 〈유치원전자풍금을살수있는돈〉그런돈가치를너무나잘아는철이로취급되었다. 그래서철이는몇번이고딸라를자기가보관하자고한다. 그뿐만아니라철이는엄마가딸라를벌어가지고올걸바라는데분이는딸라보다엄마가좋다면서그렇게가치가 〈큰〉 100딸라로 〈딸라배〉를만들어두만강에띄워보낸다. 이처럼철이와분이의성격충돌로이야기는소설의절정에치달아오르게된다.》5) (김만석) 《울유치원전자풍금도살수있대...》는 분이의 말로서 철이 뿐만 아니라 분이도 《100딸라》의 가치를 모르지는 않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철이와분이의성격충돌》이란 《딸라를버느라고안오지. 딸라를많이많이벌어가지고오자고안오는거야》와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네가싫고엄마가좋다야》로 표현된 것을 말한 것인데 이는 말도 되지 않는 성격충돌이 아닐 수 없다. 《위협》을 느끼었다는 철이가 어떻게 어머니가 《딸라를버느라고안오지. 딸라를많이많이벌어가지고오자고안오는거야》라고 현실을 떠난 인식을 할 수 있겠고 《어머니는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를 알고 있는 분이가 어떻게 《딸라배야. 딸라배야. 나는네가싫고엄마가좋다야》란 인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아동소설가김영은이소설에서성격의논리에맞게이야기를짜면서주인공의비극적운명을예술적으로처리하는데성공하였다.》6) (김만석)고 한 것은 인물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틀린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김만석은 《이 소설이 성공한 비결은 소설적이야기를 생활의 논리에 충실하면서 면밀히 짜고 든데 있을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죽게 되는 당위성을 성격의 논리에 밀착시킨데 있다고 본다.》7) 고 해놓고는 《물론, 철이가 물에 뛰여들게 된 원인은 100딸라의 ‘중요성’에서 찾아야 할뿐만 아니라 그의 성격에서도 마땅히 찾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파고들지 못한것은 미흡한 점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8) 라고 자가당착- 앞뒤가 어긋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소설에서는 인물성격논리에 맞게 이야기를 펼쳐가야 하며 그 이야기의 세부들은 진실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딸라배》는 그렇지 못하다. 이야기는 인물성격논리에 맞지 않게 엮어졌기에 이야기와 성격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소학교 6학년생인 철이는 《위협》을 느끼었다 하면서도 조금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바보》같은 인물로 그려지고 유치원생 분이는 《요거봐꽁?!》 하던 《철부지》가 몇 시간 사이에 《난딸라가싫단말야!》라고 상징적의미를 창조한 《어른》같은 인물로 그려졌다. 인물의 인식이 꼭 나이와 정비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생활에서 유치원생은 《보고싶은엄마를못오게만드는원흉이바로그달러돈이라는것을깨닫게되면서》9) (신헌재)《딸라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소학교 6학년생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100딸라》를 건지려다 물에 빠져죽었다고 한다면 그것을 곧이들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이처럼 《딸라배》는 철이와 분이의 성격충돌이 아니라 철이와 분이의 성격논리를 위반한 모순을 안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셋째. 주제- 누가 철이를 죽였는가
《딸라배》는 생활논리와 인물성격논리에 맞지 않게 씌어 진 작품이기에 그 주제에 대해서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신헌재나 김만석은 도랑물에서 고래를 잡은 듯 얼마나 황당한 주제를 발굴해 냈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김만석의 관점은 어머니의 머리에 《배금주의가팽창》되였기에 철이를 죽였다는 것이다. 《배금주의》란 돈을 최고의 것으로 여기는 주의를 말한다. 이 작품에서 《4년 전 …철이와 분이를 끌어안고 남 부럽지 않게 살기 위해 너희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키기 위해 떠난다고 하시면서 돌아올 때까지 꼭 기다리라고 》했다는 어머니가 4-5년간 딸러를 얼마나 벌었는가? 집에 딸러를 보냈는가 말았는가 하는것은 문제도 되지 않고있다. 《한국에서시집간대》가 가령 돈 많은 한국 영감한테 시집간대 로나 되었다면 몰라도 《 '5년이넘도록' 돌아오지않고달러돈만부쳐왔다는》10) (신헌재) 어머니에게 《배금주의》모자를 씌워서 맞겠는가?
