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로사리오, 전나무 숲에서
김영애(1955~)
세상에 오지 못한 어여쁜 아가야
너는 습자지보다 가볍다
여린 날개로 4천Km를 날아와서
겨울 산 온기에 기대는
어여쁜 아가야
다시 태어나라
미지의 성소를 향하여
여린 날갯짓을 계속해라
모나르까의 영광은 잠시뿐
영혼 없는 영원(永遠)이 무슨 소용인가? ‘모나르까’ 혹은 황제라고 불리는 나비는 캐나다의 로키산맥에서 살다가 추워지면 북미대륙을 횡단해 멕시코로 이주한다고 한다. ‘습자지보다’ 가벼운 날개로 잠시의 안식과 번식을 위해 이주하는 나비떼를 상상해보면, 삶이란 고난과 위로 여부에 상관없이 어쩌면 위대하고, 또 어쩌면 터무니없이 슬픈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 김종삼 시인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손에 들린 플루트”의 음악소리를 듣는다고 쓰신 바 있다. 이처럼 상상력은 나비의 날개에서 ‘미지의 성소’를 허공에 세울 수도 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부는 플루트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영혼에 꼭 필요한 것은 영원이 아니라 상상력일 것이다. <백인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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