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국수 시리즈 6] 냉우동, 막국수, 중국냉면 등
무더위가 한창이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역시 냉국수가 제격이다. 한방에서는 이열치열이라고 했지만 우리의 몸과 입맛은 차가운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냉국수 지형도는 냉면, 막국수, 밀면이 주류를 이루고 여기에다 콩국수, 중국냉면 등이 가세한 모양새다. 그러나 기성의 냉면과 막국수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유형의 냉국수를 찾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여름철에 먹을 만한 냉국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냉국수=냉면’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 무더운 여름을 날려줄 이색 냉국수 몇 곳을 소개한다.
1. 일본식 중국냉면 히야시츄카
히야시츄카(冷やし中華), 한국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차가운 중화(中華)’ 쯤 된다. 히야시츄카는 일본식 중국 냉면 혹은 차가운 생라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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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중국냉면 히야시츄카
한국의 냉면 혹은 한국식 중국 냉면과 다른 점은 국물을 훌훌 마실 정도로 육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육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스타일의 냉국수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히야시츄카는 국물이 자박자박해서 마신다기보다는 면을 적셔주는 정도다. 서울 논현동 <멘야산다이메>는 일본 라멘 전문점으로 일본 현지의 히야시츄카의 풍미를 어느 정도 재현하고 있다. 히야시츄카의 매력은 화려하고 푸짐한 토핑에 있다. <멘야산다이메>의 히야시츄카는 그 정도 수준의 토핑은 아니지만 햄과 계란과 토마토 등을 차가운 면에 곁들여서 먹는 별미가 있다. 양은 푸짐한 편은 아니지만 일본 현지 라멘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와 일본말로 접객을 하는 서빙 등 나름 서울에서 일본식 중국냉면을 먹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히야시츄카 8500원.
2. 일본식 냉우동
부산의 자가제면형 사누키 우동 전문점 <다케다야>에서 하절기에만 판매하는 냉우동은 일본에서는 먹을 수 없는 냉우동이다. 즉 국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을 위해 만든 한국식 냉우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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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냉우동
일본에도 히야시 우동이 있지만 한국처럼 국물을 마시는 우동이 아니다. <다케다야>의 시그니처 메뉴인 붓가케우동은 코시(こし, 씹는맛)가 살아 있는 비벼서 먹는 우동으로 필자가 아는 한 국내 최고의 면발이다. 면발의 탱글탱글함이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극상을 이룬다. 그런 면발보다는 시원한 육수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기호에 맞춘 냉우동은 나름 일본풍의 맛이 살아 있다. 면발은 붓가케우동 면을 그대로 사용한다. 육수에 단맛을 최소화했고 가츠오부시와 매지카 등을 넣어서 만든 다케다야식 냉우동이다. 필자에게 ‘우동은 뜨거운 국물과 먹어야 제격’이라는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준 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나 면발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역시 붓가케 우동이 제격이다. 냉우동 6000원.
3. 냉잔치국수
서울 양재동 <옛골국수>는 잔치국수 전문점이다. 3500원이라는 착한 가격도 좋지만 면을 제외하고는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만 사용한다. 더욱이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식당이다. 여름철에 판매하는 냉잔치국수는 멸치와 다시마 육수를 넣고 차갑게 제공하는 맛으로 좀 밍밍할 정도로 심심하다. 자극성은 없지만 시중 냉국수와 냉면집에서 체감하는 조미료의 맛은 찾아볼 수 없다. 좀 밋밋하면 양념장을 넣어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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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잔치국수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다만 면발이 차갑지 않아 차가운 맛을 극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산콩으로 만든 콩국수도 5000원이라는 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4. 중국식 냉우동
60년 내력의 경북 김천 <장성반점>은 화교가 운영하는 아주 작은 규모의 중식당이지만 중국식 냉우동이 별미로 나름 유명한 곳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채소를 써는 등 조리를 하여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중국식 냉우동으로는 전국구 맛이다. 면발은 쫄깃하고 고명도 돼지고기, 해삼 등이 오붓이 올라간 냉우동은 가격에 비해서 풍성하고 소박한 풍미를 지니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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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냉우동
땅콩과 겨자 맛을 절충한 육수는 진하면서 고소하고 톡 쏘는 상쾌함이 있다. 돈벌이에 무게를 안 두고 무심한 듯 완만하게 영업을 하는 운영방침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선다. 따라서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는 이 식당이 좀 안 맞을 수도 있다. 가끔 주인장이 건강이 안 좋아 문을 닫는 경우가 있으니 사전에 꼭 미리 연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 냉우동 6000원
5. 갓김치막국수
경기도 하남 <자강갈비>는 갈비 등 고기를 파는 고깃집이다. 그런데 최근 고기만큼이나 갓김치막국수로 유명하다. 막국수에 갓김치가 고명으로 들어가는데 바로 이 갓김치가 예사롭지 않다. 여수 돌산도에서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넘기고 이듬에 봄에 수확한 갓으로 갓김치를 담근다. 갓김치 담그는 법은 호남출신의 업주 장모로부터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갓김치 특유의 톡 쏘는 맛과 향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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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김치막국수
바로 이 맛과 향이 막국수에 그대로 적용된다. 기본 육수가 매콤한 동치미인데다가 함께 제공하는 오이소박이의 차가운 맛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시원함이 절정을 이룬다. 여기에 메밀의 투박함이 가세해 막국수 맛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막국수 면발에 갓김치 한 가닥을 함께 집어 먹고, 국물 한 번 마시는 식으로 먹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메뉴명은 막국수지만 일반적인 막국수와 풍미가 전혀 다르다. 갓김치막국수를 주문하면 맛있는 떡갈비가 서비스로 나온다. 7000원에 떡갈비와 갓김치막국수를 먹을 수 있는 셈이다. 갓김치막국수 7000원
6. 오이소박이국수
경기도 구리 <묘향손만두>는 종 모양이 큼직한 만두로 유명한 집인데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오이소박이국수가 불티나게 팔린다. 살짝 얼린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기본 베이스다. 여기에 일반 소면을 삶아 넣은 일종의 김치말이국수다. 국수 양이 푸짐해 한 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다. 오이소박이국수의 핵심은 역시 오이소박이. 오이소박이의 아삭한 식감과 씹는 순간 치아가 오이 살 속으로 박히면서 새콤하게 뿜어져 나오는 오이 즙이 입안을 상쾌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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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소박이국수
오이소박이 향을 머금은 시원한 국물이 살얼음 형태로 나와 더욱 청량감을 준다. 고명으로 들어간 오이소박이 맛도 그렇지만 국물도 새콤하고 달작지근하다. 시뻘건 색감의 국물과 무김치도 축 늘어진 여름철 식욕을 일으켜 세운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손만두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예전에는 흰색 사각 용기가 시각적으로 큼직하고 아주 시원해보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스테인리스 용기로 바뀐 점이 다소 아쉽다. 오이소박이국수 6000원
-<멘야산다이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84-17 (02)546-4129
-<다케다야>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3-58 (051)611-5711
-<옛골국수>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275-2 원드스톤 지하 1층 (02)575-4517
-<장성반점> 경북 김천시 성내동 193 (054)434-2186
-<자강갈비>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 303-14 (031)791-7447
-<묘향손만두>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 300-8 (02)444-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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