실생활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한국에 돈 벌러 갔다면 집에 남은 다른 한쪽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상년, 누가 까짓 달러를 보내라 했어?!》라고 했다는 아버지의 욕이, 오늘 어머니가 편지 봉투 속에 딸을 주라고 100딸라 몇 장을 넣어보냈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이기는 하지만 신헌재처럼 어머니는《 '5년이넘도록' 돌아오지않고달러돈만부쳐왔다》고 상상하지 않을수 밖에 없다. 그럼 《딸라에 대하여 지대한 염오감을 느끼는 아버지》11)(김만석) 는 4-5년간 아내가 보낸 달러를 어디에 썼단 말인가? 《몇 달 전》부터 《매일 술주정》하고 분이에게 《100딸라》도 돈 1원 주듯 주었으니 어떻게 써버렸겠는가 하는 것은 이렇게 저렇게 상상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작품 속의 아버지는 생활력도 보이지 않고 머리도 단순한 인물로 그려졌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나 하겠는가? 현성에 가서 뭘 하려는 건가? 진짜로 《인젠안온대. 한국에서시집간대》라는 어머니라면 전화를 받아주겠는가? 아니면 비행기라도 잡아타고 한국으로 아내 찾으러 날아갈 셈이란 말인가? 실제로 이런 남편이라면 아이들 보고 산다면 몰라도 어느 여자가 그냥 붙어 살자 하겠는가? 《어떤이들은아버지가분이한테 100딸라(인민폐 800원좌우, 당시 입쌀을 산다면 400키로그람 쯤은 살수 있는 가치- 필자 주)를준것이진실하지못하다고하는데이런분들은아버지의성격을도외시하지않았는가짐작된다.》12) 라고 한 김만석의 견해에 따르면 이것(급히 현성으로 떠난 것)을 나무람 하는 것도 아버지의 성격을 도외시한 것으로 풀이할지는 몰라도 생활논리를 떠난 성격은 진실성이 있을 수 없다.
김만석은 《분이가〈엄마〉를부르는여기서독자들은우리의주인공철이가 〈엄마〉때문에죽는구나하고저저마다스스로느끼게끔되는것이아니겠는가!》13)라고 감탄했는데 김만석 자신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은 말이 돼도 《저저마다》라니? 그것도 《스스로느끼게끔되는것》이라니? 《스스로》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나더러 굳이 누구 때문인가 고 말하라면 엄마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고 아버지 때문이라기보다는 생활논리와 인물성격논리에 맞지 않게 작품을 쓴 작자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신헌재의 주제파악은 더욱 엉뚱하다. 김만석이 어머니에게 《배금주의》란 모자를 씌웠다면 신헌재는 《금전만능》이란 자대로 맞지도 않는 옷을 지어 입혔다. 그리고 《달러를제거시켜야만》 《가정의파탄》을 《해소할수있》단다. 《가정의파탄》은 꼭 외국에 돈벌러간 가정에서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고 중국 국내의 일반 가정에서도 생기고 있는 현상이기도 한데 딸라가 아닌 인민폐도《제거시켜야만》《가정의파탄》을 《해소할수있다》는 말이 된다. 이보다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달러배를주우러강물로뛰어드는철이의행위는자본주의에현혹된현대의세태를상징하는것》이란다. 《달러를주우려다결국실패하고물에빠져죽고만다는이작품의귀결은또한자본주의에현혹되어자멸해가는이시대의실상을상징적으로표현한장면》14)이란다.
노무송출, 외화벌이는 중국의 개혁개방의 산물로 연변만 놓고 보아도 한국행 돈벌이는 연변의 국민경제 발전에 커다란 몫을 담당하고 있다. 노무송출은 오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사기, 위장결혼, 가정파탄 등 부산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외화벌이가 곧 가정파탄을 낳고 노무송출로 중국은 자본주의에 현혹되어 기필코 자멸해 갈 것이라는 신헌재의 황당한 관점은 중국 공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나오는 말
김영은 농업에 종사하는 한편 글 농사도 지어 아동소설집 《'딱곰'과 그의 벗들》을 펴내는 등 성과가 있는 작가이다.
《김영아동소설연구모임》에서 나는 《딸라배》와 《금목걸이》두 편에 한해서 김만석과 다른 나의 관점을 밝힌바 있다. 김영의 앞으로의 창작에 도움이 되겠는가 해서였다.
《리영식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김만석이 《〈딸라배〉가 성공한 비결》이란 평론을 쓰기도 한 작품에 대해 내가 《〈딸라배〉의 허물보기》를 했으니 김영이 어떻게 받아 들었겠는가 하는 것은 알 수 없다. 《밝히지않으면안될사실》이란 《조사보고》는 이에 대해 《김만석교수는 " '딸라배'가성공한비결" 이라는논문을발표하였다. 그때강길은농민작가김영의앞에서 " '딸라배'는패작"이라면서김영을내리깠다. "농민작가김영은분개해서직방강길의관점을반박하였다"고그번회의참석자들이공동히말하였다... 강길이아무리김영의아동소설을내리깠지만김영의아동소설 '딸라배'는이번 '중국조선족아동문학총서' 제1권( 나온 책을 보니 총서가 대계로 고쳐졌음- 필자 주)에우리의자랑스러운아동소설로서한국에선참소개되는영광을지니게되었다고한다.》15)라고 쓰고 있다.
