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한데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서
▶(한국) 함민복=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꽃봇대' '눈물은 왜 짠가?' 등. 젊은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수상.
시(詩)로 지은 밥, 시밥 한 상 받아놓고 목이 멥니다. 그렁그렁 눈 두둑을 차고 넘치는 별이 시집 위로 쏟아졌습니다. 그나마 3만 원 원고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눈물로 씻어 앉힌 밥, 환한 가슴으로 지핀 밥, 고슬고슬 마음 궁굴려 지은 밥, '긍정적인 밥'을 읽는 내내 끓어 넘치는 밥물처럼 제 서러움이 차올랐습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밥 마음 꿇어앉아 먹었습니다. 시집 한 권 팔리면 300원 손에 쥐는 시인의 통장에 슬쩍 동그라미 하나 둘 셋 그려 넣습니다. '긍정적인 밥' 꼬옥! 사 드시길 빕니다.
전다형(한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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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즐기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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