《딸라배》가 제1권에 나간다는 것만 빼고는 이 글이 얼마만큼이나 사실인가 하는 것은 글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것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실 이것은 강길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김영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딸라배》에 대한 강길의 관점이 김만석과 같지 않다 하여 《김영은분개해서직방강길의관점을반박했다》? 소설편집에게서 《딸라배》를 새까맣게 수개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강길이, 편집들이 탈고시간의 촉박으로 작자와 의논 없이 작품을 마구 수개해 발표하는 현상에 대해 언급했을 때 김영은 자기 작품이 나온 것을 보니 토 몇 개만 고쳐졌더라고 밝혔을 뿐이다. 《그번회의참석자들이공동히말하였다》? 연변인민출판사 작은 회의실에서 있은
《김영아동소설연구모임》에는 30명좌우의 사람이 참석했었는데 그 한 사람 한사람을다
찾아 다녔거나 모아놓고 조사했다는 말이 된다. 소설가 우광훈이 연변작가협회를 대표하여 자리를 같이 했고 마지막 초대 발언 시, 논쟁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탐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의 말을 했었는데 그도 《공동히말하였다》에 속하지 않을 수없겠다. 《밝히지않으면안될사실》이란 이른바 《조사보고》가 누구의 창작품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밝히지않으면안될사실》을 밝힌다는 사람이 담이 작기로 쥐새끼만도 못하여 제 이름 석자도 밝히지 못하고 《한동문문아동》이란 가명을 썼으니 자기 글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밖에 뭐가 더 있겠는가? 그런데도 당시 연변작가협회 주석님은 그 《조사보고》를 받아 보았다면서 마치도 무슨《보배》라도 얻은 듯한 들뜬 기분이었으니?.......
가짜 상품 생산과 그것을 팔아주는 시장은 문단에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전성호가 《아동문학연구소》이론조 조장이요, 또한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편집부 성원이라서 나는 그에게 《〈딸라배〉의 허물보기》를 주었다. 물론 편집부에 원고를 투고한 셈이다. 한국 신헌재의 평론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버젓이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거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이 지나서 전 씨가 전화로 하는 말이, 《딸라배》를 부정한 평론이면 김만석이 싣지 않겠다고 했단다. 김만석이 내 평론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전 씨는 자기에게 그대로 있다고 대답했다.
진정한 학자라면 자기와 부동한 관점의 존재를 무서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술문제는 탐구와 논쟁을 거쳐《진리》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문제일 뿐 자존심의 대결이 아니다. 또한 어느 관점을 받아주는 시장이 있다하여 곧 그 관점이 《진리》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작품에 대한 논쟁은 자유로워야 하고 활발하게 벌려져야 누구나 새로운 깨우침을 얻을수 있고 문학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릇된 관점을 고친다는 것은 탐구와 학자적 태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만석은 1998년에《〈딸라배〉가성공한비결》 이란 평론에서 《이소설은주인공철이의비극적운명을우리의아동소설에서처음으로대담하게취급했다는데그문학사적의의를가지게된다.》16) 라고 주장했지만 1999년 《20세기중국조선족 아동문학선집1》에 실린 《중국조선족아동문학에서의단편소설에대하여》에서는 《김영의 '딸라배'에서는새로운시기의인간비극을우리의아동소설에서대담히취급》17)하였다고 주장을 바꾸고있다. 새로운 탐구를 거쳐 《처음》이 아님을 깨달은 것 같다.
이는 《딸라배》에 대한 김만석의 전면적인 관점 변화는 아니지만 그만큼이라도 스스로 자기 관점을 부정한다는 것은 용기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2006년에 펴낸 전성호의 《아동문학연구문집》을 펼쳐보면 《아동문학연구에서의 김만석의 시각고찰》이란 문장에, 김만석이 《김영의아동소설 '딸라배'를평한글에서도그서두부분에서 '이소설은주인공철이의비극적운명을우리의아동소설에서처음으로대담하게취급했다는데그문학사적의의를가지게된다.'(p.179)고함으로써우선문학사적자리매김으로부터시작하여의론을펼쳐나갔다.》18)고 오발하고 있다.
눈 먼 망아지 워낭소리 듣고 따라간다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생겨나지 않았는가 싶다. 폭넓은 문학사적고찰은 말고라도 무게 있는 책 한권 쯤 참답게 읽어보았더라도 이런 웃음거리는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주해:
1).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04
2). 동상 p. 205
3). 《별나라》(1998-5, 총 72) p. 110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4).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04
5). 《별나라》(1998-5, 총 72) p. 111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6). 《별나라》(1998-5, 총 72) p. 110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7). 《별나라》(1998-5, 총 72) p. 109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79
8). 《별나라》(1998-5, 총 72) p. 112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2
9).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14
10). 동상 p. 205
11). 《별나라》(1998-5, 총 72) p. 111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12). 《별나라》(1998-5, 총 72) p. 111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1
13). 《별나라》(1998-5, 총 72) p. 111-112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82
14).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2》 p. 214
15). 《밝히지 않으면 안될 사실》 p. 7
16). 《별나라》(1998-5, 총 72) p. 109
《김만석 아동문학연구》 p. 179
17).《20세기중국조선족아동문학선집1》 p.6
18). 《아동문학연구문집》전성호 지음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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